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호북성 무한은 작금의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대도시이다.
장강을 낀 지형은 자연히 사람들을 모았고, 황학루(黃鶴樓)와 귀원선사(歸元禪寺) 등 구경거리가 그들의 발을 잡아서 머물게 했다.
“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이 물건은…….”
“황학루는 일생에 한 번은 봐야 한다더니, 정말 경관이 좋구먼.”
“이거 얼마인가요?”
덕분에 무한 곳곳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본래 무한에서 거주한 이들부터 해서 장강을 타고 가다 잠시 들른 상인들, 그들에게 이야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이야기꾼들과 거지까지.
각양각색의 군상들이 모인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나는 무인이다.’라고 밝히듯 허리춤에 칼을 차고 거리를 쏘다니는 자들도 있었다.
그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백성은 무인을 두려워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대개 무인들은 본인부터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어서일까,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겼다.
일반적인 백성들과는 사는 세계가 다른 것이다.
법은 멀고, 칼은 가깝다.
그것이 강호를 사는 이들이었다.
지고한 황법도 통용되지 않았다.
아니, 통용되기가 힘들었다.
드넓은 중원의 일을 관이 모두 통제하기란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대부분 무인과 거리를 뒀다.
그들과 엮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무한의 거리에서는 그런 무인을 무서워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같은 무인들끼리 서로가 무언가 일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조심히 행동했다.
형세가 역전된 기묘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무한에서는 이게 당연했다.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평야.
구주삼패세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무림맹이 무한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렇게 무한을 수호하는 무림맹의 성문은 한창 시끄러운 상태였다.
“잠깐 방문하는 것도 안 되오?”
성문을 지키던 수문위사는 한탄하듯이 말하는 상인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그 누구도 방문이 불가하오.”
무림맹에 방문하기 위해서 찾아온 중년 상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이유인지나 알 수 있소?”
“…….”
그 질문에 수문위사가 입을 다물었다.
“허, 거참!”
말하던 중년 상인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고갤 흔들었다.
그는 소운상단의 상인이었다.
상단주의 명으로 무림맹과 연을 맺고자 며칠에 걸려 찾아온 것이었건만, 문턱도 넘지 못하고 돌아갈 처지에 처한 것이다.
비단 그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로 줄줄이 줄을 선 이들 대부분은 아예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아니,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방문을 허했었는데, 왜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미치겠군.”
줄을 선 이들이 투덜거렸다.
하나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발길을 돌리지는 않았다.
어찌 돌아가겠는가.
무림맹은 현재 천하를 크게 뒤흔들고 있는 곳이었다.
사흑련과 무림맹의 전쟁은 협정으로 끝을 맺었다고 알려졌지만, 정보에 빠삭한 자들이라면 다들 알았다.
무림맹의 승리나 다름없는 결과임을.
특히나 상단은 누구보다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곳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런 기회를 놓치겠는가.
이렇듯 무림맹의 갑작스러운 방문 금지 소식에 모인 이들이 시끄럽게 하는 와중에도 성문 양옆을 지키고 선 수문위사들은 정자세로 침묵을 유지했다.
정갈하게 입은 도포도 착 가라앉았고, 오롯이 눈만이 형형하게 빛났다.
보는 것만으로 흠칫할 정도였다.
상인들이 그 기세에 압도될 무렵.
휘이이이―
음산한 바람이 불어와 그들을 지나쳐 갔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삭풍을 맞이한 상인들은 몸을 잘게 떨었다.
그러다 당황하며 서로를 봤다.
이미 봄을 지나, 여름이었다.
불어온 삭풍에 추위를 느끼기엔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난 계절인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저, 저기…….”
한 상인이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왜 그러나?”
옆에서 상인과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중년인이 뒤를 보며 덜덜 떠는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의아한 얼굴을 해 보였다.
저 멀리 손톱만 한 점이 나타났다.
“응?”
돌연 허공에 덩그러니 나타난 점의 등장에 중년인은 눈을 찡그렸다.
바로 그 순간.
“어? 어?”
그의 눈이 부릅떠지며, 흔들렸다.
작은 점이 빠르게 커지더니, 어느새 사람의 형상을 갖췄기 때문이다.
삽시간이었다.
한편 마찬가지로 돌연 허공에 나타난 점을 본 수문위사들이 긴장했다.
‘엄청난 고수다……!’
‘대체 누구기에……?’
사람이 점으로 보일 정도라면 족히 수백 장의 거리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자는 그런 공간을 격하면서, 단숨에 가까워졌다.
실로 경악스러운 보신경이었다.
긴장한 둘이 내공을 끌어올릴 때.
후우우웅!
거친 폭풍이 몰아치며, 그들을 강타했다.
동시에 그들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미청년 하나가 나타나 눈을 내리깔았다.
“헙!”
“저, 저건 뭐지?”
“귀, 귀신?!”
상인들이 기겁하며, 흠칫거렸다.
마치 유령처럼 나타난 미청년을 본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끔뻑거리거나, 손을 들어 비비면서 겁에 질렸다.
몇몇은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였다.
바로 그때.
척!
수문위사들이 힘차게 포권을 취했다. 뒤이어 청년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인 둘은 아주 공손히 말했다.
“매화신협을 뵙습니다.”
“매화신협을 뵙습니다.”
순간 무림맹 성문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차디찬 침묵이 내려앉았다.
충격적인 모습과 말의 연속에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침묵 속 천휘가 입을 달싹였다.
“문 열어요.”
명령조에 가까운 어투.
하나 수문위사들은 이를 너무 당연히 여기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상인들이 하루 종일 애원해도 열리지 않았던 성문이 열리고.
저벅.
천휘가 안으로 들어갔다.
직후 성문이 닫히며 천휘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거의 반쯤 넋을 놓고 있던 상인들이 정신을 차렸다.
“매, 매화신협?!”
“저, 저 청년이!”
성문밖에서 뒤늦은 소란이 일 때.
“어?”
무림맹 내부에서도 소란이 일었다.
“매화신협 대협?”
“돌아오셨군요!”
“대협!”
천휘가 무림맹에 들어서자마자,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무림맹 내부에서 천휘의 모습은 파다하게 알려진 상태라, 도복을 벗었음에도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귀찮네.’
천휘는 벌 떼처럼 속속 몰려드는 이들을 보다가, 곧장 내공을 순환했다.
그리고 곧장 땅을 박찼다.
“대협!”
부르짖는 외침이 빠르게 멀어졌다.
천휘는 뒤로 눈길도 주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며, 발을 놀렸다.
허공의 풍경이 빠르게 뭉개지는 가운데, 천휘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락.
천휘는 신법을 거두며, 사뿐히 착지했다.
개방주의 거처 앞에서였다.
‘……삼엄하네.’
천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전에 봤었던 그대로 허름한 전각.
하나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전각의 문 앞, 개방도들이 바짝 날이 선 태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매화신협이 여긴 무슨 일인가?”
나이가 든 개방도가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는 개방의 장로이자, 현재 혼수상태에 빠진 개방주를 대신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는 풍개(風丐)였다.
“개방주를 보려고 왔는데요.”
천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풍개와 숨을 죽이며 주변을 경계하던 개방도들의 반응은 컸다.
몇몇은 움찔했고, 몇몇은 굳었다.
“……방주님의 상태를 아나 보군.”
“그렇죠.”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최근 무림맹을 떠났던 것으로 아는데…….”
풍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지금 그는 바짝 날이 선 상태였다.
개방주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흉수나 원인은 물론 병명도 몰랐다.
그렇기에 지금 그는 무림맹의 누구도 믿지 못하고, 경계하며 의심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현 강호에서 크나큰 명성을 떨치는 매화신협이라고 해도, 그 경계와 의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천휘는 의심의 눈초리를 숨기지 않는 풍개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당파에서 들었어요.”
“무당파?”
풍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매화신협은 화산파의 도사였다.
그런데 갑자기 무당파에서 이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니.
‘무당과 화산이 가까웠나?’
천휘는 미간을 좁히는 풍개를 보면서, 곧장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도 되죠?”
“안 되네.”
그에 풍개는 딱 잘라서 거절했다.
“왜요?”
“소협도 알다시피, 현 방주는 위중한 상태일세. 아무리 소협이라 해도 함부로 들여보낼 수 없네.”
“…….”
천휘의 눈빛이 침잠했다.
서둘러서 왔건만 지금 이 반응대로라면 개방주의 상태를 보지도 못하게 될 터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나요?”
“…….”
풍개는 입을 다물었다.
들어갈 방법은 없다고 말하는 듯한 무언의 침묵이었다.
‘그냥 확 들어가 버려?’
천휘는 문득 든 생각을 실행하려다가 관뒀다.
앞의 풍개와 개방도들을 제치고 들어가는 것이야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후폭풍이 너무 컸다.
‘흠, 어쩌지?’
천휘가 머리를 굴리기를 잠시.
‘아!’
무언가를 떠올리고, 씩 웃었다.
“제가 의술을 좀 아는데, 현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해 볼게요.”
“의술……?”
풍개가 눈살을 찌푸렸다.
현재 매화신협의 무위는 천하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 정도의 무위를 지녔다면, 무공을 수련하는 데 일생을 바쳤을 터인데, 그런 그가 의술을 익혔다고 해봐야 얼마나 익혔겠는가.
어림없다면서, 거절하려던 그때.
“헥, 헥. 주, 죽겠…… 군.”
헐떡이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돌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풍개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그의 시선에 담긴 건 거적때기를 걸친 노인이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거의 토하듯이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사숙님?”
풍개의 놀란 음성에 노거지, 천이개는 사시나무처럼 후들거리는 무릎을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들었다.
동공이 반쯤 풀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간 천휘의 뒤를 쫓느라, 모든 내공을 쏟아부어서 기진맥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천휘가 그런 천이개를 보며, 입을 뗐다.
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면서였다.
“어라? 상당히 빨리 왔네요. 한 식경은 더 지나서 올 줄 알았는데.”
그에 천이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저 태연한 말이 경악스러웠다.
천 리를 두 시진 만에 주파했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강호를 구석구석 누비며 돌아다녔던 그조차도 내공을 모두 소진해서 죽을 지경이었건만, 천휘는 아주 편해 보였다.
“이 괴…… 물 같은 놈.”
천이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 속도로 달려 놓고 아무렇지도 않다니.”
잠시나마 숨을 고른 덕분일까, 천이개의 음성이 조금 편안해졌다.
직후 그는 풍개를 응시하며 다시금 입을 뗐다.
“방주는 어떠냐?”
풍개가 흠칫하며, 말을 꺼냈다.
“……의식 불명입니다.”
“이런 미친!”
천이개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 행동에 지켜보던 개방도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그를 바라봤지만 천이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직접 어떤지 봐야겠다”
그는 곧 부들거리는 발을 뗐다.
풍개가 잠시 고민하는 듯 미간을 좁혔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이개는 방주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거의 사제지간이라 할 정도로.
“모두 길을 터라.”
풍개의 말에 경계하며 문을 지키던 개방도들이 주춤거리면서 길을 텄다.
직후 풍개는 천휘를 힐끗 봤다.
“사숙님께서 들어가시는 것은 괜찮지만, 소협은 불가합니다.”
“아니, 그놈을 꼭 데려가야 한다.”
천이개가 눈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이놈이라면 방주가 무슨 상태인지 알아낼 수 있을 테니.”
풍개의 눈이 가늘어졌다.
천휘가 한 말과 똑같았다.
“지금껏 많은 의원이 방주님의 용태를 살펴봤지만, 병명에 대해서 그 누구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말하기를 신의 정도의 의술을 가진 자만 파악이 가능하다고…….”
“그러면 더욱 데려가야겠군.”
천이개가 힘을 주어, 말했다.
“이놈이 신의의 의술을 익혔으니.”
“……!”
풍개가 눈을 부릅떴다.
직후 천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인가?”
천휘는 천이개의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죠.”
익히기는 했다.
신의가 억지로 주입했었으니.
천이개는 아직 의심을 드러내는 풍개를 응시하며, 곧장 말을 덧붙였다.
“못 믿겠으면, 화산을 조사해라.”
그 순간 풍개가 눈을 빛냈다.
화산을 조사하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챘기 때문이다.
“신의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셨군요.”
이번엔 천이개가 놀라며, 풍개를 향해 물었다.
“너도 알고 있었느냐?”
“며칠 전, 화산신검 대협께서 방주님을 위해 화산파에 머무는 신의를 무림맹에 직접 불렀다 했습니다.”
“어? 무림맹에 온대요?”
천휘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신의는 강호를 끔찍이 싫어했다.
그러니 그런 그가 무림맹에 행차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사숙님의 말을 믿겠습니다.”
풍개는 천휘에겐 따로 대꾸하지 않고, 말과 함께 몸을 돌렸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직접 길을 안내할 요량이었다.
직후 천휘와 천이개는 앞서가는 풍개를 뒤따라서,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를 통과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마침내 셋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넓은 지하 공간에 도착했고.
스윽―
천이개와 천휘는 풍개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중앙을 응시했다.
말하지 않아도, 바로 보였다.
전에 왔을 때 없었던 침상에 용주개가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정자세로 누워 있는 것이.
상처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