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016
마탄의 사수 외전 (665)
미니스 왕국에서 홀로그램 창을 보고 있던 라르크도 어안이 벙벙해지는 파괴력이었다.
두 개체의 컬러 드래곤을 파견한 라르크가 그럴 지경이거늘, 해당 장면을 함께하고 있는 정보 사령부 내 유저와 NPC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 단장님…… 이것까지 다 알고 그들을 급파하신 겁니까?”
“그걸 고작 몇 분도 되지 않아― 저들의 가능성을 파악하시고…….”
“역시! 역시 대단하십니다! 정보단장님, 아니, 라르크 님!”
티아마트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나.
이 탄생하고 아직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
라르크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모든 컬러 드래곤을 재배치하기 시작했던 것.
에윈과 람화연이 내부에서 감탄을 하고 있을 정도로 빠른 조치임에는 분명했지만, 빨라도 너무나 빠른 조치였으므로 오히려 ‘그것이 적절한 분배인가’에 대해서는 분명 의심이 갈 정도가 아니었던가.
“화이트와 그린, 심지어 어덜트급이라길래 잠시나마 단장님을 의심했던 제 머리통을 후려치고 싶네요. 어떻게 저런 특기를-. 저들이 [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거라는 걸 그리도 빨리 파악하셨는지!”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예실리크 장로와도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 컬러 드래곤의 능력을 어떻게 파악-. 아! 직업 스킬인가요? 만이 하실 수 있는, 어떤 그런 게 있었나요?”
정보 사령부 내 유저들의 적극적인 질문을 들으며 라르크는 민망하다는 듯 턱을 긁었다.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으니까.
“그, 그건……. 뭐, 저기, 하여튼, 그렇죠.”
분명 으로 전직하며 획득한 스킬, 을 활용한 것은 그들의 추측대로였다.
‘컬러 드래곤들에 대한 정보…… 적어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모든 컬러 드래곤들에 대한,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특기特記 사항]이 있는 모든 정보가 나에게 입력되었으니까. 스킬 명칭은 좀 그렇지만-. 아마 티아마트 님의 장난 중 하나겠지, 쩝.’
모든 컬러 드래곤의 어머니.
전직과 동시에 획득한 스킬이므로 당연히 티아마트의 ‘농간’이 들어가 있을 거라는 게 라르크의 추측이었지만, 적어도 스킬의 명칭을 떠나 성능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이었다.
예실리크와의 대화로 얻는 것보다도 더 많은 정보는 순식간에 그에게 입력되었으니까.
다만, 그들이 [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어떨지를 판단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들의 속성이 해당 ‘위대한 옛 존재’에게 상성상 우위를 점할 거라는 예측을 내린 것도 아니다.
삽시간에 방대한 양의 정보가 들어온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정돈. 정리다. 특정 기준을 필터 삼아 재빨리 정렬하여 내가 필요한 정보만을 획득하는 것.’
라르크는 그 점에 집중했으므로 드래곤들의 [특기 사항]란을 빠르게 훑었고 그러던 중 발견한 셈이었다.
‘, , 과 같은 온갖 종류의 [특기 사항] 중에서-.’
지금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눈길을 끌던 특기 사항.
‘이라니…….’
심지어 그런 [특기 사항]을 지닌 드래곤이 둘이라면!?
라르크는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특기 사항]과 이것은 격이 다르다는 걸.
하이하와 강력한 접점을 지녔던 개체들이 그로부터 큰 영향력을 받았다면.
“단장님! 단장님! 또 쏩니다, 저 드래곤들이 또 쏩니다!”
“예…… 보고 있습니다. 참 웃기는 일이에요.”
일반적인 드래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라르크의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은 채, 컬러 드래곤들은 각각의 마나를 자신들이 들고 있는 기다란 막대에 흡수시키기 시작했다.
어덜트 화이트 드래곤, 쇼블랑
어덜트 그린 드래곤, 그뢴포겔
[드래곤은 맨몸으로도 강력하다지만! 인간이 화기火器를 사용하여 더 강력해지는 것처럼―.] [우리도 화기火器를 통해 강력해질 수 있을 거라고! 어렸을 때부터, ‘그 인간’에게 당했을 때부터―.] [해츨링 시절부터 연구해 왔다!]언젠가 쿠즈구낙’쉬의 레어 인근에서 이하에게 ‘협박’을 당해 왔던 어린 컬러 드래곤들이자.
[그 무, 무서웠던 장로들도 꼼짝 못 했던 건 결국-.] [화기의 힘! 우리의 힘을 더욱 증폭시켜 줄 도구의 존재! 그리고 그 도구를 진작부터 완벽하게 다뤄 왔던―.] [‘어느 한 인간’의 영향을 받아, 우리도 마침내 우리만의 길을 개척했을지니!]폭정暴政으로 컬러 드래곤을 지배했던 블랙 드래곤에 맞서는 이하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 왔던 컬러 드래곤들.
슈우우우우욱-! 마침내 모든 에너지가 갈무리되었을 때, 두 드래곤은 동시에 외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이 화기Gun의 힘을 활용하는 새로운 드래곤의 힘, 의 위력이다!]───────, ───────!
‘위대한 옛 존재’, ‘바이티스’의 껍데기 일부가 다시금 바스러지며 크라벤 왕국 유저들의 환성을 자아냈다.
티아마트의 변화가 이 정도의 효력을 발휘하는가.
티아마트가 가능성을 연 지 만 하루는커녕 아직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와중에 이러한 변화를 일구어 내는가.
“컬러 드래곤 두 개체의 전투력 확인! 한 발, 한 발의 공격력에서만큼은 현재 확인된 오리엔탈 드래곤, 소적룡과 홍황룡의 18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미쳤어, 미쳤어! 에인션트 드래곤들도 못 내는-. 아뇨, 아뇨, 바하무트조차도 단일 공격력으로 보인 적이 없는-. 루거의 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공격력을 계속해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전투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는 건, 이제 메탈 드래곤들과 컬러 드래곤들의 개체들 모두 확인된 셈이었다.
그러한 확인이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건 또한 좋은 점이며.
“그, 그리고 또 한 기! 단장님이 급파했던 ‘어덜트 블랙 드래곤’에게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또한 위험한 점이기도 하리라.
쇼블랑과 그뢴포겔의 어마어마한 공격력이 수치로 전환되어 확인되는 와중, 또 하나의 홀로그램 화면에서도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라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특기 사항이 똑~같지. 아, 세부 내용은 달랐지만.”
그곳의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건 새카만 안개의 덩어리와 같은 것이었다.
* * *
새카만 안개 덩어리는 무언가에 쫓기듯 또는 쫓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한 안개 덩어리의 근처를 날아다니는 거대한 블랙 드래곤은, 차마 안개에 다가가지는 못하고 주변을 얼쩡거리며 새카만 안개 덩어리와 공조하듯 또 만류하듯 쫓아다니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함께 파견한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아니, 그저 강하다는 것으로 부족합니다. 저 움직임은―.”
“통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단장님께서 그러한 폭주를 우려하셔서 함께 파견한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도 해당 어덜트 블랙 드래곤을 100% 통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뭐,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도 일단 없는 것보다 낫기는 한데…….”
라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을 ‘비밀 병기’라 할 수 있을까.
어덜트 블랙 드래곤과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을 팀으로 이뤄 곧장 파견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이제는 알 수 없지. 에인션트급은 그래도 블랙 드래곤 중에 가장 강력한 개체로 확인된 걸 딸려 보내긴 했다만…….’
새카만 안개의 주변을 안절부절 날아다니는 것은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카라니크’였다.
현존하는 블랙 드래곤 중 가장 오래되고 또 강력한 개체.
그리고 새카만 안개 덩어리는?
“어덜트 블랙 드래곤……. 스여흐.”
그것을 ‘블랙 드래곤’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 이름은 여전히 ‘스여흐’가 되리라.
라르크는 황당하다는 듯 그 장면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에인션트급 카라니크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감염체 몇 개체를 손쉽게 상대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스여흐’가 보여 주는 능력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역시 그 [특기 사항]의 힘인가. 쩝, 일단 예상 이상으로 그 힘이 발현되어 준 것까지는 고마운 일이지만……. 걱정이군’
어덜트급 한 개체가 에인션트급 몇 개 개체 이상의 전투력을 내고 있는 이유는 역시나 ‘스여흐’라는 블랙 드래곤의 특기 사항 때문이었다.
‘……이라. 하이하 씨,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어덜트 블랙 드래곤이 미쳐 버릴 정도의 짓을 한 건지.’
저 [특기 사항] 덕분에 ‘스여흐’는 파견되자마자 곧장 [변화]를 보여 주었다.
말 그대로 [종의 한계]를 뛰어넘은, 완전히 새로운 전투 패턴을 보여 주었다.
다만, 강한 접점 뒤에 붙은 단어가 이 아니라 이라는 게 당황스러울 정도.
‘만에 하나 저 난리를 치다가 하이하 씨를 죽이러 가겠다고 하면…… 으음, 카라니크가 잘 막아 주겠지? 최악의 경우 예실리크 장로를 파견하는 것도 방법인데-. 설마 말을 들어 먹지 못하는 드래곤은 아닐 테니…….’
다행히 라르크는 나 이 되기 전부터 그들에 대해 알고 있었으므로,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스여흐’는 어째서 저런 [특기 사항]을 지니게 되었나.
‘아니, 뭐, 무슨 짓을 했는지도 뻔히 알기는 하는데. 베르튜르 기사단 시절 체카도 말했었고. 오닉스 사후 컬러 드래곤의 장로를 뽑는 과정에서 블랙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의 내부 권력 다툼이 발생했으며, 계략을 쓰던 블랙 드래곤 측의 패배. 하이하 씨가 당시 레드 드래곤을 도와 장로로 당선되게끔 만들었다…… 그게 플람므 님이었던가. 하핫.’
그 과정에서 블랙 드래곤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권모술수를 직접적으로 수립했고 실행했던 당사자는 이하의 꾀에 빠져 처벌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던 것.
‘물론 그 사건의 기점이 되는…… ‘장로의 부재’는 내가 컬러 드래곤들 사이에 들어가서 만들어 냈던 거지만. 불완전한 티아마트 님이 소환될 때- 당시의 장로였던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오닉스’. 저 ‘스여흐’가 ‘오닉스’의 손자라고 했었지.’
티아마트의 힘을 빼앗으려다 실패, 사망에 이른 ‘오닉스’ 때문에 가뜩이나 안 좋았던 블랙 드래곤에 대한 여론은 ‘스여흐’의 계략이 들통나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드 드래곤에게 장로의 자리를 넘겨야만 했다.
블랙 드래곤 일족으로부터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된 ‘스여흐’는 결국 그가 지닌 드래곤 하트의 모든 마나를 폐하여, 사실상 일반적인 드래곤으로서는 죽은 것과 다름없는 형벌을 받았던 게 아닌가.
‘그래서 티아마트 님과 종종 컬러 드래곤들의 회합에 갔을 때에도 ‘스여흐’는 본 적이 없어. 블랙 드래곤들도 묘하게 소심했고. 그러니 플람므 님 사후에도 그린 드래곤 일족이 장로를 가져온 셈이지만…….’
‘오닉스’부터 이어진 블랙 드래곤들의 탐욕을 저지하고 컬러 드래곤과 메탈 드래곤의 화합을 이뤄 낸 건 분명 미들 어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대단한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일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바꿔 말하면, 그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어떻게 해석이 될까.
‘하이하 씨에 대한 복수심이 완전히 응어리질 수밖에 없겠지. 특히 어린 드래곤이자, 계략을 꾸몄던 당사자이며, 드래곤 하트의 마나까지 폐하는 형벌에 처해진 드래곤은 말이야.’
그것이야말로 일반적인 드래곤들이 갖지 못하는, 매우 특수한 상황을 겪어 [특기 사항]에 까지 남는 일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걸 이제 와서는 좋아해야 할지, 어떨지…….”
이것 또한 티아마트가 원한 일이었을까.
적어도 그가 [종의 한계]를 넘어, [모든 생명체가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의 또 다른 한 면에 도달한 것은 맞을 터.
“예? 단장님?”
“아뇨, 아닙니다. 그보다 스여흐와 카라니크가 도움이 되긴 되어서 다행이네요.”
적어도 지금 당장 도움이 된다는 점은 즐겁지만, 무작정 감사하기만 할 수 있을까.
얼굴 없는 거대 유인원과 같은 ‘이골로냑’이 바위를 잘게 부숴 투척하는 공격은 샤즈라시안 연방의 그 누구도 막아 낼 수 없는 최악의 공격 패턴 중 하나였으며.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닙니다! 앗, 지금 다시― 샤즈라시안 연방의 ‘위대한 옛 존재’, ‘이골로냑’이 던진 바위 덩어리들이-.”
“세상에! 전부 녹았습니다! 저, 저 이고르조차 쪼개진 바위를 투척하는 공격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패퇴했건만-. 다 녹았습니다! 닿자마자 물질을 녹일 정도의 공격력을-.”
“아직도 계속합니다! 검은 안개는 사라지지 않고 무어라 외치며 ‘이골로냑’을 향해 날아갑니다!”
바로 그것을 새카만 안개 덩어리가 된 ‘스여흐’가 모조리 무효화시키고 있었으니까.
라르크는 애써 홀로그램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하이하───────! 하이하는 어디 있나!]쉬이이이익────────…….
검은 안개의 덩어리에서부터 쩌렁쩌렁 울리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
감염체건, 이골로냑이 던진 바위의 파편이건 가리지 않고 녹여 버리는 압도적인 전투력.
마치 그 자체가 거대한 산성 안개로, 마치 블랙 드래곤의 브레스를 한데 뭉쳐, 그것을 끊임없이 유지하는 전투력.
이 또한 ‘기존의 컬러 드래곤’으로는 보일 수 없는 일이었다.
관계없는 유저들마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들으며, 라르크는 고개를 저었다.
“흑화한 드래곤이라……. 하이하 씨도 고생깨나 하겠어.”
그리고 이 모든 소식은 물론 이하에게도 전해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