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71)
071화
한동안 저 마을의 공략법에 관해 내 설명이 계속됐다.
‘용감한 늑대’를 비롯해 천인장 직책을 가진 전사들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네, 대추장님!”
잠시 후, 임무를 부여받은 천인장들이 각 부대로 흩어졌다.
나 역시도 친위대를 재정비하며 야간 기습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게 준비했다.
“휴식하는 동안 각자 무기를 점검하라.”
“네, 대추장님!”
* * *
피쿼트 부족 마을, 대형 움막.
정치적인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불타는 족제비’는 오늘도 불안한 기색으로 원로들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레나페 부족이 서른 개 이상의 마을을 정복했다고 합니다.”
“···조만간 레나페 부족이 우리 마을도 침략할 것 같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레나페 부족 전사가 천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큰 위기감을 느꼈는지 ‘불타는 족제비’가 다급하게 원로들에게 물었다.
“현재 우리 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전사는 몇 명이지?”
“백스물두 명입니다.”
“백스물둘이라···”
레나페 부족 전사들과 맞서 싸우기에는 전사들이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추장들이 전사들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레나페 부족에 맞서 어떻게든 싸워 볼 수 있었을 텐데···’
‘불타는 족제비’는 마을로 돌아간 추장들을 원망했다.
“모히간 부족과 협상하러 간 전사들은 어떻게 됐지?”
“지금쯤 소식이 전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마을로 돌아오려면 보름 정도 걸릴 듯합니다.”
‘불타는 족제비’는 일부러 모히간 부족과의 평화 협정을 깨 장차 레나페 부족과 모히간 부족이 영역을 두고 싸울 수 있게 분란의 씨앗을 심어 놓았다.
“다른 마을의 지원은?”
“소식을 급히 전했지만, 다른 마을에서는 아직 확답이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불타는 족제비’는 깊은 고민에 잠기더니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이 마을은 우리 부족의 상징이다. 여기서 다른 마을로 피난 가는 길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피난을 가다가 레나페 부족에게 기습을 당할 수 있다.”
“······.”
“당분간 마을 사람들이 울타리 바깥으로 나간 일이 없도록 해. 그리고 전사들은 언제든지 전투에 투입할 수 있게 준비하고. 주변 경계도 더 강화해.”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네, 대추장님!”
잠시 후, 원로들이 자신의 지시를 받고 다급히 자리를 비우자 대형 움막에 혼자 남게 된 ‘불타는 족제비’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천 명이라··· 그저 부풀려진 소문이었으면 좋겠는데.”
* * *
기나긴 밤이 지나고 서서히 새벽이 밝아오자 피쿼트 부족 전사들의 경계가 허술해지고 있었다.
이미 기습 준비를 끝마친 각 부대는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찬 눈보라! 지금부터 정문을 돌파한다!”
“네, 대추장님!”
삼백 명의 전사들이 완전무장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친위대 중에 전투 실력이 제일 뛰어난 전사 열 명이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직한 곰! 사다리는?”
“헤헤! 잊··지 않고 챙겼습니다.”
‘우직한 곰’이 사다리를 들고 있는 두 명의 전사를 가리켰다.
고개를 끄덕이며 ‘우직한 곰’과 함께 침투조로 뽑힌 전사들에게 말했다.
“긴장할 것 없다. 빠르게 울타리를 넘어 정문을 장악하면 끝난다.”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가자.”
잠시 후, 맵 창으로 피쿼트 전사들이 없는 쪽을 찾은 나는 침투조 전사들에게 손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이쪽으로.
-네, 대추장님!“
어느새 피쿼트 마을 울타리에 도착한 나는 사다리를 든 두 명의 전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여기.
그 두 명의 전사가 재빠른 동작으로 울타리에 사다리를 걸쳤다.
맵 창으로 주변을 다시 확인한 뒤 내가 먼저 사다리를 타고 울타리를 넘어갔다.
이어서 ‘우직한 곰’과 열 명의 전사들이 차례대로 울타리를 넘더니 각자 무기를 들고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했다.
-저쪽으로.
-네, 대추장님!
나를 따라 ‘우직한 곰’과 열 명의 전사들이 울타리 정문 쪽으로 뛰어갔다.
그때, 맵 창에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 피쿼트 전사 스무 명이 울타리 정문에서 서성거리며 경계하는 게 보였다.
-전방에 적 스무 명.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달려가면서 등에 멘 방패와 허리춤에 있는 검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내 시야에 피쿼트 전사들이 보이자 뒤에 있던 전사 다섯 명이 거침없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슉!
연사로 날아간 화살이 방심하고 있던 피쿼트 전사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푹! 푸푹! 푸우욱!
으아악! 으악! 으아아아악!
“적이다!”
“다들 전투 준비!”
“지금 상황을 대전사님께 알려야 돼!”
피쿼트 전사들의 다급한 말이 내 귓가로 들려왔다.
“우직한 곰! 내가 좌측을 맡을 테니까 넌 우측을 맡아.”
“아··알았다. 대추장!”
‘우직한 곰’이 다섯 명의 전사들을 이끌고 당황하고 있는 피쿼트 전사들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갔다.
“내··가 바로 우직한 곰이다.”
‘우직한 곰’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를 때마다 피쿼트 전사들이 튕겨 나갔다.
퍽! 퍼퍼퍽! 퍽! 퍽!
머리가 깨지고.
턱이 부서지고.
가슴이 패이고.
어깨가 주저앉고.
침투조로 나와 함께 참여한 전사들도 ‘우직한 곰’ 못지않게 뛰어난 전투 실력을 선보였다.
후방에서 활을 든 전사들이 지원 사격을 하고, 나머지 전사들은 창과 방패로 휘두르며 피쿼트 전사들을 쓰러트렸다.
푹! 챙! 스으윽! 푸욱!
으악! 으아악! 으악!
난 일부러 우리 전사들이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피쿼트 전사 하나만 상대했다.
아니, 둘.
검이 목을 가르자 피쿼트 전사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전장에서 도망치는 피쿼트 전사를 향해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던졌다.
푸우욱!
등 한가운데 검이 박힌 피쿼트 전사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철퍼덕!
난 고개를 돌려 ‘우직한 곰’과 전사들에게 지체없이 지시를 내렸다.
“피쿼트 놈들이 몰려오기 전에 어서 문을 열어.”
“네. 대추장님!”
나는 피쿼트 전사의 등에 박힌 검을 빼내기 위해 피로 흥건히 젖어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피쿼트 전사의 시체에서 검을 빼낸 뒤 고개를 들어 맵 창을 확인했다.
움막 곳곳에서 피쿼트 전사들이 하나둘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이상 전투는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 * *
드르르륵!
굳게 닫혀 있던 울타리 문이 열리자 ‘세찬 눈보라’가 대기하고 있던 친위대를 향해 소리쳤다.
“우리는 위대한 대추장의 전사들이다! 피쿼트 놈들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쓸어버리자! 가자!”
‘세찬 눈보라’가 앞장서서 달려나가자 삼백 명 가까이 되는 친위대도 전속력으로 뒤따랐다.
잠시 후, ‘세찬 눈보라’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전사들에게 거침없이 지시를 내렸다.
“일 열은 창과 방패를 들고 방어 진형으로! 이 열은 창을 들고 투창 진형으로! 삼 열과 사열은 활을 들고 지원 사격 진형으로!”
“네, 천인장님!”
친위대가 왜 친위대인지 보여주기라도 하듯 전사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새 입구를 중심으로 전투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때, 움막에서 나온 피쿼트 전사 수십 명이 울타리 입구 쪽으로 달려들었다.
“적이다! 발사!”
“발사!”
삼 열과 사열에 있던 궁수 부대가 일제히 활을 쏘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슉!
* * *
대추장이 이끄는 침투조의 신호를 받고 우측에 대기하고 있던 삼백 명의 ‘우렁찬 천둥’ 부대가 사다리를 타고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용감한 늑대 부대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
“안전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다!”
먼저 울타리를 넘은 ‘우렁찬 천둥’ 부대 전사들이 간간이 몰려드는 피쿼트 전사들을 향해 화살을 퍼부었다.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슉!
한편, 우측에서도 ‘용감한 늑대’ 부대가 울타리를 넘고 있었다.
어느새 삼백 명의 전사들이 울타리를 넘자 ‘용감한 늑대’가 크게 소리쳤다.
“다들 전투 진형으로!”
“진형을 계속 유지하며 이동한다!”
“적이 보이는 즉시 바로 공격하라!”
“일 백인대는 중앙, 이 백인대는 좌측, 삼 백인대는 우측을 맡는다.”
‘용감한 늑대’ 부대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적이다! 정지!”
“투창!”
이 열에 있던 전사들이 ‘용감한 늑대’의 단호한 명령에 일제히 창을 던졌다.
슈웅! 슈웅! 슈웅!
으아아악! 으악! 으아악!
* * *
피쿼트 부족 마을 북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찰 부대까지 마을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오자 난 거침없이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대추장을 사로잡는다! 발 빠른 사슴! 정찰 부대와 함께 나를 지원 사격해줘.”
“네, 대추장님!”
난 침투조를 이끌고 맵 창에 표시된 대형 움막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 사이 ‘발 빠른 사슴’과 정찰 부대가 움막 하나하나를 빠르게 점거해 나갔다.
“죽고 싶지 않으면 나오지 마라!”
“움막 안에서 조용히 있으면 된다!”
“반항하면 죽이겠다!”
그때, 피쿼트 전사 몇 명이 눈앞에 나타나자 ‘발 빠른 사슴’이 움막 사이로 자리를 잡으며 지원 사격을 준비하고 있던 전사들에게 소리쳤다.
“발사!”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온몸에 화살을 맞은 피쿼트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 * *
대형 움막에서 잠을 자고 있던 ‘불타는 족제비’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레나페 부족들이 쳐들어왔다고?”
“네, 대추장님!”
“어··어떻게?”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불타는 족제비’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대추장님! 이럴 때가 아닙니다. 어서 피신해야 합니다,”
“그··그래야지.”
하지만, 그 자리를 벗어나기도 전에 대형 움막에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들이닥쳤다.
푹! 스으윽! 휘이이익!
피쿼트 전사 몇 명이 입구에서 레나페 부족 전사들을 막아 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으아악! 으악! 으아악!
* * *
“동작 그만!”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형 움막에 들어온 나는 능숙한 피쿼트 말로 경고했다.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목이 날아갈 테니까.”
“······.”
늙은 남자 몇 명이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피쿼트 부족의 대추장이 누구지?”
“······.”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몇몇 시선이 한 남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피식!
이미 심안으로 피쿼트 부족 대추장이 누구인지 알고 있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불타는 족제비’가 앞으로 나서길 기다렸다.
그때, ‘불타는 족제비’가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나다. 내··가 바로 피쿼트 부족 대추장 불··타는 족제비다.”
“당신이 우리 마을에 피쿼트 전사들을 보낸 사람인가?”
“그··그렇다.”
그 대답이 끝나기 전에 내 검이 ‘불타는 족제비’의 목을 갈랐다.
스으으윽!
“이게 바로 그대가 가지고 싶었던 무기다!”
* * *
해가 뜨며 날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피쿼트 부족 마을을 정복한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아다다다다다다다!
대승이었다.
야간 기습은 완벽했고, 사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난 각 부대의 천인장을 불러 말했다.
“지금부터 이 마을을 우리의 주둔지로 삼아 나머지 피쿼트 마을을 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