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4
563화.
밤이 왔다.
마치 눈처럼 별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밤하늘이었다.
부스럭.
“알베르.”
알베르 크로스만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모.”
타샤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여기서 이 모습의 알베르를 아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였다.
“잠시 눈이라도 좀 붙이지 그러니?”
안쓰러움을 담은 타샤의 시선에 알베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조금 잤습니다.”
“한 시간 잔 거 말하는 거니?”
타샤는 짧게 혀를 차며 알베르의 옆에 섰다.
타샤의 눈동자에 가면으로 제 얼굴을 가린 다크엘프 쿼터 모습의 조카가 담겼다.
가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렸지만, 그 피로와 압박감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녀는 조카를 따라 시선을 아래로 움직였다.
“저 검은 막은 언제쯤 없어질지 모르겠구나.”
거대한 구멍을 덮은 검은 막이 밤하늘 아래에서도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검은 막에서 조금 떨어진 주변에는 그 막을 따라 수많은 인원이 주둔해 있었다.
용병왕이 없는 용병 길드.
다크엘프와 엘프 연합 전선.
로잘린을 따르는 마법사 무리.
몰란 가문의 사람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모여 검은 막 주위에 주둔지를 만들고서 한밤중임에도 불을 끄지 못하고 있었다.
타샤는 그 광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혼란만 가중될 텐데.”
알베르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타샤는 그 표정을 알아채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하.”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난 이만 가보마.”
타샤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대신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다른 이가 자리했다.
“저하.”
그는 답 없는 알베르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밥.”
“죽고 싶나?”
피식.
프레도 공작의 입가에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저를 노려보는 알베르를 향해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서대륙이 조용하더군요. 동대륙도 그렇고.”
“소란스러워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지?”
“…음… 케일 헤니투스의 부재?”
알베르의 시선이 프레도를 외면했다.
‘빌어먹을.’
그는 사실 프레도는 물론이거니와 이모와 대화를 나눌 만큼 여유가 있진 않았다.
케일 헤니투스의 부재.
죽음의 맹세가 끊긴 현상.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최한과 알베르만이 아니었다.
아주 많았다.
정글 1구역 해안가에서 이뤄졌던 회담.
그 회담의 결과로, 4왕국 1종족의 대표들이 모여 했던 죽음의 맹세.
브렉 왕국의 차기 왕 존.
정글의 왕 리타나.
고래족 후계자 위티라.
위퍼 왕국 툰카의 참모인 헤롤.
그리고 로운 왕국의 알베르와 케일.
그 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결속과 비밀 유지를 위해 죽음의 맹세를 하였다.
‘프레도의 말대로 서대륙은 조용하다.’
겉으로 보기에만.
알베르는 당장 그의 천막으로 가면 브렉, 위퍼, 정글, 고래족에게서 온 영상통신 알람음으로 천막 내가 시끄러웠다.
알베르는 그들에게 전체 파악한 상황의 일부분을 각기 다르게 설명해야 했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내놓고 믿을 이는 몇 없었으니까.
서대륙이 조용한 것은 각 수뇌부들이 마족과 연계된 헤니투스의 실종을 극비로 다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알베르와 로운 왕국 수뇌부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각국의 수뇌부들과 조율을 했기 때문이었다.
알베르는 그 조율의 현장에서 잠시 도망쳐 나왔다.
조금 피곤해서.
조금 지쳐서.
조금 마음 놓고 쉬고 싶어서.
‘…빌어먹을. 그것도 안 되네.’
마음 놓고 잠시 숨 좀 돌리는 것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어깨가 무거워.’
저 검은 막 아래.
엔더블 왕국에서 지금 무엇이 나타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라온이 에르하벤과 영상통신을 하며 안의 상황을 일부분 전달해 주었지만, 일단 에르하벤 쪽의 상황이 지금 제대로 된 엔더블 상황 전달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는 늘 최악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그 짐이 무거웠다.
그러나 알베르는 차라리 그 짐뿐만이었으면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일 헤니투스.’
그놈.
그리고 한 놈 더.
‘거래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최한.
이 두 사람을 생각하면 알베르는 마음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갑갑하군.”
“음? 시원하지 않습니까?”
알베르는 프레도의 말을 무시하며 뒤돌아 자신의 천막으로 향했다.
그는 기도했다.
‘시험이든 뭐든 다 깨부수고 오라고. 이놈들아.’
알베르는 지친 얼굴에 힘을 주었다.
차락.
천막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천막 입구를 닫으며 안을 둘러보았다.
삐이이이이-
삐이이–
삐이이이-삐이–
사방에서 울려대는 영상통신 신호를 들으며 알베르는 가면을 벗었다.
다시 금발벽안의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으로 돌아온 그는 한 손으로 입꼬리를 매만졌다.
-왕세자 저하!
“그래. 무슨 일이지?”
알베르 크로스만은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피로와 압박감을 지우고서 다시 사람들을 마주했다.
그는 어서 시간이 흘러가길 바랐다.
기다리다 보면 그놈들이 꼭 돌아올 테니까.
***
“빌어먹을, 지금 몇 시간 지났냐?”
박진태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었다.
“모르겠습니다!”
“야, 넌 아는 게 뭐냐? 응?”
“…그게!”
이철민의 얼굴에 억울함이 맺혔지만 박진태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정면만을 바라봤고 그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조준.
발사.
탕!
탄환이 또다시 하나 쏘아져나갔다.
콰아아앙!
불길이 일어나며 탄환을 중심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새까맣게 탄 괴물의 사체가 바닥에 다시 하나 더 생겼다.
건물의 동쪽과 서쪽에는 이런 식으로 죽어간 괴물의 사체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크윽.”
박진태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럼에도 틈새로 피가 흘러내렸다.
이철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렇게 능력을 많이 쓴 대장은 처음 본다!’
공격 대원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대장. 저희도 앞으로 나서서 싸우는 게-”
“안 돼!”
박진태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록수의 지시를 따르기로 한 것 잊었나? 너네는 지금 보조만 해!”
그 순간, 다시 한번 공중으로 불덩이가 괴물들을 향해 던져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박진태의 시선이 건물의 창문으로 향했다.
몇몇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제길!’
불화살과 불덩이를 만들 재료가 다 떨어져 간다는 신호였다.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다가오는 괴물들을 질렸다는 듯 바라봤다.
“이놈의 3등급 괴물 새끼들은 왜 끝도 없이 나와!”
“대장님, 그러면서 웃으면 어떻게 합니까?”
박진태는 뒤에서 들려오는 수하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야! 다 김록수, 저놈 말대로 되는데, 그럼 웃지, 우냐?”
그의 시선이 장만수의 방패로 향했다.
쾅! 콰앙! 쾅!
여전히 괴물들이 저 방패를 부수려고 달려들었다.
장만수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만 그 공격을 막아내었고, 그 때문에 괴물들은 기능을 잃은 중심 쉘터로 쳐들어오기 위해 서쪽과 동쪽으로 더 몰렸다.
하지만 저 방패의 유효 시간은 두 시간.
박진태는 이 전장에서 유일하게 고요한 정적에 감싸인 듯한 이를 바라봤다.
콰아앙! 콰앙!
부서질 듯이 위태로이 버티고 있는 방패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김록수.
박진태가 그를 눈에 담은 순간.
김록수는,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손목을 들어올렸다.
박진태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외치면 뛰세요.’
김록수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 순간, 케일은 입을 열었다.
“도망가!”
그 말과 함께 케일은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쩌적-!
박진태는 장만수의 방패에 실금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둘러!”
그는 이미 록수의 지시에 도망치고 있는 수하들을 재촉했다.
그때, 박진태는 아주 빠르게 달려오는 검은 놈을 볼 수 있었다.
최한이었다.
이미 동쪽에 있던 공격대원들이 정문으로 향했고, 최한은 장만수를 업었다.
“허억. 헉.”
장만수가 부들부들 떨리는 두 팔을 힘겹게 펼친 채 최한에게 업혔을 때.
박진태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귀에 꽂았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크아악!”
“끼이이이-”
공격대원들이 물러선 동쪽과 서쪽에서 괴물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박진태는 총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때였다.
벌컥!
케일은 옥상 문을 열어젖혔다.
“허억, 헉.”
“록수야!”
숨을 몰아쉬던 그는 옥상에 선 김씨 할머니와 눈을 마주쳤고, 곧바로 난간으로 향했다.
그곳엔 이진주가 서 있었다.
케일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한, 한계야.”
장만수의 두 팔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향했다.
콰아아아앙!
방패가 부서졌다.
북쪽과 남쪽의 장벽이 무너졌다.
그에 괴물들이 광기로 가득 찬 채 폭발적으로 밀려들어왔다.
“가!”
박진태는 최한에게 외쳤고, 최한은 빠르게 건물 정문으로 향했다.
박진태는 그런 최한의 뒤에 서서 그를 엄호하며 외쳤다.
“김록수, 이 자식은 뭐 하는 거야!”
괴물들이 건물 코앞까지 순식간에 달려왔다.
“계획이 있잖아! 왜 안 해?!”
그가 외친 순간이었다.
{약속한 시간입니다.}
이진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진태는 귀를 움켜쥐었다.
미리 말해둔 약속의 시간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는 범위 내의 모든 곳에 닿을 것이다.
케일은 손을 들어올렸다.
이진주가 고개를 끄덕였고 케일은 손을 내렸다.
{아아아아악!}
엄청난 하이톤의 큰 목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순간 세상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
“크아악!”
“커윽!”
“끼이이이이!”
달려들던 괴물들이 귀를 움켜쥐었다.
그들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3등급 내에서도 약한 괴물은 비틀거리며 쓰러지기까지 했다.
달려들던 괴물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때였다.
옥상에서 사람들의 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손끝에서 시작된 아주 약한 염력 혹은 약한 바람.
그 외의 아주 미약한 힘을 지닌 이들.
그리고 능력이 없지만 건강한 이들.
사냥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이들은 모두 귀마개를 착용한 채 옥상 난간에 모여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소리 없는 명령이 담겼다.
케일의 손이 아래로 다시 한번 향했다.
“다 떨어뜨려!”
케일의 수신호에 사람들은 있는 힘껏 손에 힘을 주어 밀었다.
능력자들은 능력을 최대로 사용했다.
투둑.
지난밤부터 오전 내내 옥상으로 옮겨졌던 것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우웅!
거대한 건물 파편이 하나 땅으로 떨어졌다.
“크아아악!”
“커헉!”
괴물 셋이 그 거대한 파편에 맞아 쓰러졌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뒤따라오던 3등급 괴물들의 몸 위로 건물 파편을 비롯하여 온갖 것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으윽!”
“카아악!”
괴물들의 신음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크아악!”
박진태는 제 앞에 선 괴물이 날카로운 시멘트 조각에 맞아 머리가 깨지며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크하하하!”
그 모습에 박진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그는 저를 잡아끄는 힘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뭐 하는 겁니까?”
최한이 그를 끌어당겼고,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이 얼른 문을 밀었다.
끼이이익- 쿵!
정문이 닫혔다.
닫힌 문 앞에 순식간에 무거운 물건들이 쌓였다.
1층 창문도 곧 나무판자 등으로 막혔다.
박진태는 이를 무시한 채 곧바로 옥상으로 뛰어갔다.
‘김록수 이 새끼는 정말로.’
순식간에 옥상으로 올라선 그는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 자식은, 김록수는 정말로-
“잔머리 잘 돌아가네!”
김씨 할머니도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진주 옆의 케일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록수야 네 말대로 성벽이 생겼구나.”
직사각형 건물을 따라 괴물들이 산더미로 쌓였다.
건물 파편들과 함께.
중심 쉘터를 지킬 또 하나의 성벽이었다.
박진태는 케일에게 다가갔다.
“이리되면 다른 괴물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하겠어.”
김씨 할머니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 괴물과 파편을 넘어 공격해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구나. 잘했다.”
하지만 다가온 박진태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미소가 사라졌다.
“모두 다 김록수 네 말대로야.”
케일의 시선이 옥상 아래에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박진태는 그런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면 곧 1등급 괴물 몇 마리가 여길 덮친다는 거지?”
박진태의 눈동자에 밀려드는 3등급 괴물들 끝자락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2등급 괴물들이 있었다.
“3등급과 2등급 괴물 교체 타이밍에 1등급 괴물이 등장한다라.”
케일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과거.
3등급과 2등급 괴물 교체 타이밍 때.
소수의 1등급 괴물이 잠시 등장했다.
마치 머지않아 다가올 1등급 괴물들의 진정한 공격을 미리 맛보기 하라는 듯이 말이다.
‘그때.’
케일은 저를 바라보는 박진태와 시선을 마주했다.
“되겠어?”
저에게 묻는 박진태를 보며 케일은 생각했다.
‘그때 넌 죽었어.’
이 건물을 지키려고, 도망칠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했던 이들이 고작 이 소수의 1등급 괴물에 모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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