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48)
#재능만렙 플레이어 348화
안서희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어깨관절이 빠진 것 같았다.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 같았다.
김혁진이 물었다.
“무슨 짓입니까?”
“뭐가?”
“저 아이가 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겠지요.”
“알고 있지. 그래서 죽이진 않았느니라.”
검황. 단천우가 피식 웃었다.
“그마저도 많이 봐준 것이다.”
“…….”
“나는 내게 대드는 어린애들을 좋아하지 않아.”
단천우의 미소에는 살기가 가득 어려 있었다. 김혁진조차도 찔끔 놀랄 정도의 진득한 살기였다.
“너는 오히려 내게 고맙다고 절을 해야 할 것이다.”
“…….”
“내가 저 계집을 살려줬기 때문이지. 고맙지 않느냐?”
기분이 좋은 듯 하하하! 하고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웃음을 멈추고 정색했다. 김혁진을 똑바로 쳐다봤다. 순간. 김혁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왜? 복수라도 하게?”
“예.”
“할 수 있으면 해보거라.”
단천우가 품 안에서 나무로 된 작은 칼을 꺼냈다. 그것은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장난감 칼이었다.
“대신 목숨을 걸어야 할 게야.”
김혁진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김혁진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능력은 바로 이번에 획득한 ‘안식의 번개’였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 어떤 재주를 부리고 스킬을 사용해도, 단천우의 옷깃하나 스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체하지 않았다.
[특수 스킬. ‘안식의 번개’를 사용합니다.]온몸에서 기력이 빨려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번쩍! 스파크가 튀었다. 실제로 김혁진의 몸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같은 시각.
DMC리버뷰 자이의 입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어? 뭐야?”
“정전?”
정전에 관한 기사라도 있는 건지 핸드폰을 살폈다. 그런데 핸드폰도 모두 먹통이었다.
“핸드폰도 안 되는데?”
“전파가 안 터져.”
몇몇은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기도 했다. 김혁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안식의 번개’는 강력한 단발성 번개를 상대에게 내리치는 기술이다. 모든 M/P를 소모하여 발생시키는 강력한 ‘뇌기’는 단천우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단천우에게는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다만 단천우 주변의 땅을 여러 갈래로 갈라지게 만들었다. 단천우가 서 있는 땅. 그 근처는 여전히 치직- 거리며 전류가 흘렀고, 현관문 앞 복도 전체가 검게 그을린 상태다.
띵! 띵! 띵!
화재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렸고 복도 방화문이 전부 닫혔다.
단천우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이런 능력을 익혀온 것은 장하다.”
“…….”
“그러나 목숨을 걸으라고 했던 것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단천우가 김혁진에게 접근했다. 나무칼을 휘둘렀다. 김혁진이 황급히 이사벨을 꺼내 나무칼을 받아냈다.
‘나무칼의 궤적이 바뀌었다?’
눈앞에 보였던 나무칼이 보이지 않았다. 나무칼이 마치 뱀처럼 움직였다. 갑자기 사라지는가 싶더니 김혁진의 목젖을 찔렀다.
“큭!”
김혁진이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현관 신발장에 쾅! 부딪쳤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목젖을 제대로 맞았다. 숨 쉬기도 불편했다.
“감히 내게 공격을 할 때엔 그만한 각오도 되어 있었겠지.”
김혁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M/P포션을 사용했다. 감각안으로 어떻게든 단천우의 약점을 읽어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단천우를 읽기 위해서는 ‘무명안’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벽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김혁진은 주눅 들지 않았다. 이사벨을 높이 들어 올렸다.
“각오는 이미 했습니다.”
“무덤에 이름은 새겨주마.”
김혁진이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단천우의 옆 공간을 잡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단천우의 움직임은 단촐했다. 편안한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가볍게 나무칼을 휘둘렀다. 그 궤적 끝에, 김혁진이 걸렸다. 이형환위의 빠른 움직임조차. 단천우는 모두 미리 읽어냈다. 나무칼이 김혁진의 어깨에 닿았다.
‘뇌기!’
뇌기가 느껴졌다. 이건 단천우가 일으킨 뇌기가 아니었다. 그냥 숨만 쉬면 자연스레 생성되는 뇌기였다. 지금 보니, 단천우는 뇌기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뇌기가 몸에 침투했다.’
그라포스의 뇌기.
등평으로부터 흡수했던 뇌기.
그 뇌기들은 정순도 면에 있어서 단천우의 뇌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순수한 뇌기가 느껴졌다. 천공의 마나처럼. 적을 파괴하고 파멸시키는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쿵!
심장이 제멋대로 한 번 뛰었다. 가슴통증이 일었다.
그 사이, 단천우의 나무칼이 김혁진의 목 뒤를 강타했다. 김혁진은 알면서도 그 것을 피해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혁진보다 단천우가 빨랐기 때문이었다.
‘시야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김혁진의 몸을 뒤덮었다. 죽음의 그림자. 김혁진은 그렇게 느꼈다.
털썩!
김혁진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다.
* * *
눈이 부셨다. 천장이 보였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공간. 김혁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긴…… 우리집?’
단천우에 의해 기절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 이후는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려보니 거실 소파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수없는 놈.”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단천우가 옆옆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단천우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서 말했다.
“내가 네놈을 죽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겠지?”
“……100프로 확신은 못 했습니다.”
“그렇지. 약자에게 있어서 100프로는 없는 법이니까.”
강자가 손가락만 잘못 움직여도, 약자는 죽을 수도 있다. 약자에게 100프로는 없다.
“어르신은 저를 만나기 위해 아마도 꽤 큰 금제를 깨고서 근정전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수호자를 움직여 제게 뇌신지체의 서를 획득한 데다가 제가 뇌신지체를 얻자마자 여기까지 달려오셨죠. 그런 상황에서 저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100프로 확신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은 몰라도, 단천우에게 있어서 김혁진 자신은 꽤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단천우가 피식 웃었다. 손을 들어 올렸다. 김혁진의 말을 막았다.
“됐다.”
손가락으로 김혁진의 방을 가리켰다.
“저기 침대. 저기에 네 수호탑이 잠들어 있다. 몸은 완전히 치료해 놓았다.”
“고맙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단천우는 김혁진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
“아까 내가 왜. 네놈을 죽이겠다 말했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알고 있다. 단천우는 김혁진 자신의 투지를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할 강자를 앞에 두고서 투지가 꺾이는지 꺾이지 않는지. 그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나의 것을 다치게 한 적은 필히 멸망에 이르게 해야만 한다.”
“…….”
“아까 상황에서, 나는 네 적이었다. 내가 저 아이를 곤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지.”
“…….”
“그렇기 때문에, 너는 나를 진심으로 죽이려고 들었어야 한다.”
“…….”
“그리고 너는 진심이었지.”
이런저런 계산이 깔려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계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망가진 인형처럼 널브러진 안서희를 봤을 때. 불같은 분노가 타올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적어도 그 순간 단천우는 확실한 적이었다.
“만약 네놈이 우리 형님처럼 굴면서 이리저리 머리만 굴렸다면, 나는 정말로 네놈을 죽여 버렸을 게야.”
“단천학 님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나를 구슬리고 저 아이를 치료하게 만들었겠지. 세치 혀로 말이야.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함정을 만들어서 나를 구속했을 것이다.”
단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것을 매우 혐오하는 듯했다.
“가끔은 계산 없이 부딪쳐야 한다. 그래야 뇌황검을 익힐 자격이 있다.”
“…….”
“내 마지막 시험을 통과했다. 잘했다.”
“서희에게는 사과하셨습니까?”
“사과?”
단천우는 헹! 하고 코웃음 쳤다.
“이 몸은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저 계집이 나한테 섬광포를 쏘았을 때는 정말로 죽여 버릴 뻔했다. 그 것도 가까스로 참은 것이다.”
“그렇다면 저는 뇌황검을 배우지 않겠습니다.”
“뭐라고?”
은신상태로 대기하던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어지간하면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세니아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미쳤습니까?’
단천우의 검을 배우지 않겠다니. 황당한 것은 단천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너한테 내 검을 배워달라고 빌고 있는 것처럼 구는구나.”
“어르신은 빌고 계시지 않습니다. 다만, 어르신께 허락된 시간 속에서 저보다 뛰어난 뇌황검의 후계자를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천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영악한 놈.”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 물건이다. 수호자들이 환장할 만한 것 같다.
“네놈이 뇌황검의 1초를 1년 안에 완벽하게 펼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사과를 고려해 보도록 하지.”
* * *
김혁진은 단천우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어두운 공간. 새로운 필드에 진입했다. 단천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공간이었다.
단천우가 말했다.
“이곳은 시간이 정지한 곳이다. 쉽게 말해 다른 시간과 공간축에 속한 다른 세계지.”
“…….”
“시간이 멈췄고 노화도 진행되지 않는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곳이다.”
“어떻게 하면 이곳을 나갈 수 있습니까?”
“잘 보거라.”
단천우가 기운을 끌어 올렸다. 감각안에 해석되지는 않지만 단천우의 힘이 대충은 느껴졌다.
단천우의 손에 들려있던 나무칼이 크게 뻗어나갔다. 크기 약 5미터가량의 번개가 나무칼에 소화된 것 같았다.
“뇌황검의 1초를 보여주겠다.”
나무칼을 휘둘렀다.
순간, 나무칼에 닿은 공간이 찢어졌다. 공간 바깥으로 김혁진의 집 거실이 보였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안서희가 거실로 나와 ‘오빠?’를 찾고 있었다.
“이것이 단뇌(斷雷)이다. 제대로 익힌다면 세상에 자르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단천우가 나무칼을 김혁진에게 던져주었다.
“그것을 가지고 단뇌를 펼쳐 보거라. 1년의 시간을 주겠다.”
“만약 1년동안 익히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이 공간은 원래는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다. 세계는 이 뒤틀린 공간을 바로잡겠지.”
“하면…….”
“이곳은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니 폐기당할 것이다. 이 세계가 통째로.”
단천우는 그 말을 남긴 채 찢어진 공간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단천우가 사라지자 주변이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만이 남았다.
김혁진은 도통 이 어둠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무칼을 손에 쥐어 보았다.
‘한 번 보여주고. 따라해 보라 이건가.’
나무칼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주변은 고요했다. 그렇게 약 3시간이 흘렀다.
‘미쳐버리겠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장 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너무 조용하고 고요해서 미칠 것 같았다.
다시 3시간이 흘렀다. 인벤토리를 열어보려 했지만 인벤토리가 열리지 않았다. 음식물도 없고 물도 없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왔다.
그 상태로 며칠이 흘렀다. 단천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먹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마시지 않아도 괜찮다. 죽을 것 같은 허기짐과 갈증은 존재했지만, 이상하게 건강에는 지장이 없었다.
“세니아.”
세니아도 없었다.
“이사벨?”
이사벨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오로지 김혁진만이 존재하는 세계였다.
다시 며칠이 흘렀다. 정확한 시간 개념이 사라졌다. 아마도 10일 정도가 흐른 것 같다고 생각만 들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무리 강철같은 멘탈을 가졌다고는 해도, 대화 상대도, 소리도 없는 이 외딴 공간에서 1년 안에 뇌황검 1초를 익혀보라니.
‘가만.’
약 10일 정도가 흘렀을 때. 김혁진은 무엇인가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