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55
제85장 여름방학을 앞두고 (3)
“명성 높은 개방의 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갑작스러운 요구에 불려간 취걸개는, 흐릿한 발 너머 좌정한 그림자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오문의 루주께서 직접 노부를 부를 줄은 몰랐소이다.”
“제 초대가 불편하신가요?”
원래는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었다. 개방과 하오문은 같은 정보를 다루는 문파로 경쟁상대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취걸개도 한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해빙궁의 소궁주에 대단한 은혜를 베풀었다고 들었소.”
“본문은 강호의 평화를 위해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죠.”
“마땅히 돕는다라.”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한 마디로 ‘거짓말 마라’ 추궁했을 취걸개였다.
하지만, 북해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난 후, 하오문의 호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소. 오늘 나를 불러낸 것은 대관절 무엇 때문이오?”
“정산이 끝나지 않은 건을 대신해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예요.”
“흐음. 맹에서는 언제나 제값을 주고 정보를 샀다고 알고 있소만?”
“북해에서 관도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우연 때문이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으음.”
돌아오는 말에 취걸개는 대답이 궁색해졌다.
북해 전체가 뒤집어질 사건에 은밀한 조력자가 있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수들. 설마 하오문이 보낸 것이었나?”
“그만한 강자들은 본문도 부릴 수가 없어요.”
“그 말인즉.”
“사막살수들. 그분들께 청을 넣었답니다.”
“!”
은연중에 살수들이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막살수들이라니.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사막의 사신들의 정체를 순순히 밝힌 요란의 속내다.
“이제 본녀의 진심을 아시겠나요?”
“어떻게 사막살수들을 움직였던 것이오? 그들은 쉽사리 의뢰를 받지 않는데.”
“호호. 여인의 비밀을 캐묻는 것은 그만하시지요.”
취걸개도 더는 뻗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은혜를 입은 것도 있지만, 솔직히 사실을 밝혔다면 그에 응하는 것이 강호의 도리.
“내게 무엇을 부탁하려는 건가?”
“북해에서 모종의 거래를 확인했답니다. 그것을 추적해주셨으면 해요.”
“개방이 할 수 있다면, 하오문도 가능하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본문의 눈과 귀는 바다와 대수림에 열려 있지 않아서요.”
“흐음. 해적과 남만인가?”
어째서 굳이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깨달았지만 취걸개는 쉽사리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요란이 한 마디를 보탰다.
“망천회와 관련된 일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망천회라. 흐흐. 그 빌어먹을 자식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마다할 수 없지. 그런데 하오문이 왜 망천회를 적대하는 건가?”
“본문에서 피바람이 돌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겠지요?”
“…알고 있네.”
“문주님께서 암살까지 당할 뻔하셨지요. 이미 그분께서 천명하셨답니다. 망천회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음을 말이에요.”
교묘하게 암존을 ‘그분’으로 지칭했지만, 취걸개를 설득시키기는 충분했다.
“대답이 되었나요?”
“내게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처럼 들리는군.”
“시간은 충분히 드릴게요. 소녀가 그리 박한 여자는 아니랍니다?”
“노부가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에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그 결의에 취걸개가 평가를 거두고는 수염을 쓸며, 입을 열었다.
“받지 않을 이유가 없지.”
쿵!
취걸개가 광망을 터트리며 외쳤다.
“내 의형을 죽인 놈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싱긋.
요란이 입꼬리로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상공. 상공께서 원하신 답을 들었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하나뿐이다.
‘이제 상공의 뜻이 관철되는 일만 남았군요.’
요란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
그리고 얼마 후.
취걸개는 무림맹주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하오문의 제안을 언급했다.
“남만야수궁이라.”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맹주 이준호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갈군사. 지금까지 남만야수궁이 강호의 일에 개입한 적이 있었던가?”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하오문이 제시한 정황증거가 아니었다면, 일언지하에 낭설이라고 치부했을 테지요.”
제갈군사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은, 바로 남만야수궁의 독특한 습성 때문이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오랜 강호의 역사 속에서도 한 번도 강호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패 중 하나인 천마신교와는 전혀 다른 곳이지요.”
“그렇지. 북해도 그렇고, 남만야수궁도 그렇고, 생각지 못한 이들이 개입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군.”
“허나. 수면독에 들어가는 약재는 저도 살펴봤습니다. 그만큼 희귀한 약재를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은 대수림 밖에 없을 테지요.”
수면독의 해독법은 북해빙궁과 하오문의 도움을 통해 얻었다.
이것은 사천당문에 전해져, 철저히 연구되고 해독제를 개발 중에 있었다.
또다시 수면독이 위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검토를 하면 할수록 수면독은 ‘난해하다’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워낙 희귀한 독과 재료가 필요할뿐더러, 꾸준히 독을 먹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한 번도 강호에 힘을 투사하려 한 적이 없긴 합니다만, 남만야수궁은 강력합니다. 사도가 그곳에서 야욕을 준비하고 있다면, 마땅히 대비를 해야겠지요.”
“이 거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맹주.”
두 사람의 말에 맹주 이준호도 결정을 미룰 수가 없었다.
“이번 일에 맹의 지부를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겠네.”
“용단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하오. 맹주.”
두 사람을 보며 이준호가 덧붙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철사련에게 전하게. 짐을 지어두는 것도 좋을 테니까.”
눈치가 빠른 제갈군사는 맹주의 뜻을 바로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언제나 암살과 중독을 걱정하는 련주라면, 수면독의 존재와 해독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테지.’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생각한 제갈군사가 붓을 집어 들었다. 바로 철사련에 협조를 구해볼 생각이었다.
***
철사련의 본단.
무림맹이 보내온 전서를 받은 철사련주 철무혼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수면독이라…. 깜찍하기도 하군.”
전서와 함께 동봉된 작은 약병을 검지로 톡톡 튀기며, 향을 맡고, 혀에 대어보던 그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무색무취의 독이라. 전설의 무형독이라도 되는 건가?”
무형독. 전설의 독인(毒人)이 만들어냈다는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인다는 독이다.
독인은 사람이 독 그 자체가 되는 경지로, 모든 독공을 익히는 이들이 꿈꾸는 경지임과 동시에, 마음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무색무취에 절대 해독할 수 없는 극독, 심독(心毒)을 만든다고 전해졌다.
“그 정도는 아닐 겁니다. 해독제가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사뇌는 조심스레 말을 보탰다.
동정호의 실패로 신임을 잃은 그는, 최근 들어 철무혼의 눈에 다시 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몹시나 강력하고, 패도적이지만,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증오하는 주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알았다.
“그렇지. 독인은 존재 자체가 확실치 않은 존재. 하지만, 비슷한 위협인 것은 마찬가지.”
툭. 약병을 내려놓은 철무혼 의 시선이 사뇌를 향했다.
“내 식사를 담당하는 이가 누구지?”
“현재로서는 세 명의 숙수들이 번갈아 가며 요리를 내오고 있습니다.”
“모두 죽여라. 그리고 새로운 이들을 들여라. 내 식사는 언제나 열 명의 숙수들이 돌아가면서 맡게 해라. 그럼, 수면독이 걱정될 일도 없겠지.”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입을 다문 철무혼은 팔짱을 낀 채 불편한 심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수면독은 수면독이고. 남만이라. 북해도 그렇고, 무림맹은 세외사패와 꽤 연관이 많이 되는군.”
“제안을 받아들이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무림맹은 남해군도의 해적들이 ‘망천회’와 관련되었다 하였다.
하지만 철사련주 철무혼은 쉽사리 ‘정리해라’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남해군도의 해적들은 흉폭하고 잔인한 족속들이나 돈이 된다.
철사련의 본 단인 절강성의 항주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밀무역이 빈번하게 거래가 된다.
그리고 밀무역자들은 거래의 대가를 철사련에 상납을 한다.
남해군도의 해적들은 흉악한 만큼이나 돈이 되는 물건들을 거래하며 부를 쌓았고, 이것은 고스란히 철무혼에게 바쳐진다.
‘련주님께서는 해적들이 보낼 재물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을 하시는 것이군.’
사뇌는 지금이 자신의 꾀를 다시 쓸 때임을 직감했다.
“남해군도의 해적들을 토벌하는 것은 오히려 련주님께 큰 득이 될 겁니다.”
“왜 그렇지?”
“저들이 남해군도에서 활약한 지 십수 년이 흘렀으니 섬에 많은 재물을 쌓아두었을 겁니다.”
“본좌는 관대하다. 내게 충성을 바치는 한, 최대한 그들을 존중한다.”
관대와 존중. 사뇌가 알고 있기로, 철무혼과 가장 관련이 없는 단어였다.
가진바 무공에 비해, 의심이 많고, 욕심은 더욱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게 명분을 바라시는군.’
사뇌는 말을 골랐다.
“마약이나 노예를 거래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놈들이 련주님께 해가 될 독약을 거래했다면 죽을죄가 되지요.”
“흐음.”
“또한 상납한 대가에 노예 거래에 대한 말은 없었습니다. 놈들이 련주님을 능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흐으음.”
어느 정도 넘어왔다.
사뇌는 여기에 쐐기를 박으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물건을 떠올렸다.
“낙룡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낙룡문?”
“쌍룡문이 무너지고 암존이 세운 문파입니다.”
“기억이 나는군.”
철패천의 안색은 더욱 붉어졌다.
자신의 영향력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을 신처럼 여기기를 바라는 련주지만, 복건성은 유일하게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이다.
– 암존최선래.
암존이 누구보다 먼저 그대를 찾아갈 테니.
그가 만들어낸 엄청난 무용담은 사파인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또 다른 입신경에 도달한 고수의 등장, 어쩌면 천하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에 꼽힐지 모르는.
이 강력한 존재는 오직 자신만이 위대하고 싶은 련주에게 무척이나 불쾌하고 거슬리는 존재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사파의 영역인 복건성에 문파를 세움에, 철사련의 허락도 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처단하지 않은 이유는, 문파라고 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은데다, 문도라고는 단둘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에서 낙룡문이라니, 철무혼은 속이 불편했지만, 사뇌는 도리어 이럴 때 더욱 달콤한 것을 내어놓으면, 능력을 더욱 각인시키는데 주효하리라 생각했다.
“수왕진결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수왕진결? 이능의 무공을 말인가?”
“더하여, 철사련주께 문호를 연 일을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개파를 한 것은 처음인지라 본인이 부족했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사뇌의 생각대로,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던 철무혼의 입가에 승자의 미소가 걸렸다.
“확실히. 개파를 처음 했다면 절차를 모를 수도 있겠군.”
“무공을 익혀 고수가 되는 것과, 일문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르니까요. 둘 다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철패천의 입가에 한층 미소가 짙어졌다. 둘 다 가능한 사람이 자신임에 우월감을 느끼는 것.
“낙룡문도 바라는 것이 있을 테지.”
“공적을 세워 당당한 철사련의 대문파로 인정해달라 하더군요. 그들을 칼로 써 종양을 도려내는 것이 어떠십니까?”
사뇌가 덧붙였다.
“물론, 활동 전에 련주님에 대한 예의를 배워야 하겠지요.”
평생 모략을 펼쳐온 철무혼이 남의 손을 빌어 해적을 토벌하자는 차도살인의 계책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건 철무혼 또한 즐겨 쓰는 수.
“마음에 쏙 드는군.”
철사련주 철무혼은 북해에서 남만으로 이어진 뱃길에, 낙룡문의 이름을 끼워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