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441
마탄의 사수 (441)
“정답! ‘알려 줄 테니 황룡 길드의 비밀을 털어놔라……?’인가?”
“놉! 하아, 그게 아니죠, 이하 씨! 그런다고 황룡 길드의 행동대장급인 빡빡이 팬더 님이 뭔 비밀을 말하겠어요? 그리고 설사 황룡 길드에 어떤 비밀이 있다 한들, 이하 씨가 그걸로 뭘 할 수 있겠어요.”
“하여튼 엉아는 바보라니까. 이럴 때 적절한 건 ‘아이템을 내놔라!’ 그쵸?”
“……그것도 틀렸어, 케이. 하아아…… 이런 건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려 줘야 할지.”
혜인이 이마를 짚었다. 여전히 심각한 이하와 기정은 적절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이하가 먼저 포기했다.
“아, 몰라! 그럼 뭔데요? 뭐라고 말하는 게 제일 나은데요?”
“첫 번째. 이하 씨에게 필요한 것이면서 상대방에겐 있는 것. 그걸 먼저 뽑아내야죠. 빡빡이 팬더 님의 직업은 무도가! 그것도 민첩형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뭐가 많다?”
“뭐가 많지?”
“민첩 관련 업적이 많겠죠! 물 위를 뛰어다닐 정도의 사람들이니까!”
“……아!”
“민첩 관련 업적을 일단 두 개쯤 받아 낸 다음에, 수중호흡 비밀의 힌트를 50%만 푸는 거예요. 그래서 몸이 달았을 때, 다시 민첩 관련 업적이나 아이템 정보 등을 몇 개 더 갈취하고 나머지 힌트 40%를 푸는 거지.”
“뭐, 뭐야, 그러면 90%밖에 안 알려 준 거잖아요. 알려 주기로 했던 약속은?”
이하는 혜인의 태평스런 표정을 보며 기겁했다. 그러나 혜인은 여전히 천연덕스런 얼굴로 이하를 경악시킬 뿐이었다.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그래야지. 원래 갑질은 그렇게 하는 거예요. 약속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받아 챙기는 것! 하나도 안 알려 주고 뽑아 먹기만 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면 아주 ‘선한 갑질’이지.”
“……혜인 씨 맞아요? 다른 사람이 변신한 거 아냐?”
이하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기정은 새삼 깨달은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혜인 형님이 원래 길드 마스터일 때―”
“쉿. 케이야, 그 이상은 말하지 마.”
세이지로서의 명성도 있지만 소수인데다 영향력 없는 별초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의 수장이 혜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거대 길드가 된 지금은 기정의 온화하고 친근한 리더십이 먹혔지만 애초부터 기정이 길드 마스터였다면 지금 별초의 영향력은 갖출 수 없었으리라. 상황별, 규모별 어울리는 리더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니까.
“자! 하여튼 이하 씨는 지금이 기회예요. 오늘처럼 화를 내는 것도 좋지만 이 방법이면 유저들이 알아서 떨어져 나가거나, 아니면 제 발로 온갖 공물을 바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오늘은 갑질 특훈입니다!”
혜인이 박수를 짝짝! 치며 종이까지 꺼내 드는 모습을 보며 주변의 유저들은 혀를 내둘렀다.
온화하고 인자한 외형? 그렇게 혜인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한 유저들 덕에 혜인은 지금의 별초에 가까운 기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으, 나는 왜 이런 것까지 배워야 하냐고!”
“킷킷, 하이하이 씨랑 있으면 심심하진 않아서 좋다니까.”
그런 이하를 바라보며 비예미가 낄낄거렸다.
용궁의 해역을 완전히 빠져나오는 역사적인 순간, 미들 어스 역사상 최장거리 항행을 하는 주인공들은 저런 얘기를 하고 있던 셈이었다.
* * *
용궁의 해역을 완전히 벗어나고 16일이 더 지나도록 항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로그아웃 로테이션은 이미 인어 퀘스트 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라 유저들의 체력도 충분히 회복된 상황. 크라벤의 항구에서 출발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99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즉, 이하가 혜인에게 ‘특훈’을 받은 지 16일 하고 조금 더 되었다는 의미다.
“하이하 님! 하이하 님!”
“에헤이, 안 돼, 안 돼. 이런 걸 어떻게 쳐 줍니까? 게다가 다 구워졌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보관하려면 소금으로 절여야 하는데.”
“그, 그렇지만― 불꽃술사 영웅의 후예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고요!”
“몰라요, 그건 파이로 씨가 알아서 할 일이지. 하여튼 탈락!”
“우워어어어어―! 그렇다면 양으로 승부하겠습니다! 그럼 되는 것 아닙니까?!”
이하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파이로는 흥분하며 갑판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빡빡이 팬더’와 ‘무 도사’가 사이좋게 갑판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파이로 님? 그냥 낚시로 잡으세요. 스킬로 잡아 봐야 이하 님이 인정 안 해 준다니까.”
“시끄러워────! 남자가 어찌 낚싯대나 잡고 있겠습니까! 흐으으으읍! 나는 한 방으로 승부 보겠어! 마나만 미약하게 조절하면 될 거라고!”
파이로의 몸으로 시뻘건 마나 알갱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들고 있었다. 무 도사와 빡빡이 팬더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가끔 저렇게 사서 고생하는 친구들이 있죠. 그냥 두세요.”
“오호, 열혈이야, 열혈이로세.”
빡빡이 팬더는 중국 유저답게 시詩처럼 읊으며 파이로의 행동을 평했다.
그러나 여유롭고 잘난 듯 말하는 그들이 현재 하는 일 또한 파이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낚시를 활용한다는 방법의 차이일 뿐.
마침내 캐스팅을 끝낸 파이로가 갑판 옆 바다를 향해 자신의 스킬을 사용했다.
“〈폭렬화구爆裂火口〉!”
퍼어어어엉──────────────!
그의 손에서 발사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파이로가 가리킨 방향으로 지름 10m 상당의 엄청난 바닷물 원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화염 에너지를 대상 지점에 발동시키는 것!
화구火口라는 이름 그대로, 바다에는 잠시 불에 의한 구멍이 났다고 생각할 정도의 폭발력이었다.
“우와아악!”
“이, 이런 스킬을 쓰면 어떡합니까!?”
잠시 후 솟구쳤던 물기둥은 뉴-서펜트 호에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낚싯대를 드리웠던 빡빡이 팬더와 무 도사는 쏟아지는 바닷물에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으하하핫! 그래! 이거지! 이게 바로 남자의 낚시다!”
“무슨―”
“……정상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네.”
파이로는 그들의 말을 듣지도 않고 갑판 주변을 돌아다니며 바닷물 외, 뉴-서펜트 호로 떨어진 것들을 주웠다.
마치 양동이로 부어 버린 막대한 수량水量에 걸맞게 그 안엔 물고기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 그것도 바닷물의 염분과 열기가 조합되어, 마치 생선 소금찜처럼 요리된 상태였다.
“자! 이하 님, 보십쇼!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이번엔 스킬에 직접 닿은 게 아니라 구워지지 않았다고요!”
이하는 파이로가 나무통에 담은 생선을 보며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진짜 순간 폭딜만큼은 원정대 제일이지 않을까? 엄청나게 저돌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나 조절도 완벽해. 만약 이 스킬을 풀 마나로 썼으면…….’
적어도 영웅의 후예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력이었지만 이하는 감탄하거나 칭찬하지 않았다.
“뭐, 아쉽긴 하지만…… 일단 오케이. 그럼 파이로 님 3점 드립니다.”
“좋았―으!”
파이로는 공중에 어퍼컷을 날리며 즐거워했다.
빡빡이 팬더나 무 도사처럼 낚싯대를 들고 갑판 끝 여기저기에 퍼져 있던 다른 유저들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기정 등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저게 갑질이라니, 어떤 의미론 대단하지 않아요?”
“다른 원정대원들을 원하는 대로 조종하고, 마음대로 시킬 수 있다……. 기껏 교육시켰더니만 한다는 게 ‘식량 구하기’라니…….”
그의 ‘갑질 교사’였던 혜인 또한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용궁의 해역을 완전히 벗어난 시점이자 혜인에게 ‘특훈’을 받았던 것은 총 항행 83일차.
84일차부터 이하가 시작한 ‘갑질’이 바로 이것이었다. 신대륙 도착 때까지 가장 많은 식량을 구하는 자에게 정보를 알려 주겠다는 것!
“에휴. 말해 뭐하겠어요……. 갑질이라는 개념을 아예 잘못 알고 있다니까.”
“유저들끼리 경쟁을 붙여 정보의 가치를 높인다는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말이죠.”
“그 좋은 아이디어로 이러고 있으니 더 웃겨요. 킷킷. 못 말리는 사람이야.”
보배와 비예미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항행 일정을 책임지고 있는 페르낭이나 다른 NPC들 입장에선 이하의 행동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신대륙 도착까지 아슬아슬했던 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이 그때부터였기 때문이다.
해수가 나오지 않는 평화로운 항행 도중, 식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곤 낚시뿐이었기에 모두 난리를 치는 것.
이런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가장 식량을 많이 구한 한 사람에게 무한 수중 호흡에 관한 업적을 알려 주겠다’……. 이 사태를 어떻게 봅니까, 루거.”
“다들 저 머저리한테 놀아나는 거지. 하이하는 가진 걸 내놓는 놈이 아니다. 다들 속고 있어.”
“정확한 지적입니다. 저 순박한 미소 뒤에―”
기정과 혜인, 비예미 등이 깨닫지 못한 것을 삼총사인 키드와 루거는 알고 있었다.
“―남을 부려 먹을 생각만 가득하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속는 놈이 병신이니까 할 수 없지. 그 사실을 알면 다들 얼마나 원통해할지 얼른 보고 싶군.”
“동감입니다.”
키드와 루거는 동시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확히는 몰랐지만 적어도 이하를 파악한다는 개념에서는 삼총사가 다른 유저들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수중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업적’은 〈해신의 아들이 인정한 자〉를 의미한다. 크라벤의 총사령관인 드레이크에게 진심으로 인정받은 유저만이 받을 수 있는 업적이다.
신대륙 항행 전이었다면? 이하에게 받은 정보로 크라벤 왕국에 가서 드레이크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온갖 방법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지. 알려 주는 건 알려 주는 거지만, 드레이크에게 인정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뿐.’
드레이크를 만나러 갈 수가 없다! 이하가 용궁에 있다고 알려 준다 한들 바로 그 용궁에 가기 위해 수중호흡 업적이 필요한 상황!
이하가 사실대로 말해 줘도 완전히 쓸모없는 정보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자신의 계략(?)이 키드와 루거에게 간파당한 줄도 모른 채, 이하는 마치 뉴-서펜트 호의 선장처럼 유저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이하는 양심이 약간 간질간질하다고 느꼈으나 어쨌든 배운 것은 확실히 써먹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갑질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키드와 루거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앉아 있는 이하를 바라보다 동시에 눈을 떼었다. 파도는 잔잔했고 하늘은 맑았다.
“그래도 뭐…… 하이하 덕분에 얼마 안 남은 뱃놀이라도 즐겁게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해수도 드문드문 나오니 심심해 죽겠군.”
신대륙을 향한 항행은 어느덧 막바지에 들고 있었다.
구대륙의 동쪽 끝에서 출발, 신대륙의 서쪽 끝에 도착하는 전체 일정은 페르낭의 계산에 의해 120일 전후. 인어에게 받은 ‘바다의 중앙’ 등의 정보를 결합하여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현재가 99일차. 앞으로 21일 후면 신대륙에 도착하게 될 테니, 남은 기간 정도는 키드의 말처럼 ‘뱃놀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나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왜지?”
루거의 물음에 키드는 자신의 허리에 감긴 탄띠를 가리켰다.
[관통]의 루거나 [명중]의 이하와 달리 키드의 [속사]는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