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170
00169 예상치 못한 만남 =========================================================================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지만, 나는 담담한 얼굴을 유지 했다. 여기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고연주의 계략에 그대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가볍게 콧바람을 쏘아준 후 나는 차분히 해명을 하기 시작 했다. 그간의 일을 간략히 설명함과 동시에 어제 부로 그녀와의 거래가 끝났고, 이번에 새로 창설할 우리 클랜에 새로 입단 되었다는 것까지. 그 와중 서로의 실력 확인 차 살짝 비무(比武)의 시간을 가졌다는 건 소소한 이야깃거리에 불과 했다.
내 말에 일행들은 각기 다양한 반응을 보여 주었다. 나와 고연주 사이에 그런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 애들도, 고연주가 정식으로 우리 클랜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놀란 사용자도, 그리고 내 이야기에는 관심도 없고 고연주가 들고 오는 푸짐한 음식들에 놀란 멍청한 거주민도. 내가 10강을 이겼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슬플 뿐 이었다. 물론 내가 말을 완곡히 돌린 것도 있긴 하지만.
최대한 풀어 천천히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도중에 음식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거의 마칠 무렵에 그녀는 음식을 가지고 왔다. 그것도 그릇을 담는 카트에 음식을 한 무더기 쌓아 놓고서. 고연주의 얼굴에는 처음의 부스스함은 온데간데 없었고, 어느새 생글생글 웃는 낯빛으로 하나씩 음식을 내려 놓고 있었다.
“우와. 사용자 고연주. 형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클랜에 가입하시는걸 환영 합니다.”
“응? 호호. 수현씨가 벌써 얘기를 했나 보네. 아무튼 고마워.”
고연주는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말을 했지만,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나이는 둘째 치고서라도 연차나 현재의 위치로 보면 당연한 일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애들도 그녀의 말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들 이었는데, 처음에 겪던 진통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안현은 신난 얼굴로 음식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나불거리고 있었다.
“이 고기는 뭐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게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 가네요. 그리고 위에 솔솔 뿌린 이것은….”
“아아. 파그라(Pagra)라는 이름을 가진 약초. 음식이랑 함께 먹으면 특유의 역한 냄새도 없어지고, 특히 남성의 정력에 아주 좋단다.”
“네, 네? 아 그, 그렇군요. 그럼 이 음식은….”
“감자를 가늘게 썰어서 불 판에 볶고 위에 살짝 녹인 치즈를 얹었지. 물론 현대의 치즈는 아니고 홀 플레인에서 나는 치즈라고 보면 돼. 특히 남성의 정력에 아주 좋단다.”
“…….”
“아, 이거는 싱싱하고 아삭아삭한 야채 샐러드. 먹어보렴. 특히 남성의 정력에 아주 좋단다.”
안현은 더 이상 물어보는걸 거부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연주는 꿋꿋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음식을 하나 놓을 때 마다 나를 바라보고, 위에 말한 세 음식을 내게 가까운 쪽으로 미는걸 보니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불을 지를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법 당황하고 말았다.
“하하…. 사,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 즈음, 사용자 신상용은 떨떠름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 시켜 주었다. 몇몇 일행들의 좁혀진 시선 속에서 오직 푸짐한 음식들에 행복해하는 비비앙을 보며, 나는 방금 전 멍청한 거주민이라고 했던 것을 취소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전에 있었던 해프닝을 넘기고 우리들은, 아니 정확히 나는 간신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자꾸만 앞서 거론한 음식들을 권하는 고연주의 행태에 분노가 치솟아 올랐지만, 언젠가는 정말 제대로 갚아주리라 다짐하며 꼭꼭 씹어 먹었다.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후 일행들이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카오스 미믹(Chaos Mimic)이었다. 애들은 지금 당장 열고 싶어 안달한 모습을 보였지만,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일단 연다고 해도 연기를 다 빼야 물건을 꺼낼 수 있으며, 무검과 남은 엘릭서 한 병도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뒤의 이유는 얘기할 수 없었다. 해서 나는 혼돈을 다 뺀 이후에 개봉한다고 못을 박아 놓았다. 아마 지금 바로 연기를 뺀다고 해도 오늘 저녁이 되야 다 빠질 것 같으니 개봉은 그 이후의 일 이었다.
시무룩해진 애들을 보며 쓰게 웃은 후, 나는 기운이 날 만한 소식을 하나 들려 주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 하루 휴가를 주겠다는 것. 사용자 정하연에게 조금의 용돈을 맡겨 놓을 테니 오늘은 굳이 수련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은 조금 마음에 들었는지 다들 표정을 폈는데, 여기에는 나름 노림 수가 있었다. 추후에 애들이 돌아올 때를 기대하며 나는 하연에게 식사 후 집무실로 와달라고 말을 걸었다.
*
오랜만에 앉는 3층 특실에 있는 테이블 의자. 방금 전 마구 휘갈긴 기록을 내려다 본다. 나는 복잡한 일들이 있을 때는 항상 기록한 다음에 정리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습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실적 증명서 2장 발급. 탐험 보고서 제출. 카오스 미믹 개봉과 성과 처리. 클랜 창설 신청. 고연주 영입. 나는 그 중에 맨 마지막에 적은 고연주 영입 건에 두 줄을 죽죽 그었다. 그리고, 깃펜을 끄적거려 맨 위에 하나의 내용을 추가 시켰다.
정보 수집. 현재 부랑자 말살 계획과 황금 사자 클랜의 행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아마도 지금쯤 고연주가 열심히 정보를 모으고 있을 테니 늦어도 내일 저녁 즈음에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앞서 애들을 내보내, 대충 도시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똑똑.
그 때, 깃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에 잠겨 있는 도중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라고 화답하자 이내 집무실 문이 살짝 열리는 게 보였다. 이윽고 문 안으로 들어선 사용자는 단발 머리를 한 단아한 외모의 미인 이었다.
“수현. 부르셨어요.”
“네. 하연. 이리 가까이 오세요.”
그녀는 내 부름에 문을 꼭 닫았다. 곧이어 철컥 이는, 무언가 잠기는 소리가 났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그녀는 테이블로 다가와 의자를 내 옆에 바싹 당기고는 그대로 엉덩이를 붙였다.
하연의 얼굴은 대단히 차분 했다. 마치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엄습 했지만 나는 일단 서론을 꺼내기로 했다. 그리고 품을 뒤적인 후 미리 준비했던 돈 주머니 하나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하연. 부탁이 있어서 불렀어요.”
“애들 돌보기 인가요?”
“하하…. 비슷하네요. 오늘 잠깐 도시를 구경하지 않으시겠어요?”
“단순한 구경만은 아닐 것 같은데요.”
여전히 날카로운 그녀를 보며,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이제 그만 본론으로 들어갈 때였다.
“예. 맞아요. 뮬에 들어온 지 하루도 채 안되기는 했지만 도시가 너무도 조용하네요.”
“음. 어떤 말씀인지 감이 잘 안 와요.”
“슬슬 사용자들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 최소한 뭔가 얘깃거리들이 있어야 해요. 부랑자 말살 계획은 그렇다 치더라도 황금 사자 클랜의 강철 산맥 진군이라던가, 아니면 유적 발굴 등에 대해서요. 하지만 그 어떤 얘기들도 들리지 않아요.”
“흐음. 아직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황금 사자 클랜은 공략 중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유적 발굴이면 꽤 큰 이슈일 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건 확실히 의심스럽네요.”
역시나 그녀의 머리 회전은 빠르다. 척하면 척 이라고, 내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나는 기록서를 그녀 앞으로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그래서 지금 바로 신전으로 찾아갈 생각 이에요. 두 유적이 처럼 엄청나게 먼 곳도 아니고, 3주라는 시간 동안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하면 말이 안되죠. 아무래도 무언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아요.”
“아하. 그럼 저와 다른 사용자들은 도시를 거닐면서 정보를 모아오면 되는 거군요.”
“그렇죠. 그래도 휴가라는 명목이 있으니 너무 힘들게 돌아다니지는 말아요. 적당히 쉬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분위기 파악 정도로만 해주시면 되니까요.”
“그 정도야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하연은 기록서를 보며 말을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의 시선은 두 줄이 그어진 맨 아래로 향해 있었다. 한동안 머뭇거리던 그녀는, 이내 시무룩이 눈을 내리 깔며 주머니를 쥐었다.
“아, 아니에요. 그럼 이만 나가볼게요.”
“잠시만요.”
“앗….”
나는 그대로 몸을 일으키려던 하연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다시 앉혔다. 그녀는 설마 내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얼굴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왜 그래요.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
“…….”
하연은 아무 말도 않고 내 시선을 회피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얼굴을 지그시 응시하자, 그녀는 결국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았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저, 저요. 오늘 아침에 수현을 의심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이어진 해명, 아니 설명을 듣고 다시 안심 했고요.”
“난 또 뭐라고. 그저 1:1로 전투를 했을 뿐 아직 그 짓은 하지 않았으니 걱정 말아요.”
“아직…이요.”
하연은 아직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며 서글픈 미소를 흘렸다. 나는 잠시 말을 실수한걸 느껴 다시 입을 열려고 할 순간 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내 말을 막고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아직 현대에서 살던 감정을 버리지 못했나 봐요. 이곳은 홀 플레인 인데. 당연히 있을 수도 있는 일들인데.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괜한 걱정을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해요.”
“아니….”
“따지고 보면 웃기는 질투죠. 저는 수현을 유혹 했고, 제가 원해서 안겼어요. 애들 입장에서 보면 똑같이 나쁜 년인데, 그리고 저는 수현을 구속할 수 있는 아무런 명분도 없는데….”
평소의 하연 답지 않다.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말을 횡설수설 하는 게 머리 속이 단단히 뒤엉켜 있는 것 같았다. 이럴 때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한동안 고민하던 도중 문득 1회차 시절 두 사용자가 주고 받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연을 응시 했다. 항상 차분하고 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가, 지금 내 앞에서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슬퍼 보였지만, 그 슬퍼 보이는 표정과 그녀의 모든 태도가 왠지 모르게 내게 기분 좋은 감정을 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두근.
단 한번에 불과 했지만 가슴에서 심장의 고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생소하면서 나쁘지 않은 감정들. 아니, 낯설지 않은 걸로 보아 잃어버렸던 감정들 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반사적으로 서랍으로 손을 뻗었다. 어제 밤 서랍에 고이 놓아둔 호렌스(Horrence)의 구슬을 넣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줄 수 없었다.
하연의 불안감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고연주 였다면 시원하게 웃어 넘겼을 일들 이었다. 그러나 그런 면에 있어 그녀는 아직도 지구의, 현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한 사용자 였다. 더구나 순결 즉 첫 경험을 나와 한 만큼 더욱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면에서 보면 그녀는 훌륭히 적응한 사용자지만, 확실히 역린(逆鱗)이 있는 부분은 그렇게 쉽게 치유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남녀 관계에 대한 현대와 홀 플레인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게 분명 했다.
“…….”
힘을 주지 못한 게 아닌, 힘을 주지 않았다. 그것은 내 의지에 따른 행동 이었다. 이윽고 나는 손잡이를 잡았던 손을 풀고 말았다. 지금은 몸 속 전신으로 퍼지는 이 감정의 흐름에 한번 편승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하연은 스스로도 두서 없이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나는 부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두 사용자의 대화가 효과적이기를 바라며, 슬며시 그녀의 어깨로 손을 내뻗었다. 하연은 내가 손을 뻗어 오자 마치 도망치고 싶은 듯 몸을 떨었지만, 기어이 내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 다음 살짝 끌어 당긴 순간.
“아….”
거짓말처럼, 그녀는 내 품 안으로 안겨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떨리는 몸을 그리고 머리 결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하연. 우리가 처음 정을 나누었던 날을 기억하나요?”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요.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하연은 그랬죠. 자신도 소중한 이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은 나를 좋아하고, 나를 위해주고, 나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을 내칠 만큼 모질지는 못하다고 했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은 상관 없다고. 나는 내 주변 사람들 챙기기도 바쁘다고. 그게 나쁜 거냐고 물음을 맺었어요.”
내가 그녀의 말을 회상하자, 그녀 또한 내가 다음에 했던 말들을 줄줄이 내뱉었다.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는걸 보니 정말로 그날의 일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날은 그만큼 그녀에게 인상 깊은 날 이었다는 소리였다. 나는 그녀를 한층 더 강하게 끌어 안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지금 미리 말해둘게요. 그때 말한 것처럼 저는 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을 내칠 수 없어요. 만약 또 하연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아마 하연을 실망시킬 일을 할지도 몰라요.”
이 말을 하는 데는 생각 외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 했다. 솔직히 최악의 경우 그녀의 눈물을 보게 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일행들에게 거짓말을 엄청나게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라고 해도 거짓말은 거짓말 이었다. 최소한 밝힐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나에게 몸을 의탁한 사람들에게 웬만하면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남녀관계 같은 복잡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하연은 내 품에 고개를 묻은 채로 곧바로 도리질을 쳤다.
“으으응. 아니에요. 실은 알고 있었어요. 소중한 이가 되는 게 아닌, 소중한 이들 중 하나가 되는 것. 그 때부터, 그렇게 말했을 때부터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어요. 다만 가슴으로 받아 들이기는 힘들었을 뿐 이에요. 정말 미안해요. 호, 홀 플레인 인데. 괜한 감정으로 제가 안 좋은 모습을….”
“하연.”
“…보여 드렸네요.”
너무 자책을 심하게 하는 것 같아, 나는 도중에 말을 끊어 버릴 요량 이었다. 그러나 하연은 기어코 말을 끝까지 잇고 말았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후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숨을 정리하려고 노력 했다. 더 이상 그녀는 차분한 표정을 연기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애절함이 물든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을 뿐. 그런 그녀의 표정에 힘 입어, 목소리에 한층 힘을 주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 여기서 다시 약속 할게요. 그날 말씀 드렸던 것처럼, 당신이 저를 원하는 이상, 저 또한 당신을 소홀히 하거나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에요. 그러니…. 이번 한번만 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를 믿어주지 않겠어요?”
============================ 작품 후기 ============================
(오늘은 리리플을 하루만 쉬겠습니다. 168회 리리플은 169회와 합쳐 170회에 같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이 11:59분 이네요. 예전에는 그래도 여유 있게 집필을 끝낼적이 많았는데, 요즘들어 정말 자정 전까지 피터지게 쓰는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는 너무…12:00이네요. 곧 올릴 준비 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