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87
87. 87. 다재다능 월드 스타 (1)
촬영을 하는데 음악이 필요했다. 연주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들어갈 연주본이 있어야 그에 맞춰서 촬영을 할 수가 있었다. 클래식, 그것도 유명한 난곡이라 상당히 어려웠다.
이럴 경우 기존에 발매된 유명 연주자의 연주 음악을 사용하거나 따로 세션을 불러서 녹음을 하지만 이번에는 박재선이 직접 연주한 곡을 사용하기로 했다.
박재선은 새로 채용한 사운드 엔지니어인 박광석을 연습실로 불러서 녹음을 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피아노를 스튜디오로 옮기는 것은 어렵기에 연습실에서 녹음을 해야 했다.
피아노의 경우 녹음을 위한 마이크를 설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상당한 노하우가 있어야 제대로 마이크를 설치하여 녹음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카프리스 24번’이나 ‘왕벌의 비행’같은 곡을 녹음하려면 연주하는 동안 지켜봐야 하니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피아노를 치고 난 다음에 그것을 같은 시간 동안 꼼꼼히 들어야 했다. 그런 다음 다시 몇 군데를 재차 녹음했다. 그러면서 비교를 하고 다시 녹음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피아노 반주를 녹음하는데 무려 두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걸 다시 편집했다. 재차 녹음한 음악을 처음에 녹음한 녹음 본에 짜깁기를 해서 하나의 연주로 만들었다. 그걸 몇 번이나 들으면서 수정했다. 좋은 귀와 감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었다.
그들은 스튜디오로 이동했고 거기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바이올린 연주 녹음까지 했다. 바이올린만 연주하는 독주는 거의 없고 보통 피아노 반주가 동반되었다. 더구나 메인이 바이올린 연주이기에 더 좋은 연주가 필요해 피아노 녹음보다도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더구나 중간에 임시로 편집을 할 때 피아노 녹음도 일부 수정을 할 필요가 있어 손을 봐야 해서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군요. 하지만 이렇게 두 곡을 이 시간에 대략 마무리한 것은 대단한 것입니다.”
박광석도 이런 작업이 한두 번은 아니기에 길지만 결코 긴 시간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10분짜리 연주 영상이라면 한 번 연주하는데 10분이 필요하고 그걸 다시 듣는데 역시 10분이 필요했다. 그건 단축을 하려고 해도 단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었다. 그래서 녹음과 편집을 끝없는 노가다라고 말했다.
박재선은 1차 가편집이 끝난 두 개의 연주 음악을 복사하여 박광석에게 내밀었다.
“이걸 믹싱했으면 합니다. 저도 해보겠지만 박광석 기사님도 한 번 해보죠. 나중에 비교해봅시다.”
“이 정도야 가능합니다. 원래 이런 일은 사운드 엔지니어가 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죠.”
“그렇다고 하지만 일단 시간이 없으니 저도 하면서 상황을 살피려고 합니다. 박 기사님을 믿기에는 아직 불안하군요.”
“실력을 보인 것은 아니니 당연할 것입니다. 로보틱스의 음원도 직접 하신 상황이니 전적으로 맡기기에는 불안할 것입니다.”
박광석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박재선이 했던 작업을 살펴본 상황이었다. 자신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더구나 그를 추천해준 류강현에게 박재선이 어떤 성향인지 들은 상황이라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가 넘겨준 1,2화 음악 파일의 편곡은 끝났습니까?”
박재선이 편집한 영상을 보면서 오리지널 사운드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적절하게 편곡을 해야 적당한 음악이 되었다.
“지시한대로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나에게 넘기면 됩니다. 사운드를 입혀서 바로 오철환 감독에게 넘겨도 되지만 확인할 것이 몇 가지 있으니 지금은 그렇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레는 이걸 촬영장에서 사용해야 하니 현장에 같이 가야 합니다. 서울문화센터에서 소공연장을 촬영하는데 빌려 주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음악감독은 보통 현장에 나가지 않지만 이번에는 현장에 나가야 했다. 박재선은 배우로 촬영을 하기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를 대신해야 했고 박광석이 나서서 작업을 해야 했다. 물론 현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음악을 들려주는 간단한 일이지만 잡음도 잡아야 했기에 전문가가 필요했다.
박재선은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드라마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촬영이 시작되고 열흘 정도 되었는데 벌써 3~5화 부분을 촬영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엘프의 여왕인 문희라가 전생을 각성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부분이라 상당히 중요했다.
문희라가 각성하는 장면은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장면이 많기에 CG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야 했고 박재선도 꿈에 나타나야 하기에 모션 캡처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두 주인공이 만나서 본격적인 로맨스 라인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중요했다. 물론 문희라는 그동안 정체된 음악적인 역량이 순식간에 개화하면서 솔로 연주자의 길로 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넌 콩쿠르라고 해야 국내에서 열린 대성오픈콩쿠르에서 1등한 것이 고작이야. 파가니니나 엘리자베스 같은 콩쿠르에서 3위 정도는 해야 독주자의 길을 갈 수 있어. 한국도 그런 타이틀 따지기는 마찬가지이고. 너는 아무 것도 없잖아?”
성지은이 분한 곽나현이 솔로를 선언한 문희라를 만류하고 있었다. 문희라는 성지은보다 나은 것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니 철없는 행동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성지은도 오케스트라에 들어오기 전에 솔로로 활동하기 위해 각종 국제콩쿠르에 나갔지만 예선 통과가 고작이고 수상을 하지 못했다.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너, 여기 금산오케스트라 단원도 사실 과분한 것 알거야? 객원으로 3년간 무료봉사를 하다가 겨우 정규단원이 되었는데. 그것도 나나 악장님이 힘을 써서. 그런데 갑자기 솔로라니? 솔로, 그거 자리 없는 백수의 다른 말이나 마찬가지야.”
“다시 시작할 거예요. 내 나이 이제 스물여섯, 만으로 스물넷에 불과해요. 외국 콩쿠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참가할 거예요. 그 정도는 집에서 밀어줄 정도는 되고요. 더 늦기 전에 시작할 겁니다.”
전생을 각성한 문의라는 음악적인 능력마저 새롭게 각성한 상황이고 십대 난곡이라 할 수 있는 곡들마저 완벽할 정도로 연주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실력은 자신이 있었다.
문희라는 자신이 있지만 주변의 만류로 인해 오히려 힘든 나날을 보내는데 그 때 곽나현의 후배인 이재선이 찾아오면서 마침내 문희라와 조우한다.
“재, 기껏 힘들게 정규 티오 주었더니 그만두고 솔로 한대.”
곽나현이 눈을 흘기면서 이재선에게 문희라에 대한 험담을 한다. 이재선은 마침 금산오케스트라에 후원을 하는 기업을 대표하여 금산그룹오너 일가이자 오케스트라의 숨겨진 실세인 곽나현과 협상을 하러 방문한 상황이었다.
먼저 곽나현과 이야기를 하던 문희라가 이재선이 나타나자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가자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다.
“실력은 있어요?”
“국내에서 정상급 정도. 그래 봤자 나 정도 수준이지. 국내에서나 좀 하는 정도이지 세계 레벨에 가면 명함도 못 내밀지. 더구나 나이도 많아 만으로 스물다섯이 다 되어 가는데 주요 콩쿠르도 2~3년 지나면 출전이 불가능하지. 그 안에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 나현이 누나가 쟤한테 많이 실망했나 보네.”
이재선의 어조가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변했고 화를 내는 곽나현은 맥이 빠지는 표정이 되었다. 기껏 열을 내는데 상대가 장난스럽게 반응하니 다시 화난 표정이 되었다.
“너 그런 말투 쓰지 말랬지?”
“왜요? 사실 아니에요?”
“이게. 그만해라. 날 가지고 놀면 재미있지?”
“에이, 왜 그래요. 오늘 내가 누나에게 점심 봉양을 해드리려고 했는데.”
“봉양? 할머니들에게나 쓸 말인데. 이 녀석이 지금 나, 나이 많다고 타박하는 거지?”
곽나현과 이재선은 누나, 동생 사이지만 그 때문에 사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진전이 없었다. 특히 이재선은 누나라고 단정을 짓고 그 이상의 관계에는 선을 긋고 있었다.
“에이, 꼴랑 나이 서른밖에 안 되는 누님인데.”
“너, 지금, 하. 나 쟤 때문에 배신감 느껴지는데 너까지?”
“뭔가 그러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말이고 그게 뭔지 확인하면 되지 않아요. 어느 날 도를 깨우친 것이 아닐까요?”
“계속 그럴래? 그거야 최근 좀 바이올린을 잘 켜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 때이지. 컨디션 좋고 물오를 때야 자신감이 쩔겠지만 그것도 다 한 때이고. 폼만 좋은 거지 클래스는 그대로인데.”
“한 번 연주하는 것을 듣고 싶네요. 내가 연주는 못해도 귀는 메뉴힌이나 카라얀 급이잖아요. 전에 누나 연주 듣고 제대로 평가했는데. 그냥 국내에 남으라고 했잖아요.”
“그래, 네가 어렵다고 해서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잖아.”
극중 이재선은 창작이나 연주, 성악은 못하지만 평가는 잘 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성공한다고 평가하는 음악가는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물론 실패할 것이라 말한 사람은 역시 좋지 못한 결과를 냈다.
“그걸 네가 판단한다고? 알았어. 만일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 솔로로 전향하는 것을 지원해주지. 당분간 단원의 신분도 유지를 시켜주고. 하지만 가능성이 없다면 알아서 하라고 하고.”
“그 정도야 나도 서비스로 해주죠. 나도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를 발굴할 수 있어 좋죠. 필요하면 우리도 지원할 수 있고.”
이재선과 곽나현이 추진한 문희라의 작은 독주회가 이루어졌다. 물론 난곡으로 유명한 ‘왕벌의 비행’과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연주하기로 했다. 난곡이지만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라면 한 번쯤 연습했을 것이니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 두 개는 연주자의 역량을 보여주는 곡이기에 오디션을 볼 때 자주 연주했다. 난곡이지만 보편화된 곡이었다.
한지영은 몇 번이나 NG를 내면서 바이올린 연주 장면을 촬영했다. 핸드싱크를 하더라도 최소한 엇비슷한 정도는 되어야 하기에 몇 번이나 재촬영을 하고 모니터링을 했다.
최소한 리듬이라도 맞추고 엇비슷한 위치에 파지를 하고 활을 움직여야 하는데 어긋나고 있었다. 물론 전문 연주자도 헤매는데 일반인인 한지영은 흉내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캐스팅이 된 후에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지만 여전히 미숙했다.
이번에는 배우가 아닌 음악감독으로서 박재선이 몇 번이나 시범을 보이고 문제가 된 것을 지적해야 겨우 그 사실을 깨닫고 교정했다. 문제가 있어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 정도 배운 사람이라면 그런 오류를 파악할 수가 있기에 바로잡아야 했다. 나중에 편집으로 미숙함을 감추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촬영할 때 제대로 해야 문제가 없었다.
한편 주변에서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박재선의 연주 실력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재선이 연주할 때는 소리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후 전문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하여 밀접 촬영을 했다. 전문 바이올리니스트는 제법 듣기 좋은 수준으로 연주를 해냈다. 하지만 난곡이라서 그런지 매끄럽지 못해 몇 번이나 촬영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나서고 싶지만 남자의 손과 여자의 손이 다르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촬영을 할 때 바이올린 연주곡을 계속 틀어놓은 상황이었다. 그래야 촬영하는 동안 동일한 리듬을 맞출 수가 있기에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편집을 할 때 엇박자가 발생할 소지가 컸다. 그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거 누가 연주한 거야?”
성지은이 다가와서 바이올린 연주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제가 연주한 거예요. 아까 시범을 보일 때 직접 들었지 않아요? 지금 소품으로 사용하는 바이올린을 이용하여 직접 연주했죠. 제법 괜찮은 편이죠?”
유지은의 요구대로 유지아가 사용하던 ‘드루이드’를 이용하여 연주를 했고 촬영에도 사용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박재선은 촬영장에 올 때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정말이야? 네가 전부 다 연주한 거야? 혹시 가상 악기로 만든 것 아니야? 요즘은 악보만 입력하면 저절로 연주한다는데.”
약간 의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가상악기는 느낌이 달라요. 아직은 진짜 연주를 따라가기에는 다소 부족해요. 전문가까지 속이는 것은 불가능해요. 최소한 직접 연주해서 짜깁기는 해야 가능하죠.”
박재선은 그 정도만 이야기 하고 그쳤다. 길게 말할수록 사기를 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었다.
88. 다재다능 월드 스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