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65
65화 : [제21장] 백리세가 3
“소소야. 그동안 잘 있었느냐?”
스스슷.
한 노인이 악소소의 방에 소리 없이 들어왔다.
마침 새벽 일찍 깨어나 옥녀심공을 연마하고 있던 악소소가 기뻐했다.
“아! 사부님!”
“그래, 나다. 어떻게 이곳 악양까지 오게 된 것이냐?”
“아버님의 명을 받아 대사형과 만능공자와 함께 이곳 악양 무림을 지원 나왔어요. 어차피 수적 놈들은 마교의 선발대 역할을 할 거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이지요.”
“으음, 그러니까 마교의 화산 진입을 이곳 악양에서 막겠다는 계획이냐?”
“네. 사부님. 사실 본파 상황도 무척 어렵지만, 십만대산에서 북상하고 있는 마교 총단 병력을 화산까지 오게 하면 더욱더 위태로워질 게 분명하니까요. 수적 놈들부터 제거하면 마교 놈들도 진격에 어려움을 겪을 거예요.”
“서안에 있는 마교 분타 병력 정도만 상대하려는 계획인 것 같군.”
“네. 맞아요. 흑천방 놈들과의 전면전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마교 놈들은 서안 분타 병력에 그쳐야지 더 확대되면 화산을 방어하기 힘들 거예요. 그 때문에 이번 악양행에 만능공자까지 온 거예요. 나중에 정오 때 군웅들에게 정식으로 계획을 공표할 것이지만 미리 사부님께 말씀드리는 겁니다.”
“으음, 좋은 계획이다. 이곳 악양을 일차 방어선으로 세우면 호남성과 호북성 무림인들을 대거 모이게 할 수 있고, 화산파의 부담을 대폭 덜어낼 수 있지.”
“네. 그런 의미에서 사부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어요. 아까 들으니 사부님께서 이미 동정수로채에 있던 수적 삼천여 명을 제거하셨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다. 사초 그 아이의 아비를 구하는 김에 놈들을 소탕했지. 붙잡아간 부녀자들을 모조리 죽인 놈들이라 독하게 마음먹고 발본색원을 했다.”
“사초라 함은 최근 천하제일 연습제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백리사초 그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초를 모르느냐? 소소 네가 속해 있는 조의 조장이지 않으냐?”
“제가 속해 있는 조라면 연습제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아, 연습제자 생활을 했던 부분은 기억이 없어졌어요. 저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어요. 백리사초 그분의 이름을 들었을 때 뭔가 생각이 날듯하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아버님께 여쭤보니 새로운 무공을 배워 기억에 혼란이 온 것 같다며 차차 좋아질 거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대체 왜 연습제자 생활에 관한 기억만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사초의 친구 초웅도 모르느냐?”
“네. 초웅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요. 그분도 저와 같은 조원인가요?”
“으음, 심각하군. 어서 기억을 회복시켜야겠구나.”
“지금 가능한가요?”
“물론이다.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말씀하세요.”
“만능공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무공이 출중하고 잘생긴 분이지요. 무림맹주의 자제분이시니 앞으로 전도유망할 거예요.”
“너와 정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와 혼인할 생각이냐?”
“아니요. 좋은 분이긴 하나 제 마음에 와닿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미 아버님께 만능공자와 혼인 의사가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 네 아비가 뭐라고 하더냐?”
“그야 펄쩍 뛰시지요. 파혼은 절대 안 된다며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사귀어 보라고 하셨어요. 한데 백리사초 그분 역시 사부님 제자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다. 너보다 빨리 내 제자가 되었으니 너에게는 사형이 되지.”
“어서 그분을 보고 싶어요. 소문에 의하면 무공도 엄청나게 강하다고 하던데. 대사형과 겨뤄 이기기도 했고. 마적떼 오백여 명도 혼자서 몰살했고. 또 뭐가 있더라?”
“기억도 안 난다면서 뭐 그렇게 알고 있느냐?”
“호호.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백리사초라는 이름이 왠지 친숙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봤지요. 원래 저와 친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렇다. 사초와 웅이 두 사람은 소소 너의 안내제자로 정해져 짧은 시간이지만 매우 친해졌지. 다만 사초 아비가 수적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초와 초웅이 이곳 악양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랬었군요. 사부님께서 사초 그분의 아버님을 구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어서 제 기억을 회복시켜주세요. 백리사초, 아니 백리 사형에 관한 기억이 회복되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으음, 그렇게 하자. 일단 맥부터 짚어보자.”
“네.”
악소소가 손을 내밀자 백리사초가 맥문을 짚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백리사초의 안색이 굳어졌다.
‘설마 했지만 망각대법이 옥녀심공과 충돌해 주화입마의 조짐까지 있구나. 옥녀심공이 삼성 수준까지 도달하면 아예 망각대법이 통하지 않는 신체가 되지만, 그전에 주화입마되면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단순히 기억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넘어 아예 망각대법이 통하지 않는 신체를 만들어주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 방안이 될 듯하군. 그렇게 되면 나중에 장문인이 다시 망각대법을 펼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옥녀심공 삼성이라. 지금 소소 수준에서 그게 가능할까? 매화공력과 옥녀진기의 상성이 매우 좋으니 그것에 기대를 걸어봐야겠구나.’
백리사초가 손을 뗀 후 악소소에게 말했다.
“소소야.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옥녀심공을 연마하는 도중에 기억에 혼란이 오게 되면 그것은 주화입마의 위험 요소가 된다. 이는 옥녀심공 역시 심검을 바라보는 무학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데 기억이 일부 사라진다면 초조함이 생겨날 것이고, 그것이 무공 연마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 확실하다. 오늘 기억을 회복한 후 향후 악 장문인이 기억 혼란에 관해 묻는다면 오늘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도록 해라.”
“아버님께 말씀입니까? 혹시 사부님께서는 제 아버님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정사실이니라. 화산파에 망각대법이란 것이 있고 장문인의 독문 무공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이를 모르고 있었느냐?”
“네.”
“지금 살펴보니 악 장문인이 소소 네게 망각대법을 펼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번 정도라면 큰 위험이 없이 넘어갈 수 있었겠으나, 중복되는 바람에 이미 주화입마의 조짐이 생겨버렸다. 내가 오늘 그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 안 그래도 기분이 이상하고 몸이 조금씩 무거워지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바로 주화입마의 조짐이다. 마음에서 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지. 아까도 말했지만 옥녀심공은 더욱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옥녀심공이 삼성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더는 망각대법이 통하지 않게 되지. 그래서 나는 지금 너의 옥녀심공 성취 수준을 삼성으로 올려주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요? 아직 저는 일성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가능하다. 너의 몸에 절대음기의 원형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으로, 요 며칠 동안 그 기운이 순수 내공으로 많이 발전했다. 주화입마 조짐이 있어 그 발전 속도가 우려되긴 하나 그 본질은 아직 변하지 않았지. 요컨대 나중에 악 장문인에게 내가 직접 이야기할 때가 있을 것 같지만, 그전에라도 반드시 지금 내가 한 말을 전달해 다시는 망각대법을 네 몸에 펼칠 생각을 하지 말게 만들어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사부님. 아버님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것 같지만, 옥녀심공이 삼성 수준까지 도달하면 망각대법을 원천차단할 수 있으니 이후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 아닌가요?”
“그건 그렇군. 말이 길었다. 격체전공으로 너의 몸속에 있는 옥녀진기를 격발시킬 것이다. 너는 운기행공을 하며 옥녀심공 구결에 집중하도록 해라. 반드시 깨달음을 얻어야 심공을 두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기억부터 회복시켜주마.”
백리사초가 악소소의 정수리 백회혈에 손을 대고 매화공력을 넣어주었다.
“아!”
악소소가 탄성과 함께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
이는 매화공력이 직접 악소소의 머릿속에 작용했기 때문으로 사실 매우 고난도의 치료법이었다.
그 때문일까.
백리사초의 표정도 매우 신중했다.
처음 치료를 쉽게 생각했던 것은 주화입마의 조짐이 없는 것을 상정한 것이었고,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조금만 실수해도 악소소는 백치가 될 가능성이 컸다.
‘조금만 더······.’
백리사초의 이마에 땀방울이 생겨났다.
정교하게 매화공력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미 내공의 극한에 도달한 백리사초였다.
내공 소모가 심했으나 처음과 같은 기세를 유지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났을까.
백리사초가 천천히 악소소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휴우!”
백리사초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악대범이 망각대법을 펼칠 때 악소소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던 자하지기 때문에 고비가 있었으나, 무사히 기억 복원에 성공한 것이었다.
사실 전체 기억 복원보다 이처럼 일부 복원이 더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악소소가 깨어난 것은 얼마 후였다.
“으으······.”
“어떠하냐? 이제 모든 것이 기억나느냐?”
“아!”
악소소가 탄성과 함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음양색마에게 납치된 후 백리사초의 도움으로 풀려난 일부터 최근의 일까지 모두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초웅과의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아! 백리 사형이 바로 그때 나를 구해준 백리 오라버니였다니. 하기야 그 사실조차 기억을 못 하고 있었으니. 아버님은 대체 왜 그러셨을까? 첫 번째는 좋지 못한 기억을 지워주시려고 그랬다고는 하지만, 두 번째는 너무 일방적이셨구나. 필시 만능공자와의 혼인 때문인 것 같은데, 나중에 아버님께 제대로 따져야겠다.’
악소소가 한동안 생각을 한 후 백리사초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제 소중한 기억을 되살려주셔서.”
“회복된 기억 중에는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을 텐데?”
“아! 사부님께서는 이미 다 알고 계셨군요. 백리 사형이 말해주던가요? 제가 음양색마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백리 사형이 구해줬다는 것을.”
“······.”
백리사초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악소소의 기억이 돌아온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백리사초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구나. 그보다 음양색마와 관련한 기억은 굳이 지울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딱히 소소 네가 몹쓸 일을 당한 것도 아니었고, 무림인이라면 그 정도 일은 각오해야지.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무공 연마에 열중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악 장문인의 걱정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니 너무 네 아비를 원망하지 말아라.”
“네. 사부님. 저도 첫 번째 망각대법은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두 번째는 아직 이해가 안 돼요. 아무리 본파의 존립을 위해서라지만 이런 식으로 만능공자와 맺게 해주려 하시다니.”
“그 부분은 나중에 악 장문인과 둘이서 이야기해 보는 게 좋겠다. 그보다 지금 바로 옥녀심공 삼성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도와주도록 하마. 옥녀심공 운공을 준비하도록 해라.”
“네. 사부님.”
“그래. 이번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옥녀검을 단전에 대고 있어라.”
“네.”
악소소가 옥녀검을 풀어 단전 부위 기해혈에 대자, 백리사초가 그녀의 등 뒤 명문혈을 통해 매화공력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실패하면 내성이 생겨 다시 시도하기 힘들어질 것이니 정신을 집중하도록 해라. 정면으로 맞서야 그 위험이 두 배로 줄어들 것이다. 알겠느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