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Repair RAW novel - Chapter 5
5화 검법을 배우다 (2)
일주일쯤 되던 날.
우리는 조심스럽게 북창으로 접근했다.
어딘가 뒤숭숭한 분위기.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객잔에 들러 주인에게 물었다.
“내가 요 며칠 떠나 있었는데, 별일 없었습니까?”
“에휴……. 별일 많았지! 진가가 멸문했지 않은가! 지난번엔 대오방주가 죽더니 이번엔 진 가주까지 죽었어! 어찌 이 동네는 피가 마르지 않는지 모르겠군……. 거기다…….”
객잔 주인이 말꼬리를 흐리며 주변을 경계한다.
듣는 사람이 없는 것 같자 그가 조심스레 말한다.
“염병할……. 상납금이 말도 안 되게 올랐다네.”
“상납금? 얼마나 되길래 그럽니까?”
“상납금이 두 배나 올랐어! 이젠 버는 것의 절반 이상을 바쳐야 한다고! 저, 저, 저 사람들 얼굴을 보게나. 어찌 저게 사람 사는 얼굴인가?”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원래의 역사에선 모진평과 진가의 세력이 수년 동안 암투를 벌였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살아남기 위해 계략을 준비했고, 모진평에게 조언해 결국 그가 승리했다.
거칠 것이 없어진 놈은 이제 상납금을 올려 사람들을 쥐어짜고 있었다.
이건 내가 바란 미래가 아니었다.
* * *
도박장에 돌아오니 종팔이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
“어? 어! 형님 오셨어요? 그동안 어디 계셨던 겁니까!”
“잠깐 일이 있어서…….”
나는 말끝을 흐리며 두이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다.
“내 선택이 잘못되었나 보다.”
“형님…….”
잠시 우울감에 젖어 있을 때 약초꾼 관식이 형의 부인 정 씨가 찾아왔다.
“형수님, 어쩐 일이세요?”
“아, 아, 아니, 나는 별일 아닌데……. 이 사람이 며칠 전부터 집에 안 들어오네? 나랑 조금 다툰 걸로 지금 성질부리는 거겠지? 아마 그럴 거야! 혹시 여기서 지내나 싶어서 한번 와 본 거야. 이 사람이 지금 어디 숨어 있을까? 갈 만한 데 알고 있으면 말해 줘. 내가 이번엔 버, 버릇을 단단히 고쳐 줘야겠어…….”
나는 횡설수설하는 그녀에게 대강 몇 군데 짚어 주고 돌려보냈다.
아마 그녀는 서관식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미 죽었을 테니까.
백년삼(百年蔘).
그것은 그냥 영약이 아니었다. 서관식이 산적에게 바쳐 살 수 있는 구명줄이었던 것이다.
나는 비참한 심정을 느꼈다.
“내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구나…….”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내 실수였다.
영약을 얻고 산적을 피해서 내려왔다.
내가 약했기 때문에.
모진평과 진씨세가 세력 다툼에서 나는 한쪽의 손을 들어 줬다.
내가 약했기 때문에.
만약 내가 절정 고수였다면 이들의 장난질 같은 모략과 협잡을 모조리 때려 부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오로지 실력을 늘리는 것이 정답이다.
아무리 지략이 뛰어나도 결국 힘 앞에선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
나는 남은 돈 중 일부를 종팔에게 넘기며 당부했다.
“애들 월봉 챙겨 줘라. 사업 접는다.”
깜짝 놀라 되묻는 종팔을 뒤로하고, 나는 두이와 함께 상응방으로 향했다.
‘받을 건 받고 가자.’
분명 모진평이 나에게 포상을 약속했었다.
상응방 앞에 서자, 문지기가 나를 보며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방주님께서 찾으셨었습니다. 하하하!”
“…….”
나는 곧바로 들어가 모진평을 마주했다. 무릎을 꿇은 채로.
나는 강해져야 한다.
‘어설픈 자존심에 목숨 걸지 말자.’
“방주님, 경하드립니다.”
“하하하! 자네 공이 아주 커. 내가 저번에 말했었지. 포상을 기대해도 좋다고! 그래, 어디 자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
나는 이미 생각해 온 것을 말했다.
“내공심법과 검법을 원합니다.”
“심법과 검법이라…….”
나는 이 정도는 당연히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세운 계략은 완벽 그 자체였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심법은 바로 내가 사용하는 것밖에 없네. 심법이란 무인의 목숨과도 같은 것. 미안하지만 심법은 줄 수 없겠네. 검법은 허락하지.”
“…감사합니다. 방주님.”
의외로 모진평의 포상은 짰다.
이 정도 공로라면 자신의 심법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도가 있을 텐데.
표정을 보아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감히 대들 순 없었다.
“단, 이것은 자네의 공에 비해 부족한 듯싶으니, 내가 직접 자네에게 검법을 전수해 주겠네. 어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북창 제일 고수이자 일류의 극에 이른 모진평의 가르침.
이것은 나에게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너에게 배운 검법으로 너를 죽여주마.’
나는 감격한 얼굴을 하며 속으로 칼을 품었다.
* * *
나는 두이에게 돈을 주며 계국(界國) 수도의 무관에서 무공을 갈고닦으라 했다.
앞으로 한 달간 모진평에게 검법을 사사하고 수도로 가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한 달 뒤.
적운검법(積雲劍法).
모진평이 가르쳐 준 검법이었다.
구름을 쌓아서 벼락과도 같은 위력을 추구하는 검법.
강호 전체를 둘러봐도 능히 상급에 이르는 검법이라 하였다. 구름을 쌓는다는 말이 꼭 천상(天上)에 있다는 신선들을 연상케 했다.
“사실 이 검법은 정말 대단한 검법일세. 자네가 목숨을 걸고 날 돕지 않았었다면 절대 전수하지 않았을 거야.”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검법을 익힐수록 신비로움을 느꼈다.
이 검법은 마땅한 초식이란 것이 없고 오로지 다섯 단계에 걸쳐 경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1단계 적운(赤雲).
2단계 황운(黃雲).
3단계 백운(白雲).
4단계 청운(靑雲).
5단계 백락(百落).
“나는 아직도 적운의 경지에 있을 뿐이네. 위험한 상황일 때 무리한다면 잠시 동안 황운을 발휘할 수 있지. 그것을 이용해 대오방주와 진 가주를 각각 처리했고. 이 검법이 뛰어난 이유는 일류의 경지부터 검기와 같은 위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일세.”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일류의 극이라 알려졌던 모진평이 고작 일류 중반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한 그는 그 경지에 정체되어 5년 이상을 제자리걸음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그와 지내며 깨달았다.
그는 무공에 대한 자질이 나보다도 떨어지는 듯했다.
검법 구결에 대한 해석이 투박하기 그지없고, 오직 많은 내공만으로 상대를 압살하는 부류 같았다.
사십 대 중반에 일류.
나는 재능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두이와 모진평은 정반대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역사라면 모진평은 운이 좋은 축이었다.
오직 검법의 위력에 기대서 한 지역의 패자(霸者)로 군림할 수 있었고.
두이는 제대로 된 검법서나 영약 또한 없어서 재능을 개화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모진평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 검법의 유일한 단점은… 내공 소모가 극히 심하다는 것이네. 그렇기 때문에 단기결전에 특화되어 있지. 하지만 나쁜 것만도 아니야. 남들이 보기엔 더 압도적인 실력으로 보일 테니까. 비급에 따르면 백운의 경지부터는 검기를 뛰어넘는 위력이라는데, 스승님께서 몇 번 보여 주셨을 뿐이네……. 내 무재(武才)로는 어림없는 일이겠지…….”
이 검법은 매우 직관적이었다.
적운을 사용하면 검이 붉어지고 황운을 사용하면 검이 누레진다.
그리고 아직 허락되지 않은 황운을 사용한 대가로 모진평은 하루 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다.
나는 한편으로 욕심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이놈의 심법을 얻을 수 있을까?’
검법만 해도 이 정도다.
아무래도 심법과 검법을 함께 익히도록 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느 날 내가 무공 경지에 대해 질문했다.
“으음……. 경지라. 자네도 알다시피 이류의 경지는 초식의 형에 익숙해진 단계일세. 그리고 일류의 경지는.”
그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익혔던 초식의 형에 구애받지 않는 경지이지. 뭐,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몰라. 나는 이런 설명을 좋아하지 않아. 내 성격에 맞지 않거든. 나는 일류의 경지를 이렇게 표현하네.”
모진평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잠시나마 검기를 쓸 수 있는 경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턴 누가 내공이 많은가, 아니면 검법에 대한 깨달음이 높고 낮은가에 따라 검기를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는 것이네.”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왠지 모진평이 가르치는 방식은 나에게 잘 맞았다.
애매모호한 늙은이들의 말장난을 그는 자기 방식대로 정리해서 알려 주었다.
“그럼 절정의 경지는 무엇입니까?”
“뭐겠는가? 일류에서 잠깐 사용하던 검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면 그것이 바로 절정이겠지. 뭐, 검기 자체도 더 강해질 테고.”
“그렇군요. 이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겐 숫자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아. 검기를 써서 싹둑싹둑 모조리 잘라 버리지.”
“그다음 경지도 아십니까?”
“이름만 들었다.”
모진평이 괜히 분위기를 잡는다.
“삼화취정(三花聚頂)이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나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한 가지만 알고 있지. 여기서부터는 오직 재능의 영역이라는 것!”
“재능 말입니까?”
“그렇지! 모든 것엔 노력과 재능의 단계가 있다. 처음엔 하루하루 쌓아 가는 노력의 단계가 있는 것이고, 그다음, 최고들의 경쟁에선 재능이 낳는 깨달음을 요구한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왠지 그의 말투에서 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나는 그가 매일 술을 마시던 이유가 이해됐다.
자신의 재능에 실망하여 향상심을 잃은 것이리라.
나는 지구와 이곳에서의 삶을 합쳐 백여 년 이상을 살아온, ‘노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눈이 노인이 젊은이를 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해할 수 있지만, 용서하진 못한다.
왜 상납금을 그리 무식하게 걷는 것인가?
왜 본인의 무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가?
‘혹시 영약을 구하려고? 개 같은 놈.’
나는 한 달 동안 가르쳐 준 스승에게 예를 갖추고 북창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현재 ‘적운’의 단계에 입문했으며 일류의 경지에 발을 올린 상태였다.
* * *
수도로 향하는 길.
“두이는 과연 얼마나 성장했을까? 설마 한 달 만에 절정 고수가 되어 있진 않겠지? 기대되는군.”
일류 고수가 되어 겁대가리가 없어진 나는 산을 일직선으로 통과하고 있었다.
마침 저 멀리 한 놈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산적 패턴인가? 이것도 나쁘지 않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번 보자!’
나는 신이 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우뚝.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죽은 줄 알고 있던 진가의 대공자.
“뭐, 뭐야……. 대공자, 어찌 여기 있는 것이오?”
“흐흐흐……. 이 개 같은 놈. 우리 가문을 멸문시키고도 잘 살고 있었겠다?”
대공자의 머리는 봉두난발에, 눈엔 핏발이 서서 실핏줄이 터진 듯싶었고.
들고 있는 검에는 피딱지가 엉겨 붙어 미친 살인귀(殺人鬼)와 같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대, 대공자, 내가 어찌 진가를 멸문시킨단 말이오? 나처럼 보잘것없는 놈이 무슨 수로? 괜히 억측하지 마시오!”
“크크크……. 웃겨 죽겠구나. 이미 다 알고 왔거늘……. 네놈이 북창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외쳤다.
“알긴 뭘 안단 말이오? 난 겨우 도박장 운영하던 떨거지일 뿐이오! 왜 무고한 사람을 해치려 하는 거요?”
그러자 나에게 성큼성큼 거리를 좁히며 놈이 말했다.
“크하하하! 이걸 내 입으로 말해 줘야 하겠느냐? 대오방주가 죽기 전 상응방에 들른 사람은 네놈밖에 없었다. 그리고 네놈을 처리하기 위해 무인들이 빠져나가자 귀신같이 모진평 그놈이 쳐들어오더군. 하하하! 이래도 발뺌을 할 것이냐? 네놈이 모진평의 책사 노릇을 한 것이 아니더냐?”
다 알고 왔군.
나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무섭지도 않다.
나도 이젠 일류 고수다.
거기다 뛰어난 검법까지!
나는 검에 적운(赤雲)을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적운은 검기의 위력이다. 일반적인 일류 고수들은 감당치 못 한다.
“죽어라! 개자식아. 네가 지금도 대공자인 줄 아느냐!”
대공자가 내 검을 슬쩍 보더니 말한다.
“쥐새끼 같은 놈. 계략을 팔아 검법을 배웠느냐? 네놈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여기 있구나! 모진평 그놈도 날 죽이지 못했는데 너라고 가능하겠느냐?”
모진평도 못 죽였다고?
‘대공자가 그렇게 강했나?’
내가 적운을 들고 사선으로 내려치자 대공자는 반걸음 물러서며 찌르기로 대처한다.
‘젠장, 두이의 초식이다!’
천재들은 어째 생각이 비슷한 듯했다.
게다가 검법의 숙련도가 나와는 천지 차이였다.
이대로 가다간 당할지도 모를 상황.
하지만 나는 양진학이 아니다.
흑도(黑道)의 방식으로 대처하면 그만.
내가 왼손에 든 비수를 던지려 하자 대공자 놈이 아쉽다는 듯 찌르던 검을 회수해 비수를 경계했다.
나는 품속에서 단환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보란 듯이 우물거렸다.
모진평이 내준 요상약.
하지만 지금은 독(毒)으로 사용될 것이다.
내가 비수로 놈의 신경을 긁고 입을 우물거려 독침의 존재를 알렸다.
그리고 내 검(劍)은 적운으로 붉어진 상태.
‘아마 이것이야말로 삼화취정이 아닐까……?’
나는 고개를 흔들어 미쳐 가려는 정신 줄을 붙잡았다.
‘미친놈아, 정신 차려!’
나는 내면에서 올라오려는 또라이 본능을 간신히 억제했다.
“버러지 같은 흑도 놈. 싸우는 것도 제 놈 같구나! 네놈은 정도(正道)를 모르느냐? 정정당당히 싸워라!”
“정정당당 좋아하네! 이긴 놈이 장땡이고 살아남은 놈은 광땡이다, 이 새끼야!”
나는 식량으로 가져온, 옆구리에 매달린 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곤 쌀을 잘게 부숴, 대공자를 향해 흩뿌렸다.
푸화악!
“흡! 이 더러운 놈! 같이 죽자는 거냐?”
놈이 쌀가루를 보더니 순간적으로 호흡을 멈췄다.
대공자는 그것이 독이라 생각했고 곧, 내가 씹어 삼키던 것을 해독단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둘 다 틀렸다!
나는 요상약을 먹었고 쌀가루를 뿌렸을 뿐이다.
“흑도를 무시하지 마라!”
나는 미친놈처럼 달려들어 쌀가루를 뿌리고 검을 휘둘렀다.
챙! 챙! 챙!
대공자는 호흡을 멈춘 채 내 칼을 쉬이 받아넘겼다.
아무래도 이놈도 무리를 해서 검기를 끌어올리는 모양.
순식간에 삼십여 합이 지나갔고 대공자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
그리고 나 또한 내공이 거의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때, 한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푸하하하! 정말 웃겨서 못 봐 주겠군. 대공자! 어찌 저런 떨거지 하나에게 쩔쩔맨단 말이오?”
“닥치시오! 이놈이 하는 것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한단 말이오? 구경 그만하고 돈값을 하시오!”
“철두철미하던 당신도 이런 날이 오는군. 알겠소. 나도 받아먹은 만큼은 해야겠지. 크흐흐.”
나무 위에서 흑의인(黑衣人)이 떨어진다.
순간 내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이 세상에서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놈들은 전부 미친놈이라고 들었는데?’
십중팔구 나보다 윗줄의 고수가 틀림없다.
최소 일류의 중반을 넘어선 놈이다.
“대공자. 당신은 흑도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군. 이런 놈이 정말 독을 썼을 것 같소이까?”
놈이 흩날리던 쌀가루를 잡아 입으로 가져갔다.
“쌀이군. 크하하하! 쌀가루를 독으로 변모시키다니! 네놈도 제법이구나.”
“쌀이라니? 분명 해독단을 삼키는 걸 보았는데?”
“저런 떨거지 같은 놈이 해독단 같은 걸 가지고 다닐 리가 있겠소? 코맹맹이 소리 그만 내고 숨 쉬시구려.”
대공자가 이내 숨을 들이쉬자 그의 검격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나는 적운을 계속해서 사용했기에 내공이 거의 바닥이었다.
거기다 이젠 쌀가루가 통하지 않으니 오로지 검술 실력에 의해 싸움이 전개됐다.
합을 나눌수록 점점 손해를 보며,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대공자의 실력이 이렇게 뛰어났다니…….’
이 정도라면 능히 일류의 상위권이라 판단됐다.
거기다 저 흑의인은 얼핏 보아도 사람 죽이는 전문가가 틀림없었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눈동자는 착 가라앉아 있다.
‘X 됐군. 연쇄 살인범이다. 고문도 잘할 거야. 아프겠다.’
싸움이 끝물에 이르자, 대공자가 입을 열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감히 나를 우롱해? 네놈 입에서 죽여 달라는 말이 나오게 해 주마.”
이대로 가다간 죽느니만 못하다.
나는 결심을 굳히며 말했다.
“죽여 달라는 말? 네놈에게 죽느니 내 손으로 죽겠다!”
나는 검을 들어 모든 내공을 쏟아부은 뒤 내 머리에 꽂아 넣었다.
그 뒤 배 속의 옥비녀에서 별빛이 폭사되었다.
그것이 나의 세 번째 회귀(回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