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51)
051화
웅성웅성!
두 부족 진영이 우리가 나타나자 들썩거렸다.
“레나페 전사들이다!”
“아주 큰 이천일이다!”
두 부족의 대치 상황을 빠르게 훑어본 나는 솔직히 화가 좀 났다.
‘답답하네.’
아니나 다를까, 레나페 부족은 전략과 전술도 없이 무작정 서스쿼해녹 부족과 전면전을 벌일 생각인 것 같았다.
어느새 레나페 부족 진영에 도착한 나는 제일 먼저 대추장부터 찾았다.
‘저기 있군.’
나를 아는 레나페 전사들이 눈빛으로 아는 척을 해왔다.
그들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며 전사들의 호위를 받는 늙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대추장.
‘현명한 여우’
심안으로 단번에 대추장을 알아낸 나는 그를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아주 큰 마을을 이끄는 아주 큰 이천일입니다.”
“자네가 아주 큰 이천일이군.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었네.”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현명한 여우’가 눈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와 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꺼냈다.
“적의 사기를 떨어트려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전사들의 이끌 권한을 주십시오.”
“······.”
내 행동이 무척 당돌했을까?
‘현명한 여우’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를 처음 본 대추장의 원로들이 ‘현명한 여우’를 대신해 언짢은 표정으로 한마디씩 말했다.
“전사들을 이끌 권한을 달라? 참으로 어이가 없군.”
“대전사라해서 치켜세워줬더니 너무 막 나가는군”
“예의를 갖추시오.”
그때, 당당한 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현명한 여우’가 알 수 없는 미소로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물어보지 않겠소. 대신 대전사인 그대가 이 전쟁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 주시오.”
“감사합니다.”
그 주위에 원로들이 발끈하며 불만을 터트렸다.
“대추장님!”
“대전사라고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증명되지 않습니다.”
난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담담히 뒤돌아섰다.
“용감한 늑대! 차가운 나무! 내가 시간을 버는 동안 전투 진형을 구축해”
“알겠습니다. 추장님!”
“응, 추장!”
이곳에 오면서 어떤 식으로 진형을 구축하고 싸울지 이미 그들에게 전달한 상황이었다.
“추장님! 진형을 구축하는 동안 다른 추장들과 전사들이 불만이 나오지 않게 설득해주십시오.”
‘숲의 사냥꾼’이 당연하다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발 빠른 사슴! 포로들을 데려와.”
“응, 추장!”
서스쿼해녹 전사들의 매복한 장소들을 역으로 기습해 공격했다.
역시나 대승과 함께 포로들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세찬 눈보라’와 서스쿼해녹 전사들.
* * *
우리 마을 전사들이 뒤에서 레나페 전사들을 데리고 전투 진형을 구축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난 전면에 나서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이 보낸 전사들은 반갑게 잘 맞이했다. 자, 여기에 너희 전사들이 있다.”
내 앞에 포로로 잡힌 서스쿼해녹 전사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일렬로 앉아있었다.
“누구든 나와라. 나와서 나를 쓰러뜨리며 너희 전사들을 순순히 돌려 보내주겠다.”
“······.”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이 나로 인해 또다시 들썩거리며 술렁거렸다.
전쟁도 기세 싸움이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면 그 작은 차이로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올라간다.
그리고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진형을 구축하는 시간도 벌여야 한다.
‘반응은 있는데, 좀 더 자극해야 하나?’
좀 더 앞으로 나가 이번에는 창을 양손으로 화려하고 멋지게 휘둘렀다.
그리고선 창대 끝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다.
쿵!
팔 백여 명 정도 전사들이 모여있는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을 향해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다들 겁쟁이인가? 한 명이든 몇 명이든 상관없다. 그 누구든 간에 나를 쓰러트려 포로가 된 너희들의 전사들을 데려가라.”
웅성웅성!
내 도발에 조금씩 반응이 온다.
* * *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
웅성웅성!
서스쿼해녹 부족 전사들이 들썩거렸다.
완전무장한 채 진영 중앙에 있던 ‘불굴의 투혼’이 뭐가 못마땅하다는 듯 순간 눈가가 꿈틀거렸다.
“아까부터 저 거인 같은 놈이 계속 눈이 거슬리는군. 저놈의 살아있는 주둥이를 누가 치워졌으면 좋겠어.”
“제가 저놈을 단숨에 쓰러트려 우리 전사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키만 컸지, 별거 아닙니다. 제가 싸우게 해주십시오.”
“제가 위대한 서스쿼해녹 전사의 힘을 보여주겠습니다.”
자신의 주위에 표정으로 전사들이 앞다투어 나서려고 하자 ‘불굴의 투혼’이 흡족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지목했다.
“거대한 산! 서스쿼해녹 부족 전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보여주고 와라.”
“알겠습니다. 대추장!”
“되도록 시간 끌지 말고.”
“네.”
서스쿼해녹 전사 중에 덩치가 제일 큰 ‘거대한 산’이 힘차게 대답하며 방패와 곤봉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불굴한 투혼’이 진한 살기를 날리며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큰 전투를 앞두고, 이런 식으로 전사들이 긴장을 푸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 장난 같은 그 행동에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앞에서 설치는 거인에게 ‘불굴한 투혼’이 비웃음을 날리며 전방에 포로가 되어 무릎을 꿇고 있는 ‘세찬 눈보라’를 쳐다봤다.
‘멍청한 놈! 그 쉬운 걸 못해 레나페 부족에게 잡히다니. 쯧쯧쯧!’
* * *
“난 거대한 산이다!”
“······.”
드디어 서스쿼해녹 부족이 넘어갔다.
혹시나 내 도발이 안 먹힐까 봐 내심 불안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창을 고쳐잡고 정면을 바라봤다.
“내 손에 죽을 네 이름은 뭐냐?”
“이천일!”
내 이름을 말하고 순간 고민됐다.
“빨리 끝내야 하나?”
심안으로 나와 상대할 서스쿼해녹 전사의 능력치를 확인해봤다.
역시나 나와 비교했을 때 능력치가 형편없었다.
평범한 전사들에 비해 그저 근력이 조금 높을 뿐이다.
고개를 돌려 뒤를 한 번 쳐다봤다.
조금씩 전투 진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내 전략과 전술이 성공하려면···
‘슬슬 약 올리며 화나게 하는 게 좋겠지.’
어떤 식으로 싸울지 결정을 내리자, 마침 서스쿼해녹 전사가 나를 향해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단숨에 숨통을 끊어주겠다.”
“······.”
피식!
창끝을 내밀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서스쿼해녹 전사가 방패로 내 창을 옆으로 쳐내고, 곤봉을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뒈져라!”
“······.”
난 그 전사의 어설픈 움직임을 단번에 간파했다.
뒤로 몇 발짝 물러난 나는 바깥으로 튕겨 나가는 창 힘을 역이용해 다시금 창끝을 내밀었다.
부웅!
예리한 청동 창에 놀란 듯 서스쿼해녹 전사가 순간 멈칫했다.
‘젠장! 내 스타일하고는 전혀 안 맞네.’
순간 짜증이 치밀어왔다.
단숨에 적을 쓰러트릴 기회가 있었는데, 일부러 창을 깊게 찌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그때부터 서스쿼해녹 전사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맞서 방어만 했다.
곤붕을 막고.
방패를 피하고.
뒤로 물러나고.
허리를 숙이고.
누가 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거친 숨을 내쉬던 서스쿼해녹 전사가 당황한 눈빛으로 분노를 토했다.
“비겁하게 도망만 치지 마라.”
“그래, 이제 끝날 때가 된 것 같아.”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난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순간 낸 분위기가 달라지자 서스쿼해녹 전사가 놀란 눈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방패로 몸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내 공격을 막기에는 늦었다.
어느새 내 창이 그의 목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서스쿼해녹 전사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파아아아아아앗!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서스쿼해녹 전사가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휘청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져 갔다.
철퍼덕!
그 순간, 불안한 눈빛으로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레나페 부족 진영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대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이 이겼다!
반대로 승리를 의심하지 않던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나를 상대할 전사는 또 없는가? 거기에 있는 전사들은 다 나와라. 내가 다 상대해주겠다.”
또다시 내 도발이 먹혀들어가며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에서 분노에 찬 전사가 무기를 들고 튀어나왔다.
* * *
푸우욱!
정확히 서스쿼해녹 전사의 가슴에 창이 뚫고 들어갔다.
으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 서스쿼해녹 전사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처참하게 죽은 그 전사의 가슴에서 창을 단숨에 빼냈다.
파앗!
내 얼굴에 피가 튀며 또다시 승리의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
“아주 큰 이천일이 또 이겼다!”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이기지.”
“그러게 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해.”
“그래도 이겼잖아.”
레나페 전사들의 상기된 대화 소리를 뒤로 한 채 전방에 서스쿼해녹 부족 전사들을 향해 계속해서 비웃음을 날리며 도발했다.
“지금까지 다섯 명이다! 어떻게 나 하나를 못 이길 수 있지? 또 없나? 혼자서는 두려운가? 그럼, 다수로 덤벼라. 내 손으로 다 죽여 줄 테니까.”
그때,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에서 대추장으로 짐작되는 남자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방금 네가 한 약속을 지켜라! 좋다. 네가 원하는 대로 전사들을 보낼 줄 테니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어라.”
“난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 너희나 도망치지 마라.”
그 순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에서 전사 다섯 명이 넓게 포진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활을 쏘지 않아서 다행이군.”
난 여유로운 표정으로 뒤를 한번 쳐다봤다.
전투 진형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레나페 전사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없어서 그게 좀 아쉬웠다.
“어쩔 수 없지. 최대한 내가 중앙에서 적을 막으며 버텨봐야지”
그 사이, 맨 좌측에 있는 서스쿼해녹 전사가 나에게 창을 던졌다.
슈우욱!
난 그 자리에서 발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날아오는 그 돌창을 내 창으로 쳐냈다.
티이잉!
“이젠 굳이 연기하며 힘들게 싸울 필요는 없겠지.”
돌창이 힘없이 떨어지자마자 난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춤에 있는 단검들을 연달아 던졌다.
네 개의 단검과 네 명의 서스쿼해녹 전사.
하나같이 얼굴에 단검이 깊게 박힌 서스쿼해녹 전사들이 피를 질질 흘리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유일하게 남아 있던 서스쿼해녹 전사가 엄청 놀란 듯 멈칫하며 딸꾹질을 했다.
씨익!
살기가 담긴 미소를 지어주며 내가 들고 있던 창을 힘껏 던졌다.
슈우우욱!
내 창이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서스쿼해녹 전사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그 순간, 전장 한복판이 긴 침묵에 휩싸였다.
“······.”
늘 들려왔던 레나페 전사들의 환호성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도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저벅저벅!
난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가 던진 무기들을 가져오기 위해 걸어갔다.
시체들 속에서 단검들을 차례대로 빼내 허리에 찼다.
마지막으로 창까지 수거한 뒤 서스쿼해녹 부족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뒤돌아섰다.
그때,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 * *
서스쿼해녹 부족 진영.
순식간에 다섯 명을 쓰러트린 레나페 전사를 보고 서스쿼해녹 부족 전사들이 술렁거렸다.
두려움, 놀람, 분노 등등.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며 사기가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었다.
‘불굴한 투혼’도 전사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걸 느꼈는지 똥 씹은 표정으로 씰룩거렸다.
‘실력을 숨긴 건가?’
긴가민가하면서 ‘불굴한 투혼’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단지 저놈이 가진 무기가 좋았을 뿐이야.’
어느새 ‘불굴한 투혼’은 탐욕의 눈빛으로 꿈틀거렸다.
“꽤 쓸만한 무기가 생기겠군.”
하지만, 그 전에 저하된 전사들의 사기부터 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불굴한 투혼’이 크게 소리치며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위대한 서스쿼해녹 전사들이여! 결코, 두려워하지 마라! 레나페 부족보다 전사 수가 훨씬 많은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그 승리의 길로 대전사인 내가 제일 앞장서서 싸우겠다. 가자!”
* * *
‘온다!’
서스쿼해녹 부족 전사들이 벌떼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아다다다다다다다닷!
맨 앞 열 중앙에 자리 잡은 나는 방패와 창을 든 일 열과 이 열의 전사들에게 위엄이 깃든 목소리로 외쳤다.
“내 신호가 있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이탈하지 말고, 진형을 유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