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051
마탄의 사수 외전 (700)
삐뜨르의 말을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하여 결국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음? 뭐라고요? 천사?
―천사.
―아니, 아니. 천사가 와 줬으면 좋겠다~ 같은 말이 아니라? 저게 천사? 내가 아는 그 천사?
삐뜨르는 단어로만 답했고 이하는 그가 말을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첨언해 주었다.
그와 동시에 다가오는 생명체를 다시금 보았다.
반지 여러 개를 겹쳐 놓는다면 꼭 저렇게 생겼을까.
‘겹쳐진 고리들이 막 위아래로 움직이는 저런 것도 기괴한데―.’
세 개 또는 네 개로 된 고리들이 중심축을 기준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것이 빙글빙글 돌 때마다, 도대체 그렇다면 어디에 부착되어 고정된지 모를 날개들도 퍼덕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즉, 고리의 움직임과 날개의 움직임이 서로 연동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어차피 그 모습을 처음 보는 자에게 있어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뭐냐고, 저건! 자세히 안 보면 그냥 빛이 반짝거린다고 생각했을……. 고리 표면에서 희번덕거리는 거 전부 눈 아니냐고! 흰자위가 빛에 반사되어서 반짝거리는 거였다니, 미친!’
세 겹 또는 네 겹의 고리 표면에 알알이 돋아난 건 셀 수 없이 많은 눈동자였으니까.
그 눈은 쉴 새 없이 주변 곳곳을 둘러보는 중이 아닌가.
‘어림잡아도 고리 하나당 이백 개가 넘는 눈으로 둘러져 있는 형태? 그럼 세 겹, 네 겹이니까―.’
저 [천사] 한 기당 육백 개에서 팔백 개 이상의 눈동자가 달려 있다는 건가?
―뿌하하핫! 이거야말로 진짜 서프라───────이즈가 아닌가! 천사의 모습을 실제로 보다니! 축복이라고, 축복!
―축……복이라. 내가 지금껏 진짜 많은 몬스터를 만나 봤는데 말이지. 으, 으음…….
이하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팍을 문질러야 했다.
어쩐지 밀려오는 메스꺼움을 억누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다안多眼의 몬스터도 간혹 있었다.
당장 유명한 것으로 꼽자면 중 기브리드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진흙처럼 되어 무너져 가는 사람의 실루엣…… 그 실루엣에 알알이 박힌 눈알도 진짜 그로테스크한 몬스터 외형으로는 손에 꼽았지만, 저건―. 저건 또 달라! 오히려 너무 정돈되고 깔끔하게 있어서―. 그, 뭐랄까, [잘못된 형태]가 아니라 [올바른 형태]로써 저런 모습이 되었다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게 더 거부감이 든다고!’
그러나 기브리드 때와는 다르다.
모습이 변형되는 키메라이니, 간혹 그런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겠지, 라고 대충 이해할 수 있을 때와 다르다.
[저것들]은 저것으로 완성되었다는 듯한 가지의 통일된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천사라면 우리가 여기에 있을 이유가―.
―자, 잠깐! 잠깐! 은신 풀지 말고 기다려 봐요! 아니, 뭐, 내가 그렇다고 겉모습으로만 모든 걸 판단하는 사람은 아닌데, 저건 좀…… 하여튼. 대기합시다, 삐뜨르 씨. 확실해질 때까지.
이하는 을 해제하려는 삐뜨르에게 다급히 말했다.
이곳이 이고 저 해괴망측한 생명체가 라 할지라도 당장 을 해제할 필요가 있는가.
적어도 이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호의적일 확률이 높다. 내가 뭐,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삐뜨르 씨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으음, 일단은 조심해야 할 것만 같달까.’
에 입장하며 획득한 업적이 있다.
내 극단적인 친밀도의 적용.
‘호의적이거나 적대적인 것이 2배수로 확대된다는 것……. 뭐, 애당초 호의도, 적의도 아직 쌓인 게 없으니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아니, 혹시 모르지. 그래. 지금 내가 조심하는 건 저 외모 때문이 아니야. 외모 때문이 아니라……. 마, 마을에 함부로 들어왔다고! 그러면서 막 친밀도 깎이거나 하면 바로 두 배로 손해 보는 거니까!’
물론 그 점을 고려한다 해도 ‘이렇게까지 조심해야 할까’라는 의문은 들지만 어쨌든 이하는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삐뜨르 또한 이하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있었으므로 둘은 우선 모습을 감춘 채 기다렸다.
―부흐흐, 그것도 좋겠군. 확실해졌을 때 서프라───이즈로 등장하는 게 더 즐겁겠지. 천사들을 놀라게 만든 최초의 미야우라는 타이틀도 생길지 모르고 말이야.
―……그딴 타이틀은 하나도 갖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비행으로 다가오는 ‘천사’들이 두 사람이 있는 마을에 도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 시간으로는 대략 15분 전후가 흘렀을까.
이하와 삐뜨르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삐뜨르가 ‘천사’라 불렀던 개체는 총 다섯 기.
네 개의 고리가 겹쳐 돌아가는 한 기와 세 개의 고리가 겹쳐 돌아가는 세 기.
“두 개의 [영령 반응]이 있었던 마을이 이곳인가?”
“그렇습니다.”
“당장 육안으로 관찰되는 영령은 없습니다만…….”
“또한 소집 명령에 따른 영령 개체 비교 확인 당시, 해당 마을 영령과 소집 영령의 수는 같았습니다.”
“이렇게나 외딴곳이니 그 이후에 숨어들어 왔을지 누가 아나. 아니, 어쩌면 영령 개체 관리가 처음부터 안 되어 있을 수도 있지. 어쨌든 소집 명령을 어기고 숨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철저히 수색하도록.”
“옙!”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들의 살벌한 말소리에 이하는 더욱 숨을 죽여야만 했다.
* * *
위이이이잉──────…….
들의 움직임에서부터 들려오는 건 미묘한 소리였다.
날갯짓을 하며 구름 표면 위로 하강할 때부터 줄곧 들려왔던, 얼핏 기계 소리 같으면서도 또한 기계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그러한 소리.
‘게다가…… 애초에 고리? 고리 같은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 뭔가 구, 구름을 밟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잖아.’
그들은 떠 있었다.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므로 이곳까지 ‘비행’해 오는 것과는 확실히 구별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그 고리 하나하나가 구름에 닿아 있지 않았다.
지상, 즉, 의 구름 표면에서부터 약 1m가량 부유한 채로 그들은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하물며 그들의 크기는 개체별로 차이가 있어도 고리의 지름이 기본적으로 3m를 초과했다. 1m가량 부유한 상태에서 3~4m 지름의 크기를 갖는 고리 여러 개가 겹쳐 있는 와중에, 그 고리 하나하나마다 수백 개의 눈이 부착되어 있다면?
팔, 다리를 포함하여 ‘몸통’이라 부를 부분이 없고 하물며 눈 외에는 코나 입 등이 없어 애당초 어떻게 말을 하는지도 의문이 드는 생명체라면?
‘그러고 보니까 미들 어스 시작한 이래로 고, 공포 영화를 본 적이 없어……. 볼 필요가 없지.’
그 어떤 영화보다 공포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이 다 빠질 정도의 경험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니까.
―천사라면서? 딱 봐도 우리를 찾는 느낌인데, 저게 천사라고?
―부흐흐……. 우리를 찾아서 환대해 줄 줄 어떻게 알고?
―당신은 지금 저게 환대해 주려고 찾는 걸로 보입니까?
쓰는 용어만 봐도 알 수 있다.
소집 명령, 숨었을 가능성, 철저한 수색, 누가 봐도 긍정적으로 사용한 게 아니건만.
―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환대지. 뿌힛!
지기 싫어하는 삐뜨르의 되지도 않는 변명을 들으며 이하는 매우 작은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아냐, 그래도 다행이다. 우선 생명체……. 생명체? 하여튼 저런 것들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지. 더군다나―.’
그들이 말한 것에서 전부 추론할 수 있다.
[소집 명령], [외딴 마을], [영령 개체 관리] 등등.‘이 마을 사람―. 아니, 영령들은…… 갑작스레 내려진 소집 명령에 의해 후다닥 이동을 해야만 하는 거였어. 그리고 저렇게나 강압적인 태도라면 평소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는지도 알 것 같고……. 근데 여기 천국 콘셉트 아냐? 맞을 텐데?’
이하는 새삼 의문이 들 정도였다.
노동이야 그렇다 쳐도 저렇게 날카로운 관리 체계는 어떻게 된 일이지?
단순히 비상 명령 체계 따위가 아니다.
그들 스스로 ‘외딴 마을’이라고 부를 정도로 작은 규모의 마을조차도 ‘해당 마을에 소속된 영령의 개체 수’가 얼마인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긴급하게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니야. 그런 일을 지금까지 쭉~ 아주 평범하게 해 왔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숨어들었을 법한 영령들을 찾아내는 저 모습은…….’
이하는 매우 느린 속도로 고개를 내밀며 그들이 착지한 장소를 바라보았다.
주변으로 뿔뿔이 흩어진 세 겹의 고리 네 개체와 달리, 최초 착지한 장소에서 줄곧 움직이지 않고 있는 한 개체.
‘고리가 네 겹……. 저 개체가 이 ‘그룹’의 장이라는 뜻이다.’
계급일지, 직급일지, 타고나는 것인지 경험으로 승급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건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이곳에 [수직적 위계질서]가 있다는 점.
‘이, 이렇게까지 말하면 안 되지만 말이지! 이거 무슨―. 비상 사태 시국의 군인들 같잖아! 예비군 소집 명령에 따르지 않는 전역자들 붙잡으러 다니는 군인같은―.’
퍼어어어─────────ㅇ!
‘―흐읍!?’
갑작스러운 굉음에 이하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자기도 모르게 놀라 신음을 내뱉을 뻔한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나서야 이하는 조금쯤 심경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무슨―. 아……?’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소음이 나는 방면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군인 같은 게 아니다.
퍼어어어─────────ㅇ!
퍼어어어─────────ㅇ!
‘군인보다…… 심해.’
세 겹 고리의 들은 구름으로 만들어진 집을 날리고 있었다.
수백 개의 눈이 동시에 반짝거린다고 느꼈을 때마다 구름 재질의 집은 폭발하듯 솟구치며 무형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삐뜨르 씨! 어디 숨은지 모르겠지만―. 들키지 않을 수 있나?
―부히히힛, 들킬 리는 없어. 내가 서프라────이즈에 당했다는 게 조금 아쉬울 뿐이지. 나보단 그쪽이 걱정 같은데.
―그, 그러니까. 으음, 이건…….
그제야 이하도 다소 긴박해졌다.
외곽에 있는 집부터 날려 버리며 그들은 포위망을 좁혀 들어오고 있다.
거의 중심부 옆에 있는 가옥의 벽면에 달라붙어 를 사용한 이하였지만, 그래 봐야 몇 분도 걸리지 않을 터!
‘제기랄, 그냥 은신을 풀어? 나가서 대화부터 해 보면 되려나?’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저들과 싸워야 한다면?
이곳은 이고 저들은 의 관리자 집단과 관계된 생명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들과 싸워 봐야 좋을 게 하나 없다는 당연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가.
‘아니, 싸우기는 싫은데, 저쪽에서 딱 봐도 먼저 시비를 걸 것처럼―.’
를 움켜쥐며 아직까지도 방향을 잡지 못한 이하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중품 천사님! 대서문大西門 밖의 외곽 마을에서 숨어 있던 영령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가옥을 날려 버리던 세 겹 고리의 생명체는 재빨리 다가와 말했다.
그것만으로 이미 이들이 [천사]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지만, 더욱 중요한 정보는 그것이 아니리라.
“대서문? 이쪽은 대남문大南門인데? 대남문 밖에서 [영령 반응]을 냈던 녀석들이 어떻게 대서문 밖의 마을까지 이동할 수 있었지? 우리도 보고를 받자마자 거의 곧장 출발한 것 아니었던가?
네 겹 고리의 [중품 천사]가 말했다.
그것으로 또 알 수 있는 건 방위方位의 유무.
지상이 아니므로 기준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에도 이곳 기준의 동서남북이 존재한다는 뜻.
“그, 그것이……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최근 [영계]에서 올라온 영령들은 지금까지의 개체와는 수준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지상에서의 여러 사건들 때문에 수준 높은 영령들이 많이 생겼다고…….”
“하품 천사, 너희들이 보고를 곧장 하지 않았던 건 아니고?”
세 겹 고리의 [하품 천사]들이 어물거리며 말하자 네 겹 고리의 [중품 천사]는 그들을 꾸짖듯 말했다.
그 목소리조차 어디서 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위잉거리는 소음과 동시에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이하조차 그 안에 담긴 뉘앙스와 기분을 파악할 수 있는 말이었다.
“뭐, 너희 하품 천사들이야 항상 그런 식이니 어쩔 수 없나……. 좋다. 대서문 밖에서 잡혔다면 우리는 복귀해도 되겠지. 돌아가자.”
“예, 옙!”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들에게 부여된 일련의 임무가 끝났다는 점일까.
‘대서문’이라는 장소 밖에서 잡힌 영령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이하는 일단 그들에게 감사하고 싶었다.
펄럭, 펄럭, 펄럭──────!
중품 천사 한 기와 하품 천사 네 기는 곧 날개를 펄럭거리며 상승을 시작했으니까.
그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 후에야 이하와 삐뜨르는 은신을 해제할 수 있었다.
“……이거야말로 당신이 좋아하는 서프라~이즈 아닌가, 삐뜨르 씨?”
“너, 너무 놀라울 때는 말도 나오지 않는 법이지. 부흐흐흐…….”
가 무엇인가.
적어도 의 지상에서 에즈웬 교국 소속 교인들이 꿈꾸는 장소와는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 이하였다.
“그래도 방위 하나는 잡았네. 그들이 돌아간 방향을 따라가면 대남문일 테니.”
이하는 덜그럭거리며 멜빵으로 메고 있던 를 앞으로 돌려 언제든 전투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아, 잠깐. 그러고 보니 삐뜨르 씨, 아까 당신이 말했던 방향이랑 다른데?”
그제야 또다시 든 의문이 있었다.
삐뜨르는 들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달리며 말했다.
“그건 그냥 아무 데나 찍은 거였으니까!”
“……어? 뭐라―.”
“가자고, 부히히힛!”
이하는 자신이 삐뜨르에 대해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즉각 철회해야 했다.
에 오르고 약 2시간 40여 분, 여러 단서를 쥔 채 두 사람은 대남문大南門을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