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97)
097화
잠시 후, 오백 명의 전사를 이끌고 ‘사나운 늑대’가 백인장들과 전략 회의를 나눴다.
“···나보다 훈련소에서 여러 가지 전략 전술을 배운 그대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그 어떤 얘기도 상관없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우리 전사들이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저 마을을 정복해야 한다.”
“······”
백인장들이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있자 ‘사나운 늑대’가 가볍게 웃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편하게 얘기하도록.”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그때부터 백인장들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병력이 우리가 우위이니 정공법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포위 작전이 제일 무난할 것 같습니다.”
“······기습하면 어떻겠습니까?
백인장들의 꺼내놓은 다양한 전략 전술에 ‘사나운 늑대’는 내심 놀라워했다.
‘대단하군.’
새삼 자신이 작은 곳에 갇혀 있었다는 걸 느끼며 ‘사나운 늑대’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기습 전략으로 저 마을을 정복한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한편, 한쪽에서 이백 명의 전사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차가운 나무’는 냉정한 눈빛으로 ‘사나운 늑대’를 평가하고 있었다.
‘음! 의외지만, 나쁘지 않군.’
휘하 전사들의 말에 경청하는 ‘사나운 늑대’의 모습에 ‘차가운 나무’는 나름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어쨌거나 천 명의 전사를 통솔하는 천인장들이지만, 아직은 천인장으로서 ‘사나운 늑대’와 ‘날카로운 사슴뿔’은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과연 어떤 식으로 야만 부족 마을을 정복할지 궁금하군.’
옆에 있던 ‘날카로운 사슴뿔’이 마치 자신이 저 전사들을 지휘하는 것처럼 잔뜩 긴장한 얼굴로 메마른 입술을 연신 닦았다.
* * *
“마을 후방을 노린다.”
“마을 좌측을 맡는다.”
“내가 마을 우측을 공략하겠다.”
전략 회의가 끝나자마자 ‘사나운 늑대’는 본 부대를 네 개로 나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부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정문에서 야만 전사들의 시선만 끌면 된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잠시 후, ‘사나운 늑대’가 이끄는 네 개의 소규모 부대들이 신호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야만 부족 마을 입구 쪽에 백 오십 명의 전사들이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더니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그 함성에 놀란 야만 부족 사람들이 울타리 안으로 헐레벌떡 도망치기 시작했다.
“적이다!”
“약탈 부족이다!”
“다들 마을 안으로 들어와!”
야만 부족 사람들이 마을 안으로 도망치든 말든 정면을 맡은 ‘하늘의 태양’ 전사들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진형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함성만 질렀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어느새 활짝 열려 있던 입구가 닫히면 울타리 위로 야만 부족 전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야만 부족 전사들의 숫자는 늘어났다.
* * *
“자! 사다리를 타고 울타리를 넘는다!”
“네, 천인장님!”
백 명의 전사를 이끌고 야만 부족 마을 우측을 맡은 ‘사나운 늑대’가 제일 먼저 울타리에 댄 사다리를 넘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백 명의 전사들이 빠르게 울타리를 넘더니 주변을 빠르게 장악해나갔다.
“자! 다른 부대보다 늦으면 안 된다. 전속력으로 달려 마을 입구를 포위한다!”
“알겠습니다. 천인장님!”
잠시 후, 마을 입구 중심으로 ‘사나운 늑대’의 소규모 부대들이 야만 부족 전사들을 앞뒤로 포위한 채 위협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슉! 슉! 슉! 슉! 슉! 슉! 슉!
“항복하라!”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이미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야만 부족 전사들이 그들의 추장에 따라 하나둘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 백 명의 전사들과 함께 야만 부족 마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가운 나무’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제법이군.”
* * *
‘아주 큰’ 마을.
주변 마을을 흡수하며 ‘아주 큰’ 마을에 정착한 사람은 이천 명이 조금 넘었다.
물론, 훈련소에 입소한 전사들과 염전과 광산에 주둔한 전사들을 제외하고도 앞으로도 계속 인구가 늘어날 예정이다.
선택과 집중.
한반도의 세 배 가까이 되는 면적에 인구는 고작 십만 명도 안 된다.
인구 밀도가 현저하게 낮은 만큼 행정구역 중심마을 위주로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제 시작이지만, 내 정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은 점점 확장하고 있었고,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었다.
난 마을을 순찰하며 건축부 수장인 ‘게으른 비버’와 재무부 수장인 ‘깊고 맑은’에게 보고를 받았다.
“···상하수도 설치를 대비해 길을 좀 넓게 만들었습니다.”
“···총 네 구역으로 나눠 마을 사람들의 거주지를 지을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마을 사람들이 거래할 대형 시장이 들어설 것입니다.”
‘게으른 비버’는 보고할 때마다 재정을 관리하는 재무부의 눈치를 봤다.
그럴 때마다 난 건축부에 힘을 실어주었다.
“···재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개발에 속도를 냈으면 좋겠군.”
“···아직까진 재정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잠시 후, 마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여기에 대농장과 저수지가 들어설 것입니다.”
오전 훈련을 끝낸 전사들이 이번 작업에 다 투입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도끼로 나무를 베고.
수레로 벤 나무를 나르고.
삽으로 땅을 파 수로를 정비했다.
그리고 대농장과 가까운 곳에 저수지를 만들고 있었다.
“···확실히 철로 만든 도구를 공급했다니 작업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게으른 비버’의 보고에 난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맑고 깊은’에게 지시를 내렸다.
“······작업할 때가 도구가 없으면 많이 짜증 날 거야. 도구는 넉넉하게 지원해줘.”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이번에는 농림부에서 신이 난 목소리로 보고했다.
“···여기에는 고구마, 저쪽에는 야생 벼를 심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작물들도 올해보다 다섯 배 정도 수확할 계획입니다.”
“훈련소의 전사들도 있고, 앞으로 마을에 정착할 사람도 늘어날 테니 대농장을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더 확장했으면 좋겠군,”
내 지시에 농림부의 부장이 힘차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식량이 필요했다.
그래서 난 식량만큼은 최대한 자급자족할 수 있게 도시를 키울 계획이다.
아니, 그 이상을 원한다.
그래야만 시장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직업군이 생긴다.
물론, 농작물을 심을 땅은 사방천지에 널려 있었다.
단지 인구가 없을 뿐이지.
난 고개를 돌려 ‘게으른 비버’에게 말했다.
“성벽이 들어설 곳으로 안내해.”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 * *
우거진 숲.
이 백 명의 친위대 전사들을 이끌고 마을에서 멀리 나와 숲 주변을 정찰했다.
‘세찬 눈보라’ 불러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여기서 들소 무리를 발견한 게 확실한가?”
“네, 확실합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들소 무리는 끊임없이 이동하며 익숙한 길만 다닌다고 했다.
어쨌거나 대평원보다 흔하지 않지만, 나무로 우거진 이 숲에도 들소가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근방에 임시 주둔지를 건설한다.”
“알겠습니다.”
‘세찬 눈보라’가 힘차게 대답하며 물러났다.
잠시 후, 사방으로 흩어졌던 친위대 전사들이 돌아와 임시 막사를 짓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적당한 나무를 가지고 와 도끼로 가치 치기를 한 뒤 한곳에 모았다.
“줄로 나무 끝을 묶어.”
“알겠습니다.”
십인장들의 지시에 따라 친위대 전사들이 군용 배낭에서 줄을 꺼내 여덟 개의 나무를 한데 묶었다.
“나무를 넓게 세워.”
“바닥에 잘 고정하고.”
“가죽을 가지고 와서 덮는다.”
친위대 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원뿔형의 임시 막사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었다.
난 임시 주둔지 근처에서 맵 창을 켠 채 주변을 경계하며 들소 무리가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했다.
“음! 쉽게 나타날 리가 없지.”
하지만, 들소 무리의 특성상 며칠 이내로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전에 서둘러 들소 무리를 유인하고 가둘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쇼니 부족에서 들소 열 마리를 잘 키우고 있다는 보고를 받긴 했다.
하지만, 그걸로 부족했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또 내 계획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내년까지 들소를 가축화할 필요가 있었다.
“까짓거 해보지.”
그때, 나와 함께 근거리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우직한 곰’이 다가왔다.
“대추장님! 임··시 막사를 다 건설했다고 합니다.”
“그래, 알았어. 저녁 준비할 때까지 주변을 더 둘러보고 올게.”
“알··겠습니다. 근데, 너무 멀··리 가지는 마십시오.”
* * *
임시 주둔지.
임시 주둔지에서 들소 무리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사이 계획했던 대로 친위대 전사들을 다 동원해 들소 무리를 유인할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친위대 전사들을 멀리 보내 들소 무리가 있는지 계속해서 정찰하며 확인했다.
그때, 친위대 전사 몇 명이 흥분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대추장님! 들소 무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래. 무리의 규모는?”
“서른 마리 정도 됩니다.”
“수고했다.”
조금 지루했던 나는 ‘세찬 눈보라’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지금 당장 들소 무리를 포획할 준비를 한다.”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 * *
꽹! 쾡쾡쾡! 쾡꽤괘괘! 꽹!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친위대 전사들이 내 지시에 따라 들소 무리를 좌우로 포위하며 울타리가 있는 쪽으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난폭한 들소지만, 한쪽 길을 뚫으니 그 방향으로만 무섭게 돌진하고 있었다.
쿠쿠쿠쿵! 쿠쿠쿠쿵!
들소가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땅이 흔들렸다.
“들소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라!”
“샛길로 빠지지 않게 몰이만 해!”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들소를 포획하는데 몰이 사냥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사냥이 아니라 포획이기에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친위대 전사들에게 몇 번이고 주의를 시켰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쳐라!”
“네, 대추장님!”
지금까진 별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들소 길목에 미리 배치한 친위대 전사들이 나무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쇠가 부서질 듯 두드리며 몰이를 계속 이어나갔다.
꽹! 쾡쾡쾡! 쾡꽤괘괘! 꽹!
* * *
들소 무리를 추격하는 친위대 전사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이젠 나 혼자만 남았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들소 무리를 몰이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내 손에 쥔 쇠를 연신 두드리며 이젠 백 미터도 남지 않은 울타리를 향해 들소 무리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꽹! 쾡쾡쾡! 쾡꽤괘괘! 꽹!
울타리와 들소 무리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지고 있었다.
울타리 입구 쪽에는 ‘우직한 곰’과 친위대 전사들이 잔뜩 긴장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들소 무리가 울타리에 들어가면 신속하게 문을 닫아야 한다!”
“네, 대추장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소 무리의 우두머리가 제일 먼저 좁은 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머지 들소들이 차례대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됐다.’
이제 울타리 문만 닫으면 된다.
‘우직한 곰’이 친위대 전사들에게 소리쳤다.
“지··금이다! 문··을 닫아!”
“네, 천인장님!”
어느새 수십 명의 친위대 전사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활짝 열린 문을 있는 힘을 다해 닫으려고 했다.
그리고 거의 문을 닫히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젠장!”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나오며 어느새 내 손에는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던 창이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