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43
43. 머리 어깨 무릎 발.
라인백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헬멧 내부에 뜨겁고 답답하게 차올랐을 열기.
지금은 마치 경기 시작 전처럼 시원하다.
투 포인트 컨버전.
엔드라인에서 3야드 거리에서 런 & 패스로 추가 득점을 얻을 기회.
고작 3야드지만, 수비 측에서는 죽기 살기로 막아서기에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거리.
패스와 동시에 양측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쿵.
마치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묵직한 소리가 울리는 충돌.
골이 울리고, 근육과 인대가 비명을 지르고, 뼈와 관절이 삐걱댔을 충격.
전신에 도배한 와 가 충격을 흡수하며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부쩍 줄었다. 그 충격은 을 타고 광범위하게 분산되기까지 한다.
몸에 가해지는 대미지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에 단점이 없지는 않다.
받는 충격이 줄어드는 만큼 상대에게 가해지는 충격도 줄어든다.
하지만 저쪽은 충격이 분산되지 않으니 강하게 충돌할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이쪽.
그러니까 전력으로 몸을 던질 수 있다.
강하게 충돌해도 뇌가 흔들리지 않으니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
남아 있는 이성으로 재빠르게 판단해 힘과 기술로 상대를 제압한다.
상대의 수비에 틈이 생겨나고 러닝백이 터치다운에 성공한다.
차오르려는 열기를 이 식혀준다.
심장은 뜨겁고 머리는 차갑게 유지된다.
라인백은 거침없이 몸을 부딪쳤다.
상대측도 생각보다 충격이 적다는 사실을 느꼈지만, 공포를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했다.
뇌진탕을 비롯한 부상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반면 이쪽은 몇 번이나 반복한 훈련 덕에 정신 무장도 끝났다.
공수가 바뀌고 공을 받은 러닝백이 달린다.
으로 무장한 러닝백들의 움직임은 전보다 훨씬 거침이 없어졌다.
수십 kg이 더 나가는 거구들에게 태클을 받아도 다칠 확률이 확연히 낮아졌기에 도망치기보다 1야드라도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한 사고방식은 더 높은 승률로 보답받는다.
죽도록 훈련하여 몸에 익힌 방식은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다.
슬라임의 활용법을 다른 팀들이 알아낸다고 해도 당장 따라 할 수는 없다.
이 유리함은 앞으로 한동안 계속되겠지.
러닝백은 헬멧을 바로 썼다.
용기를 주는 슬라임과 함께.
오늘도 적진을 향해 돌진하리라.
***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머리, 목, 어깨, 가슴, 등, 배, 허리, 허벅지, 무릎, 발 기타 등등.
쿠션이 들어가는 장소에 모조리 을 넣었다고 한다. 부위에 따라 와 중 어느 쪽을 붙이는 편이 더 효율적인지 연구까지 했다고.
충격 흡수, 피부 쓸림 방지, 염증 억제, 피로 제거.
에는 파스가 가지는 효과도 있으니까 근육에 붙였을 때 도움이 되기는 하겠네.
옷 내부에 열기가 쌓이는 것도 막아줄 테고.
나도 몰랐는데 깔창 슬라임을 촘촘히 깔면 슬라임을 타고 충격이 분산된단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미식축구를 그렇게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꽤 그럴듯했다.
미식축구의 격함을 생각하면 보호구의 신뢰성은 경기력에 큰 차이로 나타나겠지.
아무리 그래도 깔창을 머리에 붙이고 싶을까?
-충분한 대가를 낼 테니까 슬라임 님 한 분을 미국에 넘기라는 제안도 있습니다.
“세상에 우리 슬라임 걸맞은 충분한 대가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요.”
내 슬라임이 하나가 아니라 공순이와 공돌이 둘이 있다는 사실까지 미국에 빠져나갔나.
미국에 숨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니 실망감도 없다.
“머지않아 압박을 가해올 거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미식축구와 관련된 일이다.
미국이 이성적으로 나올 것 같지 않다.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거네요.”
-죄송합니다.
만족할만한 물량을 보내주면 미국이 억지 부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지.
미국의 인구가 한국의 6배는 되지만, 의 가격도 6배니까 수요까지 6배가 되지는 않을 거다.
생산량을 한 2~3배 늘린 뒤에 알아서 나눠서 가지라고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
당연히 있지.
나도, 공순이도, 공돌이도.
모두 다 함께 실력을 숨기고 있으니까.
특히 공순이는 그동안 레벨이 꽤 많이 올랐다. 지금이라면 생산량을 몇 배로 늘려도 부담은 없겠지.
현재 의 주된 생산자는 공돌이가 아니라 공순이가 맞다.
둘을 바꿔치기했으니까.
나는 공순이를 연금센터에 전달했을 때 새로운 슬라임을 만들었다고 말하며 보내지 않았다.
공돌이를 성장시킬 약이라고 하고 보냈다.
공돌이는 알을 낳았고 거기서 공순이가 태어났다.
내가 새로운 슬라임을 만든 게 아니다.
우리 공돌이가 성장하는 대신 알을 분열해낸 거지.
아무튼 그런 거다.
서울중앙연금센터 직원들은 알에서 태어난 슬라임을 다른 기계로 옮겼다.
그렇게 두 개의 기계가 돌아가게 됐다.
처음 들어온 슬라임은 계속 과 을 만든다.
알에서 태어난 슬라임은 을 주로 만들고 과 을 보조로 만든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를 거다.
사실 알에서 태어난 것은 공순이가 아니라 공돌이.
공돌이가 있던 자리를 사실은 공순이가 차지했다는 사실을!
효율적인 레벨 업을 위한 교대다.
공순이를 낳은 공돌이인 척을 하는 공순이도 레벨이 오르면서 생산량이 많이 늘었다.
“제 슬라임의 생산량을 늘리는 비약 제조법은 짐작이 가요.”
-정말입니까?
미국의 기대에 응해줄 여력은 있다.
한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그런데 병목현상의 해결책은 있나요?”
미국이 원하는 만큼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
공순이의 생산능력 문제보다 물리적인 이유가 더 크다.
병목현상.
우리 공순이가 사는 기계의 출구는 크기가 한정됐고 단위 시간당 나올 수 있는 제품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공순이에게 쏟아붓는 재료의 양에도 한계가 있고.
이론상 무지막지한 성능을 자랑하는 엔진이 있지만, 그 이론이 요구하는 양의 연료를 공급할 방법이 없고 엔진의 출력을 견디어낼 차체도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과 을 구슬 형태로 생산할 수는 없습니까?
“어?”
저 방법을 눈치챘네.
뭐, 현재 공돌이가 생산하는 이 있으니까.
은 [저장] 스킬을 응용하여 작은 구슬 형태로 생산한다. 그 뒤에 별도의 공정을 거쳐 가공해 판매한다.
한편 과 은 여전히 완제품의 모양 그대로 생산한다.
그 두 가지 시리즈를 구슬로 생산한다면 병목현상이 해결된다.
기계의 출구로 단위 시간당 훨씬 많은 양의 물건이 통과할 수 있으니까.
별도의 공정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한데, 생산량 증대와 비교하면 사소한 문제다.
“구슬 형태로 생산하면 미국에 판매할 때도 좋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구슬 형태로 생산할 수 있다는 건 최대한 비밀로 해달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
내가 지금까지 구슬 형태로 판매하지 않는 이유.
연금슬라임이 판매하는 제품의 부피와 비교해서 내가 택배로 보내는 양이 아주 적게 보이도록 하려고. 내가 사는 집에 연금술사가 있는 사실은 알더라도 연금슬라임이 산다는 사실은 추리하기 어렵게 할 생각이었다.
“뭐, 지금은 의미가 없는 비밀이기는 하죠.”
지금에 이르러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내가 이 집에 산다는 사실은 죄다 빠져나갔으니까.
내가 사는 장소를 숨길 생각은 포기했다.
어차피 세계 각국의 첩보기관은 내 주소를 이미 알아냈을 테니까.
잔챙이가 꼬이는 게 문제이기는 한데.
비상식량의 튼튼한 벽이 죄다 쫓아낼 거다.
“구슬 형태로 판매해도 좋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등기부등본 비공개로 해줬잖아요.”
-연금술사님의 신변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또 정부에서 등기부등본을 비공개 처리해줬기에 등기부등본을 본명을 알아낼 수도 없을 테고.
그러니까 미국에 구슬 형태로 판매해도 괜찮다.
부피만이 아니라 무게까지 줄일 수 있는 만큼 막대한 양의 운송비를 아낄 수 있겠지. 물건의 크기가 작아지니, 호송하기도 훨씬 쉬워질 거다.
가공 및 포장이야 일반인도 할 수 있다. 미국에 공장을 세워서 하면 된다.
공장은 곧 일자리와 세금이고.
미국에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또 공순이를 내놓으라고 압박하지는 않겠지.
압박하면 나랑 싸우자는 거다.
미국과 어떻게 싸우냐고?
내가 싸울 필요는 없다.
내가 미국에 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해봐.
그날은 미식축구 팬들이 총 들고 일어나는 날이다.
압박이 뭐야.
내게 대가를 내야지.
좋아. 이번 기회에 대금 일부를 미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달라고 해야겠다.
내가 같은 재료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한정됐다.
새로운 소재를 얻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잡아야지.
“그런데 재료 투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고품질 소재를 섞는 것으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바보냐.
“차라리 그 소재 저한테 주세요. 제가 방법을 만들어낼 테니까.”
-가능하시겠습니까?
“운이 좋으면 되겠죠. 성장의 비약 만들 소재도 보내주고요.”
나는 평소에 입을 대기 어려운 소재를 몇 가지 불렀다.
세상에는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물건이 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새로운 슬라임을 만들었다.
-섭취한 영양분을 흡수하여 저장하는 것에 특화한 슬라임.
이 에 먹이를 먹여 부피를 줄이고 공순이와 공돌이에게 먹이로 주면 된다.
이 을 도입하면 다른 센터에서 오는 폐기물도 훨씬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겠지.
연금 폐기물이 아니고 다른 폐기물 처리에도 매우 효과적일 거다.
그냥 팔기는 아깝고.
이것도 소재랑 바꾸자고 해야지.
돈은 이미 충분히 있고 빨리 레벨을 올려야 하니까.
***
잠에서 깬 배우는 눈을 깜빡였다.
얼굴에 붙인 을 떼 케이스에 넣었다.
물을 한잔 마시자 괄약근을 두들기는 신호가 온다.
을 입에 던져넣고 바로 화장실로 갔다.
우물우물 씹으며 발사!
깔끔한 일격으로 상쾌함이 샘솟는다.
가볍게 샤워하고 다시 을 잠깐 얼굴에 붙였다가 뗐다.
아침을 차려서 먹고 양치질.
마음 같아서는 으로 간단하게 끝내고 싶으나, 하루에 한 개 이상 쓰기에는 아까웠다.
를 넣은 신발을 신고서 손목에는 을 찼다.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SLimelove가 먹는 소리를 들으면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대본을 봤다.
촬영장에서 입이 심심하면 <랜덤 젤리 슬라임 (순한 맛)을 입에 넣었다.
덥다는 느낌이 들면 를 겨드랑이나 목에 붙여서 열을 식혔다.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으로 화장을 지웠다.
그야말로 슬라임과 함께하는 생활.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왔다!”
배우는 도착한 택배에 환하게 웃었다.
도착한 물건은 다름 아닌 .
“와. 냄새 좋다.”
상자를 여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는 향기가 소록소록 피어올랐다.
드물게 설명서도 있다.
‘펴면 부드러워지고 접으면 단단해진다고?’
현재는 몇 번 접힌 상태로 메모리폼처럼 꽤 탄력이 있다. 이음매 부분을 잡아당기자 뚝 떨어진다. 그렇게 최대한 펴자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변했다. 하지만 무게를 실으면 확실하게 받쳐줬다.
‘감촉 좋네.’
배우는 무심코 주물럭거리다가 시간이 30분이나 흘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베개는 잘 때 편해야지. 가장 편한 굳기를 찾아볼까.’
배우는 베개를 침대 머리 쪽에 두고 머리를 올려놨다.
표면을 특수하게 처리했는지 꽤 포근하다.
눈을 몇 번 깜빡인 뒤.
스르륵 잠들었다.
―
눈을 뜬 배우는 깜짝 놀라 시계를 봤다.
다행히 지각은 아니었다.
죽도록 피곤하여 기절하듯 잠들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몇 초 만에 잠든 경험은 처음이었다.
배우는 촬영만 시작하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연금 제품은 못 믿겠다면서 조차 사용하지 않는 친구지만, 이 은 거절하지 못할 거다.
배우에게는 소소한 야망이 있었다.
다음 계약 때는 반드시 공급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것. 순익 분배에서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그 조항은 넣고 싶었다.
하지만 분배에서 손해 보기 싫은 것도 사실.
가능하면 복지 느낌으로 끼워 넣고 싶었다.
혼자서 주장하면 힘이 약하지만, 여럿이 주장하면 더 쉽게 일이 이뤄지는 법.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동참자가 많을수록 좋았다.
***
“아···. 그렇지. 이런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구나. 좋은 뉴스네.”
드물게도 진짜로 좋은 뉴스다.
으로 전신을 도배했다는 미식축구 선수들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가?
이쪽은 까지 얼굴에 붙여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고.
“음···. 음···! 조금 기부할까.”
소방서에.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부하는 게 꺼려지지?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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