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04
603화.
타다닥!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의 시선이 망루 입구로 향했다.
“록수야.”
이수혁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황색 머리와 싸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내뱉던 말이 멈춰졌다.
꽤 다급하던 발걸음도 우뚝 멈춰섰다.
“왜 멈춰? 망루에도 무슨 일이-”
뒤이어 박진태가 이수혁 옆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멈칫 어깨를 떨었다.
“…야…너…….”
박진태의 눈동자에 고통으로 하얗게 질리다 못해 온몸이 잘게 떨리는 김록수의 모습이 담겼다.
그런 김록수를 부축하는 최한의 표정은 어떤 때보다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 부축하고 있는 꼴이 익숙해 보였다.
‘왜 빨리 돌아갔나 했더니, 이러려고 그랬던 거야?’
김록수 본인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만든 자리였건만, 김록수는 빠르게 망루로 돌아갔다.
다가올 적에 대한 걱정이라 판단해 남은 이들도 빨리 음식을 마저 먹고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울리는 경고음에 황급히 이수혁을 따라 망루로 온 박진태였다.
그런데 그가 마주한 것은 냉정한 사령관의 모습이 아닌 최한만을 곁에 둔 채 고통에 겨워하는 어린놈의 모습이었다.
‘뭐지?’
왜 저렇게 아프지?
초기 쉘터 전투 때 지쳐하는 모습과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저렇게 아파하지 않았다.
‘왜-’
왜 김록수가 저런 꼴을 하고 있는 거야?
박진태는 머릿속에 같은 의문이 반복해서 들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타닥. 타닥.
대신 그의 눈동자에 김록수에게로 다가가는 이수혁의 등이 보였다.
“록수야.”
나직이 케일을 부르는 이수혁의 표정은 차분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가슴께를 움켜쥔 채 최한의 부축을 받아 겨우 꼿꼿이 서 있는 케일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내 이수혁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김록수.”
케일은 성을 붙여 저를 부르는 이수혁을 마주 응시했다.
이수혁은 그런 케일의 앞에 섰다.
“김록수. 네가 무언가 숨긴다는 것은 안다.”
김록수는 고요했다.
도리어 최한과 박진태가 멈칫하며 이수혁의 말에 반응했다.
“내가 알던 김록수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달라졌다는 것도 알지.”
이수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도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 하지 않겠니?”
케일은 웃고 있지만 이수혁이 상당히 화가 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픈 건 말해야지. 응? 록수야.”
이수혁은 마주한 케일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눈에 담았다.
고통 속에서 애써 짓는 미소임이 선연히 느껴졌다.
위이이잉—삐이—
온갖 경고음이 뒤섞인 때.
케일은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심장이 쥐어뜯길 것 같습니다.”
최한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박진태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며 김록수를 외면했다.
그때, 망루로 한 명이 더 들어섰다.
“사령관님! 성벽으로 장치를 옮기고 방어를 가동하겠다고!”
최정수였다.
그는 김민아와 배푸름처럼 실질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에 준비로 바쁜 일행들을 대신하여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망루로 왔고, 케일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박진태의 뒤에서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상태인 이가 있었다.
“방법은?”
다만 이수혁은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 물었다.
케일은 그 질문에 저 멀리 밤안개 사이로 다가오는 거대한 형체를 바라봤다.
다가오는 황색 머리.
그리고 자신의 목숨.
서면 쉘터 안 모든 이들의 목숨.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할 방법.
‘죽음의 신은 힌트를 주었지.’
인간은 법칙, 운명을 깰 수 있다.
그래서 이수혁과 최정수가 그를 살리려다 죽었다고 하였다.
‘이번엔 아무도 죽어선 안 돼.’
케일은 입을 열었다.
“저는 그 방법을 누누이 말해왔습니다.”
가쁘게 몰아쉬는 숨 사이로 내뱉는 목소리는 힘겨워 보였지만, 그 중심이 굳건했다.
케일은 최정수, 박진태를 지나 이수혁을 바라봤다.
“아무도 죽지 않고 이 사냥을 성공시키는 것.”
그것이 케일이 운명을 바꾸기 위한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였다.
이수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답이다?”
“네.”
케일의 대답에도 그는 다시 물었다.
“확신하나?”
그 방법이 정답이라고 너는 확신하나?
이수혁은 물었고, 그는 피식 웃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이내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 입이 열렸다.
“운명을 바꾸려면, 어중간한 확신으로는 부족하지요.”
확신하냐고?
그 정도의 각오가 아니다.
케일은 나직이 내뱉었다.
“그렇게 하고 만다.”
순간 이수혁은 김록수의 눈빛에 멈칫했다.
“반드시.”
거대한 폭풍을 일으킬 듯한 난폭함을 담은 흔들림 없는 눈동자.
“무조건.”
잘근잘근 무언가를 씹어먹는 것처럼 한 글자 한 글자 내뱉는 목소리.
“절대적으로.”
그리고 통증 따위 무시한 채 꼿꼿이 선 몸.
마지막으로 올곧은 시선.
반드시. 무조건. 절대적으로.
“아무도 죽지 않고 이 사냥을 성공시킨다.”
케일은 그리 내뱉곤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
“알겠습니까?”
케일은 최한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홀로 섰다.
“다들 자리로 가세요.”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그리고 내 상태는 최대한 숨깁니다.”
듣고 있던 최정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박진태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숨겨진다고 숨겨지냐?”
“어.”
“하!”
케일의 대답에 박진태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더 말을 걸지는 않았다.
사령관이 현재 전투는 물론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상태라는 것이 알려지면 벌어질 혼란을 알고 있었으니까.
케일도, 이곳의 모두도 아는 사실이었다.
삐이이-
케일이 품에서 피리를 꺼내 불었다.
하지만 그가 피리로 불러내고자 했던 상대는 이미 그에게로 오고 있었다.
“동생!”
강철 매였다.
그녀는 망루 가까이로 다가오며 케일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런! 우리 동생 면상이 왜 이래? 누가 독 먹였어?”
강철 매가 놀라서 케일을 살펴볼 때.
“먼저 가마.”
가장 먼저 이수혁이 케일에게서 등을 돌렸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록수야.”
“하, 씨!”
박진태가 괜히 망루 기둥을 한번 차고는 이수혁의 뒤를 따랐다. 이미 그는 품에서 총을 꺼내 쥐고 있었다.
최정수도 그 뒤를 따르려 했지만.
“잠깐.”
그를 부르는 이가 있었다. 최정수는 고개를 돌렸다.
최한이 그에게 손짓했다.
“왜 그래?”
케일이 그런 최한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봤다. 갑자기 최정수를 불러 세웠기 때문이었다.
최한은 가까이 다가온 최정수의 어깨를 붙잡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최정수 씨도 같이 가죠.”
원래 강철 매에 올라탈 사람은 케일과 최한 두 사람이었다.
“…너.”
“남들 눈에 괜찮아야 한다고. 록수 형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최한은 뭐라 말하려던 케일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혹시 강철 매님 등에서 떨어지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니, 최정수 씨가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을 겁니다.”
“…최한.”
“시간이 없습니다.”
위이이잉-!
어느새 황색 머리는 전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왔다.
또한 성벽 곳곳에 불이 들어오며 곳곳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망루 위에서 보였다.
“가지.”
케일은 결국 최한의 뜻대로 최정수를 데리고 강철 매에게로 향했다.
“동생. 치료 안 받아도 돼?”
“괜찮습니다, 누님.”
케일은 강철 매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태연히 답하며 천천히 강철 매 등에 올라탔다.
‘크윽!’
최대한 느리게 움직였건만, 그는 심장이 아파왔다.
정확히 말하면 심장보다는 몸과 그의 영혼이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아 뒤틀리는 것과 같은 통증이었다.
‘아마, 하얀 별이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려거나 하고 있는 중이겠지.’
그 여파가 케일에게까지, 이 몸까지 왔으리라.
“아.”
최정수는 힘겹게 움직이는 케일을 도우려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는 어깨가 당겨지며 귓가에 최한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에게만 들릴 만큼의 작은 목소리였다.
“록수 형이 위험하지 않게 잘 붙잡아드려.”
갑작스러운 반말이었다. 하지만 최정수는 그것이 썩 불편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았-”
“그리고.”
최정수의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목숨이 위험하겠다 싶으면 록수 형과 함께 물러나.”
최정수는 순간 최한의 눈빛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서울로 대학 실기를 보러 가던 그를 걱정하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엄한 할아버지의 눈빛도.
분명 저보다 어린데, 세월이 느껴지는 눈동자의 주인이 최정수에게 말했다.
“죽으면 안 돼. 절대로.”
최정수는 잠시 말문이 막혀왔다.
그런 그에게 최한이 물었다.
“알겠습니까?”
최정수는 겨우 입을 떼었다.
“…알았어.”
피식.
그 순간 최한이 웃었다. 최정수가 그 모습에 멈칫했을 때.
“존댓말 쓰세요.”
“…어? 네?”
최한이 툭 내뱉은 말에 최정수가 어벙하게 반응했다. 최한은 그런 최정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뭐, 반말도 가까워 보여서 좋긴 하군요.”
그러고는 최정수의 머리칼을 헤집었다.
“허?”
최정수가 이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최한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의 등을 밀었다.
얼떨결에 최정수는 케일 바로 뒤에 자리했다.
최한은 그 뒤에 앉았고, 셋이 강철 매 등 위에 자리하자마자 강철 매는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간다!”
밤안개를 가로지르며 강철 매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
아래에서 허숙자가 성벽 위에서 외쳤다.
“적을 비춰라!”
성안과 성벽의 빛이 모두 방향을 한곳으로 틀었다.
능력, 전기 등 모든 것을 총동원한 빛.
“황색 머리를 비춰!”
적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안개 속에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괴물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있던 강철 매.
그 위에 자리한 케일의 입이 열렸다.
“흐흐.”
그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이런.”
최정수가 탄식을 내뱉었다.
동시에 최한이 입을 열었다.
“역시 어렵겠군요.”
“그렇지.”
황색 머리는 달라져 있었다.
아니, 없었다.
청빛과 황빛의 비늘을 줄무늬처럼 지닌 거대한 청색 뿔의 괴물.
하늘을 날지 못할 뿐 용과 같은 것이 강철 매를, 정확히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색 머리는 청색 머리를 먹었다.
“정말로 능력까지 흡수된 건가?”
최정수가 불안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강철 매의 입이 열렸다.
“능력도 능력인데, 몸집도 전보다 큰 것 같은데.”
황색 머리의 몸집이 1.5배 거대해졌다.
강철 매도 최정수도.
이미 황색 머리를 본 적이 있던 이들도.
그리고 처음으로 등급 외 괴물을 마주한 이들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끼이이-
캬아, 캬야야!
등급 외 괴물이 나타나면, 인근의 괴물들이 공포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난동을 부린다.
그 난동 부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정말로.”
성벽 위에 올라와 있던 김우는 이 모든 것들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저 어린놈의 예상이 맞았군.”
김록수는 말했다.
황색 머리는 달라져서 올 확률이 높다고.
‘청색 머리. 뿔이 있던 부분을 굳이 뜯어 입에 넣고 도망친 괴물입니다. 우애로 인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아닐 확률도 높습니다. 우리는 모든 변수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중 하나가 청색 머리의 힘을 흡수한 황색 머리에 대한 가정이었다.
김우의 시선이 절로 하늘로 향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이들이 하늘 위를 바라보며 강철 매를 찾았다.
모든 전투의 처음이 저기서 시작될 것이기에.
그리고 하늘 위에 자리한 케일은 사람들의 시선 대신 저를 바라보는 황색 머리를 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츠스스스-”
괴물은 낮게 울며 케일을 노려보았다.
그때 케일 등 뒤로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증이 언제까지 지속되는 겁니까?”
케일은 무심히 답했다.
“몰라.”
그 태평한 답에 사이에 있던 최정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지금도 온몸이 떨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케일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곧.”
최정수는 그럼에도 꼿꼿한 등을 보며 케일의 목소리를 들었다.
“분명 곧 가라앉을 거다.”
케일은 분명 그럴 것이라 확신했다.
왜냐면 동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테니까.
그는 다른 곳에 있을 동료들의 능력을 믿었다.
“최한.”
“네.”
그렇기에 케일은 멈출 수 없었다.
“가라.”
“다녀오겠습니다.”
최한이 강철 매 등을 박차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촤아아악!
어느 때보다도 난폭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오러가 하늘을 꿰뚫을 듯이 솟구쳤다.
그 검은 신호탄이 사람들 눈에 들어온 순간.
“성문을 열어.”
끼이익.
성문이 열리며 이수혁, 김민아, 미스터 래빗이 밖으로 나왔다.
그 뒤를 각 지역의 대표자들과 수백여 명의 전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
알베르 크로스만은 고개를 들었다.
투구 밖으로 별들이 빛나는 까만 밤이 보였다.
오늘은 로운의 상징을 떼어낸 밋밋한 검은 갑옷을 입은 알베르 크로스만.
왕세자가 아닌 동료로서, 형으로서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왔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검은 막이 사라진 싱크홀.
그는 엔더블 왕국이 자리한 거대한 싱크홀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내려가지.”
케일의 동료들이 싱크홀 속으로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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