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Gaiden 13
외전#1. 수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3)
***
소년, 아흐마드는 17살이다. 쿨라파 자치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 왔다.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세시 반. 인쇄소를 들려서 신문을 받으면, 네 시 무렵에는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소년은 어머니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나왔다.
‘오늘은 부수가 좀 많으면 좋을 텐데.’
쿨라파 자치구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종이 신문을 본다. 이맘들이 인터넷을 매우 위험한 악마의 기술이라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종교지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교도들의 신앙과 사상이 침투하여, 신실한 무슬림들의 영혼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사용자는 야금야금 늘고 있다. 소년은 그 사실을, 매일 배달해야 하는 신문의 부수가 줄어드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은 소년의 수입도 감소함을 의미했다.
아흐마드는 그런 추세가 걱정스러웠다. 어머니의 수입만으로는 두 식구가 먹고 살기 빠듯하기 때문이다.
‘아차, 그걸 가져 가야지.’
다시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간다. 소년은 잠시 후 유선 이어폰을 찾아서는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과 연결한다.
대문 밖을 나와 자전거에 올라탄 뒤 아흐마드는 핸드폰의 음악 앱을 실행했다.
곧, 미국의 여가수가 부르는 잔잔한 발라드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면 힘들지 않아.’
자신이 음악을 듣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이다. 하지만 이런 새벽에는 길가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을 들키지 않을 터다.
이맘들은 음악 역시 하람(이슬람교의 금기)으로 선포했다. 음악은 ‘간음을 부추기는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했다. 이맘의 해석에 따르면 음악을 들은 자는 죽은 뒤 지옥으로 갈 것이며 알라께서 그들의 귀에 직접 펄펄 끓는 쇳물을 부으실 것이라고.
‘알라께서 내 귀에도 쇳물을 부으실까?’
아흐마드는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이 거대한 우주와 수많은 사람들을 전부 보살피시느라 그 분이 얼마나 바쁘시겠는가? 서구의 음악을 좀 들었다고 해서 이 보잘것 없는 영혼을 찾아오셔서 손수 쇳물을 끓이고 부으실 정도로 알라께서는 한가하지 않으실 터다.
그리 생각하며 아흐마드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귓가에서는 미국의 여가수가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었다. 소년은 곧 그 아름다운 목소리와 멜로디에 빠져들었다.
***
공기가 얼어붙었다.
일출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의 새벽 기온은 춥다기보다는 따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전 차량 안에 있던 요원들은 전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야킴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그는 절망감 속에서 자문했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찾아낸 거지?’
아무리 감이 좋다고 해도 몇 킬로미터 밖에 숨어있던 자신들을 찾아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 비결은 야킴이 볼 수 없는, 자신들의 머리 위를 맴도는 망령들이라는 것을 그가 알 리가 없었다.
그림자 괴물이 말했다.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결국 예민준의 성질을 건드리고 말았다.
지금 골목 곳곳에 잠입한 무장 요원들과는 달리, 지금 이곳에 남은 인원들은 전부 이능력이 없거나 전투와는 상관 없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다.
야킴의 머릿속에 한 가지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전멸.
‘아니, 아니다. 아무리 그라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설 수는 없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킴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만 것은, 그만큼 눈 앞의 존재가 위협적이고도 공포스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흑마법으로 소환한 괴물을 갑옷처럼 두른 저 남자에게서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는 지독한 사기가 느껴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튄다. 리야드의 카페에서 예민준과 조우했을 때 거의 완벽하게 신체반응을 억눌렀던 그이지만, 지금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폭주한다. 급상승하는 혈압 때문에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민준이 말했다.
“분명히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안 그래? 야킴.”
“우, 우린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야킴은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애쓴다. 그리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당신이 쫓는 외계인을 별도로 추적하지도, 당신과 무슬림들의 싸움에 훼방을 놓지도 않았습니다. 우린 그저 이곳에서 현장을 관찰했을 뿐···..”
“바로 그게 문제야. 그게 방해라고.”
“······.?”
“넌 나를 불편하게 했어.”
저게 무슨 헛소리인가?!
야킴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았다.
“내가 원래 꼬리 달고는 일 못하는 거 뻔히 알잖아? 나, 누가 보고 있으면 긴장해서 일을 못 하는 성격이라고. 가뜩이나 일 하기 싫어 죽겠는데 말이야, 너 같은 애들이 따라다니면 짜증나지.”
야킴은 지금 저 남자가 한 모든 문장을 부정하고 싶었다.
긴장을 잘 하는 성격이라고? 그리고··· 일을 하기 싫어 죽겠다고?
긴장을 그렇게 잘 한다는 사람이 모사드의 특수 차량 지붕을 맨 손으로 뜯어 내면서 협박을 할까?
그리고 일하기 싫다면서 고작 마녀들이 청부한 의뢰를 이렇게도 열심히 수행하는 이유는 또 무엇이까? 그림자 괴물까지 동원하며, 온갖 강력한 흑마법 주문들을 쏟아내면서까지?
그때, 민준이 툭 던지듯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너희들 장기말로 이용하려고 한 발상 자체가 매우 불쾌해.”
여전히 여유로운 어조이지만, 그 결에 섞인 칼날 같은 적의를 야킴은 느꼈다.
“내가 나름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서 말이야. 일하는 것만큼 싫어하는 게, 이용당하는 것이거든. 마치 도구처럼.”
또한 야킴은 직감했다.
저 남자는 자신들의 작전을 모두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을.
“아닙니다!”
모사드 요원은 필사적으로 부정하려고 했다.
“저희는 절대 그런 의도가···!”
“미안한데,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 나갈 의도가 없다는 듯, 야킴의 말을 단칼에 자르더니.
화르륵!
민준의 등에서 그림자가 부풀어 올랐다. 그것은 수백 개의 검은 칼날이 되어 아래를, 차량 내부를 겨냥했다.
쐐애애액!
공기를 가르며 쇄도하는 칼날들. 야킴은 찰나, 그 중 하나가 자신의 미간을 관통하는 심상을 보았다. 죽음의 냄새가 목젖 바로 아래까지 치밀어 올랐다.
쾅-!
콰콰쾅-! 쾅!
퍼펑-!
주변에서 무언가 깨지고, 부서지고, 터져 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오퍼레이터를 포함한 다른 요원들은 비명을 지르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주저앉았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캐한 냄새가 난다. 불티가 튀고, 끊어진 전선이 지직거렸다.
“허, 허억!”
참았던 숨을 간신히 토해냈다. 야킴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민준이 뿜어낸 수백 개의 칼날들은 사람들을 관통하고 난도질하는 대신, 이 차량 내부의 모니터와 통신기기를 박살냈다. 큰 구멍이 뚫린 차량의 전면부에서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것을 본 야킴은 마정석 엔진마저 파괴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이 작전차량은 쓸 수 없다.
완전히 새하얗게 질린 그들의 면면을 보며, 민준은 생각했다.
‘역시, 이쪽에도 수형자는 없군. 덕분에 일이 간단해졌어.’
이번 작전에 동원된 모사드 요원 중에는, 위장 신분으로 잠입한 위원회의 수형자는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달란트를 벌 확률이 없는 작전에 계약 요원들은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얻어 먹을 것도 없는 잔치인데, 괜히 그 악명 높은 ‘아시프-666’과 충돌하여 변을 당하기 싫었으리라.
민준은 순수한 지구인들에게 통보했다.
“알-사히디의 얼굴을 봐서 목숨만은 살려주지. 딱 10분 주겠어. 지금 허겁지겁 여기로 달려오고 있는 놈들까지 데리고, 당장 장벽 밖으로 꺼져. 마지막 경고다.”
야킴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꺼지기 전에 위험한 장난감은 다 넘기고.”
목적어가 빠진 문장이었지만 야킴은 되묻지 않았다. 소지하고 있던 총기와 아티팩트 따위를 전부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는다. 다른 요원들도 그를 따라했다. 그런 행동에 치욕감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민준의 외피 역할을 하던 그림자가 뭉치더니, 그것들을 회수해갔다.
“그럼, 이 동네에서 다시 얼굴 볼 일 없도록 조심하자고.”
그 말을 남긴 채, 민준은 다시 발을 튕기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의 모습은 곧 밤하늘 속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
민준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도 모사드의 작전 차량 안에서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저··· 대장님?”
이번 작전의 책임자는 야킴이다. 그는 오퍼레이터에게 대답하는 대신, 귀에 꽂힌 무전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지휘 차량이 완전히 박살났다고 해서 요원들 간 통신망까지 완벽하게 붕괴되지는 않는다. 주파수를 비상채널로 바꾼 뒤, 야킴은 이곳으로 복귀 중인 무장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모두 이곳으로 몰려들 이유가 없어졌으니 그 중 절반은 이대로 흩어져서 다른 곳에 준비해 둔 예비차량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이곳으로 와서 완전한 비무장 상태가 된 요원들을 호위하라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가 지시한 대로 무장 요원들이 차량 근처에 도착했다. 그들은 완전히 망가진 지휘차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야킴이 건조하고도 빠른 어조로 말했다.
“설명할 시간 없다. 작전은 중지다. 이대로 2인 1조로 흩어져서 각자 예비차량에 합류 후 쿨라파 자치구에서 이탈한다. 출발!”
그들은 차량의 잔해를 서둘러 소각한 뒤 출발했다.
한꺼번에 움직이는 대신 흩어져서 이동하라고 한 것은, 민준이 아니라 이곳의 무슬림들을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 민준을 막기 위해 몰려든 자들이 이곳의 모든 이능력자들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당한 것을 알게 된 이맘이 다른 지역의 이맘에게도 지원을 요청하여 추가로 능력자들이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
몰려다니다가 그들 눈에 띄게 되면 교전이 벌어질 것이다. 비전투 요원까지 섞여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피해야 할 상황이었다.
‘젠장, 젠장!’
비무장 상태인 야킴 곁에도 소총으로 무장한 요원 하나가 붙었다. 둘은 나머지 인원들과 다른 골목을 택하여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어두운 쿨라파의 뒷골목.
무장 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야킴은 바쁜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실패한 작전에 대한 후회와 분노로 가득했다.
‘젠장, 젠장, 젠장!’
작전 수립 단계에서는 완벽한 계획으로 보였다. 이것이 전부 일그러진 것은 전부 그 한국의 계약 요원 때문이다.
‘우리가 그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어.’
상부에 건의를 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예민준 요원의 프로파일을 전면 재작성해야 한다. 그들이 알고 있던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은 리야드에서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으나, 오늘 보니 그 경지마저 아득하게 초월한 것처럼 보인다.
‘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토록 발전한 것이지? 아니면, 원래부터 능력을 숨기고 있었나?’
이번 일로 예민준이 모사드와 이스라엘에 대해 적개감을 갖게 되었다면 큰일이다. 야킴이 알기로, 그 요원의 뒷배를 봐주고 있는 드래곤은 젠킨슨이다. 알-사히디와는 딱히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관계였다. 어차피 요원은 드래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였던 그를, 어쩌면 적으로 돌려 놓을지도 모르는 큰 실수였다.
‘절대 그래서는 안 돼. 이 이상 우리의 적을 늘려서는 안 된다.’
그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넬 방법을 찾는 동시에, 요원은 이번 작전이 남긴 성과 역시 분석했다.
‘그래도, 그동안 존재조차 모르던 이능력자들의 사진을 다수 확보했다.’
드론은 이미 지명 수배되었던 테러리스트들은 물론, 아직 이스라엘 정부가 신원을 모르고 있던 이능력자들의 사진까지 확실하게 찍어 두었다.
민준이 개입하여 죽이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확보한 정보는 향후 작전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다 죽여야 할 놈들이다.’
쿨라파 자치구에 사는 이능력자란, 야킴이 생각하기에 예비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테러를 수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어차피 그들 머릿속에는 이미 유대인들의 목숨을 빼앗고, 이스라엘이 힘들게 차지한 영토를 공격할 생각으로 가득할 테니.
‘그 끔찍한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처리해야지.’
그리 생각하며 바삐 걸음을 옮기던 그때.
앞서 걷던 무장 요원이 갑자기 멈춰섰다.
“?!”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야킴에게 속삭였다.
“우측에서 누군가 접근 중입니다.”
야킴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었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 하필 그와 함께 움직이는 요원에게는 이능력이 없었다. 의지할 무기는 그가 든 소총과 나이프, 수류탄 같은 종류 뿐이다.
‘이맘이 보낸 아랍 놈들인가?!’
이런 새벽에 대체 누가 거리를 돌아다니겠는가?
아마도 이맘이 보낸 마법사들이 아직도 거리를 수색하며 돌아다니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화재 현장과 민준이 무슬림들과 싸운 장소는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총기를 든 무장요원이 조심스럽게 벽에 붙은 채 이동했다. 야킴도 그 뒤를 따라 붙었다.
골목이 꺾이는 모서리까지 접근한 뒤, 무장요원과 야킴이 조용히 시선을 주고 받았다. 그 다음 순간, 요원은 번개 같이 몸을 튕기며 오른쪽 골목을 향해 총을 겨냥했다.
“정지! 손들어!”
그를 따라 고개를 내민 야킴은 그들이 경계해 왔던 상대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전거를 탄 아랍 소년이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꼽은 상태. 자전거의 바구니에는 신문이 가득한다.
소년은 갑자기 총구를 들이밀자, 새파랗게 질린 채 두 손을 들어올렸다.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든 요원은 자신이 잘못 짚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신문 배달이군.’
그는 낮은 목소리로 상관에게 말했다.
“상대는 비무장입니다. 일반인으로 보입니다.”
무장을 하지 않았거나 이능력이 없는 일반인은 죽이지 않는 것이 작전 수칙이다.
요원은 야킴의 지시를 기다렸다. 저 소년을 그냥 보내라는 지시를.
그때, 야킴이 말했다.
“이능력자다. 쏴라.”
“······네?”
요원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못 들었어? 이능력자라니까. 쏴!”
요원은 높이 쳐든 소년의 두 손을 보았다. 이능으로 공격하려는 전조는 보이지 않는다. 머릿속에 의문이 부풀어 오르며 헝클어졌다. 야킴에게 상대의 이능력을 감지하는 능력도 있었던가?
그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소년은 두 귀에 이어폰을 꽂은 상태였다. 그는 저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너무 긴장한 상태로, 총을 보자 마자 두 손을 하늘 위로 들어올렸기 때문에 이어폰을 뺄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폰에서는 음악이 계속 큰 소리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무 것도 듣지 못했음에도, 소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아, 아니···..”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 순간.
“쏴!”
탕-!
요원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소년의 뒤통수에서 피가 폭발하듯 비산했다. 자전거와 함께 빼빼 마른 소년의 몸이 옆으로 쓰러진다. 바구니에서 신문이 쏟아져 내리며 골목길을 덮었다. 소년이 흘린 피가 신문지를 붉게 물들였다. 이맘들이 쿨라파 전 지역의 여학교 폐쇄를 논의 중이라는 헤드라인은 곧 선혈로 적셔져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가자!”
야킴의 재촉에, 요원은 다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소년의 시신이 쓰러진 오른쪽 골목으로 꺾는 대신, 방향을 바꾸지 않고 계속 직진한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이에도 요원의 머릿속에는 질문이 가득했다.
방금 그 소년은 정말 이능력자가 맞는가? 야킴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그런 의문 외에도 그가 이미 알던 몇 가지 사실들이 떠올랐다. 오늘 모사드가 이곳에서 작전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 애초에 오늘밤 쿨라파에서 죽거나 다치게 될 무슬림들은 전부 예민준에게 당한 것으로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시신들에게 총상이 남아 있더라도, 모사드의 개입까지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법사라고 총을 쏘지 못할 이유는 없으므로.
그리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자신과는 달리, 본래 차량 내에서 작전을 지휘하던 야킴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얼굴과 신분이 노출된 순간, 쿨라파의 테러리스트들은 그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노릴 것이다.
어쩌면 야킴은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지시한 것이 아닐까? 이 모든 리스크를 짊어지고 목격자를 남기는 것보다는, 이교도 한 명을 죽이는 것이 더 간편한 방법이므로.
‘아니, 쓸데 없는 생각이다. 이능력자였을 거다. 그랬을 거야.’
그리 되뇌며, 요원은 곧 야킴과 함께 예비 차량에 합류했다. 그들은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쿨라파 자치구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