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040
마탄의 사수 (1040)
유저들은 지네가 나왔던 전방을 살폈다.
푸른 초목이 일렁일렁거리고 있었다. 바람 때문은 아니었다.
잡초와 꽃 사이로, 거대한 반투명의 지네가 느물느물 기어 내려오고 있다는 의미!
“알바 씨! 그 공격 다시 쓸 수 있습니까!?”
“아이템은 갖고 있지만, 헤헷. 휘바 님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절대영도〉는 쿨타임입니다. 다른 스킬로 방금 전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한 마리라면 테스트라도 해 보겠지만 일렁거리는 ‘배경’은 적게 잡아도 네 마리가 넘는다.
네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라고? 이런 걸?
페르낭은 이를 악물었다.
“뒤로! 우선 후퇴합니다! 후퇴, 후퇴!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해요!”
치요가 움직이고 있는 이 시점, 일분일초가 아쉬운 이 시점에 결국 그들은 물러나야 했다. 다른 길을 찾는다 한들 그곳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필드 보스가 아니었다니.”
라르크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페르낭 덕에 가장 앞서있던 세 번째 팀은, 가장 앞섰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매를 맞게 된 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매는 첫 번째 팀과 두 번째 팀에도 후려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양 팀은 세 번째 팀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 중이었다.
* * *
[제1팀 팀장: 브로우리스]주요 팀원
키드
혜인
비예미
루비니
배추도사
무도사
스베리예
포함 총원 23명
“계속해서 우릴 따라오고 있어요. 더군다나 지금껏 등장하지 않았던 방향에서도 새로운 무리가 합류하고 있습니다.”
루비니는 작은 지도를 보며 걸었다.
첫 번째 팀은 협곡을 지나는 중이었다.
상당히 높고 가파른 계곡 사이의 길은 걷기에 충분히 넓었다.
주변 지형을 전부 스캔한 루비니는 이곳이 지름길이라 판단, 브로우리스에게 제안하여 이곳에 들어왔건만, 쉬운 대신 곳곳에 함정이 펼쳐져 있었다.
“애초에 근거지가 계곡 위에 넓게 퍼져 있었던 걸까요? 어그로가 한 번이라도 끌리면 그룹 어그로 형식으로 적용되어 계곡 위의 모든 몬스터가 전부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러면 저기서…….”
“쳐다보면 안 됩니다. 자신들의 행동이 읽히는 걸 깨닫는 순간 공격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개를 들려는 혜인을 키드가 막았다.
정체 모를 몬스터들은 협곡 위에서 끈질기게 첫 번째 팀의 행보를 쫓고 있었다.
루비니가 지금까지 감지한 수만 무려 백 마리가 넘을 지경이었다.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왔고 달려가자니 남은 길이 많다.
무리 생활을 하며 지능을 쓰는 몬스터들을 꼬리에 붙이고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언제 공격해 올 것인가.
브로우리스를 필두로 첫 번째 팀의 유저들은 잔뜩 긴장한 채 걸음을 옮겼다.
“키킷, 계곡 위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타입인가 보네요. 아마 움직이는 건 계곡의 출구 직전쯤이려나. 그때까지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다니, 저 정도면 신대륙 서부의 하르헤이와 고릴라 팔레오들보다 똑똑한 것 같은데요.”
비예미의 혀가 신랄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다른 유저들도 일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구대륙에도 그룹 플레이를 보이는 몬스터들이 종종 있는 편이었다.
특히 오크나 코볼트, 고블린 등 부락 생활을 하는 몬스터들은 입구의 한 마리를 건드릴 경우 부락 내의 모든 몬스터가 반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쪽은 부락 느낌이 아니었는데……. 게다가 계곡의 좌, 우로 나뉜― 이 정도 폭을 지녔으니 서로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될 정도로 넓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다들 연락을 한 걸까요.”
“……최악의 경우는 놈들이 점프로 이곳을 뛰어넘을 정도이거나, 하늘을 날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지.”
“혀, 형님, 그건 너무 최악 아닙니까.”
배추도사와 무도사가 중얼거리며 형세를 판단했다.
“키킷, 하늘을 나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저렇게 팀 플레이를 하는 녀석들이 하늘을 날 수 있었다면 굳이 땅바닥을 기어 다니진 않았겠지.”
하늘을 날 수 있었다면 그들은 계곡 위에서 쫄래쫄래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예미의 판단. 배추도사와 무도사는 흐음, 하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브로우리스의 바로 뒤를 쫓던 키드가 물었다.
“소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브로우리스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신대륙 동부로 접어선 지 3일하고도 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준비된 사람부터 작전 브리핑 시작해 주십시오.”
말하자면 모두가 서로에게 익숙해졌다는 의미였다. 브로우리스의 호령이 끝나자마자 몇 명의 유저가 손을 들었다.
“1번, 비예미, 키킷, 우리가 올라가지 않는 이상 녀석들의 공격은 반드시 ‘강습형’이 되어야만 할 테고, 가파른 협곡을 뛰어 내려올 때는 반드시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죠. 킷, 따라서 저는―.”
선착순에 익숙한 비예미가 먼저 번호와 함께 이름을 대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손을 들었던 배추도사나 혜인 등의 유저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어차피 차례는 금방 돌아왔다.
“2번, 혜인입니다. 녀석들이 공격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바, 저희가 먼저 선공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스베리예 님과 함께―.”
자신의 스킬 또는 자신이 알고 있는 팀 멤버의 스킬을 조합해 가며 거침없이 풀어내는 작전들!
현재의 지형과 멤버들의 주요 특기, 그리고 몬스터의 수를 고려한다면 어떤 작전이 가장 효율적일까.
이하가 멤버 구성을 보자마자 느꼈던 것처럼 그들은 ‘두뇌파’였다.
일분일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는 그들은 최소한의 스킬 조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줄 아는 멤버들 중 자신과 겹치는 작전이 있다면 그것의 보완 아이디어를 조금 첨가하거나 또는 발언권을 완전히 접는 방식으로 빠르게 브리핑을 마쳤다.
브로우리스를 제외한 22명 중 기권자를 제외하고 총 7가지와 그 보완 수단 10가지가 발안되었고 매우 짧은 토의 끝에 그들은 다섯 개의 작전을 선별하였으며, 그중 유사하거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작전들을 순서에 맞게 조합 및 배치했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7분이었다.
똑똑하기에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나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두 번의 이야기는 필요 없다.
“시작하시죠.”
효율을 중시하는 첫 번째 팀이 시간 낭비를 할 이유는 없었다.
브로우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 이미 우드 엘프 종족 랭킹 14위 유저, 스베리예가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오팔 오로라〉.”
그의 기다란 스태프 끝에서 하나의 색으로 특정할 수 없는 유색遊色의 빛이 뿜어져 나갔다. 협곡에서 하늘로, 곧장 뻗어 올라가는 지상의 오로라였다.
비예미를 포함한 첫 번째 팀의 인원들이 잠시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운 빛이었다.
“갸릉?”
“갸르르륵? 르륵?”
협곡 위에서 유저들을 쫓던 몬스터들이 눈을 빼앗기지 않을 리 없었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이 올라간 빛은 어느 순간부터 좌우로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물이라면 스베리예의 오로라는 깨끗한 물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잉크였다.
“갸라라…….”
“갸락! 갸르르!”
넋을 놓고 바라보던 몬스터들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다.
개중 한 녀석이 성질을 내며 다시금 협곡 아래를 내려다보려는 순간, 몬스터들은 조금 다른 장면을 봐야만 했다.
몬스터들이 마주한 것은 공중에 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협곡 위의 거센 바람은 그들의 코트를 나부끼게 만들었다.
서로를 등진 그들은 챙이 긴 모자의 끝을 접어 올리는 동작까지 자로 잰 듯 비슷했다.
“한눈을 팔 만큼 멋지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전투 도중 한눈을 판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겁니다.”
한 사람이 리볼버를 꺼내어 들었다.
“뭐, 이젠 더 가르칠 것도 없겠군. 그의 말이 곧 나의 말이다.”
다른 한 사람도 리볼버를 꺼내어 든다. 비록 첫 번째 사람이 꺼내 든 것과 같은 ‘붉은색’은 아니었으나, 로페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가 만들어 낸 리볼버는 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양손에 각각 총기 한 정씩을 든 두 사람의 동작은 같았다. 마치 군무처럼 방아쇠울에 검지를 끼워 넣고 총기를 한 바퀴 돌리는 것까지도.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황야의 7인〉.”
“〈와일드 번치〉.”
혜인의 〈스페이스 그랩〉에 잡힌 채 공중으로 떠오른 그들은 편안한 얼굴로 스킬을 사용했다.
키드의 곁에 여섯 개의 흐릿한 인영이, 브로우리스의 곁에 세 개의 흐릿한 인영이 생겼다.
─────────────…….
11명의 [속사]가 쏘아 대는 총성이 협곡에 쩌렁쩌렁 울렸다.
* * *
“어, 엄청난 속도입니다. 처음 149마리의 몬스터가 벌써 80마리로 줄었어요. 겨우 두 사람이…….”
안대를 차고 있는 루비니였지만 그녀가 놀랐다는 사실은 주변 유저들도 알 수 있었다. 안대 위로 그녀의 눈썹이 쫑긋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대륙 동부에 접어들고 난 이후 몬스터들의 강력함은 치를 떨 정도였다.
제아무리 숫자가 많아 개별 능력치가 다소 떨어지는 몬스터라 할지라도, 70마리에 가까운 몬스터를 ‘순삭’할 수 있는 유저는 많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제 끝일 거예요. 총성은 이미 멎었습니다, 다음!”
놀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1초 남짓.
그녀는 어느새 다음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전체 전황을 볼 수 있는 유저의 외침에, 혜인은 곧장 〈스페이스 그랩〉을 해제시켰다.
키드와 브로우리스는 땅을 향해 급속히 곤두박질쳤다. 물론 그들은 낙사하지 않았다.
혜인이 그들을 받아 내자마자 이번엔 비예미가 볼을 부풀렸다.
“음음음음, 음음!”
푸화아아아아아……!
부풀어 올랐던 볼에서 진한 보라색의 독무가 뿜어져 나갔다.
독성을 머금은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운 게 당연하다. 협곡에서 독무를 뿜어 봐야 다시금 가라앉으며 자신들만 피해를 입을 뿐이다.
“〈블로우〉!”
“〈윈드〉!”
“〈경면주사: 강풍〉!”
이들이 없었다면!
첫 번째 팀에 포함된 바람술사 유저들과 무도사의 부적은 무거운 독 안개를 솟구치게 만들었다.
높은 협곡의 끝까지 그것은 올라가지 않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갸르르르― 캭!”
“갸락, 갸륵.”
“꺼윽.”
키드와 브로우리스가 공중에서 난사한 이유는 단지 그들의 수를 줄이기 위함만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땅으로 내려가던 그 시점과 거의 같은 시기에 몬스터들은 협곡의 아래로 뛰어내리던 중이었다.
그들의 공격 형태가 ‘강습형’이라는 걸 이미 예측한 상태였으므로 미리 준비한 독무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경면주사: 결계〉!”
“〈에어리어 쉴드〉!”
“두 번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밖으로 나가면 비예미 님의 독에 당할 겁니다!”
배추도사와 힐러 유저들은 넓은 배리어를 활용해 독안개와 몬스터들의 침범을 막았다.
“키킷, 저거 지속 시간은 앞으로 32초, 31초, 중독 상태 이상은 놈들의 추정 레벨로 봤을 때 3분 전후일 겁니다. 다들 준비하세요, 25초…….”
나머지 유저들은?
무력해진 적들을 일거에 쓸어 내릴 준비를 시작했다.
키드와 브로우리스는 이미 모든 총기의 재장전을 마친 상태였다.
주변의 다른 마법사 직업군과 원거리 딜러, 근접 딜러 유저들 또한 자신들이 가진 가장 강한 스킬을 준비했다.
“갸르르…….”
마침내 독안개가 사라지고 중독된 몬스터들이 발을 질질 끌며 유저들을 덮치려는 순간, 광역 배리어 또한 사라졌다.
“갸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