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38)
335화
어차피 육로를 통해 수도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번 기회에 카토바 부족을 만나 전쟁으로 협박하든, 좋게 말로 타일러 협상하든 간에 담판을 짓는 게 맞다.
“사흘 뒤, 출발할 수 있게 해.”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그럼, 카토바 부족으로 바로 이동하실 겁니까?”
“아니. 중간중간 머스코기 부족도 둘러봐야지.”
“참고해서 최단거리로 일정을 짜보겠습니다. 인원은 어떻게 할까요?”
“친위대 전사들만 데리고 가는 거로 하지.”
“아직 머스코기 부족 지역에 도로가 없어서 길이 험합니다. 황제 폐하의 호위를 위해서라도 인원을 더 추가했으면 합니다.”
“됐어. 인원이 늘어나면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아지잖아. 가뜩이나 길들인 들소도 타지 못하는데.”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티무쿠아 부족 마을을 돌며 민심을 올리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신의 치료’를 하는 게 조금 귀찮긴 하지만, 마무리를 잘 장식해야 한다.
그게 전쟁 피해 후유증이 남아있는 티무쿠아 부족 사람들을 그나마 위로하는 일이니까.
* * *
‘하늘의 태양‘, 남서쪽 대평원 오세이지 부족 서쪽.
오세이지 부족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날카로운 사슴뿔’이 이끄는 사단이 주둔할 성채가 거의 완공되어가고 있었다.
성벽과 망루, 막사와 훈련장, 무기 창고 등등.
“사단장님! 늦어도 다음 달까지 성채가 완공될 겁니다.”
성채 안, 지휘소 건물에서 ‘발 빠른 사슴’이 참모진들에게 보고를 받았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늦어졌군.”
“아무래도 ‘아주 큰’ 강 하류의 홍수 피해로 성채 건설에 필요한 자재와 재료가 많이 지연되었습니다. 그 이유로 성채 완공 날이 늦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 빠른 사슴’이 씰룩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성채를 건설하는데, 딱히 문제는 없고?”
“부실 공사가 있는지 매일 점검하며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문제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그래더 우리가 몇 년간 계속 머무를 주둔지이니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점검해.”
“네, 사단장님!”
성채 건설 건이 끝나자,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요즘 카이오와 부족은 어때?”
“지난 전투에서 패배한 교훈 때문인지, 더는 우리 영토에서 약탈하거나 침범하지 않고 조용히 있습니다. 아주 가끔 강 건너로 들소 사냥을 하며 우리를 염탐하는 것 같지만, 딱히 신경 쓸 정도의 일은 아닙니다.”
‘날카로운 사슴뿔’이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하하하! 우리에게 호되게 당하긴 했지. 그래도 언제든 변심해서 약탈하려고 기습할 수 있으니 지금처럼 계속 순찰하며 감시해.”
“네, 사단장님!”
참모진의 힘찬 대답에 ‘날카로운 사슴뿔’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요즘 개인 상단들이 많이 찾아온다면서?”
“네. 그렇지 않아도 개인 상단 문제로 사단장님께 회의 안건으로 올릴 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막 시작한 개인 상단들은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해 큰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사막과 황무지밖에 없는 서부 지역이라 ‘하늘의 태양’에 넘쳐나는 곡물만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사단장님! 그런 이유로 개인 상단들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상단들만 서부 지역으로 진출하는 게 불평등하다면 계속 항의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수도에서도 그 문제로 꽤 머리 아픈가 봅니다.”
“그럼,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왔겠네”
“네. 마침 상부에서 개인 상단도 허락한다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다만, 자격 조건이 좀 까다롭습니다.”
‘날카로운 사슴뿔’이 그 자격 조건이 궁금한지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 조건이 뭔데?”
“상단 규모가 중급 이상일 것, 상단 호위 전사가 최소 오십 명 이상입니다. 게다가 미개척지라 위험부담이 많은 만큼 개인 상단 다섯 개만 허락했습니다.”
“푸하하하! 까다롭긴 하네. 수도에서 제법 머리를 썼어. 자격 요건이 안되는 개인 상단들은 다 쳐내라는 거 아니야?”
“네. 아마도 서부 지역의 무역을 신청한 개인 상단들 대부분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됩니다.”
“한동안 성채 안이 시끄러웠는데, 잘됐네. 서둘러 그 문제를 처리해. 자격이 안 되는 개인 상단들은 잘 타일러서 쫓아내고.”
“알겠습니다. 내일까지 처리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개인 상단 문제까지 해결되자, 오늘 회의도 거의 마무리가 됐다.
그때, 문이 열리며 대위 직급 전사가 ‘날카로운 사슴뿔’을 찾았다.
“사단장님! 대평원 아파치 부족에서 답변이 왔습니다.”
지휘소의 경계 임무를 총 책임지고 있는 그 전사는 ‘날카로운 사슴뿔’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얘기했다.
“…그래.”
순간 ‘날카로운 사슴뿔’의 밝았던 표정이 굳어졌다.
“수고했어.”
할 일을 끝마친 대위 전사가 바깥으로 나갔다.
‘날카로운 사슴뿔’은 궁금한 눈빛과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참모진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여유롭게 대화할 시간이 없으니 바로 말하지.”
“……”
“대평원 아파치 부족에서 답변이 왔다. 우선,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근데, 부족 전체가 다는 못 온다는군. 지금 카이오와 부족 영토에서 오세이지 부족 마을로 오고 있다는군.”
참모진들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절반의 성공이네요.”
“부족 사람들이 다 왔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죠.”
“부족 내에서 의견이 갈라졌다는 얘기인데, 그 이유로 답변이 늦어진 거군요.”
“복잡하게 됐네요. 혹시, 카이오와 부족이 그 소식이 들어간 겁니까?”
“그렇다면 카이오와 부족 측이 곱게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참모진들의 추측이 맞는다는 듯 ‘날카로운 사슴뿔’이 대평원 아파치 부족 사람들의 현 상황에 간략하게 얘기했다.
“카이오와 부족 영토에 남게 될 대평원 아파치 부족 측이 일러바쳤나 봐. 집합 명령이 떨어진 카이오와 부족 전사들이 우리 ‘하늘의 태양’ 쪽으로 전향한 대평원 아파치 부족 사람들을 추격 중이라네. 그래서 우리에게 긴급 보호 요청을 해왔어.”
“사단장님! 그들의 위치가 어디쯤입니까?”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하고, 카이오와 부족 영토에 있는 것 같아.”
참모진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여기저기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무척 곤란한 상황이네요.”
“결국,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오려면 카이오와 부족 영토로 넘어가야 한다는 건데…”
“까딱하다간 작년에 체결한 협정을 우리가 먼저 깨게 생겼군요. 나아가 이걸 명분으로 카이오와 부족한테 외교적으로 꼬투리를 잡을 거고.”
참모진들보다 먼저 보고를 받은 ‘날카로운 사슴뿔’도 그걸 우려하고 있었다.
“옛날에 내 성깔이라면 카오이와 부족을 당장 쳐들어가서 정복해버렸을 거야.”
그게 사실이라는 듯 참모진들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하늘의 태양’에 홍수 피해도 있고, 두 지역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잖아. 어쨌거나 재정적인 부담으로 지금은 자중할 때라는 거지. 우리까지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잖아? 참고로 난 대평원 아파치 부족 사람들을 구하러 갈 거야.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늘의 태양’ 전사로써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
“다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야? 자, 이 상황에서 외교 문제로 번지지 않게 아주 좋은 해결책이 있으면 서슴없이 말해봐.”
한동안 ‘날카로운 사슴뿔’과 그의 참모진들이 머리를 맞대며 의견을 교환했다.
“사단장님! 이건 어떻습니까?”
“……이런 방향으로 하면 외교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겁니다.”
잠시 후, 밝은 표정으로 ‘날카로운 사슴뿔’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푸하하하하! 아주 좋은 계획이야. 선 조치, 후 보고. 이 결정에 내가 다 책임진다. 지금 당장 실행해.”
“네, 사단장님!”
“우리가 늦으면 늦을수록 대평원 아파치 부족 사람들이 줄어든다. 다들 서둘러도록!”
* * *
카이오와 부족 대평원.
해가 저물고, 대평원도 어둠으로 조금씩 물들고 있었다.
“최대한 거리를 좁혀야 한다!”
“배신자들이 절대 강을 건너면 안 돼! 다들 좀 더 힘을 내라!”
카이오와 부족 전사들을 이끄는 ‘하얀 곰’이 선두에서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카이오와 부족 전사들은 많이 지쳐있었다.
갑작스러운 집합 명령에, 휴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추격을 강행해왔다.
보다 못한 ‘검은 다리’ 전사들이 ‘개’ 전사인 ‘하얀 곰’을 말렸다.
“개 전사님! 전사들의 걸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잠깐이라도 휴식을 줬으면 합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배신자들과의 거리가 많이 좁혀졌으니 오늘 밤은 여기서 머무르면 좋겠습니다.”
‘하얀 곰’은 저번에 ‘하늘의 태양’에서 받은 치욕을 잊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복수심이 불타올라왔지만, 그는 차기 ‘개’ 전사들이 될 수 있는 ‘검은 다리’ 전사들의 조언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좋아. 휴식을 취한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개 전사님!”
“다들 우리 전사들이 쉴 만한 곳을 찾아봐.”
“알겠습니다.”
‘하얀 곰’의 지시에 ‘검은 다리’ 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카오이와 부족 전사들은 드디어 휴식 명령이 내려지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표정과 함께 앓는 소리를 냈다.
“다리가 쑤시는군.”
“피곤해 죽겠네.
“그냥 잠자리에 가서 누워 자고 싶어.”
티피가 곳곳에 빠르게 지어졌다.
제일 먼저 지어진 티피에서 ‘하얀 곰’이 육포를 씹으며 모닥불에 몸을 녹였다.
“감히 우리가 베푼 은혜를 모르고, ‘하늘의 태양’에 들어간다고?”
어느새 진한 살기를 내뿜으며 ‘하얀 곰’이 씰룩거렸다.
“잘됐네. 이젠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니 다 죽여도 상관없겠군.”
* * *
대평원, 아칸소 강 중류 서쪽.
‘번쩍이는 번개’가 이끄는 대평원 아파치 부족 사람들은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들까지 이동 행렬에 포함돼서 여러모로 애로가 많았다.
“아칸소 강까지 얼마나 남았지?
평소와 다르게 ‘번쩍이는 번개’는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닷새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이동 속도로는 하루 이틀 정도 더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카오이와 부족 전사들과의 거리는?”
“이틀 정도 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추격 속도로 보면 거리가 더 단축될 수도 있습니다.”
티피 안에 모인 추장들과 대전사들의 분위기는 무척 심각했다.
“그냥 처음부터 조용히 떠났으면 어땠나 싶습니다.”
“설마 그들이 같은 부족 사람들을 카오이와 부족한테 일러바칠 줄 누가 알았겠나?”
“일단, 오늘 하루만 휴식을 취하겠지만, 내일부터는 더는 부족 사람들한테 눈치 보지 말고 속도를 더 올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을 건너지도 못하고 카오이와 부족 전사들에게 따라잡히게 될 겁니다.”
티피 안의 회의는 계속됐다.
“그나저나 ‘하늘의 태양’에서 연락이 왔습니까?”
“아직까진 없습니다.”
“젠장! 우리 보고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건가.”
어느새 대평원 아파치 추장들과 대전사들이 ‘하늘의 태양’에 비난을 돌렸다.
“대추장님! 이렇게 마냥 기다리며 ‘하늘의 태양’의 지원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전사들을 따로 구성해 카오이와 부족 전사들의 추격을 방해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젊은 전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자고?”
“다 살자고 벌인 일이야.”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네.”
그 의견을 낸 대전사를 추장들이 타이르며 말렸다.
그때, 티피 가죽 문이 열리며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대추장님! ‘하늘의 태양’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근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번쩍이는 번개’와 추장들이 티피 바깥으로 나갔다.
기쁨도 잠시 그들은 실망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저게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