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360
마탄의 사수 (360)
“그러나 그때는 오카상께서 이기시지 않았습니까.”
“파우스트와 크로울리가 장단을 잘 맞춰 준 덕분이었지. 아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하이하가 벌써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가 중요하지. 다른 곳에선 얘기 없었죠?”
“예. 녀석이 자주 찾는 곳 근처에는 전부 깔아 놨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답니다. 퓌비엘 수도의 머스킷 아카데미 NPC도 그대로 있는 걸 보면 같이 움직이는 건 아닌가 봅니다.”
“푸른 수염 관련 주요 NPC가 아마 그 작자일 텐데……. 안 움직이는 걸 보면 수색 작업은 없는 건가? 강화 조약이 체결되자마자 교황의 명령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과연 유저 정보 길드의 대표다웠다.
브로우리스의 움직임을 통해 마왕군 토벌과 관련한 전체 퀘스트의 흐름을 파악한다는 발상은 아무나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움직여도 진작 움직였어야지. 하이하의 시티 가즈아를 급습한 것도 강화 조약 체결 직후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일 거라 예상했기 때문인데. 왜 교황 쪽은 조용한 거지? 그리고 하이하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묘한 불안감이 치요의 전신을 훑었다.
“난 파우스트를 만나 보고 와야겠어요. 몇 번 은신처였지?”
“27번, 죽음의 땅 근처입니다.”
“알았어요, 사스케는 당분간은 하이하를 찾는 데 주력해 주고. 미니스나 퓌비엘에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실시되지 않는지 유의 깊게 살펴 줘요. 특히 교황의 이름으로 공문이 뿌려지는지 여부는 꼭 확인해야 해.”
“알겠습니다. 오카상.”
서로가 서로의 작전을 읽고 그 뒤를 잡으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이하가 한발 빨랐다.
국가전 때의 경험, ‘정보를 다루는 반상 밖의 인물’과 싸웠던 그 경험이 이하에게 만전을 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브로우리스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이하의 움직임을 치요와 사스케가 찾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모든 것이 이하의 계획안에 들어 있는 일이었으니까.
* * *
스으윽…….
복면으로 얼굴을 꽁꽁 맨 사람이 교황청 알현실 앞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재빠르게 양옆을 살피며 주변을 확인하곤 후다닥 알현실의 문으로 달렸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지만 그의 동작은 사뭇 진지했다.
“빨리, 빨리, 안으로!”
“빌어먹을, 당최 무슨 짓거린지 모르겠군. 소장의 명령만 아니었다면 네놈 얼굴에―”
“쉿! 조용히 하고 얼른 들어가!”
“교황청은 안전하다고 했으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미리 이야기도 다 끝내 놨다고 했으면서―”
“내가 언제 안전하다고 했어요, 그나마 좀 낫다는 거지! 그리고 조심해서 손해 볼 건 없거든?!”
물론 복면인의 정체는 이하였다.
투덜거린 루거와 키드는 물론이고 그들의 뒤에서 몇 사람이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뭘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이곳은 선을 전파하는 총본산. 소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잊었는가.”
“아잇, 그런 태평한 소리 할 때가 아니라니까. 베일리푸스 님도 얼른―”
“이미 마나 탐지는 끝났으니 걱정 말도록. 주변엔 아무도 없다. 내 마나 탐지에서 벗어나 우리말을 엿들을 자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조급한 이하가 다그쳤으나 알렉산더와 베일리푸스는 세상 태평한 걸음을 걷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검을 스르릉, 빼내어 드는 또 한 사람의 인물이 있었으나 이하가 재빨리 그를 가리키곤 고개를 저었다.
“서두르라는 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거지 알렉산더의 뒤를 노리라는 말은 아니었어요, 이지원 씨. 칼 넣어요, 얼른.”
“헤헷, 장난 한 번 친 겁니다, 형님. 이번 일 도우면 진짜 드래곤들이랑 다리 놔 주는 거, 동의? 어 보감~”
“하아아…… 알았어요, 그 말 몇 번이나 해 놓고 자꾸 물어봐. 얼른 들어가요.”
루거와 키드가 들어가고, 알렉산더와 베일리푸스가 들어간다.
그 뒤를 이어 걷는 것은 랭킹 2위의 마검사 이지원. 그 행렬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뒤를 따르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정말 이 인원으로 가능할까요? 교황 성하께서 허락하실 것 같지가 않은 구성인데! 물론 여기 모인 사람들이 강자라는 건 저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일단 들어가 보세요, 페르낭 씨. 걱정 마시고.”
미들 어스 최고의 수색꾼이자 모험가가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하는 그를 안심시키며 교황의 알현실로 등을 떠밀었다.
단순히 전투 요원만으론 작전을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건 이하 또한 알고 있었기에 그를 겨우겨우 설득한 것이었다.
“자, 이제 다 들어갔― 응? 안 들어가고 뭐해요?”
“오빠랑 같이.”
다 들어간 줄 알았으나 아직 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
어느 샌가 이하의 뒤편에서 소매를 붙잡고 있는 작은 소녀. 그녀의 푸른 머리는 교황청 어디서든 눈에 띄리라.
“으, 응? 그래요, 갑시다. 그리고 모자! 당분간 저희랑 돌아다닐 때는 모자 써 달라고 했잖아요.”
“불편해.”
이하가 그녀의 다른 손에 쥐인 모자를 덮어씌우자 람화정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나 이하의 손이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는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은 듯 그 손길을 곧이곧대로 받아 주고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람화정에게 강제로 모자를 씌우려 했다면, 그의 콧구멍을 제외한 나머지 전신을 얼려 버리지 않았을까.
“자, 됐다. 같이 얼른 들어가요.”
평소 이하에게 어려운 상대인 람화정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그럴 틈도 없었다.
람화정을 마지막으로 이하까지 교황의 알현실로 들어가고 나서 재빠르게 문을 닫는다.
쿠우웅───!
문이 열리고, 그들이 들어오고, 다시 닫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3분.
“크흐흠……. 비밀스럽게 모은다고 하지 않았던가.”
“죄, 죄송합니다, 교황 성하.”
소란스럽고 심지어 문 하나 통과하는 데에도 늑장을 부리는 인원을 보며 교황이 헛기침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하는 교황 앞에서도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않는 자신의 팀을 살폈다.
뿌듯하지만 동시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창을 들고 선 알렉산더와 그 곁에서 조용히 팔짱을 낀 황금의 기사, 베일리푸스.
알렉산더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한 방 먹여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는 이지원.
마치 이하와 세트 메뉴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람화정.
그런 그들을 보며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한판 붙고 싶군’ 하는 망발과 함께 입맛을 다시는 루거, 투덜대는 키드까지.
“……푸른 수염을 찾아 상대할 토벌단은 이게 전부인가?”
“어…… 네. 그렇습니다.”
[뀨!]이하는 자신 있게 미소 지으며 교황에게 답했다. 그 싱그러운 미소에 블라우그룬도 기분 좋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여섯 명의 유저와 드래곤 두 마리―에인션트급과 해츨링급이니 사실상 한 마리로 봐도 과언이 아니리라―가 각자의 자세로 교황 앞에 도열했다.
“흐으음…….”
그 면면을 살피던 교황의 표정이 묘하게 꿈틀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 *
“에인션트 드래곤께서 함께해 주시는 것은 천군만마와 같은 일입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드래곤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턱을 긁적이던 교황이 고개를 갸웃이며 물었다.
이하는 새삼스레 놀라지 않았다.
교국의 수장이자 전 대륙에 퍼진 신전들의 대표, 신의 대변인이라 불리는 교황 NPC가 드래곤을 알아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테니까.
“가능하다.”
황금색 갑주를 착용한 ‘중년 인간’ 베일리푸스의 대답은 짧고 굵었다.
어찌 생각하냐는 말의 뜻을 되묻지도 않을 정도로 두 NPC의 지적 수준은 높았기 때문이다.
“저 또한 제8대 바하무트 님께서 계신 걸 알고 있습니다. 혹 그분께서 어떤 도움을 주시는지―”
“그렇지 않다. 로드께서 함부로 움직였다간 이 대륙이 절단 날 것이다.”
베일리푸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주변이 술렁였다. 오직 알렉산더와 이하만이 베일리푸스의 뜻을 이해했다.
‘메탈 드래곤의 수장이 움직이는 순간 컬러 드래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했었지. 쩝, 나도 그게 아쉽다니까.’
오히려 ‘왕’이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게 바로 바하무트다.
제명되긴 했지만 최근 쿠즈구낙’쉬의 사망 이후 컬러와 메탈 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된 상태, 당연히 질서와 선을 수호하고 정의를 집행코자 하는 바하무트는 어느 지점에서 중심점을 잡아 줘야만 했다.
이하가 끝끝내 바하무트까지는 설득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형님, 바하무트가 누굽니까? 로드? 드래곤 로드? 그거 어떻게 잡을 수 있어요?’
‘쉬, 쉿! 알렉산더랑 베일리푸스 앞에서 그런 소리 했다가 이지원 씨 한 방에 사망한다니까요!’
‘또 혼자 뭘 알고 있기에 구시렁거리는 거냐, 빌어먹을 녀석. 드래곤 로드라고? 놈을 잡으면 내가 최강이 되는 건가?’
‘루거 당신은 좀 조용히 해, 불난 집에 기름 붓지 말고.’
이하가 식은땀을 흘려 가며 싸움꾼 두 명의 말을 막았다.
베일리푸스가 못 들었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서 이지원과 루거를 죽여 버리진 않았다.
“흐으음……. 그렇다면…… 정말 이 인원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단 말씀이십니까.”
이하가 꾸려온 팀에 대해 교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교황은 회의적이었다.
사실 모인 사람들도 반신반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중에는 푸른 수염과 직접 맞붙어 본 자도 있고, 주변의 귀족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던 사람도 있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마왕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마왕군을, 미들 어스 페이즈2 업데이트의 최강 몬스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푸른 수염을 ‘레이드’도 아니고 ‘파티 사냥’ 정도 수준으로 잡을 수 있을까?
인간들의 고민을 종식시킨 것은 골드 드래곤의 한 마디였다.
“물론. 하이하가 있으니까.”
“베일리푸스 님…….”
베일리푸스는 몸을 돌려 도열한 인간들을, 그리고 이하를 바라보았다.
“쿠즈구낙’쉬 사살을 위한 이자의 계략은 나조차도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로드의 권속이 되고, 나아가 메탈의 일원이 된 하이하의 힘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에인션트 드래곤의 그 말이 바로 보증 수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모인 여러분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샤아아아―!
유저들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마왕군 토벌]설명: ‘저 교황 가이오 4세는 이 땅 위에서 주신 아흘로의 대리인으로서 그대들을 금번 마왕군 토벌단으로 임명하겠습니다. 그러나 작전 수립자인 하이하의 요청에 따라 에즈웬 교국을 비롯한 각국의 공식적인 수색이나 대규모 지원은 불가한 터, 오직 여러분의 힘과 제 작은 도움으로만 이 대륙 내의 모든 마왕군을 토벌하셔야 합니다. 부디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토벌 작전에 걸린 것은 여러분의 목숨, 그 이상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대들에게 주신 아흘로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교황 가이오 4세는 결단을 내렸다. 제2차 인마대전의 전쟁영웅이 믿고,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이 보증하는 자의 계획을 믿어 보기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이 대륙 안의 모든 마왕군을 사살하라.
내용: 현 대륙 내 마왕군과 마왕군 앞잡이 전원의 죽음
보상: ?
선보상: 쟌나테의 열쇠
실패조건: 푸른 수염 외 마왕의 조각의 부활 시, 토벌단 전원 사망 시
실패시: 업적―멸망의 단초, 대륙 공통 명성 -10,000
에즈웬 교국 및 아흘로 교단과의 친밀도 –50%
수락하시겠습니까?
“대륙 안의 모든 마왕군을 없애 주십시오.”
교황은 뚜벅, 뚜벅 걸어오며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다른 사람들의 퀘스트 창과 이하의 퀘스트 창에 유일한 다른 점, 교황이 꺼낸 것은 날개가 달린 열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