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 [제77장] 혈마 1
악소소, 아미사태 등이 이끄는 중원무맹 이십만 병력이 화산에 도착한 것은 다음 날 아침 무렵이었다.
백리사초가 이전의 무아검객 얼굴로 다시 역용한 채 그들을 반겼다.
물론 중원무맹 병력에게 연락을 취한 것은 바로 그였다.
그 요지는 혈교 오십만 병력을 본산에 가두었으니 어서 오라는 것이었다.
전서구는 악소소가 받았는데 화산파 본산 탈환에 적극적인 그녀가 곧장 지휘부 고수들을 소집한 후 전 병력을 이끌고 진격해온 것이었다.
다행히 화산 인근에 진영을 꾸리고 있었기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본산 바로 앞까지 도착한 중원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백리사초를 보고 예를 표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어서들 오십시오.”
백리사초가 무사들을 반긴 후 화산파 본산 주위에 쳐진 폐쇄진을 가리켰다.
금빛이 강렬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혈교 오십만 병력이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놈들이 저 안에 있는 건가요?”
악소소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일단 놈들을 가두는 데는 성공했으나 나 혼자 저들을 처리하는 것보다 본맹 무사들과 함께 공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아 여러분을 부른 겁니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바로 녹림칠십이채와 장강수로십팔채 병력을 소탕하고 혈교의 혈령강시 부대까지 제거한 내용이었다.
괜한 의구심을 방지하기 위해 산적과 수적들을 천마강시로 만들었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백리사초에 의해 적의 십만 병력, 아니 혈령강시까지 합쳐 이십만 병력을 제거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안 그래도 병력 면에서 열세에 처해있던 중원무맹 무사들의 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와아아.
무사들이 함성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놈들이 여전히 오십만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번 전투의 승패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일단 진을 걷어낸 후 제가 놈들의 공수 능력을 무력화시켜보겠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일제히 공격을 가해 놈들을 섬멸하면 될 것입니다. 모두 아시겠습니까?”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중원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대답한 후 본산 주위를 포위했다.
백리사초가 놈들을 무력화한 후 혹시 도주하고자 하는 적이 있을 수 있기에 일단 포위망부터 갖춘 것이었다.
이 상태에서 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그대로 진격하면 될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폐쇄진을 제거하기 전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중원무맹 병력 앞에 황금진을 펼쳐 보호막을 형성했다.
이렇게 되면 설사 혈교 측에서 독화살이나 다른 공격을 가해오더라도 일단 안심할 수 있었다.
“맹주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미사태의 말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인 후 우수를 앞으로 내밀어 폐쇄진을 거뒀다.
그러자 폐쇄진이 사라지고 혈교 측에서 펼쳐놓은 보호진이 나타났다.
붉은빛을 발하는 보호진은 최대로 활성화되어 있었다. 아직 놈들의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백리사초가 무심히 다시 우수를 흔들었다.
그러자 보호진 역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는 중원무맹 무사들을 기다리면서 적의 보호진에 대해 연구를 해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보호진이 사라지자 마침내 본산의 모습이 드러났다.
원래는 화산파 총단 자리였으나 지금은 혈교 오십만 병력이 주둔해 있는 것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터라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백리사초 역시 눈을 빛내며 신선옥피리를 꺼내 들었다.
혈교 무사들이 보이는 즉시 음공을 가할 생각이었다.
그의 음공은 기존의 옥녀절대음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있었다. 이른바 마음 가는 대로 강력한 음파를 뿜어낼 수 있었다.
한데 드러난 광경은 예상 밖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산에 있어야 할 혈교 병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비어 있었다.
화산파 총단과 통하는 비밀 통로가 모두 파괴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맹주님.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악소소가 소리치며 중원무맹 무사 백여 명과 함께 전각 내부 등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위험할 수도 있었으나 백리사초는 그들을 저지하지 않았다.
이미 아무도 없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설마 흑반선회나 마계 측에서 이동대법 지원을 해줬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마계나 천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말이 아닌가.’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히며 다시 한번 기감을 퍼뜨렸다.
하지만 처음 느낀 대로 아무도 없었다.
수색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맹주님. 놈들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놈들이 어디로 간 걸까요?”
“으음, 저도 생각 중입니다. 다만 제 생각에 마계의 도움을 받아 낙양으로 갔을 가능성이 큰 것 같군요.”
백리사초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안색을 굳혔다.
낙양에는 천마신교 병력 삼십만이 성밖에 주둔해 있었다.
그리고 다들 말은 하지 않지만, 중원무맹과 천마신교 병력이 혈교 소탕이라는 공동 목적을 지니고 묵시적으로 협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지난 보름 동안 백리사초가 중원무맹과 천마신교 양 진영을 오가며 양 세력의 통합에 대해 군불을 지피고 있었다.
그 요지는 천마신교 지휘부가 새롭게 편성되어 이제 무림대의를 위해 충분히 힘을 합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무사들의 반응은 양측 모두 처음보다 매우 긍정적으로 변해있었다.
백리사초와 임설, 악소소는 혈교를 소탕한 후 전격적으로 양 세력의 통합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통합 이후 곧바로 흑반선회와 마계를 상대하기 위해 전 병력을 이끌고 신선계로 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한 준비 역시 착작 진행되었다. 백리사초는 무림인들의 선천진기를 이용한 특수 진법까지 만들어둔 상태였다.
다만 기존의 황금진을 개조한 것이라 따로 이름은 붙이지 않았다.
아무튼 이 모두가 혈교 소탕 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데 첫 단추부터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 백리사초 역시 흠칫하는 표정이었다.
‘만약 내 예상대로 이곳에 있던 혈교 오십만 병력이 낙양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혈교 본대 병력과 힘을 합쳐 천마신교 무사들을 공격한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 물론 성녀에게 지시해 은밀한 곳에 진영을 꾸리라고 해 주둔지가 쉽게 발각되지는 않겠지만, 왠지 예감이 좋지 못하다. 아무래도 이곳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낙양으로 가봐야겠다.’
백리사초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전서구 한 마리가 그에게 날아왔다.
바로 임설이 날린 특수 전서구였다.
마침 낙양 소식이 궁금했던 백리사초가 반색하며 전서구에 묶여 있는 서신을 풀어 그 내용을 봤다.
“무슨 내용인가요?”
악소소가 다가와 물었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힌 채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임 소저에게서 온 서신인데, 이곳 화산에 있던 혈교 병력 오십만이 낙양으로 갔다고 한다. 이후 그곳에 있던 혈교 본대 병력 오십만과 힘을 합쳐 간밤에 총 백만 병력으로 천마신교 진영을 공격했다고 하는구나.」
「아, 어찌 그런 일이.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아니 그전에 천마신교 진영은 적이 찾기 힘든 곳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안타깝지만 내부 배신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부군사 칠뇌선생 그자가 천마신교 진영의 위치를 혈마에게 비밀리에 알렸다는군. 아무튼 기습 공격을 받은 천마신교 무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임 소저 역시 혈마의 일장에 중상을 입고 운공요상 중이라고 하고. 아무튼 지금 바로 내가 낙양으로 가서 임 소저부터 만나봐야겠다. 이곳은 소소 네가 관리하도록 해라.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면 내가 다시 연락하도록 하마.」
「알겠어요. 몸조심하세요.」
* * *
낙양성 외곽 야산 어느 동굴 안.
한 소녀가 운공요상을 하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의 그녀는 바로 임설이었다.
혈마의 독문장법인 혈마신장(血魔神掌)에 당한 그녀는 곧장 천마신교 무사들의 해산을 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간밤에 혈교 백만 병력이 기습 공격을 가해와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마신교 병력은 대략 삼십만 정도.
결사 항전을 할 수도 있었지만 임설은 그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접 부딪혀본 혈마의 무공이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백리사초의 부재가 컸다.
이런 상태에서 만약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면 천마신교 무사들의 전멸이 거의 확실했다.
그래서 빠르게 흩어져 각자 도생하라는 명을 내린 것이었다.
집결지 역시 가르쳐주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산개해서 도주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결단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혈교의 일방적인 승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천마신교 측 전사자는 삼만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뿔뿔이 흩어진 이십칠만 병력을 다시 집결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혈교 무사들이 천마신교 무사들이 진영을 꾸렸던 계곡 인근을 수색하고 있었다.
‘칠뇌선생 그놈이 배신하다니. 안 그랬으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임설이 아미를 찡그렸다.
배신자를 떠올리니 다소 안정되었던 기혈이 다시 막히는 것 같았다.
‘혈마신장에 담긴 혈마독(血魔毒) 배출이 쉽지 않구나. 이대로라면 일각 이내에 독이 심장에 침투할 가능성이 크다.’
임설이 안색을 굳혔다.
날이 밝자 곧바로 전서구를 백리사초에게 보냈지만, 전서구가 과연 도착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 맹주님께서 오시면 독을 배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버티자.’
임설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서 내심 반성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력이 최고조에 달해 혼자 힘으로 충분히 혈마를 제거할 수 있다고 방심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그녀가 전투 초반에 혈마를 제거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혈마를 제거한 후 이전에 백리사초가 한 것처럼 혈교 무사들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생각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일단 치료가 중요했다.
하지만 심장으로 향하는 혈마독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아, 정말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임설이 절망 어린 눈빛을 보일 때.
그녀의 등 뒤 명문혈에 따뜻한 손의 촉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혈마독이 몸속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누가 들어왔는지 보지 못했지만 임설은 그 손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맹주님!”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조용히 기를 다스리도록 하시오. 마음을 편히 해야 회복도 빠를 것이오.”
“······.”
임설이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백리사초가 내공 치료를 계속해주며 말했다.
“법문 하나를 가르쳐 줄 테니 운공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음미를 해보도록 하시오. 이전에 한 번 내게 보여줬던 성녀비록 상의 구결들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법문 하나를 전음으로 임설에게 가르쳐주었다.
그 법문은 최근 만상경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면서 깨우친 내용이었다. 성녀비록 상의 무공 연마에 도움이 되는 부분만 간추린 것이기도 했다.
비록 만상경에 수록된 불경 구절의 극히 일부분이긴 하나, 백리사초의 놀라운 해석이 가미되어 임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임설이 백리사초가 전해준 법문을 음미하자 그녀의 몸에서 성스러운 백색 빛이 우러나기 시작했다.
백리사초가 그 광경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전화위복이 되었군. 회복하게 되면 이전보다 열 배는 성력이 강해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