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823
마탄의 사수 외전 (472)
NPC인 드레이크가 제독의 모자를 잠시 들어 올려 부채질을 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 신나라.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저만 느낀 게 아닌걸요, 제독님.”
신나라는 도사 형제를 바라보았다.
페이우는 잠시 머리를 식히겠다고 선창에 내려가 아직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로, 긴급 회의를 하자는 알림에 반응조차 않고 있었다.
그가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자괴감과 수치심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신 여사님의 말씀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부적이 아니라 직접 타격을 할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단 말입니다. 상황에 맞게―. 아니, 정확히는 우리들의 ‘공격 패턴’을 확인한 후 그 상성의 기술로 대응하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어차피 필요한 정보라면 도사 형제 또한 알고 있었으니까.
뭇 유저들이 페이우를 기어코 끌어내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허허, 내 살다 살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보누만. 아니, 그래. 목도리도마뱀한테 그런 능력이 있으면 이미 로페 대륙은 멸종당했어야 하지 않나? 물 위도 달릴 수 있고, 폐호흡을 하니 육지도 당연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크기도 큰 데다, 그놈들을 죽일 유저나 NPC의 스킬에 상성인 스킬로 대응하면? 드래곤이구만!”
물론 신나라의 말을 누구나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몬 또한 드레이크와 같은 입장이었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최고급 AI가 탑재된 NPC 또는 몬스터라면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래! 안대 아가씨가 푸른 수염……. 같다고 했었지? 이런, 그러면 드래곤보다 더한 놈들이네!”
루비니의 홀로그램 지도에서 유사 사례로 나왔던 또는 에인션트급 드래곤 등.
시몬에게 있어 신나라가 설명한 수준의 대응을 보이는 몬스터라면 최소 그러한 레벨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선박을 조종하는 몇몇 유저와 NPC들도 알게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지금 그 발언은 비꼬는 게 아니라 무식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 어부.”
“뭐요? 말 다 했수, 파우스트?”
그러나 랭커들은 달랐다.
그것도 시절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유저들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파우스트 씨는 놈들이 보통의 목도리도마뱀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고 싶은 거겠죠.”
“그렇소. 애당초 우리가 어디에 가고 있었는지,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면 대충……. 연결되는 게 있어야 정상이지. 그리고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는 그쪽의 성녀가 잘 알 거라 생각하오만.”
이환은 파우스트의 의견을 존중하며 시몬과의 사이를 중재했다.
새하얀 비늘의 리자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직접 경험한 자는 신나라와 페이우, 도사 형제라지만 그 현상을 설명할 단서를 지닌 자는 라파엘라라는 걸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라파엘라는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는 중이었다.
“얼추…… 알 것 같기는 해요. 아니, 아마 여러분 중 몇몇 분들도 어렴풋이 알고 계실지도 몰라요.”
가까스로 그녀는 입을 열었다.
라파엘라는 주변의 유저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 동작을 보던 신나라는 라파엘라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
“……[절망의 미래]…… 거기에 다녀온 사람들이―. 아마도 알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하려는 거죠?”
“네.”
라파엘라가 떠올린 가설은 신나라의 머릿속에서도 구축되고 있던 것이었으니까.
마공학자 알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도 예전에 한 번 가 보긴 했는데요. 으음, 거기서―. 감염체? 걔네들이랑 지금 목도리도마뱀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확실히 거기서도 유저들의 공격을 미리 읽은 것처럼 회피하는 동작들은 있었지만요.”
그는 직업적 특성을 극대화한 유저답게 비교 대상군의 선정에서부터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전례가 없는 공격 패턴을 보여 준 목도리도마뱀 몬스터들이 [오염되었다]라는 것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과연 그것이 [절망의 미래] 속 감염체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일까?
“결국 단순히 회피하는 것과 없던 특성을 만들어 내는 건…… ‘오염’되었다 할지라도 비교할 수 없는 게 아닐까요?”
알바의 말도 일리는 있는 것이었다.
반응 속도인지 예측인지 유저들의 입장에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웬만한 일반 공격은 통하지도 않고 회피하는 모습은 뭇 유저들을 경악에 빠뜨릴 정도가 아니었나.
만약 당시 감염체들이 지금 목도리도마뱀들처럼 ‘상성상 유리한 특성’을 발현하여 [절망의 미래]에 침투한 유저들을 공격했더라면 더욱 큰 사건이 되었어야만 한다.
“우리가 오면서 이야기했던 기준으로 본다면 르뤼에에 의해 오염된 생명체는 어쨌든 [절망의 미래] 내부의 감염체보다 ‘약할 것’이라는 추측이었잖아요?”
하물며 감염체가 오염체보다 강하다는 기준을 내세웠다면, 더더욱 라파엘라와 신나라의 가설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게 알바의 논지였다.
“제길, 이젠 뭐 그 목도리도마뱀이 ‘르뤼에에 의해 오염되었다’는 그냥 깔고 가는구만.”
“아뇨, 그건…… 그건 맞을 거예요. 제 지도에 표기되었던 점들의 특성을 다시 한 번 분석해 보니, 과거 로페 대륙 곳곳에서 출몰했던 이교도 집단 내 감염체, 통칭 ‘씨앗’에 의해 감염된 것들과 유사한 점이 발견되었으니까요.”
“으, 으음…….”
그 와중에도 불평을 터뜨려 보는 시몬이었지만 조금 전의 전투 기록을 재분석한 루비니의 말에 결국 그는 이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절망의 미래 속 감염체]와 [르뤼에 주변 오염체]를 어떤 식으로 이어 볼 수 있을까.어쨌든 목도리도마뱀을 모두 퇴치하는 데에 성공했으므로, 감염체가 오염체보다 강하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오염체]가 보여 줬던 ‘상성상 우위의 특성 전환’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모두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에도, 라파엘라와 신나라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뇨. 알바 씨는 모르는 게 있어요.”
“어라? 뭐죠?”
“[절망의 미래]에 들어가서 ‘사망’으로 나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잊고 계신가 본데…….”
현재의 ‘오염된 생명체’가 과거 [절망의 미래]에 드나들던 시점의 감염체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는 것의 증거가 될 만한 사건이 딱 하나 있었으니까.
“그 안에서……. [생포]된 유저들이 있었죠.”
“……엇!?”
“아……아? 드, 들어 본 적 있어요! 분명 포획당해서 어느 연구실? 같은 곳에 갇혀 가지고―. 로그아웃 후 며칠 후에 들어가 보니 다시 로페 대륙이었다는, 그거 맞죠?”
알바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후다닥 말을 토해 냈다.
주변의 유저들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생포. 유저들을 생포해서 연구실로 데려갔다는 게―.”
“네. 만약 거기서 ‘어떤 연구’를 했다고 한다면? 정확히, 구체적으로는 저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절망의 미래 속 감염체들이…….. [유저들의 전투 패턴] 등에 대해 연구한 거라면 어떨까요. 아니, 그냥 [유저]라는 시스템 전부에 대해 파악할 시간을 준 것이라면……? 그쪽에서의 연구 결과가 이쪽의 르뤼에로 흘러온 것이라면? 따라서 르뤼에 인근의 오염체들이 그 연구 결과의 적용을 받아 변하기 시작한 거라면? 어, 어쨌든 저 ‘위대한 옛 존재’라는 것들은 현재와 미래, 양방향에서 모두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니까―.”
라파엘라는 자신이 말하면서도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듯, 온갖 가설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어 댔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정식으로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요! 현재 [절망의 미래] 너머 감염체들…… 아마도 곧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그 감염체들이―.”
실제로 그녀의 말이 맞을 가능성에 더하여, 만약 그녀의 말이 맞았을 때 일어날 ‘최악의 결과’에 대해 상상하고 있었으니까.
라파엘라는 말했다.
“[상성 우위의 특성 전환] 능력을 지니게 되었을 수도 있어요. 그 상태로 [절망의 미래]의 문을 넘어 이쪽으로 온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몬이 일러 주었다.
“……구플 주식 좀 팔아야겠구만.”
누적 절망이 100%에 도달했을 때.
그 문 너머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감염체’들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감염체’와는 또 다른 모습이리라.
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
“싫은 소리를 한마디 더 얹기는 싫지만……. 또 하나의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순 있겠군요.”
“뭐죠, 이환 씨?”
“어…… 어쨌든 지금의 오염체들은, 기본적인 몬스터의 특성에―. 그 오염된 일부분만으로 ‘상성 공략’을 보여 준 거잖아요? 만약 이게 연구가 아직 덜 된 상태거나, 아니면 연구가 완료되었어도 목도리도마뱀 따위의 몬스터라서 그걸 완벽하게 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감염체들은 더 강하고, 더 완벽한 상성 공략을 보여 줄 것이다?”
“기왕 상상하는 거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 보자는 거죠.”
이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인정했다.
지금의 오염체, 목도리도마뱀이 보여 준 능력만으로도 살벌하기 그지없건만, 이것보다 더 확실하고 더 빠른 특성 전환 능력을 보인다면 누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쿵, 쿵, 쿵, 쿵―.
“음?”
사실상 말을 잃은 그들 사이에서 갑작스레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갑판 아래의 선창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나온 사람은 역시나 페이우였다.
“하지만 끝난 건 아니오. 감염체들이 목도리도마뱀들보다 더 빠르게 특성 전환으로, 상성상 공략을 한다해도……. 또한 기존에 생포했던 유저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추출하여 그 바탕이 되는 자료를 만들었다고 해도……. 공략 방법은 있소.”
“페이우 씨? 크흠, 공략 방법이라뇨?”
실의에서 회복하려면 며칠쯤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요, 라는 말로 괜히 페이우의 성질을 긁을 신나라는 아니었다.
신나라의 물음은 시몬을 포함한 타 유저들이 페이우를 ‘긁을 만한’ 발언을 하는 걸 막아 주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첫 번째, 적어도 그들은 [우리의 공격을 겪어 보고] 그것에 대응한다는 것. 선제先制가 아니라 후응後應이라고 봐야 할 것이오.”
“첫 공격부터 가장 강력한…… 그리고 광범위한 스킬로 쓸어버리면 된다?”
시몬의 다소 직설적인 해석을 들으면서도 페이우는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날 게 아니다. 그런 종류의 스킬은 랭커라고 해도 기껏해야 몇 개를 가지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닌가.
몇십 번, 몇백 번이나 이어질 전투의 합合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문제를 알바가 제기하려는 순간, 페이우는 먼저 말했다.
“그러나 그것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결국 두 번째 방안을 준비해야 하오.”
“두 번째라면…….”
“저들의 [연구]가 직업군별 기본적인 전투 패턴의 분석이라면. 그 분석에 의해 우리가 상성상 공략을 당하게 되는 거라면…….”
광역 스킬로 쓸어버리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전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저들이 자신들의 수를 읽는다고 했을 때 결국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역시나 답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와 다른. 지금까지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전투 패턴과 스킬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오.”
저들의 [분석 데이터] 안에 없는 전투 패턴을 스스로 창조해 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
조용해진 유저들 사이에서 파우스트는 콧방귀를 뀌었다.
“훗, 말이야 쉬운 것이지. 불과 50여 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것이 가능할 거라 보는 거요, 페이우.”
“……당장 준비를 시작하면 늦을 거라 생각하지 않소. 그리고 무엇보다―.”
페이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중얼거렸다.
“―이미 그런 시도를……이미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그 발언에는 파우스트조차 할 말이 없었다.
유저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몇몇 이름들이 있었으니까.
“어쨌든 르뤼에 인근까지는 조사 후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단단히 준비해 주세요.”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신나라가 말했다.
드레이크는 벗었던 제독모를 다시 머리에 얹고선 선박의 속도를 높였다.
휘우우우─────────!
강력한 바람이 불어닥치는 곳은 샤즈라시안 연방과 퓌비엘의 국경이 맞닿은 지점이었다.
그런 환경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상공을 날고 있는 것은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과 검은 장발을 휘날리는 남성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선, 다섯 개의 총기를 각자 쥔 다섯 명의 사수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