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61
2부 3화
“이게 무슨 일이야?!”
“정문 쪽에서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정문 너머 건물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정문을 지키던 문지기는 케일과 최한을 알아봤고, 혼란에 가득 찼지만 결국 소임을 다해야 했다.
“치, 침입자다!”
“침입자가 왔습니다! 신원은-”
문지기 중 한 명은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사-”
툭.
사령관을 외치려던 그의 눈이 커졌다.
정문을 부순 최연소 소드 마스터, 로운 왕국의 자랑인 검사 최한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조용히.”
나직이 문지기를 응시하는 최한의 눈빛. 결국 문지기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지금의 최한은 한 자루의 검과 같았으니까.
그의 말을 어기면 베일 것 같았다.
휘이이이-
동시에 문지기는 발에 바람을 매단 사령관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최한, 너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와라.”
“네.”
“라온, 너는 이 건물을 중심으로 마나가 변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바로 가라.”
-인간아, 너는?
케일은 가볍게 땅을 박찼다.
휘이이—
한 줄기의 바람과 함께 케일이 하늘로 솟구쳤다,
“나는 위에서부터.”
그 말과 함께 케일은 손에 맺힌 회오리바람을 화살처럼 쏘아 보냈다.
쾅!
건물 최상층. 5층에 있는 중앙 테라스 창문이 부서졌다.
“나는 위에서부터 내려가지.”
-알았다, 인간! 텔레포트 안 일어나게 내가 마나 감시한다!
케일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속하게 부서진 테라스 창문 너머로 들어섰다.
씨익.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뭐야,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던 거야?”
혼란스러운 정문과 1층을 비롯한 여타 다른 층들과 달리, 5층은 고요했다.
대신 기사로 보이는 자들이 케일을 향해 검을 겨눌 뿐.
벽처럼 선 그들 너머로 금으로 장식된 화려한 문이 보였다.
“음. 알고 있던 건 아닌 것 같네.”
검사들 중 중앙에 선 자를 제외한 자들은 당황을 얼굴에서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휘이이이-
케일의 손에서 다시 회오리바람이 뭉쳐 들며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령관이라고 하셔도 이런 침입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중앙에 선 자는 지나치게 침착하게 말했다.
“먼저 공격을 하시면 저희도 피치 못하게 공격하여야 합니다.”
케일은 그런 그의 말에 답해주었다.
휘이이—
회오리바람으로.
촤아악–!
리더로 보이는 검사는 곧바로 그 바람을 검으로 갈랐다. 희미한 오러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공격해라!”
그의 명과 함께 검사들이 케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윽!”
“이런!”
하지만 이미 회오리바람을 날린 순간, 케일은 발에 매단 회오리바람으로 공중에 치솟아 올랐고, 그의 몸은 이미 검사들로 이루어진 벽을 넘어섰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지.”
“마법사!”
검사의 외침과 함께 복도 끝에 있던 마법사들이 공격을 날려왔다.
‘역시 플린 상단이 많이 커졌어.’
케일은 판단과 함께 여유롭게 한 손을 펼쳤다.
파아앗.
은빛 날개가 펼쳐지며 반투명한 은빛 방패가 케일을 감쌌다.
콰아아아앙—!
마법은 모두 방패에 닿으며 굉음과 함께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케일은 바람의 추진력과 방패의 단단함을 믿고.
“부, 부딪친다!”
“피해, 피해라!”
문을 향해 그대로 날아갔다.
당연히 문 앞에 있던 이들은 피했다.
“괜찮다! 마법으로 단단히 걸어 잠갔다! 때를 놓치지 말고 사령관을 포박하라!”
검사가 뒤에서 외쳐댔지만, 케일은 작게 한숨을 흘렸다.
“…내가 이젠 좀 강해졌거든.”
하얀 별. 그리고 신하고 싸운 사람인데.
용이나 로잘린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웬만한 문을 감싼 방어 마법은.
콰아아아앙—-!
더 큰 공격력으로 부술 정도는 되었다.
“문이-”
“문이 부서졌다!”
기사와 같은 검사들과, 마법사들이 당황을 감추지 못했을 때.
당연히 멀쩡한 방패에 둘러싸인 케일은 문 너머의 공간을 눈에 빠르게 담았다.
‘상단주의 방이다.’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5층 공간의 3분의 2를 사용한 듯 넓고 화려한 공간.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헉-!”
“…이게 무슨.”
케일의 뒤를 따르던 검사들 중 몇이 털썩 주저앉았다.
이미 걸음을 멈춘 이들은 더 많았다.
케일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죽었군.”
화려한 방의 정중앙에 놓인 유일하게 허름해 보이는 책상과 의자.
그 의자에 나이 든 남자가 피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이미 피는 굳어 있었고,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가까이서 확인하지 않아도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사, 상단주께서 돌아가셨-”
한 검사의 중얼거림이 들린 순간, 케일은 곧바로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그리고 등을 보인 채 도망가는 한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커억, 컥!”
리더로 보이던 검사.
그놈을 향해 케일은 물었다.
“둘째. 상단주 둘째 아들은 어디 있어?”
“모, 모른다!”
검사가 모른다고 외친 순간, 누군가 5층으로 올라서며 케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한이었다.
그는 문지기를 옆에 매단 채 올라왔다.
“상단주 둘째 아들은 오늘 하루 출장을 갔다고 합니다.”
하.
케일은 짧게 웃음과도 같은 탄식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그 표정이 달라졌다.
촤르르-
케일의 손에 한 줄기의 물이 뭉쳐든 순간, 케일은 그가 잡고 있던 검사의 입안으로 손을 욱여넣었다.
“커헉!”
“어디서 죽으려고 그래.”
케일은 검사의 입안에서 작은 환을 꺼내 들었다.
“커헉, 컥!”
검사는 케일이 집어넣은 물 때문에 제대로 입도 닿지 못했다.
“혀도 못 깨무니까, 가만히-”
케일의 눈이 커졌다.
검사는 숨을 참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죽겠다는 듯.
이런 미친!
케일은 놀라며 검사를 최한에게로 집어 던졌다. 물론 완력이 아닌, 바람의 소리를 이용했다.
“기절시켜!”
“네.”
최한은 문지기를 내려놓고는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 그의 뒷목을 쳐 기절시켜 버렸다.
“크윽. 이럴 수는-”
그제야 검사는 뭐라 웅얼거리며 울분을 토했지만, 이미 그는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야.”
케일은 정말로 깔끔하고 신속하게 기절을 시키는 최한의 실력에 감탄했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굉음이 울려 퍼지며 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헛!”
“흐읍!”
상단주의 죽음과 케일과 검사의 행동에 충격과 혼란을 느끼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바짝 몸을 움츠러트렸다.
-인간아! 누가 텔레포트 쓰려고 하길래, 그냥 그 방바닥에 마법진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도망가려던 녀석이 상단주 첫째 아들 같다!
-내가 투명화한 채로 마법으로 꽁꽁 묶었더니, 덜덜 떨면서 술술 말한다!
케일은 이 진동의 범인인 라온의 해맑은 목소리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운 것들.’
역시 최한과 라온은 살벌한 녀석들이다.
같은 편이라 다행이지.
케일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저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담담하게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네들이 다칠 일은 없으니, 크게 놀라지 말게.”
다들 아무 말 없이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이 모든 일들의 중심은 케일이었으니까.
“곧 왕궁에서 사람들이 올 거야. 그때까지는 다들 얌전히 있어 줘야겠어. 그래야 서로 간에 오해가 없을 테니까.”
케일이 보기에 이 리더 검사 놈이나 도망가려던 첫째를 빼면 딱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세상사는 모르는 것이고, 또한 괜히 겁을 집어먹어 도망가는 무고한 자가 나올까 봐 케일은 나름 친절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참고로 내가 얼굴 다 기억해뒀으니 도망가도 소용없을 거야. 반드시 잡아내고 말 사람이 있으니까.”
그 철두철미한 왕세자가 한 명이라도 놓치겠는가.
케일은 조언 삼아 이야기하며 최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챙그랑.
검사 한 명이 검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났으나, 케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최한을 보며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한-”
“…네?”
뭐야.
최한이 잠시 부서진 테라스 밖을 보다가 황급히 케일을 쳐다봤다.
“왜 그래?”
최한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래.”
최한의 모습이 찝찝했지만, 케일은 말할 것이 있으면 숨김없이 말하는 최한을 알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너는 여길 지켜. 나는 라온에게 가서 왕궁에 연락 넣게. 아마 왕세자 저하가 알아서 추가 병력을 보내셨겠지만.”
“네.”
그 말을 끝으로 케일은 라온이 있는 4층으로 향했다.
최한은 사라지는 케일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테라스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까마귀겠지?”
조금 전, 검은 물체가 테라스 난간에 잠시 닿았다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워낙 짧은 시간이었고, 마나나 오러를 비롯한 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다만 한 가지가 걸렸다.
찰나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박쥐? 매?”
설마, 이 한낮에, 수도에. 박쥐가 있겠어?
매는, 이런 도시에 더 안 어울리지 않나?
의아해하던 최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매든 박쥐든, 별문제가 없겠지.
이상한 기운을 지녔다면 라온이 알아챘을 테니.
최한은 만약 한 번 더 저 검은 생명체가 보이면 검을 뽑든 케일에게 보고를 하든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해야겠다 생각하며 5층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제 말에 따라 주십시오. 저는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진심이었다.
* * *
4층 역시도 고요했다.
다들 숨을 죽인 채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타닥.
케일은 고요한 복도를 적당한 속도로 가로지르며 문을 열었다.
“사, 사령관님-!”
-인간아, 잘 왔다!
방 안에는 사람들 몇 명이 검은 밧줄에 꽁꽁 묶여 있었다. 누가 보아도 마나로 만든 밧줄이었다.
‘저자가 첫째군.’
유독 꽁꽁 묶인 자는 케일을 보자마자 그를 부르며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 모습은 연기라기에는 상당히 실감 났다.
‘다만, 플린 상단 첫째가 저리 감정을 명확히 드러내는 자인가?’
그렇다면, 둘째와 서자인 빌로스가 차기 후계자로 이름이 오르내릴 만했다.
케일은 첫째의 앞에 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상단주가 죽었다.”
“…….”
첫째는 침묵했다.
“알고 있었군.”
케일은 이어 물었다.
“둘째는 어디로 갔지?”
흠칫, 첫째의 어깨가 떨렸다. 그는 그제야 제대로 케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둘째와 무슨 사이-, 아니.”
첫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일은 첫째의 눈동자에 비로소 빛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둘째가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 그저, 그저 저는-”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말을 이었다.
“둘째가 저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어째서?”
첫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저 담담하기만 한 케일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 눈동자는 깊은 듯하면서도 투명했다. 동시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첫째야.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빌로스를 찾고, 아니, 사령관에게로 가라. 빌로스는 분명 그자에게 갔을 것이다.’
첫째는 오늘 새벽을 떠올렸다.
아버지와의 은밀한 대화.
“아버지가 새벽에 갑자기 제 저택을 은밀히 방문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씀하셨죠. 둘째를 후계자 후보 자리에서 박탈시킬 것이라고요.”
“그리고?”
“그리고 이를 둘째가 알까 봐 상당히 걱정하셨습니다. 만약 둘째가 알게 된다면- 혹여-”
첫째는 고개를 숙였다.
“혹여 플린 상단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자신은 죽었을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요.”
그의 목소리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떨렸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담담하게 말했다.
“고개 들도록.”
케일은 이자의 표정을 봐야 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에게 안타까움을 느껴졌으나, 케일은 동시에 빌로스의 처참한 모습과 그를 가족으로도 여기지 않던 이들이 떠올랐다.
케일은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면 자네는 소란이 나자마자 도망치려고 한 건가?”
“네. 빌로스, 아버지 다음은 분명 저일 테니까요.”
“왜?”
첫째는 케일을 살폈다. 둘째, 빌로스에 비하면 후계자 이름에 못 올랐다고 할지라도 그 역시 첫째로서의 자리를 유지할 만큼의 능력과 눈치는 있었다.
“…사령관님께서는 둘째와 좋지 않은 관계 같으십니다.”
“그래서?”
“저를 둘째에게서 보호해 주실 겁니까?”
첫째는 고개를 숙여 제 상의 안을 가리켰다.
“저한테 플린 상단주 도장의 비밀 장소에 대한 지도가 있습니다. 이 도장 없이는 어떠한 의결도 실행이 불가합니다.”
“보호해 주겠다.”
순식간에 거래는 이뤄졌다.
첫째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푹 숙인 그의 어깨가 살짝 들썩이더니,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흐느끼는 듯한 울음에 케일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허공을 향해 손짓했다.
“왕세자 저하께 영상통신 연결 좀 해줘.”
-알았다, 인간아! 근데, 저 첫째 좀 살살 묶어줘도 되나? 도망은 못 가게 하겠다!
“아니.”
케일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첫째에게 물었다.
“5층에 가겠나?”
상단주가 있는 곳이 5층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케일은 묶인 채로 무릎을 꿇고 있던 첫째가 거의 엎어질 듯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둘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대충 아나 보군.”
“…분명 로운 왕국에 좋지 못한 짓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빌로스와 케일 간의 친분을 떠나 케일의 이런 급습에도 어떠한 저항을 하지 않고 한껏 몸을 낮추는 것일 터.
-인간, 옮겨주고 오겠다! 여기 영상통신구다!
통신 연결을 막 시작한 영상통신구가 허공에 나타났고, 케일은 이를 움켜쥐었다.
라온은 마법으로 묶인 이들을 5층으로 이동시켰다.
케일은 홀로 남아 이를 잠시 지켜보다 영상통신구로 시선을 돌렸다.
곧 왕세자의 얼굴이 나타날 터.
케일은 그 찰나의 시간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많이 죽었어.”
짧은 시간, 죽은 이가 많았다.
국왕궁 사람들과 상단주를 포함하여 오르세나 공작가도 불탄 만큼 죽은 이가 꽤 있을 터. 그리고 그중 많은 이들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을 것이다.
전쟁도 아니고, 이 세상에 와서 케일이 이런 경우를 겪은 건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사냥꾼.’
이 새끼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또, 오르세나 공녀와 플린 상단 둘째. 그리고 국왕은?’
국왕은 분명 사냥꾼에 대한 증오심이 커 보였다.
그런 자인만큼, 그가 사냥꾼 쪽에 붙었을 확률은 상당히 낮았다.
케일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둘째와 오르세나 공녀가 사냥꾼 쪽과 진실로 손을 잡았고, 국왕을 납치하려고 했나?’
그래서 국왕이 납치되었거나 혹은 도망친 것이고?
“음?”
생각을 이어가던 케일이 멈칫하며 상의 안주머니 안에서 검은 책을 꺼내 들었다.
죽음의 신이 남긴 성물.
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던 그 책.
그 책이 갑자기 발열했다.
열을 내뿜으며 잘게 진동했다.
“으음.”
케일은 이상하게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그는 영상통신구를 방 한쪽 테이블에 대충 올려놓고는, 얼른 책을 펼쳐 들었다.
사라락.
케일의 손길이 조금 닿은 후, 책장은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어?”
없다.
이수혁이 있는 곳을 가리키던 그 글자가 없어졌다.
대신 다른 글자가 자리해 있었다. 한글이 아닌 이 세계의 글자로 적인 단어.
그리고 그 글자도 이제 지워지고 있었다.
새로운 글자가 새겨졌다.
“…휘…….”
“수도?”
케일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여기?”
로운 왕국 수도에 왔다고?
환생한 팀장이?
어떻게?
“…아기일 줄 알았는데?”
꽤 나이가 있는 건가?
케일은 팀장이 환생했다고 하길래 그것이 최근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기라면 엔더블에서 로운 왕국 수도로 이렇게 올 수가 있을까?
‘있으려나?’
팀장이라면 가능하려나?
아니, 어쨌든-
“왔다고?”
여기로?
-뭐가 와?
그때, 영상통신구 화면에 지친 얼굴의 왕세자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