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10
00110 같은 질문, 다른 결과 =========================================================================
(오늘 후기는 매우 깁니다. 하지만 꼭 읽어주세요.)
“레어 클래스(Rare Class)? 기공창술사(Energy SpearMan)?”
유정은 내 말을 따라하더니 이내 눈을 휘둥그래 뜨며 큰 숨을 토했다. 다른 일행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시크릿 클래스(Secret Class)인걸 밝혔을 때보다 더욱 소란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보인 실력으로 일행들의 마음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안현은 나보다는 이렇다 할 실력을 보이지 못하다가 승급하는거라 더욱 그럴지도 몰랐다.
“마, 말도 안 돼! 왜 안현만 저런…!”
“이, 이 캐러밴은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는 건가요? 정말….”
“쉿.”
살짝 미간을 좁힌 후 검지 손가락을 일자로 세워 입술에 대자, 각각 불만과 탄성을 터뜨리던 유정과 신상용은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안현은 몸을 미친듯이 떨며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본신의 마력 능력치를 훨씬 상회하는 힘을 받아 들이니 몸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좋은 현상으로 볼 수 있었다. 아직 능력치와 능력들이 개발 되지 않은 0년차 사용자가 이렇게 상위 클래스로 진화하는건 일종의 기연으로 봐도 무방 했다. 덜익은 육체에 이상 없는 강대한 힘이 들어가는건 본인의 능력이 일정부분 상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승급은 굉장히 중요한 과정 입니다. 안그래도 힘들텐데 주변이 소란스러우면 더욱 신경이 쓰일지도 모릅니다. 일단 궁금하더라도 참고, 계승이 모두 끝난 이후 묻도록 합시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내 말에 일행 모두가 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옆의 유정은 대놓고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안현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에 애타는 기색이 가득한게 엄청나게 부러워하고 있는게 분명 했다. 나는 품에 있는 마검 스쿠렙프를 한번 쓰다듬은 후 시선을 안현에게 돌렸다.
“으…으…아….”
안현은 내 말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지만 두 손에 꾹 쥔 칠흑의 창은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속으로 안현을 응원하며 나는 유정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주었다. 오늘 유정의 속마음을 들은 이후 얘를 조금 매몰차게 대한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많이 예뻐해주고, 더 많이 보듬어줄 작정 이었다.
“힝…오빠….”
유정은 입을 삐쭉 내밀며 냉큼 내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안솔은 현재 자신의 친오빠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대로 유정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안현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도록 주시 했다.
이윽고 안현의 떨림이 조금씩 줄어드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 했다. 간간이 숨도 쉬고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게 어느정도 끝이 보이는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창을 잡은 안현의 팔이 축 늘어지는 순간 그의 몸 전신이 황금빛으로 뒤덮이는걸 볼 수 있었다.
“성공이다.”
내가 만족한 얼굴로 입을 열고 그 황금빛은 화려하게 안현의 몸을 감돌더니 이내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빛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안현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듯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사용자 정보를 보고 있는것 같았다. 나도 제법 궁금 했기 때문에 당연히 제 3의 눈을 활성화 시켰다.
1. 이름(Name) : 안현(0년차)
2. 클래스(Class) : 기공창술사(Rare Energy SpearMan Runner)
3. 소속 국가(Nation) : –
4. 소속 단체(Clan) : –
5. 진명 · 국적 : 잊혀진 고대 창술의 진전을 잇는 자 · 대한민국
6. 성별(Sex) : 남성(22)
7. 신장 · 체중 : 178.8cm · 67.5kg
8. 성향 : 우호 · 온건(Amity · Moderation)
1. 창술의 달인(Rank : C Zero)
1. 호신강기(Rank : E Plus)
2. –
3. –
4. –
전 : [근력 59] [내구 57] [민첩 74] [체력 61] [마력 49] [행운 61] 후 : [근력 61] [내구 58] [민첩 74] [체력 63] [마력 58] [행운 61]
안현의 사용자 정보를 세세히 읽자 나는 속으로 감탄이 나오는걸 막을 수 없었다. 이정도면 정말로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었다. 클래스와 진명은 당연히 바뀌는거라고 해도 성향과 능력치 변화 그리고 특수, 잠재 능력 개화는 최고 수준으로 볼 수 있었다.
원래 안현의 성향은 중립(True) 그리고 중용(Neutral) 이었는데 조금 더 선에 치우친 우호(Amity) · 온건(Moderation)으로 변했다. 그동안의 행동이 안현의 내면 성향에 영향을 미친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능력치는 근력 2p, 내구 1p, 체력 2p, 마력 9p가 상승해 총 14 포인트가 상승 했다. 뮬에 도착한 이후 2개월도 안되 두자릿수 상승율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레어 클래스 상승 효과로 마력이 큰 폭으로 오른점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두자릿수 상승은 가히 경이로운 수준 이었다.
그리고 창술의 달인과 호신강기.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특수 능력과 잠재 능력 하나를 개화한것도 대단한데, 창술의 달인은 시작부터 C 랭크였다. 호신강기는 랭크가 낮기는 하지만 물리력과 마력 둘 모두를 방어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방어 능력. 말 그대로 엄청난 혜택을 받고 시작하는 셈이다.
나는 속으로 부럽다고, 사기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차마 양심에 찔려 생각 조차도 하지 못했다. 하긴 당장에 EX랭크에 오른 신검합일 하나만 봐도 현재 안현이 이룩한 모든 능력들을 찜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뻔뻔한 생각을 버리고 안현의 성장을 겸허히 축하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형.”
“…그래. 축하한다.”
안현은 몽롱함에 젖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밝게 웃으며 안현을 축하 했다. 그러나 안현은 여전히 몽롱한 눈동자로 내게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너무 기쁜 마음에 그럴수도 있다고 이해한 나는 다가오는 안현의 어깨를 살짝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그순간, 안현이 내게 와락 달려 들었다.
“형!!!!”
안현이 이러는게 한두번이 아니었고,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두팔을 벌리고 달려드는 안현을 보며 태연히 발을 뒤로 들었다.
오자마자 뻥 차줄 생각 이었다.
*
“그럼 폐허의 연구소에서 얻은 물품들을 총 결산 하겠습니다.”
아마 지금쯤 밖은 어두울 것이다. 홀 플레인의 밤은 피하는게 좋다. 폐허의 연구소에서 뮬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3일. 도중에 노숙은 어쩔 수 없지만 괜히 자청해서 밤 안으로 들어가는건 피해야 할 일들중 하나였다. 차라리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 강행군을 하는게 안전에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 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조금 회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왕 자고가기로 한거 연구소에서 얻은 물품들은 전부 정리하기로 했다. 이번 탐험은 말 그대로 대박중의 대박. 애들이 현재 장비하고 있는것까지 합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성과를 올렸다.
일단 금전 수익을 계산하면, 금화는 480골드였고 100골드를 호가하는 알 굵은 루비 보석 8개를 얻었다. 그러므로 총 1280골드의 수익이 나왔다.
다음으로 장비를 보면, 안현이 장비한 마나의 흐름을 도와주는 미스릴 팔찌 하나. 유정이 가져간 미스릴이 소량 포함된 장식용 단검. 비비앙이 장비한 블록 오브 파이어(Block Of Fire)의 이름을 지닌 망토. 안솔에게 준 마력 능력치를 1p 상승시켜주는 반지.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안티 매직 마법을 3회 사용할 수 있는 반지.
그다음 마족 백작 벨페고르를 처리하고 얻은 마족의 심장, 마검 스쿠렙프.
마지막으로 비밀의 방에서 얻은 칠흑의 창(레어 클래스 상승), 체력 상승 영약, 고대 창술사의 기록, 감소의 장갑, 주머니 안에 있던 펜던트, 그리고 정하연이 발견한 목걸이.
대부분의 물품에 복원 마법을 시전한 정하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펜던트와 목걸이를 내게 건네주었다. 이미 제 3의 눈으로 모든 정보를 확인 했지만,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다.
“…목걸이는 알겠는데, 펜던트는 별로 특이한게 없는것 같아요. 목걸이 또한 매우 좋은 물품이에요. 지금은 실전된 메모라이즈 마법을…아 확실하지는 않아요. 아무튼 그와 비슷한 종류의 마법을, 그것도 강화시킨 영구 마법이 각인도 있는것 같아요. 이 목걸이에는 총 2개의 마법을 저장할 수 있어요. 그리고 원하는 순간 시동어만 외치면 바로 마법을 발사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마법이 걸려 있어요. 다만 신성 주문은 저장할 수 없어요. 완전히 마법사용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름하여 영광의 목걸이(Glory Necklace). 정하연의 말대로 현재는 홀 플레인에서 실종된 메모라이즈(Memorize) 마법이 걸려 있는 목걸이였다. 이 목걸이 또한 굉장히 좋은 물품이지만 안현의 레어 클래스 승급에 비할바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비교적 담담 했다.
그리고 펜던트는 말 그대로 펜던트에 불과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그대로 떨궈 밟아 부수고 싶었지만, 안솔의 전전긍긍한 얼굴을 보자 차마 그럴수도 없었다. 나중에 솔이 안보는데서 버릴 생각을 하고 나는 펜던트를 대충 한쪽 구석으로 밀어 두었다.
“흐흐흐.”
안현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음침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소년의 눈길로 가끔 나를 바라보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내 발끝을 가리켰다. 걷어 차이고 싶으면 얼마든지 오라는 일종의 신호였다. 아무튼 나는 새로 얻은 물품들의 일부도 지금 배분할 생각이었다. 일행들은 모두 기대 되는 얼굴로 내 입만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안현을 마무리할 생각으로 감소의 장갑과 기록서를 꺼내 들었다.
“안현. 너 그 창 조금 무겁지.”
“흐흐흐. 전에 쓰던것보다 훨씬 무겁기는 해요.”
자꾸만 함박 웃음을 짓는 녀석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고는 장갑과 기록서를 툭 던졌다.
“아까 정하연씨 말을 들어서 알겠지만, 장갑은 네가 든 물체의 무게를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근력이 실제로 세지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감소시킬 뿐이니 유념하고. 그리고 기록서는 고대어로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네 창술의 수련과 관련된 부분일 거다. 나중에 도시로 돌아간 후 비비앙한테 해독해 달라고 그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신나는 얼굴로 자신에게 배당된 물품들을 쓸어가는 안현을 나는 물끄럼한 눈길로 바라 보았다. 영약은 어차피 또 내가 복용할 수 없는것 이었다. 그래서 적당한 틈을 노려 먹일 생각 이었는데, 그때 마침 부러운 눈길로 안현을 보는 신상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옆에 멀뚱한 얼굴로 앉아 있는 비비앙도. 그순간 내 머리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번득 스치고 지나갔다.
영약, 정화된 비비앙의 영단, 마족의 심장, 조화의 마방진, 연금술사. 어쩌면….
“혀엉!”
“…이제 그만좀 해라 좀.”
내가 생각을 하던 도중 또다시 달려드는 안현을 걷어찬 후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속으로 퍼즐을 하나 맞추긴 했지만 그 분야는 내가 자신있는 분야가 아니라 함부로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영광의 목걸이와 펜던트는 일단 보관하기로 했다. 원래는 비비앙에게 줄까 했지만 마수 소환술을 주로 이용하는 비비앙은 스스로 거절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영광의 목걸이는 비비앙 보다는 정하연이 훨씬 어울렸다. 그러나 지금은 줄 수 없다. 그녀와 본격적인 관계를 맺는건 어디까지나 뮬로 돌아간 이후 우리 둘의 사이를 해결하고 난 이후였다.
“쳇. 혼자 들떠서는…. 완전 저놈만을 위한 방 같잖아?”
목걸이와 펜던트를 품에 넣고 야영을 명령하자 옆에서 유정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대놓고 퉁퉁 거리는게 어지간히 질투심이 폭발하는 모양 이었다. 순간 품 안에 있는 마검 스쿠렙프가 생각 났지만 아직은 건네줄때가 아니었다.
이놈은 엄연히 마검으로 분류 되는 굉장히 위험한 놈이다. 지금은 살살 기고 있더라도 최대한 길을 들이고 난 이후에야 건네줄 수 있었다. 그래도 유정이의 어깨가 축 처진걸 보니 솔직히 조금 안된 마음이 있기는 했다. 아무튼 앞으로 신경 써주기로 한만큼 나중에 그녀의 마음을 직접 풀어주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라서 습격을 받을 위험은 적지만 혹시 몰라 불침번을 세우기로 했다. 안현은 평소에는 느릿하게 야영을 했지만 오늘만큼은 그 누구보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평소에는 과묵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도 저런 모습들을 보니 아직은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이 아니꼬왔는지 유정이 또 빈정거렸으나 오늘만큼은 마음이 넉넉한 안현은 푸근한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흠…. 비비앙? 이리와.”
“응? 왜?”
안현이 자신을 부르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비비앙이 고개를 기울이며 반문 했다. 안현은 유정이 보는 앞에서 그 어느때보다 자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같은 레어 클래스끼리 잘 지내자고. 자자. 내 옆에 침낭 깔어. 중간에는 시크릿 클래스이신 우리 형님 들어갈 자리 놔두고. 그렇지.”
그 말에 안솔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안현을 바라 보았다. 솔만 그런게 아니었다. 정하연과 신상용도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들의 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심 엄청 창피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 뒤로 유정이 안현에게 달려드는건 어떻게 보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소한 헤프닝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매듭 지은 후 우리들은 저녁을 먹었다. 조금 시간이 남긴 했어도 내일 새벽에 일어날 예정이라 일찍 잠들기로 결정했다.
나는 처음 불침번을 나선 비비앙의 뒷모습을 보며 침낭으로 몸을 묻었다. 내일이면 다시 뮬로 돌아가는 귀환길에 오른다.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얻은것도 많았다는 공략이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차분히 눈을 감았다.
============================ 작품 후기 ============================
(오늘 후기는 리리플을 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어느덧 2월도 거의 갔고, 조금 있으면 새로운 3월이 다가오네요.
오늘 이렇게 장문의 후기를 쓰게 된 이유는 연재 주기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도직입으로 말씀 드리면, 2월 28일부터 제가 새로운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어느새 예비군 2년차를 넘었습니다.
군대 전역후 여러 일을 하다가, 하나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살수는 없다. 나도 하나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목표를 위해 일을 그만두고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하나 구했고, 그때부터 열심히 달린것 같습니다. 그후 나름대로 목표했던 바를 이뤘고, 또 나름대로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가 12년 12월 이었습니다.
그후 저는 조금 생긴 여유를 즐겼고, 그중 하나가 바로 조아라였습니다. 거의 10년 동안 독자로 지내던 도중 노블 소설들을 읽으면서 하나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한번 소설을 써보고 싶다.
그동안 여러 네이버, 다음 카페에 소설을 올린적은 많았지만 조아라에 올리는건 2년전? 3년전? 아무튼 그때 이후로 네번째 였습니다.
처음 현대 마법사를 쓰면서 설정 부족을 느꼈고, 그다음 나름대로 짜고 들어간 아포칼립스 크로니클은 독자분들의 호응을 이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던 도중 12년 3월에 연재하다 습작으로 돌린 메모라이즈 였습니다. 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미리 짜둔 설정을 변경하고 추가해 이를 악물고 연재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프로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게 전업이 아닌, 아마추어에 불과한 사람 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대로 들어가보자. 선작 3천개를 목표로 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50회 이상은 이끌어 보자. 단단히 마음 먹고 연재를 시작 했습니다.
처음에 호응이 엄청난건 아니었지만, 전작들에 비해 훨씬 나았고 무엇보다 전에 연재분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30회, 40회를 넘어가면서 베스트에 한번 오를 수 있었고 목표 했던 선작 3천도 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뒤로 다시 20위 ~ 30위로 내려갔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날들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평소 잘 따르던 친인척분을 사고로 잃었을 때 였습니다. 장례식장에 가야 했기 때문에 휴재 공지를 했고 돌아 왔는데 여러분들의 많은 코멘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코멘트들을 하나씩 잃는 순간 뭔가 울컥하는게 올라왔고,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마음을 추스른 후 저는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편을 쓰는것도 허덕이던 제가 처음으로 연참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2편씩 쓰기 시작하고, 70회를 넘어가면서 다시 한번 폭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투베 1위를 했을때.
선작이 하루에 1천개가 넘게 올랐을 때.
하루에 코멘트 다섯개도 달리지 않던 제가 순식간에 수십개의 코멘트가 달릴때.
선작 3천개를 목표로 했던 제가 선작 1만이 넘었을 때.
여러분들은 아실까요? 그때 제 심정이 어땠을 지를요.
하루하루를 꿈 속에서 사는것 같고, 조금 힘들다고 불평해도 코멘트만 보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입가에 미소가 감돌고 악플을 봐도 그저 즐겁기만 했습니다.
코멘트로 리리플로 여러분들과 의사 소통을 하는 날들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독자분들의 과분한 관심과 응원은 제게 그대로 힘으로 돌아와 더욱 소설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글로 먹고 살지 않는 이상, 이제 원래 목적이었던 제 목표를 위해 달릴날이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이번이 제 인생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있고, 나이가 조금 있는만큼 마지노선이라 정말 최선을 다할 각오로 임할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 봐도 2월 28일은 신입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3월 1일, 3월 2일은 신입들이 모여 저 멀리 산골로 떠납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도 모르구요.
앞으로 1일 2연참은 힘들지도 모릅니다.
1일 1연재도 깨질지도 모르고, 자정 연재도 어그러질수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휴재 공지도 나올수도 있구요.
하지만 이대로 연재를 포기하는건 싫습니다. 조금 더 쓰고 싶고 조금 더 가보고 싶습니다. 완결은 아직 머나먼 일이지만 주변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최대한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오직 여러분들에게 말씀 드릴 수 있는건 단 하나입니다.
여유가 있을때 연참을 하겠다는것.
최대한 연재를 이어 보겠다는것.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지 않겠다는것 입니다.
그날 올리지 못하면, 그리고 중요한 일이 있으면 공지든 후기든 코멘트든 꼬박꼬박 남기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염치 없는 말이고 저 또한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중에 흐지부지 되기 보다는 지금 확실히 말씀드리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너무 길었네요.
하지만 그냥 이래서 이렇다 툭 말씀 드리기 보다는
제 사정을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독자분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최대한 연재를 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하며 긴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