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1
110화.
-이런 놈이 정말로 나타날 줄이야!
마지막 고대의 힘인 ‘파괴의 불’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미친놈 보는 듯한 목소리였다.
촤르르륵-
은화들이 케일의 시야에 눈처럼 날렸다.
아, 행복하다.
남의 돈을 이렇게 뿌리니 더 행복했다. 살면서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그래, 다 뿌리자고!”
주머니에서 은화를 한가득 쥐어 든 케일의 손이 황금 돼지 조각상이 있는 앞을 향해 휘둘러지며 은화가 흩날렸다.
“이, 이럴 수가! 인간, 나는 이제 모르겠다! 이러면 안 되는데! 보면 시원하다!”
5살 라온은 혼돈에 빠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화들이 용암 경계선 위에 껌처럼 들러붙으며 녹지 않고 길을 만들었다.
파괴의 불.
사실 용암이라고도, 불이라고도 하기 애매한 존재로, 정확히 표현하면 ‘불 액체’에 가까웠다. 불이 액체와 같은 형태로 유지되었다.
‘영웅의 탄생’에 나왔던 이 고대의 힘. 사람들은 이 고대의 힘을 올바른 방법으로 얻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케일은 올바른 방법을 알았다.
왜냐고?
-얼마 만에 느껴보는 돈의 우아한 서늘함인가! 이 돈 냄새!
힘 주인이 돈에 환장한 놈이었거든.
-뿌려라! 이렇게 은을 뿌려대는 놈은 내 살아 있을 적 미친 동료 놈 말고는 보지 못했다! 크하하하!
“하하하!”
케일도, 고대의 힘 주인도 웃었다. 그 웃음과 함께 은화가 용암으로 내팽개쳐졌다. 라온은 아공간에서 저금통을 꺼내어 품에 안고 있었다. 심각한 얼굴로 케일과 제 저금통을 번갈아 바라봤다.
“뭘 그리 봐?”
웃음을 뚝 그치고 서 있는 케일의 모습은 기이했다. 펄펄 끓는 용암, 그 위에 은으로 된 길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은빛이 붉은 케일과 참으로 잘 어울렸다.
“약한 인간.”
“왜?”
“부족하면 말해라! 나는 이것도 줄 수 있다!”
케일은 코웃음을 쳤다. 케일은 절대 애들 돈은 뺐지 않았다. 코 묻은 돈은 취향이 아니었다.
-돈! 이 돈 냄새를 더 느끼게 해달라!
그리고 이십만 개나 있었다. 왕세자가 준 은화가.
“옜다.”
케일은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되었다.
‘파괴의 불’의 주인이었던 전사. 그는 권력도 명예도 다 필요 없고 돈을 탐했다고 한다. 가난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이 한이었다고.
-나도 이렇게 돈을 쓰레기처럼 써보고 싶었는데! 그 어두운 놈들이 다 뺏어가 버렸지! 내 동료들 돈도! 이 개 같은 새끼들! 평생 공짜 노동만 시키는 악독한 놈들!
아주 무자비한 욕설들이 튀어나왔다. 케일은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에 귀 하나 기울이지 않으며 황금 돼지를 향해 나아갔다.
“하, 귀찮아.”
케일은 이제 아예 마법 주머니에서 돈 주머니 하나씩를 통째로 꺼내, 주머니 안의 은화들을 쏟아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이, 이런 좋은 놈!
고대의 힘 주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우우우웅- 우우웅-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황금 돼지 조각상이 더 빛나고 있었다.
취이이익-
용암에서 붉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 수증기를 피해 라온이 더 위로 올라갔다. 불을 품은 수증기였다.
파아앗.
케일의 몸을 부서지지 않는 방패와 날개가 감쌌다.
‘이것도 노동이네.’
슬슬 귀찮음과 피곤함이 밀려왔다. 돈도 한두 번 뿌려야 재밌지.
케일은 혀를 차며 점점 빠르게 돈을 뿌렸다. 그리 크지 않는 불구덩이라 중앙의 돼지 조각품까지 금방이었다.
“음.”
케일은 어느새 돼지 조각상 앞에 도착했다.
-인정한다! 너는 이 힘을 가져도 될 포부를 지녔다! 너라면, 이렇게 돈을 버릴 정도의 너라면 무엇도 견뎌낼 것이다!
고대의 힘 주인이 인정했다. 어서 그 돼지 조각상을 가지라는 듯 근엄하게 말했다. 하지만 곧 고대의 힘 주인의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촤르르르. 촤르르르.
케일은 은화를 더 꺼냈다.
“많네.”
이십만 개는 아직 멀었다.
-이, 이런! 이런 천사 같은 미친놈을 보았나!
고대의 힘 주인이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가 경악을 할수록, 기쁨의 비명을 흘릴수록 돼지 조각상은 진동했다.
우우우웅.
봉우리 정상이 흔들렸다.
취이이익, 치이이-
붉은 수증기들이 끊임없이 피어오르며 곧장 돼지 조각상에게로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무심히 이십만 개의 은화를 모두 뿌렸다.
-…….
고대의 힘 주인은 말이 없어졌다.
마침내 케일은 모든 돈을 다 뿌리고 허리를 폈다. 땀이 났다.
“이것도 일이네.”
케일은 그리 말하며 은화들 위에서 반짝이는 돼지 조각상을 바라봤다. 황금 조각상 주위를 붉은 수증기들이 빛을 내며 감싸고 있었다.
-인정한다. 너에게서 친우의 힘이 느껴져서 긴가민가했는데.
친우의 힘? 정말로 바람의 소리 주인이었던 도둑과 친우였나?
괜히 알 필요 없는 정보를 하나 더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케일은 뒤이어 들려온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고대의 힘을 가진 것들 중에 정상은 없다니까. 옜다! 가져라! 다 태워 버릴 힘이다! 물론 돈 빼고.
“오.”
고대의 힘이 먼저 케일의 곁으로 다가왔다. 붉은 수증기를 품은 황금 돼지 조각상이 케일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생각보다 담이 작네.’
20억에 이럴 줄 몰랐다. 케일은 여유로이 황금 돼지 조각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이 힘만 얻으면 방어에, 재생력, 회피, 공격, 모두를 손에 넣게 된다.
그때 고대의 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위의 나라에 있으면서 바위의 힘은 없구나.
바위?
케일이 멈칫했다.
-사실 나는 돈 말고도 하나 못 없앤 바위가 있다. 내 한을 풀어준 너에게 특별히 말해주마.
또 다른 고대의 힘에 대한 힌트였다.
…필요 없는데?
케일은 이걸로 충분했다. 불을 지배하는 물에, 지배하는 아우라도 있었다. 이렇게 고대의 힘을 많이 소지한 인간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바위의 나라에는 돌의 왕인 ‘무서운 짱돌’이 있다.
바위의 나라, 로운 왕국. 케일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왜 하필 짱돌인가? 어감도 썩 좋지 못했다. 케일은 그 뒤로 말이 없는 고대의 힘 주인에게 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조각상으로 마저 손을 뻗었다.
치이익. 수증기와 케일의 손이 닿았다. 하지만 케일의 손은 다치지 않았다.
우우우우-
그의 손끝에 돼지 조각상이 닿았다. 케일에게로 황금빛과 붉은빛이 섞여서 쏟아졌다.
-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녹이리라. 또한 너는 이를 견디리라.
고대의 힘 주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케일은 상의를 들췄다. 심장이 있는 왼 가슴팍에 그려진 은빛 방패를 가로지르는 적금빛 벼락이 나타났다.
케일은 안도했다.
‘돼지가 아니네.’
아까 돼지 조각상은 꽤 귀여웠지만 그런 문신은 두고 싶지 않았다. 케일은 손을 뻗었다.
“오오!”
라온이 감탄했다.
치이이익- 귀가 울릴 정도로 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은화들이 은빛 수증기로 사라졌다. 동시에 드러난 붉은 용암.
촤르르륵. 그 용암이 케일의 손아귀로 날아와 구를 만들었다. 케일은 그 구를 잡을 듯 주먹을 쥐었다.
파앗. 작은 소리와 함께 그 용암구가 사라졌다. 세 번째 봉우리 위에는 거대한 구덩이만이 남겨졌다.
“인간, 아까 그 힘은 이제 네 건가?”
“그렇지?”
“내 새끼 발톱 반만큼 강해졌다! 아주, 엄청, 정말 미세하게 덜 약해졌다.”
라온의 인정을 받았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몸을 시원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열기가 사라지자, 그때서야 이 높이에 어울리는 서늘한 기운이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다.
그때, 저금통을 품에 안은 라온이 다가왔다.
“그런데 인간.”
“왜?”
“심각해 보여서 말 못 하고 기다렸는데 말이다.”
히죽. 라온이 이가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케일은 이상하게 갑자기 뒷골이 당겼다. 왜 이럴까?
라온이 평온하게 말했다.
“근처에 마창사 왔다.”
음?
누구? 순간 누군지 기억이 안 났다.
“방금 전에 도착했다. 탐지되었다.”
아.
케일은 기억났다. 하이스 섬 12에서 마주쳤던 비밀 단체 소속의 마창사. 금발의 소드 마스터와 함께하던 이로, 라온이 그 마창사의 배에 마나 화살로 흔적을 남겨두었다.
‘갑자기 그놈이 왜 탐지돼?’
한 살 더 먹어 더 강해졌지만 여전히 짜리몽땅한 라온의 앞발이 저 멀리 일곱, 여덟 번째 봉우리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에서 느껴진다!”
케일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일곱 번째 봉우리와 여덟 번째 봉우리 사이. 그곳에는 환영 마법으로 가려져 인간은 볼 수 없는 마을이 하나 있었다.
당연히 엘프 마을이었다. 작은 호수와 몇백 년을 산 나무들이 높이 솟아오른, 동화 속 세상과 같은 마을이라고 하였다.
‘이건 또 무슨 사건이야?’
또한 당연히, 이런 이야기는 ‘영웅의 탄생’ 5권까지 나오지 않았다.
케일은 왠지 모르게, 엘프 다섯 명이 마을에서 나올 만큼 엘프 마을을 위험하게 만든 존재들을 알 것 같았다. 마창사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왔겠는가? 엘프들이 누구와 싸우고 있을지 감이 잡혔다.
그때 곧바로 라온이 덧붙였다.
“그리고 저번에 봤던 녀석이 온다!”
저번? 케일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저번에 봤던 녀석들이 참 많아서 어느 때의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엄청 빠르게 온다! 벌써 산 정상에 다 와간다! 난 숨는다!
이런 건 좀 빨리빨리 말해주면 안되려나? 케일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라온이야 중요한 힘을 얻는 케일을 방해할 수 없어 조용히 있었던 것이지만, 케일로서는 지금이 더 중요했다.
그는 왠지 저번에 봤던 녀석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꼭, 이렇게 꼭 엮였다.
부스럭. 인기척 소리가 케일의 귓가에 들렸다.
“하아.”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케일은 천천히 뒤돌아섰다. 다 녹아버려 시꺼먼 구덩이 중앙. 그 깊숙한 곳에 서서 케일은 이곳을 찾은 이를 쳐다봤다.
“여기엔 분명-!”
방문한 이는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여기에서 며칠 전에 용암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와중에 터진 일이라 절망스러우면서도, 그 힘에 희망을 엿봤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남자는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용암이 사라지고 사람이 자리한 것 같은 붉은 머리칼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다, 당신은-”
힐러 펜드릭. 그는 눈앞의 붉은 남자가 누군지 떠올랐다. 며칠 전 여관 식당에서 수호 전사가 붙잡았던 이였다.
‘그런데 그 남자가 누구기에 붙잡으신 겁니까?’
‘…나도 정확히 모른다. 그냥 우리는 모르는 게 나은 분이시다.’
수호 전사가 인간을 보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펜드릭은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무감각한 눈빛에 열었던 입을 닫았다. 반대로 용암이 사라진 자리에 올곧이 서 있던 남자의 입이 열렸다.
서늘하고 조금의 틈도 없는 목소리였다.
“누구지? 나를 아는가?”
케일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모르쇠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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