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world on your own with an infinite capital RAW novel - Chapter 208
8화 공포와 분노의 9.11
2001년 9월 11일.
오전 6시, 이집트 국적의 모하메드 아타와 또 한 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승객이 국내선 비행편으로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미리 예약해 둔 아메리칸 항공 11편에 입장했다.
그리고 7시 40분에 나머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 3명도 차례대로 똑같은 항공기에 탑승을 완료했다. 이들에게서 어떤 총기류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전 7시 59분에 아메리칸 항공 11편은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LA를 향해 출발했다. 이 비행기에는 76명의 승객과 11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고 정상적으로 이륙해 비행고도를 잡았다.
그러나 8시 13분경.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5명의 테러범들. 모하메드 아타와 한 명은 승무원이 조종석의 문을 여는 순간 난입해 날카로운 흉기로 기장과 부기장을 가차없이 찔러 죽이고 조종간을 잡았다.
나머지 세 명 역시 흉기를 꺼내 휘두르며 승객과 승무원들을 장악했다. 그 과정에서 저항하는 비즈니스 승객 한 명은 잔혹하게 목을 그어 죽여 버렸다.
확 솟구치는 피!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도록 기세가 사나웠다. 이들에게 감히 저항할 승객이 없었다. 순식간에 아메리칸 항공 11편은 5명의 테러범에게 접수되어 버렸다. 하이재킹에 성공한 것이다.
보스턴 관제소는 아메리칸 항공 11편(AA11)과 교신이 끊어지자 이상하다 생각하던 중에 모하메드 아타가 승객들에게 경고하는 기내 무선을 감지했다. 원래는 기내 승객에게 하는 방송이었지만, 모하메드 아타의 조작 미숙으로 관제센터와 주변을 비행하는 다른 조종사들도 듣게 된 것이었다.
-We have some pldns‘s’. Just stay quiet and you’ll be right. (우리는 비행기‘들’을 납치했다.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우리는 폭탄도 가지고 있어. 여차하면 터트릴 거다.
관제소는 즉시 연방 항공국과 공군에게 급전을 날렸지만… 납치가 맞는지 불확실했고, 당시까지는 미국에서 하이재킹이 대형 사고로 연결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상황을 좀 더 두고 보자는 쪽으로 안일하게 골든 타임을 흘려 버리고 말았다.
아메리칸 11편은 LA로 향하던 기수를 뉴욕으로 돌렸다. 목적지가 갑자기 바뀐 것이다. 여전히 조종간은 모하메드 아타가 잡고 있었고,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다.
-흐으으, 오직 알라만이 세상을 주관하느니. 알라의 뜻대로 되리라. 인. 샬. 라!
* * *
같은 날 같은 공항,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또 한 대의 비행기가 8시 14분에 이륙했다.
유타이티드 항공 175편에는 승객 51명과 승무원 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묘하게 이날 일등석의 다섯 명은 모두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으로 모두 아랍인이었다.
당시 기장은 고도를 올리는 도중 이상한 무선을 들었다. 아메리칸 항공 11편의 납치범 모하메드 아타가 승객에게 경고하는 무선이었지만, 주변을 비행하던 기장에게도 잡힌 것이다.
기장은 즉시 관제센터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관제센터, 방금 이상한 무선을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항공기를 납치했다는 내용입니다. 확인 바랍니다.
-유나이티드 175편, 우리도 들었습니다. 지금 혹시 아메리칸 11편의 동체가 식별되나요?
-아! 29,000피트, 28,000피트 상공에서 보입니다.
-유나이티드 175편, 즉시 아메리칸 11편과 거리를 띄우세요. 알겠습니까?
이게 유나이티드 175편과의 마지막 통신이 될 줄 관제센터에서도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8시 43분 유나이티트 175편의 일등석에 있던 아랍인 5명은 일제히 일어나 기장과 부기장을 칼로 찔러 죽였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모두 목을 그어 버렸다.
-우리는 폭탄을 가지고 있다. 반항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터트려 버릴 테다. 꼼짝 말고 대가리 처박고 있어!
너무 허술했다. 미국 영내에서 아직 하이재킹이 성공한 사례가 없었고, 탑승자들이 모두 미국과 우호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국적자들이었기에 더 소홀하게 봤던 것이다.
조종간을 잡은 납치범들은 곧바로 기수를 뉴욕으로 돌렸다.
* * *
같은 날 오전 7시 16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인 5명이 체크인을 마쳤다. 이들은 바로 공항 검색대로 향했다.
삐삐삐-
공항 검색대에서 4명이 금속 탐지기에 걸렸다. 하지만 보안 검색관은 이들을 통과시켰다.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작은 나이프. 당시 4인치(10.16cm) 이하의 칼은 소지가 가능했던 헛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들 중 하뇨르와 하즈미 형제는 일등석에, 나머지 3명은 이코노미석에 따로 앉았다. 일체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이들이 탑승한 항공기는 아메리칸 항공 77편. 58명의 승객과 6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
8시 22분, 아메리칸 항공 77편은 관제센터로부터 5,000피트 상승을 허가받았다.
8시 22분, 다시 11,000피트 상승을 허가 받았다.
8시 25분, 워싱턴 관제소로 관제가 넘어갔고, 계속 정상적인 교신을 주고받았다.
8시 43분, AA 77편의 관제는 워싱턴에서 인디아나 폴리스 관제소로 넘어갔다.
이때까지는 정상이었다. 날씨는 쾌청했고 아무 장애도 없었다, 폭풍 전야처럼.
-AA 77편, 여기는 인디아나 폴리스 관제소.
-네, 인디아나 폴리스 관제소, AA 77편입니다.
-AA 77편, 팔로머스(웨이 포인트)로 비행하시기 바랍니다.
-네, 팔로머스로 비행, 알겠습니다.
이게 마지막 교신이었다.
8시 51분 테러범들은 나이프와 커터로 조종사들과 승무원을 위협해 조종석을 장악했다. 다만, 앞선 두 납치범처럼 사람을 직접 살해하지는 않고 객실로 쫓아내는 것에 그쳤다. 여전히 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협박을 하면서.
이들은 기수를 펜타곤으로 돌렸다.
* * *
쥘 노데는 프랑스 출신 영화 제작자였다. 고만고만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었지만 별로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다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몇 건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나 이것도 반응이 시큰둥했었다.
그저 그런 제작자라는 말이다.
쥘 노데는 지금 뉴욕시의 신참 소방관에 대한 다큐를 찍고 있었다. 찍으면서도 이 화면을 어느 방송사가 사 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걸 팔아야 밀린 방송 장비값을 줄 텐데… 내 인생은 언제쯤 활짝 피려나, 휘휴.’
쥘 노데가 다큐를 찍는답시고 신참 소방관과 같이 출동한 곳은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 앞 도로. 아침 8시 46분이었다.
그곳을 배경으로 도로가의 비상 소화관에서 물을 공급받아 출동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어라?
저거 뭐야?
쥘 노데의 눈에 띈 비행기 한 대.
굉음을 내뱉는 비행기 소리에 쥘 노데는 급히 카메라를 하늘로 돌렸다.
순간.
‘콰아앙-.’
그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의 왼쪽 1WTC에 내리꽂히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리고 빌딩이 요동을 치면서 흔들리는 모습도.
충돌한 이후 1WTC에서는 엄청난 폭발음과 불길이 치솟더니 곧이어 연기가 꾸역꾸역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여기는 미국 한복판이다. 그것도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의 맨해튼.
쥘 노데의 방송용 카메라를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쥘 노데도, 소방대원도, 행인들도 고의적인 연쇄 테러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저 항공기 사고로만 치부했던 것이다.
즉시 세계 무역 센터 관리실은 사람들에게 비상 대피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충돌이 일어난 곳은 1WTC, 그 옆의 2WTC는 사람들의 대피를 중지하고 다시 안으로 들여보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조치였다. 사람들을 무리하게 건물 밖으로 소개시켰다가 오히려 1WTC에서 떨어지는 건물 잔해에 피해를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2WTC 사람들은 창밖으로 멀뚱멀뚱 1WTC 일부가 불에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론들이 개미 떼처럼 쌍둥이 빌딩으로 몰려들었다. 이제 수백 개의 카메라가 연기를 뿜고 있는 쌍둥이 빌딩을 잡고 있는 상태로 돌변했다.
그러나.
8시 46분에 1WTC를 덮친 아메리칸 항공 11편에 뒤이어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이 항로를 벗어나 비행하고 있는 것이 뉴욕 관제소에 포착되었다.
유나이티드 175편은 마치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폭탄과 같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뉴욕의 쌍둥이 빌딩 2WTC를 향해서.
이번에는 1WTC가 불타고 있는 장면을 모든 언론사의 카메라가 잡고 있는 와중인 9시 3분, 유나이티드 175편 비행기가 2WTC에 충돌했다.
‘쿠와앙-.’
뉴욕은 대혼란에 빠졌다.
쌍둥이 빌딩은 계속 화염에 휩싸여 있었고, 열기와 유독가스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이 생생히 방영되었다. 그렇게 추락하여 사망한 사람만 200명이 넘었다.
안타깝지만 밑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력감에 젖은 시민들은 오직 신에게 기도할 뿐이었다, 분노를 곱씹고 하염없이 절망하면서.
뉴욕의 모든 소방서에서 출발한 구급차와 화재 진압용 소방차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도심을 울렸다.
이들보다 화재 현장에 먼저 도착한 헬기들도 마찬가지. 엄청난 화염의 열기를 헬기가 그대로 맞아야 하기에 접근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뉴욕 경찰은 헬기 구조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다 알아 버렸다.
이건 면밀히 계산된 테러였다. 1WTC와 충돌을 일으켜서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켜 놓고 2WTC를 연이어 공격했다는 것, 이건 모든 사람에게 테러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 셈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계산대로 두 대의 비행기에 직격을 당한 쌍둥이 빌딩은 처음 충격을 받은 1WTC부터 무너져 내렸다.
코어를 제대로 가격한 것이다. 항공기에서 흘러나온 많은 양의 항공유는 충돌할 때 발생한 화염에 뒤섞여 건물의 중심을 완전히 뒤틀어 버렸다.
곧이어 두 번째 공격을 받은 2WTC도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Holy Shit!
-Oh My God!
-Jesus!
방송용 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에도 아나운서의 격정적인 발언이 그대로 송출되었다.
사람이라면, 미국인이라면, 이 현장을 지켜봤다면, 결코 참을 수 없는 참상이었다.
* * *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항공국은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을 금지함과 동시에 대도시 인근을 지나가는 경로에 있는 항공기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9시 37분에 5명의 테러리스트가 장악한 아메리칸 항공 77편 비행기는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콰앙-.’
서쪽 면 1층과 2층 사이를 쑤시고 들어가 폭발한 비행기는 굉음을 일으키며 터져 버렸다. 여기서도 125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했다.
쌍둥이 빌딩에 두 대가 쑤셔 박히고, 펜타곤에도 한 대가 떨어졌다.
그런데, 나머지 한 대는?
* * *
같은 날 오전 7시, 4명의 알 카에다 조직원은 이버티 국제공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에 탑승했다. 이 비행기는 원래 출발 예정 시간이 8시 정각이었지만 활주로 사정으로 9시 3분까지 이륙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비워진 활주로로 승객 37명과 승무원 7명이 탄 유나이티드 93편은 창공으로 몸체를 띄웠다.
9시 23분 고도를 높이는 항공기 기장에게 관제소의 급한 연락이 울렸다.
-유나이티드 93편, 여기는 덜레스 관제소 긴급 공지합니다. 뉴욕에서 두 대의 항공기가 하이재킹 된 상태로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에 충돌했다 합니다. 혹시 모르니 조종실 문을 단단히 잠그길 바랍니다.
-오 마이 갓, 여기는 유나이티드 93편.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통신을 마친 기장은 여전히 관제소와 연결된 상태에서 부기장에게 눈짓으로 문을 다시 잠그란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그 순간 들이닥친 두 명의 알 카에다 조직원들. 그들의 손에는 작은 나이프가 들려져 있었고 문을 열어 준 사무장의 목에도 칼을 겨누고 있었다.
“당신들, 뭐야? 당장 여기서 나가!”
“움직이지 마, 우리는 폭탄을 가지고 있다.”
“개소리하지 말고 나가라고!”
이미 서로 말로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알 카에다 조직원들은 들고 있던 작은 나이프를 기장과 부기장에게 휘둘렀다.
“아이고, 윽,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서 나가! 우리 모두 죽는다고!”
기장은 관제센터에서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채널을 열어 두었고, 계속 쑤셔 대는 칼질에 비명을 지르는 조종실의 난장판이 그대로 전송되었다.
관제센터는 패닉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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