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280
마탄의 사수 (1280)
기정은 보배를 말렸으나 비예미는 오히려 그러한 장면도 즐기는 중이었다.
“킷킷, 원래 남의 집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고 자극적인 음식이 제일 맛있으니까요. 저 중에는 구플이 망해야 득을 보는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닐 거고. 저였어도 미들 어스 랭커들이 고꾸라지는 모습에 ‘꿀잼’을 외쳤을 것 같은데.”
누군가의 실패는 누군가에게 즐거움일 뿐이라는 의미로 비예미가 말했다.
별초의 길드원들도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그의 말투에, 보배가 한마디 하려 했다.
그러나 비예미를 잡을 수 있는 건 역시 보배가 아니라 캔들 캐슬부터 같이 해 왔던 동료일 수밖에 없었다.
“비예미 씨는 너무 냉소적이라서 문제라니까요. 그런 말이나 하니까 친구가 없죠.”
“키, 키킷…… 징겅겅 씨도 많이 날카로워졌네.”
비예미가 슬그머니 물러서자 보배와 기정이 징겅겅을 향해 엄지를 척, 올려 주었다.
별초뿐만이 아니라 〈신성 연합〉의 군세 모두에게도 취재진은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마왕 에얼쾨니히와 마왕의 조각 둘을 제외하고도, 그들의 총 병력은 대략 300만으로 추정되며―.”
“개별 몬스터의 레벨은 약 300으로, 이곳, 로페 대륙의 필드 보스들보다 강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저희 방송사의 대응팀이 동일한 몬스터의 수를 기준으로 모의 전투를 치러 본 결과, 〈신성 연합〉 측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약 1500만 명의 유저가 동시 접속 후 방어를 해야 가능하다는 산출이 나와 화제를 불러 모으는 가운데―.”
“이곳의 지휘관으로 임명된 유저, 카렐린 님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답변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또한 〈신성 연합〉이 불리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행위로―.”
곳곳에서 이런 말을 떠들어 대며 녹화를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기를 북돋아 주는 말도 간혹 있었으나, 그 대부분은 〈신성 연합〉의 패배를 점치는 말들이었다.
“으, 이하 형한테 저 인간들 전부 머리통 날려 버리라고 하고 싶네.”
“가능했다면 내가 먼저 했을 거다, 케이. 내 짧지 않은 시간을 수련했지만, 저런 부류의 인간에게도 평상심을 유지하기에는 수련이 부족한 것 같군.”
기정과 태일이 그들을 보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토해 내었으나 역시나 물리력으로 그들을 몰아낼 순 없었다.
애당초 그들 전부를 몰아내기에는 수가 너무 많은 데다,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신성 연합〉 참모진들의 공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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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얼쾨니히의 침공과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들의 위력을 〈신성 연합〉의 참모진이 모를 리 없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효과만 불러올 그들을 몰아내거나 차단할 수 없을 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앗! 지, 지금, 해안선 위로 거대한 전광판 같은 게 떴습니다!”
“수치와 지도가― 보이고 있습니다. 4분할된 전광판 내부의 화면은― 이곳? 한 군데는 여기를 나타내고 있으며 나머지는…….”
“또 다른 방어선……?”
[〈신성 연합〉의 이름으로, 마왕군의 침공 현황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현재 〈신성 연합〉의 주력 방어군이 배치된 3군데 해안가에는 이것과 같은 정보 공유 일람 홀로그램이 생성되었으며, 추후 이곳을 통해 마왕군과 〈신성 연합〉 간의 전투 중계 및 그들의 총 전력 수 등에 관한 주요 정보를 공유토록 하겠습니다.]더욱 적극적인 정보의 공유.
루머나 가짜 뉴스에 휘말리지 않도록, 검증되고 완벽한 진짜 뉴스를 가장 빠르게 내보낸다는 게 바로 〈신성 연합〉의 참모진들이 택한 방법이었다.
[제1방어 진지, 샤즈라시안과 에즈웬의 국경 해안.]―샤즈라시안 소속 유저―카렐린 지휘.
[제2방어 진지, 크라벤의 항만.]―미니스의 에윈 지휘.
―퓌비엘의 그랜빌 지휘.
[전체 진지 연동 및 방어 병력 이동 관련]―미니스 소속 유저―라르크
―퓌비엘 소속 유저―람화연 공동 지휘.
: 각 참전 병력 수 및 주요 설비 현황…….
4분할된 화면 중 해당 방어 진지를 보여 주는 세 군데의 화면에 해당 방어 진지에 관한 정보가 나열되고 있었다.
“아……?!”
“뭐야? 저런 걸 그냥 다 알려 준다고?”
당황한 취재진들은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말없이 돌아가는 눈동자들이 서로 교차되기를 몇 초, 그들은 곧장 마이크를 쥐고 다시금 떠들기 시작했다.
“마왕군이 볼지도 모르는데 그냥 털어놓는다는― 에, 우선 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것은 저희 방송사의 공식 의견이 아니며, 미들 어스 개인 유저의 분석을 참고 삼아 안내해 드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 가운데―.”
당연히 그 내용은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4분할된 전광판 중 세 개는 〈신성 연합〉의 주요 방어선이 될 3군데의 해안가였다.
그리고 하나의 화면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채널을 돌리는 TV의 화면과 같았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알지 못했으나, 눈치 빠른 유저들과 이미 해당 소식을 알고 있던 별초의 소속원들은 흐뭇한 얼굴로 그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화면을 담당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비니 씨, 지도에는 보이나요?”
“아뇨. 해당 사항 없습니다.”
“페르낭 씨는요?”
“제 눈에도 안 보이는군요. 이래 봬도 일정 깊이라면 수면 아래에 있는 것까지는 잡아낼 수 있는데― 하늘에도, 바다에도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웨이 포인트로 가죠.”
혜인이 허공에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데다, 마법진 따위를 그리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게 된 〈매스 텔레포트〉를 활용한 〈신성 연합〉의 ‘눈’이 전초 레이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3개의 방어 진지에 배치된 유저와 NPC들은 물론 사실상 본부 개념에 가까운 라르크와 람화연의 이동 지휘 통제실에서도 모든 장면을 보고 있었으므로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었다.
“후우우우우…….”
그렇게 모든 유저들이 제각기의 지휘관 근처를 서성이며 전의를 다질 때에도 오직 홀로 남아 명상을 하는 이도 있었다.
“정말 이곳에서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당신은…… 퓌비엘의 기사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퓌비엘 소속이라 하여 퓌비엘만을 지켜야 하는 건 아니죠.”
신나라는 미소를 지었다.
교황의 기도실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교황은 그녀를 보며 안타까운 얼굴을 했으나 더 이상은 어쩔 수 없었다.
“저는 더 이상 세이크리드 기사단의 데임Dame이 아니니까요.”
세이크리드 기사단이라면 이러한 위기에서 반드시 수도를 지켰어야 한다.
그랜빌을 제외한다면 다른 세이크리드 기사단원들 모두가 퓌비엘의 수도에 남아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따라서 신나라는 세이크리드 기사단직을 반납한 후 퓌비엘의 일개 국민으로 방어전에 참전했다.
실제로 기정을 비롯한 별초의 인원들이 샤즈라시안과 에즈웬의 국경 해안에 위치한 것처럼, 〈신성 연합〉 소속이라면 어느 위치에서 전투를 해도 별다른 상관은 없었다.
“데임 신나라……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보다는 바깥의 인물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보다도 성하의 기도에 더욱 감동 받으실 분들이니까요.”
교황은 자신의 곁에 남겠다는 추기경과 팔라딘 등 에즈웬의 교인들을 모조리 피신시켰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고집 센 NPC는 있는 법!
추기경 몇몇을 포함한 팔라딘과 일반 사제들 중 일부는 교황을 지키고자 교황청의 밖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이다.
현재 에즈웬 교황청 내부를 통틀어도 교황과 그를 보좌하는 NPC가 하나일 뿐, 유저는 신나라가 유일했다.
“설령 내가 죽는다 하더라도 데임 신나라, 그대의 책임이 아니니 결코 자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저도 죽으면 그런 자책할 여유도 없을 텐데요. 헤헷.”
자신들의 죽음과 희생을 소재 삼아 간단한 농담을 할 수 있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신나라는 미들 어스라는 게임 속의 유저일 뿐이지만 그녀가 이곳에서 이룬 건 결코 작지 않다.
그 모든 걸 버리고 교황을 살리러 온 각오를 생각한다면 그녀의 죽음도 상당한 무게를 갖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신나라는 웃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게 그녀의 힘이다.
교황은 여전히 안타까운 얼굴이었으나 아까와 달리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과연……. 알겠습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NPC의 말을 들으며 신나라는 어쩐지 가슴이 푸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평화로운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정좌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던 신나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교황의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연락이 온 겁니까.”
“네, 성하. 예상대로 세 갈래의 패로 나뉜 마왕군이― 각 해안선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도착은―.”
“앞으로…… 3시간 뒤입니다.”
신나라가 교황에게 말했다.
각 해안선에 생성된 홀로그램의 화면 한 곳에서, 마왕군들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 * *
카메라의 기능을 든 아이템을 든 유저들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그들은 대형 홀로그램과 〈신성 연합〉의 방어 병력의 이동 그리고 캐스터까지 세 개의 항목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본격적인 방어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카렐린의 지휘하에 각 소속 병력별 세부적인 위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광판에는 마왕군 소속 몬스터와 유저의 수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중이지만, 그 수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아, 올라간다, 올라간다!”
“이러한 혼란은 타 방어 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퓌비엘의 항구 방어진지는 보시는 바와 같이 초대형 바리케이드를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언데드로 된 배의 정박을 막기 위함으로 추측되나, 이렇게 모든 정보를 노출해서야 과연 그 효용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대형 홀로그램의 화면은 각지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었다.
방송사의 캐스터들이나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유저들은 마치 스포츠 중계진이라도 된 것처럼 쉴 새 없이 말했다.
그들의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질수록 유저들의 긴장도 고조되었다.
그것은 이동식 지휘 통제실을 만들어 해당 상황을 지켜보던 라르크와 람화연도 마찬가지였다.
“많네요.”
“일반 모래사장 해안가에 가까운 제1진지에는, 푸른 수염의 포유류 몬스터들이 주로 배치되었네요.”
혜인과 루비니, 페르낭의 ‘눈’ 콤비가 최초 발견을 한 이후 해당 유저들과 유사한 스킬을 보유한 팀들을 각지에 배치한 상태였다.
“뭐, 당연한 일이겠죠. 저쪽도 육로 봉쇄 못지않게, 해상 봉쇄를 원할 테고― 당연히 퓌비엘의 항구 도시와 크라벤의 항만 쪽으로 〈조립식 언데드〉로 만든 선박을 더 배치하는 게 정석이니까요.”
라르크는 말했다.
해양 몬스터들을 활용하는 것보다 〈조립식 언데드〉를 이용하는 게 항만의 각종 방어 시설을 통과하는 데에 더 자유롭다.
마왕군 유저 중에서도 로페 대륙의 각 도시나 해안별 특성에 대해 아는 유저가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식의 배치는 가장 정석적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즉, 그렇게 〈조립식 언데드〉의 선박을 제2, 제3방어 진지 위주에 대량 배치한다면?
자연스레 제1방어 진지에는 해양 몬스터들의 비중이 높아진다.
생명체로 된 해양 몬스터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위치를 〈신성 연합〉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 이곳의 모래사장으로 오는 몬스터의 부류는 물개― 거대한 물개― 아니, 바다코끼리!?”
“고래입니다! 차마 그 크기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고래에― 파, 팔이 달렸습니다? 팔 달린 고래가 이곳을 향해 헤엄쳐 오는 것을 도대체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해수면 위로 잠시 모습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병력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속도로 보아 이곳까지 도착하기에는 이제 고작 20여 분가량 남은 시점에서―…… 아앗!?”
홀로그램을 바라보던 중계 유저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청난 포말과 함께 소용돌이에 가까운 바다의 소란이 일었다. 해양 몬스터들은 서로 뒤엉키고 부딪쳤다.
그것들의 거대한 울음소리가 해안선까지 아련하게 들려왔으나, 그것은 곧 지워졌다.
제1방어 진지의 최전선에서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 때문이었다.
“크하하하핫! 풍어로다! 이 망할 놈의 돌연변이 생선 새끼들아! 사람 낚는 어부, 시몬이 왔다!”
이동식 지휘 통제실에서 라르크와 람화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양 몬스터들의 천적은 역시 바다 사나이, 〈어부〉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