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 [제78장] 생사결 3
“백리 오라버니. 여기가 바로 중간지대로 들어가는 입구인가요?”
“그래. 지금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 너머가 중간지대라 할 수 있지. 그나저나 이동대법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것 같군.”
백리사초가 십장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금빛 막을 쳐다봤다.
금빛 막은 양옆은 물론이고 위쪽으로도 끝없이 펼쳐져 있어 우회할 방법은 전혀 없어 보였다.
참고로 이 금빛 막은 따로 중간장벽으로 불리며, 신선계 동서남북에 각각 한 지점에서만 관찰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끝없이 펼쳐진 장벽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방으로 끝까지 가기만 하면 발견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기야 어디나 장벽이 발견되면 신선계가 무한한 공간이라는 것과 배치되는 면이 있었다.
참고로 어제 신선계에 도착한 백리사초는 예정대로 작전 회의에서 백화선자를 백반선회 부회주로 임명했다. 그리고 은둔반선회주 죽림반선의 양해를 얻어 그녀에게 총지휘권까지 부여했다.
그에 따라 백화선자 또한 임설과 마찬가지로 전 병력의 출동 대기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었다.
이는 적들과의 최종 전투가 어디서 이루어질지 지금으로선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백리사초와 악소소의 경우 최종 전투 전에 반드시 영웅맹 무사들을 구해내고 말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다행히 백리사초에게는 신선천안통이 있어 일단 천계나 마계로 들어가면 그들의 위치를 찾아낼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문제는 중간지대를 돌파하는 것이었다.
백리사초 역시 다른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중간장벽을 넘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간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면 중간지대 자체에 아예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악소소가 말했다.
“백리 오라버니가 익힌 고대 신선술로 장벽도 통과할 수 있겠어요?”
“으음, 글쎄다. 사실 내가 익힌 신선술은 중간지대 안에서 각종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 이런 장벽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지.”
“아, 하기야 고대에는 중간장벽이 없었다고 했지요?”
“그렇다. 지금 보니 아무래도 무공으로 장벽에 구멍을 내야 할 것 같다. 일단 신선방어술(神仙防禦術)부터 펼쳐야겠다.”
백리사초가 우수로 원호를 그리자 금빛 장막이 생겨나며 그와 악소소 두 사람을 감쌌다.
바로 예의 중간지대를 통과하는데 도움이 되는 고대 신선술이었다.
이 신선방어술은 원래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용도로 개발된 것인데, 중간지대를 통과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신선방어술을 창안한 고대 수도자가 직접 중간지대를 통과하면서 여러 상황에 맞게 보완을 한 것이라, 지금 백리사초와 악소소에게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었다.
일종의 방어 법보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가장 큰 장점은 신선방어술을 펼친 채 얼마든지 다른 방어와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어장벽을 뚫는 것은 순수 공격의 문제라 백리사초가 무력으로 뚫으려는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선택한 것은 바로 무명검풍이었다.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휘두르자 곧바로 검명과 함께 강력한 회오리가 생겨났다.
쏴아아아.
꽈아앙.
장벽에 검풍이 부딪히며 거대한 폭발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장벽은 끄떡도 없는 게 아닌가.
백리사초와 악소소가 동시에 안색을 굳혔다.
보다 못한 악소소가 옥녀검으로 검기를 발출해봤으나 마찬가지였다.
“끄떡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죠?”
“단순히 힘으로 뚫을 수 있는 장벽이 아닌 것 같다. 조금 고민을 해봐야겠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이에요. 혹시 장벽 자체가 진으로 이루어져 그런 게 아닐까요?”
“상고진법인 것은 맞지. 하지만 조금 전 공격 강도라면 파괴되어야 했다. 일단 몇 번 더 공격을 가해봐야겠다.”
백리사초가 다시 무명검풍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공격을 연이어 가했다.
하지만 폭발음만 요란할 뿐 장벽은 조금의 손상도 없었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나 할까.
그나마 조금이라도 손상이 보이면 내공 소모를 무릅쓰고 공격을 가할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반시진 정도가 지나자 백리사초가 모든 공격을 멈췄다.
옆에서 보조 공격을 가하던 악소소 역시 벌써 지친 모습이었다.
“운공요상을 하면서 장벽을 뚫을 방법을 생각해보자.”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백리사초와 악소소가 나란히 땅바닥에 가부좌를 한 채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휘우우웅.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스쳐 지나갔으나 두 사람 모두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리사초가 운공요상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소소 역시 상기된 안색으로 따라서 일어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나요?”
“그래. 너무 단순해서 통할지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해보려 한다.”
“그게 뭔가요?”
“땅굴을 파는 것이지. 신선굴착술이라고 내가 익힌 고대 신선술이 있는데, 이전에 장문인과 초웅 두 사람을 구출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했지.”
“좋은 생각이긴 하나 그게 정말 통할지는 의문이에요. 땅을 파서 장벽 밑으로 통과하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해본 것은 아닐 테니까요.”
“신선굴착술이 단순히 땅굴을 파는 신선술만은 아니다.”
“아, 그런가요?”
“그렇다. 내공이 조화지경에 이르면 땅속 장애물을 알아서 제거해주지. 땅속에도 어느 정도 장애물이 있긴 하겠지만 지상처럼 강하지는 않을 터. 한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일단 소소 너는 내 뒤에 바짝 붙어라. 신선방어술과 신선굴착술을 동시에 펼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네. 저는 오라버니만 믿겠어요.”
* * *
신선굴착술을 통한 중간장벽 뚫기는 결론적으로 성공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지하 역시 금빛 막이 가로막고 있어 통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선굴착술 특유의 기운으로 금빛 막이 얇아졌고, 결정적으로 신선여의주가 스스로 나와 빛을 뿌렸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신선굴착술과 신선여의주의 합작으로 비록 지하이긴 하나 장벽 너머로 넘어간 것이었다.
그 과정에 지하 속에서도 숱한 암기와 진법이 가동되었으나, 이는 신선방어술로 막을 수 있었다.
“휴우! 정말 조금만 오차가 있었더라도 통과하지 못 할 뻔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원래 중간장벽은 지성자 수준이 되어야 통과할 수 있게 안배된 것 같아요. 다만 단순히 천계나 마계로 가는 길을 이렇게 막아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악소소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거대한 진법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구태여 그 이유를 알 필요는 없겠지.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사방이 안개라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군.”
백리사초가 주위를 둘러봤다.
악소소 역시 사방을 살폈는데, 두 사람 모두 이제 지면으로 나와 있었다.
두 사람 뒤에는 금빛을 발하는 중간장벽이 있어 새삼 장벽을 넘어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중간지대의 땅을 밟았지만 아직은 금빛 안개 외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마치 허허벌판처럼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는 정도.
악소소가 말했다.
“우리 뒤에 장벽이 있으니 앞으로 계속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가다 보면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 그 수밖에 없겠군. 신선방어술의 공능이 약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나와 가까이 있도록 해라.”
“네.”
악소소가 미소를 지었다.
백리사초 역시 이렇게나마 악소소와 함께 가게 된 것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다시 나아갔을까.
허허벌판과 같은 중간지대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앞으로 나아갈수록 온갖 암기와 함정, 기관, 진법들이 두 사람을 공격해왔다.
공격만 백여 차례가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선방어술과 두 사람의 무공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다.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중간지대가 언제 끝이 나느냐였다.
게다가 마치 사막처럼 주위에 물과 음식이 없었다.
아무리 두 사람 모두 일정 경지 이상의 고수라고 해도 무작정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침 백리사초가 준비한 물과 벽곡단이 있어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는 백화선자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중간지대로 들어가면 물과 음식을 구하지 못할 수 있으니 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백리사초가 신선호리병 안에 충분한 물과 벽곡단을 담아둔 것이었다.
참고로 벽곡단은 두 사람이 일 년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이었고, 물 역시 엄청난 양의 식수를 축골공을 이용해 응축시켜 일 년 이상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지대로 들어온 지 석 달이 지나자, 그마저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중간지대는 끝이 없이 이어졌고 각종 공격도 계속되었다.
백리사초와 악소소는 꿋꿋이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며 나아갈 뿐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밤마다 두 사람 모두 무공과 신선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중간지대의 경우 밤에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밤에는 이동을 멈춘 후 주위에 보호막을 치고 잠을 자거나 무공을 수련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백리사초는 마침내 우담화 기운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었다.
이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성자는 되지 못했다.
그것은 깨달음의 깊이 문제로 우담화는 무한한 내공과 함께 그에게 지성자로 갈 수 있는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 셈이었다.
아무튼 지성자의 경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에 백리사초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편히 하는 데 주력했다.
우담화 기운을 완전히 흡수한 이상 이제 더는 내공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기에, 정신적인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악소소의 경우도 놀라운 진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중간지대 속에 흐르는 신비한 기운과도 관련 있었다.
백리사초의 경우 이미 극한의 공력을 지니고 있어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나, 악소소의 경우는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다만 아직 깨달음이 받쳐주지 못해 지성자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중간지대에 들어오기 전과 비교하면 백 배 이상의 발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백리사초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이전에는 임 소저의 무공이 훨씬 높았는데, 지금은 소소가 그녀를 뛰어넘은 것 같구나. 물론 임 소저 역시 지난 석 달 동안 무공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았을 것이니 정확한 비교를 할 수는 없겠군.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렇게 무한정 시간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백리사초가 가족을 비롯한 영웅맹 무사들을 생각하며 안색을 굳혔다.
무엇보다 이곳 중간지대에서는 영웅맹 무사들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는 신선천안통이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백리 오라버니. 무슨 생각을 하세요?”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저도 마찬가지예요. 중간지대 환경이 무공 연마에는 최적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걱정이 커요.”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 내 직감으로 이제 거의 끝이 난 것 같다.”
백리사초가 말을 한 바로 그 순간.
전방에서 기이한 음률이 흘러나왔다.
삘리리리.
지극히 아름다운 피리 소리였다.
신선여의주가 신선호리병 속에서 나와 금빛을 뿜어낸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그러자 중간지대에 가득했던 금빛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게 아닌가.
“아! 저길 보세요!”
악소소가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백리사초가 급히 보니 사람 모양의 석상 하나가 커다란 바위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었다.
놀라운 것은 피리 소리가 바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백리사초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설의 피리 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