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62
2부 4화
“플린 상단주가 죽었습니다. 둘째는 도망갔습니다.”
단 두 문장이면 되었다.
-바로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 * *
수도 휘스시.
퍼슬시의 승전보를 들은 지 얼마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건만, 현재 수도를 뒤덮은 분위기는 푸른 하늘과 달리 우중충하기만 했다.
“연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오르세나 공작가에 불이 난 거지?”
“그래. 옆집 찰스가 봤댔어.”
“허. 이게 무슨-!”
남자는 하던 말을 멈추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척. 척. 척.
철저한 무장을 한 병사 10여 명이 전후로 정렬을 맞춘 채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 수도 곳곳에 이렇게 병사들이 신속하게 이동 중이었다.
더불어 기사를 태운 말이 드물게 빠른 속도로 어딘가로 향했다.
“…있잖아.”
입을 다물었던 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친우에게 물었다.
“공작가 말고, 그, 아까 전에 왕궁에서-”
“…….”
“분명 큰 굉음이 들리지 않았어? 꼭 뭐가 무너지는 소리 같았는데.”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의 눈동자는 잘게 떨렸다.
왕궁, 그리고 귀족들의 저택이 밀집된 곳에 위치한 오르세나 공작가. 두 곳 모두 그녀가 사는 곳과 가깝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만 알 뿐.
“오늘 장사는 접어야겠어.”
그녀의 친우는 얼른 가판대에 올려두었던 물건을 가게 안으로 들였다. 이를 도우려던 그녀는 황급히 다가오는 이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가판대를 치우던 가게 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 자네는-”
“아저씨, 약재 남은 거 있죠?”
“어? 이, 있지!”
“웬만하면 재고 있는 대로 다 정리해서 저희 저택으로 보내주세요!”
“아니, 잠시만.”
빠르게 말을 내뱉는 청년을 향해 가게 주인인 약재상은 급히 말을 내뱉었다. 그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근처에 있던 몇 명의 시선이 그 청년에게로 향했다.
이 청년은 한 백작가에서 일하는 자로, 귀족가 저택 밀집지에서 온 이였다.
“그-”
더불어 그가 약재를 대량으로 사들인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왜냐면, 이 약재를 원하는 곳은 백작가일 테니까.
“오르세나 공작가에 불이 나서 다 탔습니다.”
“뭐?”
“그리고, 그-”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근처에 병사와 기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자네, 이러긴가? 내가 자네 아버지와 아는 사이야.”
“으음, 그렇죠.”
그러니 이 약재상 구매 일을 맡은 청년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친우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왕궁에 궁이 하나 무너졌다고 합니다.”
“…어?”
“테러를 당했다고 합니다.”
꿀꺽.
약재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곁에서 함께 듣고 있던 그의 친우도 놀라서 뭐라 반응을 하지 못했다.
청년은 그 모습에 얼른 정신 차리라는 듯 약재상의 팔을 붙잡았다.
“아저씨.”
“어, 어? 도, 도망가야 하나?”
그가 간신히 내뱉은 말에 청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 전에, 오르세나 공작가로 사령관님이 들어가셨어요. 제가 그걸 봤습니다.”
“응?”
“듣기로는 왕세자 저하도 함께 오셨다고 해요.”
사령관. 그리고 왕세자.
혼란으로 가득 찼던 약재상의 눈동자가 또렷한 초점을 잡기 시작했다.
조금씩, 케일이 수도에 왔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었다.
* * *
그 시각.
부스럭.
-인간아, 여기 정말 거의 다 탔다.
케일은 오르세나 공작가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플린 상단의 일은 알베르가 보낸 이들에게 넘기고 바로 공작가로 온 그였다.
“사령관님.”
오르세나 공작가에 있던 왕궁 사람들 중 책임자로 보이는 기사가 케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뭔가 다르군.’
기사는 말로만 듣던 사령관을 실제로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상하게 케일을 마주 바라보기가 조금 힘들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구나. 이것이 사령관, 케일 헤니투스라는 영웅이란 말인가?’
기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의 앞에 서는 케일을 마주 봤다.
-인간아! 웬일로 센 척을 하나? 여기 센 놈 없는데?
라온의 물음은 가볍게 흘려듣는 케일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르세나 공작가 저택을 둘러싼 왕궁 병력 너머. 그리고 주변 아름다운 저택들을 바라보았다.
“……!”
“으음.”
철컥.
기사들의 지시에도 물러서지 않고 병사들 사이로 기웃거리며 저택 안을 둘러보던 이들. 창문을 통해 이곳을 보던 이들.
귀족들의 수족이거나 혹은 고용인, 혹은 귀족들이 케일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흠칫 떨며 시선을 돌렸다.
“이만하면 됐나.”
케일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국왕이 실종되었다.
국왕궁이 무너졌다.
수도 중앙을 휘어잡던 공작가가 불에 탔다.
이 모두가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 혼란을 틈타 도망치려는 귀족도 있겠지만. 권력의 빈틈을 노리는 자들이 분명 있을 터.
‘왕세자 저하가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 조금 도와줘도 되겠지?
어찌 되었든 왕세자의 가장 큰 우군은 의동생과 검술 스승이 있는 헤니투스 공작가였으니까.
“…네?”
케일은 되묻는 총책임기사에게 말했다.
“보고 부탁하네.”
“아, 네!”
기사는 고개를 돌렸다.
케일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검게 그을린 오르세나 공작가 저택.
“본관을 포함한 별채 모두가 불에 탔습니다.”
본관의 경우, 기둥이나 구조물들은 무너지지 않고 용케 그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별채는 대부분 불과 함께 무너졌다.
“목격자와 신고자의 증언을 토대로 불이 난 정황을 말씀드리자면.”
기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기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불이 어딘가에서부터 조금씩 피어오른 것이 아니라, 일순간에 저택 본관 전체가 불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그 시간은 고작 10초도 안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렇군.”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도 아닌 공작가의 저택이다. 화재가 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모두 싸그리, 빠르게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왕세자와 케일이 수도에 도착했을 때는 그들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공작가는 전소가 된 상태였으니까.
“마법으로도 잡기 힘든 불길이라, 이상하게 여겼는데.”
기사는 무언가를 하나 내밀었다.
“공작가 곳곳에 이렇게 마정석이 있었습니다.”
그을림으로 검게 변한 마정석이었다.
“마법으로 일어난 불인가?”
“그렇게 추측 중에 있습니다.”
케일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생존자는?”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는 상당히 힘겹게 말을 내뱉더니,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케일은 그 뒤를 따랐다.
이제는 타버린 공작가 정원 위에 급하게 설치한 듯한 하얀 천막들. 각각의 크기는 상당했다.
그중 하나를 들춘 기사와 그 안을 들여다본 케일. 두 사람은 모두 걸음을 멈췄다.
“…전부인가?”
케일의 물음에 기사는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못한 얼굴로 보고했다.
“네. 저택 생존자는 이들이 전부입니다.”
10명도 안 되는 수의 환자들이 침상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었다. 대부분이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오르세나 공작가.
이곳은 수도에 있는 헤니투스 저택과는 달랐다.
오르세나는 수도가 본인들의 터다. 그렇기에 5층짜리 본관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별관이 존재했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 역시도 상당했다.
“이들의 증언으로, 갑자기 저택을 거대한 불길이 덮쳤다고 합니다. 그 불길을 뚫고 겨우 도망쳐 나오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불길이 덮쳤다?”
“네. 불이 마치 벽처럼 치솟아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어지러웠다고 합니다.”
“…어지러워?”
케일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네. 어지럼증 때문에 그 불길을 뚫지 못하고 쓰러질 뻔했다고 합니다. 제대로 주위를 보지 못했지만, 곁에 있던 동료들이 갑자기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럼 이렇게 생존자가 적은 것은-”
“네. 불도 불이지만, 공작가 저택 내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고, 기사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생존자 수색을 아직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발견한 시신은 신원을 파악한 후, 현장을 흩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기사는 천막 입구 천을 내려놓고선 주위를 둘러보고는 케일에게만 들리도록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한, 공작 부부의 시신을 비롯하여 차남의 시신을 발견하였습니다.”
“오르세나 공녀의 흔적은?”
“없습니다. 다만.”
그는 옆에 있는 천막을 가리켰다.
“막내 공녀가 후원 놀이공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막내 공녀?”
“네. 올해 7세로, 현재 극심한 혼란 상태라-”
스윽. 기사는 천막을 살짝 들췄다.
케일은 그 안을 살짝 보고는 침음을 삼켰다.
“…으…으으…….”
한 아이가 침상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에 빠져든 것 같으나, 악몽이라도 꾸는지 온몸을 잘게 떨며 신음을 흘렸다.
“아아악!”
그러다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만.”
케일의 한마디에 기사는 곧바로 들췄던 천막을 내렸다.
천막 안에는 아이와 함께 신관으로 보이는 자와 왕궁 마법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의 보호자는?”
케일의 물음에 기사는 곧바로 답했다.
“현재, 오르세나 공작가와 가장 가까운 방계 가문에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굳은 얼굴로 이어 말했다.
“왕궁 테러 범인으로 오르세나 공녀가 의심받고 있으며, 유일한 공작가 생존자가 막내 공녀인지라 아이에 대한 감시를 놓을 수는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아이의 치료와 안정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래.”
그는 기사가 있든 말든 허공을 향해 말했다.
“성자님과 케이지 씨에게 수도로 와달라고 전해줘.”
-알았다, 인간! 빌로스 기절한 건 어떻게 하나?
“같이 데리고 오라고 해. 최대한 빨리.”
-근데 걔네들은 텔레포트 이렇게 먼 거리는-
“쉐리트 님께도 연락해.”
-아! 알았다!
어둠의 숲으로 돌아간 검은 성.
그곳에 있는 전 드래곤 로드 쉐리트와 몇 명의 용들.
“한 명만 와도 돼.”
그중에 한 용이라도 성자와 케이지 등을 데리고 수도로 와준다면.
용이 수도에 머문다면.
“케일 님.”
“왔나?”
최한이 플린 상단 일을 마무리하고 이곳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용 둘에 최한에.
‘사냥꾼이고 뭐고 간에.’
수도는 더 건들지 못할 것이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 보겠네.”
“네.”
“막내 공녀의 생존 여부를 비롯한 공작 가족 죽음에 대한 내용은 최대한 숨겨.”
“네!”
그때였다.
“부단, 헉, 사령관님!”
천막 밖으로 마법사 한 명이 황급히 나오다가 케일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나 우왕좌왕 거렸다.
-인간아! 나는 연락하고 온다! 용 되는 대로 오라고 한다!
투명화한 라온은 그렇게 말하고 멀어져갔으나, 케일은 이를 흘려들었다.
마법사가 들추고 나온 천막 안.
“아이가 깨어났나?”
“네, 네!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케일은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어느새 일어난 아이가 신관의 옷자락을 잡고 뭐라 외치고 있었다.
“불이- 불이-!”
케일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갔다.
당연히 지배하는 아우라는 꺼두었다.
아이의 눈동자는 허공을 헤매었고, 입가는 떨리고 있었다.
“불이-!”
그 순간, 아이와 케일의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케일의 붉은 머리칼을 보다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바, 방패-”
케일은 천천히 방패를 펼쳤다.
그리고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은빛 날개를 매단 방패가 방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막내 공녀는 침상 아래로 발을 내디뎠다.
“공녀님, 진정을-!”
신관이 그런 그녀를 막아 세웠으나, 아이는 케일을 향해 손을 뻗으며 어떻게든 걸음을 옮기려 했다.
케일은 다가가 그런 아이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그 손을 움켜쥐었다.
‘음.’
생각보다 그의 손을 움켜쥐는 아이의 힘이 셌다.
그만큼 절박한 움직임이었다.
케일은 몸을 숙여 아이와 눈을 마주했다. 아이는 외쳤다.
“불, 불- 백마법-!”
케일은 차분히 답했다.
“불을 일으킨 것은 백마법이니?”
그 순간,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케일의 품으로 무너지듯 쓰러지고는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