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87
188. Prisoner of Love (7)
***
민준은 답하는 대신 단호하게 한 걸음 내디뎠다. 알려 주기 싫다는 표시인가 싶었지만, 창조주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이러면 전달이 더 편하겠지.”
민준은 한 손에 아시프-1을 쥔 채 다른 손은 제단의 수정 위에 올렸다. 그러자 영혼 조각의 파동이 격렬해졌다.
우웅!
이윽고 더 큰 변화가 시작된다.
민준은 달란트를 연료로 불꽃을 피웠다. 그의 몸 깊숙한 곳에서 찬란한 빛이 번뜩였다. 광원 주변에 그림자는 드리우지 않았다. 음영을 수반치 않는 섬광이었다.
그의 시선은 영혼 조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편린은 자아가 뚜렷하지 않았다. 자유로이 물건이나 지성체에 깃든 적이 없기 때문.
그렇기에 이번 융합도 후라이팬의 자유 의지가 장악할 터다.
화륵!
수정을 덮은 손이 불타오른다. 이름을 가진 적 없는 정신체는 누군가 자신을 이끄는 걸 느꼈다.
망설임 없이, 순순히 따라간다.
조각은 봉인구와 분리되고, 왼손에 흡수되어 몸속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민준의 영혼을 스쳤다. 그대로 방향을 틀고 나아가 목적지, 오른손의 아시프-1에 깃든다.
민준의 몸이 매개가 된 융합.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후라이팬은 그것과 하나가 되었다.
우우웅!
동시에 봉인구는 빛을 잃는다.
그 뒤의 과정은 블레이드를 흡수할 때보다 수월했다. 밀려오는 기억은 묵직했지만 상충되는 자아는 희미했다. 파도치는 기억도 대부분 파편 고유의 것이 아니라 아시프-1이 온전하던 시절의 것이었다.
민준이 중얼거렸다.
“너도 이렇게 조금 더 완전해졌군. 궁금증은 해결 되었나?”
후라이팬은 새로 생긴 기억을 더듬는다. 이번 조각도 창조주의 영혼을 스쳐서 들어왔으며, 그 과정에서 민준의 기억 역시 일부 묻어서 왔다.
그것을 관조하던 아시프-1은 주저하며 말한다.
=아직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기억만으로는요.=
“음?”
의아해하던 민준은 곧 이유를 깨달았다.
“내 최근 기억 위주로 건너갔군. 이걸 의도한 건 아닌데.”
아직 민준도 아시프-1도 완벽하지 않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이러면 말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오히려 창조물에게 되묻는다.
“내가 왜 ‘일부러’ 잡혔다고 생각하지?”
아시프-1은 민준에게 받은 기억에 의존하여 말했다.
=지구의 드래곤 로드는 편지를 통해 읍소했습니다.=
홀로 종족의 미래를 고민하며 괴로워했던 고룡.
혼백이 얼어붙는 공포 속에서 비밀을 혼자 껴안고 앓던 이의 편지.
드래곤답지 않게도, 동족을 위해 희생을 주저하지 않은 남자의 문장을 아시프-1은 되뇐다.
=‘신’에 비견될 당신들이 우리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당신들이 나와 공감하기를 바랍니다.=
신.
=네, 그 고룡조차 당신들을 신과 같이 여겼습니다. 태초의 종족은 그토록 대단한 이들이었지요.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고귀한 자로 분류된 당신이, 위원회에 잡혀 종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려··· 8백 년 동안 말입니다!=
겨우 8백 년이지.
그렇게 대꾸하는 대신, 민준은 계속 말해 보라는 듯 턱을 까닥거렸다.
=그간 나름대로 이유를 추론해 보았습니다. 잠든 사이 당신들 문명의 이기가 전부 사라졌을 수도 있죠. 슈탄 저택 주변의 유적지가 사라진 것처럼요. 그리고 당신의 진짜 몸이 아직 엘라후-프라가에 남아 있다고 가정하면, 어쩌다가 그 영혼만 흘러나와 힘없이 부유하다 붙잡혔다고 하면 모든 게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잖습니까?!=
민준은 깬 뒤 혼자 아시프-1을 만들어 냈다. 동족의 문명을 일부라도 홀로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그의 지금 육신은 본체 그대로였다.
=당신은 저를 창조했습니다. 고대 종족은 당신의 기술을 훔쳐 드래곤을 이겼습니다. 제 영혼이 산산조각 난 뒤에도, 당신은 그걸 다시 모을 수 있도록 안배했습니다. 더군다나 결정적으로··· 당신은 잡히기 전 이미 차원계 곳곳에 달란트를 봉인하여 숨겨 놓았습니다!=
“마지막 것은 왜?”
=그걸 다 모으면 5백만 달란트는 훌쩍 넘지 않겠습니까?=
“그걸 위원회에 갖다 바친다고 날 놓아주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 달란트를 무기로 쓸 수는 있었겠지요!=
그 순간 민준의 눈빛이 사나워졌기에 아시프-1은 실수를 깨달았다.
달란트는 동족의 고혈이다. 창조물이 함부로 무기 취급하면 언짢을 것이다.
“······.”
민준은 잠시 침묵했다. 기억을 건네는 식으로 간편하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달란트가, 더 많은 파편이 필요할 터다.
지겹고 고단한 일이었지만 참을 수 있었다.
이보다 더한 일도 지금까지 견뎌 왔으니까.
“나는···.”
정적을 끊고 흘린 목소리는 몹시 무거웠다.
그의 눈빛이 서서히 식는다.
“애초부터, 이 일을 하기 싫었어.”
=······?!=
아시프-1은 말에 담긴 권태감 때문에 놀랐다. 그것은 옅은 입김에 실려 바스락거리며 굴러갔다. 단어 하나하나가 먼지처럼 뭉개질 듯한 목소리였다.
지금 민준은 아주 오래전에 적힌 책 같았고, 그의 의지를 담은 말은 으스러지기 직전의 종잇장 같았다.
아시프-1의 창조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태초부터 비바람을 버틴 암석처럼 느껴졌다.
“그래, 싫었다.”
말투가 바뀌는 동시에, 민준은 몇 개월 전 일을 떠올렸다.
보라매 공원. 비품 창고를 위장한 비밀 접선지.
위원회가 보낸 의사 앞에서 한탄한 문장을.
“난 이 일이 싫었어.”
일하기 싫어요.
“그 누구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으니까.”
지겨워서 미칠 것 같아요. 같은 일을 너무 오래 했어요.
“하지만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었지. 나 말고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었다.”
일 안 하고 살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이런 걸 삶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래도 견뎌야 했다. 내 의무니까.”
지쳤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고.
“······.”
당시 튜델족 의사 앞에서 늘어놓은 넋두리는 수형자 아시프-666의 한탄처럼 들렸지만.
그와 동시에, 기억 소거된 무의식의 절규였을지도 모른다.
아시프-1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창조주가 말하는 ‘일’이 아시프-666의 임무가 아니라는 걸.
위원회가 달란트를 빌미로 수형자에게 지시한 미션이 아니라, 다른 일을 말하고 있음을.
=그 일이 무엇입니까?=
민준은 무기질적 눈빛으로 답했다.
“우리 중 가장 늦게 잠들고,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
둘 사이에 감도는 침묵.
=···우리라면, 태초의 종족 말입니까?=
“그래. 누군가는 동족이 제대로 잠드는지 관찰하고, 나중에는 가장 일찍 일어나서 모두를 깨워야 했지.”
=당신의 임무가 그것이었군요.=
“그래. 나는 고귀한 존재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잠에서 깬 순간 난 이미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문제는 두 가지였다.
종족 전체의 문제와, 민준의 개인적인 문제.
먼저 종족 차원의 문제는··· 상정했던 수면기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 같다는 거였다.
“깨어난 찰나 직감했지. 이미 우리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지난 걸. 어느 정도였냐면··· 키우던 짐승이 지성체가 되어 우주를 지배할 만큼 긴 시간이었다.”
=드래곤!=
“잠에 들기 전 우리는 드래곤이 진화하여 지성을 갖추는 걸 허락하지 않았지. 그리고 수면기가 끝나고 나서도 그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남아 있으리라 예상했어.”
하지만 너무 오래 잠든 탓에, 너무 오래 방치한 까닭에.
짐승이 더 이상 짐승이 아니게 되었다.
한때 식량이었던 동물이 자신을 먹지 말아 달라며 탄원하고 읍소하는 편지를 읽었을 때 민준이 느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문제는 하나 더 남았다.
민준의 개인적인 문제는··· 다름 아닌 그가 깨어난 방식이었다.
“본래 설정한 조건에 따르면, 다른 동족이 일어날 준비가 되면 내가 먼저 깨도록 되어 있었어. 그러니 원래는 수면기가 더 길어져도 적합한 날이 올 때까지 계속 잠들어 있었어야 해. 하지만 준비가 되기도 전에 깨 버렸다. 외부 자극 때문이었어.”
=어떤 자극이었습니까?=
“우리가 잠들 당시엔 보잘것없는 문명을 보유했던 지성체들이··· 그때까지 살아남아 드래곤과 싸우기 시작했거든.”
=아!=
민준의 두 눈에 진저리 나는 감정이 일렁였다.
“정말 요란한 싸움이었지.”
태초의 종족이 잠든 이래 가장 격렬하고도 광범위한 전쟁이었다.
그런데 그 아수라장 속에서, 오직 민준만 깬 이유가 있었다.
“나는 동족으로부터 격리되어 다른 장소에서 자고 있었어. 훗날 스스로 깨기 위해서는 안락한 꿈에 젖어서는 안 되니.”
그는 계속 악몽을 꾸었다.
“가끔 잠이 얕아지며 불완전한 의식을 되찾기도 했는데, 그때 느끼는 시간 흐름은 정말··· 고문에 가까웠지. 차라리 악몽이 나을 정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로 의식만 유지하는 거야. 너도 겪어 봤지?”
후라이팬이 의식을 가진 뒤로 제일 두려워한 시간.
그것은 주인이 바뀌는 와중에,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이 마도구가 오랫동안 방치되고 마는 기간이었다.
=네, 압니다.=
아시프-1이 끊임없이 새 주인을 유혹하며 자신을 잡게 유도한 다른 이유.
“그 공허한 시간을 몇백 배, 몇천 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중간에 잠깐씩 깼는데도 그 정도였어. 동족들보다 얕은 잠이었고 괴로운 잠이었기에 외부 자극에 반응한 거야. 결국 완전히 각성하고 만 거지.”
비정상적 방법으로 각성했기에 상태는 최악이었다.
“드래곤조차 동면에 들기 전 배를 든든하게 채우지. 동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 몸에는 그들 안에 채워 넣은 ‘그것’이 없었어.”
태초의 종족 몸속에 존재하는 것.
아시프-1이 연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달란트?! 그럼 그 신혈은, 본래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까?=
“잠들기 전 인위적으로 채워 넣은 거야. 현대어로 뭐라 불러야 할까? 액체로 가늠하자면··· 영양액? 부동액? 공정액? 용해액? 배양액? 마취액? 변이액? 이 모든 개념을 한꺼번에 나타낼 언어를 떠올릴 수 없군.”
그것은 민준의 동족이 본래 몸에 품고 있던 것과 섞이며 새로운 ‘영체/물체’로 변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 몸 안에는 그런 것이 없었어.”
행복은 욕망과 욕구가 충족되는 감각이다.
민준은 그런 것을 느껴서는 안 되었다.
스스로 깰 이유가 없어지기에.
“불완전한 의식을 유지한 상태에도, 유지 못한 상태에도··· 나는 계속 굶주림과 고통에 시달렸어.”
그토록 긴 시간이 지나 억지로 각성했는데도.
동족들의 수면기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그 긴 시간 용혈 한 방울 못 마신 나는 거의 기아 상태였어. 혼자서는 용 한 마리 못 잡을 정도였다. 정신도 온전치 않았지. 생각해 봐. 열두 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몇 초 정도는 정신이 멍한데, 그토록 오래 견디다가 깼으니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한참 해롱거린 거야. 고대 종족이 다가온 것은 그런 시기였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던 나는 결론을 내렸지. 당장이라도 동족들을 깨워야 한다고.”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수면기는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테니까. 우리가 스스로를 완성하고, 죄에서 자유로워지고,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에는···.”
그는 과거를 가늠한다.
“지금까지 잠든 시간만큼 더 자도 모자랄 것 같았다. 문제는, 내가 그리 긴 시간을 이 상태로 버틸 수 없다는 점이었지. 그러니 모두를 다시 깨우고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어. 그리고 또 하나. 애초에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다른 종족을 염두에 두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사이에 다들 너무 똑똑해졌다. 차원계에 지성체가 너무 많아졌어. 물론 내 의견이 큰 역할을 할 테지만, 그렇다고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지.”
하지만 민준은 동족이 잠든 장소에 갈 수 없었다.
“나는 갈 수 없었다. 그러자 카바이트가 내게 제안했어.”
상대는 민준이 원하는 게 용혈임을 알았다. 그는 어디선가 용의 피를 구해 철저하게 봉인된 상태로 넘겼다.
홀로 남아 그 봉인을 풀 때 느낀 전율을 민준은 기억한다.
지옥 같은 굶주림에 시달리던 혀끝에 닿은 한 방울.
마른 세포가 촉촉하게 차오르는 쾌감이었다. 푸석거리는 나뭇가지에 생기가 차오르는 환희였다.
“어차피 나 대신 그들을 깨울 대리인이 필요했어. 나 대신에 거기까지 가서··· 시키는 대로만 해 주면 되었지.”
아시프-1은 그 뒤 벌어진 일을 알고 있었다.
배신.
“그래, 망했지. 하지만 주저앉아 좌절할 수 없었어. 용혈로 힘을 조금이나마 되찾았지만 아직 한참 모자랐다. 그사이 위원회는 동족들이 잠든 장소에 빨대를 꽂고 달란트를 채굴하기 시작했어. 이대로면 수면기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
=그럼, 당신의 계획은?!=
“이런 상태로 동족을 깨우려면 나도 힘을 되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엄청나게 많은 용을 잡아먹으면서 몸을 회복해야 했지.”
=아···!=
“하지만 숨어서 변방 차원을 돌아다니며, 야만인처럼 용을 한 마리씩 사냥해 먹다간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몰라.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어. 시스템화, 대량화된 드래곤 도축 처리 공정이 사라진 이 시대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구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그 질문을 들은 순간.
=······!=
아시프-1은 다시금 영혼을 쥐고 흔드는 전율을 느꼈다.
민준의 기억 속에서 어떤 개념을 건져 냈기 때문이다.
=설마, 드래곤 재(再)가축화 계획?!=
카바이트들이 드래곤을 상대로 꾸미는 음모.
=맙소사, 그렇군요.=
현시대에는 태초의 종족이 구축했던 드래곤 목장과 도축 시스템이 사라졌으며 용족은 차원계 곳곳에 흩어졌다. 더군다나 자유 의지를 되찾은 그들은 예전만큼 알을 많이 낳지도 않았다.
민준이 용혈을 필요한 만큼 빠르게, 많이 구할 길은 전무해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 그걸 대신 구축해 준다면?
후라이팬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그래서 일부러 잡혀 주신 겁니까? 카바이트가 당신을 도구로 하여, 그리고 당신의 도구인 저마저 도구로 확보하여, 드래곤을 다시 가축화하도록? 카바이트가 대량의 용혈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길 기다렸다가··· 당신이 가로채려고?!=
그리 말을 던진 순간.
=······!=
아시프-1은 당황했다.
민준이 미소 지었기 때문이다. 입술 사이의 검은 선은 점차 부풀더니 마침내 이까지 드러냈다. 너무도 우습고 재밌다는 듯한 웃음.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
창조주는 결국 폭소를 터뜨렸다.
그 후로 한참, 민준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웃어 젖혔다. 허파가 터지고 갈비뼈가 으스러질 듯한 폭력적인 웃음이었다.
무어라 말을 걸 엄두도 못 내고 아시프-1은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민준이 드디어 진정했다. 소리 내 터뜨리는 웃음은 잦아들었지만, 창조주는 여전히 아시프-1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즐거워서 견딜 수 없는 표정. 아시프-1은 그의 두 눈에서 희미한 광기마저 발견했다.
태초의 종족은 흥얼거리듯 말한다.
“아니, 나의 아들아. 천만에. 그럴 리가!”
그리고 맑은 음성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