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149
148화 제대로 된 산채의 산적
소주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딘가 부모님 몰래 빠져나와 놀다 돌아가는 기분이다.
‘설아 누나가 서운해하는 것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 것 같은데…….’
후환에 대해 걱정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설아 누나다.
하지만 반도라는 확실한 선물이 있는 만큼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신승 공료 대사와 천의무봉 장문경 선배.
은근슬쩍 내 골수를 뽑아먹으려는 양반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무호 녀석 엄청나게 시달렸겠지?”
두 양반이 달라붙는 것이 얼마나 치 떨리는 일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어휴! 그 양반들을 상대하는 일이라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양반들에게 시달렸을 백무호의 처지를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웅장…… 아니, 절로 가슴이 아려온다.
어쩌면 집에 돌아갔을 때 가장 큰 난적이 백무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깨질 때 깨지더라도 돌아가야지.”
당장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덕풍 윤가.
혈교와 연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학이라는 정체불명의 신비 세력과 손이 닿아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자들.
게다가 나와는 사이까지 안 좋다.
불안해서라도 빨리 치워 버려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체급 차이가 크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 오히려 반드시 지금이어야 한다.
장문경 선배가 있는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게다가 잘하면 신승 어르신까지 개입하실 수도 있다.
덕풍 윤가가 한 지역의 패자(覇者)라고는 하지만, 신승 어르신과 장문경 선배가 동시에 나서는 이상 패자(敗者)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둘은 격이 다르다. 시작도 하기 전에 덕풍 윤가의 처지를 안타까워해야 할 수준이다.
변수가 있다면, 덕풍 윤가가 숨겨 둔 힘이 어느 정도냐겠지만…….
“뒤집어 보면 알겠지. 뱀이 나오든, 호랑이가 나오든.”
그리고 밟아 줄 거다.
천마 사부의 명령대로, 하찮은 악을 지우기 위해.
동시에 윤시후 놈에게 당했던 추억(?)을 덧붙여서.
“…….”
이화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앞뒤 없이 중얼거리는 내 말을 이해하려 애쓰는 듯 이화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한 차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런 가운데 바싹 긴장을 조이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날카로움이 충돌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뒤엉켜 있다.
“……전투다.”
풀어져 있던 신경이 날카롭게 가다듬어진다.
감각이 올라오니 주변의 모습이 보다 크고 선명하게 감지된다.
“안휘에서 도적질이라고?”
산길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함은 십중팔구 산적들과의 교전이다.
허나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산적들이 자리를 잡는다 하더라도 남궁세가에서 바로 고수들을 보내 철거시켜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 보자.”
“예.”
그렇게 소리의 근원으로 다가가자 누가 봐도 산적으로 보이는 자들이 날뛰고 있었다.
평범한 산적들이 아닌지, 산적들의 숫자는 고작 셋에 불과했으나, 열 배가 넘는 자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산채의 산적이구나.]“제대로 된 산적이요?”
[녹림칠십이채 말이다. 그곳 놈들이다.]장삼풍 사부의 시대에도 녹림칠십이채가 있었는지 바로 알아보신다.
‘하긴, 산적 같은 도적들이야 어느 시대에나 있었겠지.’
산에 자리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칼로 해하거나, 협박해 재물을 빼앗으면 그게 산적이다.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고,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라면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라지만, 역시 이상하다.
‘최근 구파에서 산적들을 토벌하고 있어 산적들의 영역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는 했지. 그렇다고 안휘로 들어왔다고? 말이 안 되는데?’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일단 뒤로 미뤄뒀다.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본 이상 돕는 것이 도리다.
파팟!
능운금광보의 보법이 단번에 산적과의 거리를 좁혔다.
“하하하! 창천상단이니 남궁세가니 하더니! 노다지였구나! ……헉?!”
기세등등하던 산적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정중동의 극의에 있는 금강부동신법의 묘리가 섞여 있는 능운금광보다.
달마 사부는 능운금광보가 경지에 다다르면 나를 상대하는 자는 허깨비 보듯 할 거라 자신하셨다.
정면에서 펼친 것도 아니고, 기습적으로 측면으로 파고들었으니 저렇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무리는 아닌데.
“몰랐으면 처맞아야지!”
치고 들어가는 기세 그대로 소림권의 일격이 자연스럽게 뻗어나간다.
개차반 부처님의 조언대로 반쯤은 몸의 본능대로 움직였다.
‘어?’
그 순간, 잠깐이지만 내 표정은 눈앞의 산적과 같았을 거다.
갑자기 불쑥 튀어 오른 기운 탓이다.
마치 스스로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인 불의 신력이 소림권을 뻗어내는 주먹에 얹혔다.
콰드드득!
“꺼억!”
정타로 얻어맞은 산적이 집채만 한 황소에 들이받힌 듯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쿵! 데구르르.
타격의 순간 마른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층층이 겹쳐 났다.
전신의 뼈들 중 성한 게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이게 무슨…….”
“사람이 어떻게 저리…….”
충격적인 모습이었는지, 한순간 소리가 사라진 사이로 누군가가 경악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멈춰진 세계 사이로 내 몸은 다음 산적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좀 더 내 안쪽의 기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집중했다.
몸이 따르는 대로.
이성은 방향만을 제시하면서, 나머지는 본능에 맡긴다.
본능을 살린 감각적인 움직임 속에 기운들이 스스로 생동력을 보였다.
“노옴!”
잔뜩 긴장한 녹림 산적이 두터운 도끼를 휘둘렀다.
제대로 된 산적이라는 장삼풍 사부의 평가대로 내 움직임에 반응을 했다.
제대로 무공을 수련하여 단련된 무인임이 분명하다.
내 머리를 쪼갤 기세로 떨어지는 도끼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면서, 창을 찌르듯 주먹을 내질렀다.
‘이건가?’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어깨를 타고 넘어가는 기운의 흐름이 주먹에 끼고 있는 천마 사부의 권갑으로 스며들었다.
배 속에서 용솟음치는 뜨거운 기운이 다른 기운들을 잡아먹으며 기승을 부렸다.
‘이놈 봐라?’
불의 신력이 다른 신력들을 내리누르며 힘을 키운다.
최고위 포식자가 되어 다른 신력들을 잡아먹으며 힘을 키워 날뛴다.
그 힘이 실린 주먹이 내리꽂히는 도끼날과 격돌한다!
쩌어어어어엉!!
강철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산산조각 나며 부서진다.
도끼를 깨부순 힘이 붉은 불꽃이 되어 날름거린다.
“미친!”
손아귀가 찢어진 도끼의 주인이 경악하며 소리 질렀다.
“요괴냐!”
“어딜 봐도 사람이지, 산적 새꺄!”
불의 신력이 치솟은 탓인지 감정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측면으로 몸을 뒤틀었다.
몸의 회전을 따라 후려치는 각법!
산적이 손에 남아 있는 도낏자루로라도 막아 보려 했으나!
콰직!
도낏자루를 부러트리며 나아간 각법이 상대의 허리를 분질렀다.
“커헉!”
화륵!
폐가 쥐어짜지는 소리와 함께 나가떨어진 산적의 몸에서도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불꽃이 튀었다.
그 정도로 지금 내 몸에는 뜨거운 불의 힘이 가득했다.
내뱉는 숨결에 불꽃이 섞여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한 가진 분명했다.
‘상생상극이 개판 난 거네!’
목생화(木生火), 이번에 새로 자리 잡은 나무의 신력은 오행상성에 의하면 불의 신력을 키워주는 땔감이었다.
요컨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신력 중 불의 신력을 제지할 만한 기운이 없다.
그나마 땅의 신력이 굳건하게 버텨 주고 있어서 내가 정상일 수 있는 거다.
‘이건……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불의 신력을 얻었을 무렵, 백무호가 내 성질이 더러워졌다고 걱정한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조금 전도 동일했다.
‘요괴라니. 가지가지 하네.’
소주의 도박장에 틀어박혀 있을 무렵, 장강에 용왕이 났다는 말을 듣고 그게 내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천룡에 용왕이라 불린 것도 모자라 화선 소리를 듣더니, 이제는 요괴란다.
기왕이면 하나로 통일해 줬으면 좋겠다.
‘용에, 꽃에, 불이라……. 머리에 꽃 단 용이 불을 뿜는 건가? ……이건 뭔 미친 생각이지?’
불의 신력이 날뛰어서 그런지 이성의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빨리 끝내자.”
불의 신력을 배제한다.
방향만 제시하던 이성의 끈을 단단히 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던 몸을 통제한다.
약간 반응이 굼떠진 느낌이다.
대신 좀 더 단단한 감각이 몸에 어린다.
심기체를 하나로 하여 극강격을 펼친다.
그 안에 나무의 신력을 싣는다.
강을 꿰뚫었던 관통력이 마지막으로 남은 산적을 향해 뻗어나갔다.
콰칵! 퍼억!
들고 있던 무기 채 상체를 날려 버리는 일격이 거대한 괴수가 물어뜯은 것 같은 흔적을 남기며 전투를 종결시켰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참 요란하다.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기함을 하며 나를 경계한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본능적인 두려움이 보였다.
“제가 적으로 보입니까?”
그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줬다.
스스로 현 상황을 이해할 여유를 주자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검을 내렸다.
한 사내가 마른침을 삼키며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게… 너무…… 놀라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나름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옆에 있는 이화는 아닌 것 같지만.
‘그런데, 아까 산적들이 창천상단이니, 남궁세가니 했던 것 같은데?’
불의 신력이 가라앉으면서 머리에 열이 조금 빠져서 그런지 이제야 주변 상황을 살필 여력이 생겼다.
‘아무리 봐도 남궁세가 측의 사람들 같진 않고…….’
무림에 유명세를 떨치는 남궁세가 사람들 특유의 기질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조악한 쪽이랄까?
‘상단. 그래, 무인이라기보다는 상인…….’
그런다는 건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 소협! 아니, 대협! 청이 있습니다!”
내게 말문을 열었던 사내가 돌연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런 그에게 이미 짐작한 바를 물었다.
“이들의 본대가 따로 있습니까?”
“예? 옙!”
상단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은, 지금도 싸우고 있는 상황일 터!
보호를 받아야 할 상단이 한창 싸우고 있을 무사들과 떨어져 도망쳐 왔다.
전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이 불의 신력을 어찌 다뤄야 할지 시험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정도 적을 상대로 한 실전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잠시 뒤에 봅시다.”
나는 즉각 몸을 움직였다.
굳이 길 안내는 필요하지 않았다.
상단들이 도주한 흔적들이 곳곳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흔적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니 교전을 벌이고 있는 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느 평범한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거한.
드러난 어깨의 근육이 갑옷을 입은 것처럼 크고 두터웠다.
그런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도끼를 회초리마냥 휘두르며 검을 든 무인 둘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싸움을 향해 한 걸음을 더 앞으로 내딛는 순간!
쾅!
갑자기 코앞으로 날아든 손도끼를 후려친 내 주먹에서 화끈한 열기가 달아올랐다.
저 거한은, 이 정도 거리임에도 내 존재를 인식하고 허리에 매고 있던 손도끼를 던졌다.
“인사 한번 화끈하네.”
강적이다.
다시 한번 온몸에 신력이 차오르며 몸이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