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허어, 구주삼패세를 무너트려, 팔무신을 강호에 부르려 하는 것도 놀랍건만, 그것이 겨우 대계의 일환이었다는 말이냐?”
개방주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매우 당혹스러워하는 어조였다.
그만이 아니었다.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당황했다.
“그, 그 말은 팔무신을 고작 대계의 소모품으로 사용했단 것인가.”
“말도 안 되는…….”
믿기 어렵다는 듯 중얼거리는 소리와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겹쳤다.
몇몇은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잃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사안이었다.
팔무신이 강호에서 물러나고, 구주삼패세의 시대를 연 것은 오랜 강호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었다.
한데 지금 저 말은 그것조차 고작 대계의 한 단계밖에 안 된다는 뜻이었으니.
“아미타불, 대체 무슨 대계이기에 팔무신을 무너트리고, 구주삼패세마저 허무는 게 고작 일환에 지나지 않는단 겐지. 강호를 일통하려는 속셈이 아니고서는…….”
표정이 심각해진 원종대사가 평정심을 되찾고자, 합장하며 속닥일 때.
“내가 예상한 것과 비슷하네.”
천휘가 말을 툭 내던졌다.
경악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는 제갈공의 말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천휘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미 검선에게 구천회가 행한 것들을 모두 들었고, 그와 관해 얘기를 나누었었다.
그중에는 구천회의 목적도 있었다.
팔무신을 쫓아내 구주삼패세의 시대를 만들어 놓고, 이제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 부수다니.
너무나 모순적인 행동이지 않은가.
그 때문에 검선과 이야기를 나누었었고, 내린 결론은 제갈공이 말한 것과 약간만 다를 뿐, 크게 보아 결은 비슷했다.
“그렇다면 너는 어느 쪽인 거 같아?”
천휘가 궁금하다는 눈으로 물었다.
“전자? 아니면 후자?”
제갈공은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짧게 고민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직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네.”
“……!”
수뇌부들 머리로 충격과 경악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둘 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은연중에 전자가 그나마 나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천휘는 ‘씩’하고, 웃었다.
“나랑 같네.”
천휘가 턱을 괴고 있던 팔을 풀었다.
“전자였으면 구주삼패세를 무너트리기보다 네놈들 같은 간자를 이용해 각 세력을 집어삼켰겠지. 그렇게 해도 팔무신을 부르는 건 가능할 테고, 구주삼패세를 장악한 채로 맞서는 게 더 편하잖아? 그것이 여태 보였던 그들의 행적에 어울리는 것이기도 하고.”
“……정확하군.”
제갈공의 눈이 반개했다.
‘무위만이 전부가 아니었나.’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가 여태껏 봐 온 천휘는 만사 귀찮아하면서, 모든 상황을 강대한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자였다.
해서, 그의 무위는 높게 평가했으나, 다른 것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한데 지금 모습을 보니, 그렇게 판단한 건 자신의 명명백백한 실수였다.
‘천극이 서두른다고 불안해했거늘, 이미 나 또한 실수를 저질렀던 거군.’
그가 천휘를 다시 바라보았다.
구천회에 대한 상세한 정보력과 현 구천회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헤아리고 있는 추론력.
‘이렇게 되는 건 필연이었군.’
그의 눈빛이 한없이 침잠해 갔다.
상대는 패를 완벽히 감추고 있었다. 그에 반해서 자신들의 패는 상대가 모두 읽고 있었으니, 결과는 당연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짧게 생각한 제갈공이 구천회에 대해 물어봤던 천무공을 응시했다.
“더 궁금한 것이 있습니까?”
“구천회의 힘은 어느 정도인 겐가?”
“그 또한 불명입니다.”
제갈공의 말에 천무공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눈살을 구길 무렵 제갈공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무림맹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 예측됩니다. 어쩌면 구주삼패세를 합친 힘과 비슷할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너무 과한…….”
잠자코 듣던 곤륜파의 고영진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뗀 그때.
“주천극을 배출한 곳입니다.”
제갈공은 모두의 말문을 턱 막아 버렸다.
“이는 주천극과 같은 고수를 몇이나 데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물론 많지는 않을 테지만, 아예 없지도 않을 겁니다. 그랬다면 주천극에게도 정보가 제한되진 않았을 테니.”
“…….”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주천극은 정도 제일검으로 추앙받는 절세검객이었다. 그런데 구천회에 그런 고수가 몇이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니.
제갈공은 자신이 한 말에 쐐기를 박듯 말을 이어 갔다.
“거기에 그들은 암중에서 오랜 시간 강호를 지배해 왔습니다. 백 년 전 사황전을 무너트린 것도 실질적으로는 그들이 한 일이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점창파의 송백이 버럭 소리쳤다.
“사황전을 무너트린 것은 본 맹의 행사로…….”
“당시 사황전의 전주이자 천하제일인이었던 혈제(血帝)가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 아십니까?”
“아미타불. 당시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힘을 합쳐서 이룬 전공일세.”
원종대사의 대답을 들은 제갈공이 눈을 날카롭게 뜨면서 되물었다.
“확실합니까? 분명 당시 상황은 소림의 역사를 정리한 사적(史籍)에 적혀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
순간 원종대사가 침묵했다.
“대사?”
“왜 대답을…….”
그 모습에 모두가 당황할 무렵.
“혈제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제갈공이 원종대사를 보며 말했다.
“안 그렇습니까?”
“……본사의 사적을 어떻게 보았는가?”
“선대 방장께서 보여 주셨습니다.”
원종대사의 눈썹이 한데 모였다.
불편한 얼굴을 할 뿐, 답이 없는 그 모습에 둘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들이 경악했다.
“대사, 저 말이 사실이오이까?”
무당파 목영자의 질문에 원종대사는 두 눈을 감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허업!”
“그, 그렇다면 누가 혈제를…….”
“구천회입니다.”
제갈공이 단호하게 말했다.
무공을 폐하고, 거칠게 포박되어 호송되는 과정에서 기력이 쇠했음에도 그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견고해 보였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한때 천하 제일 가문의 자리를 위협했다가 돌연 자취를 감춘 화가(火家)도 그들이 일시적으로 만든 가문이며, 모산파의 술선(術仙)을 죽인 것도 그들입니다. 그 외에도 강호에 일어난 불가사의한 일 대부분이 그들에 의한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
침묵이 짙게 드리워졌다.
이따금 무거운 침음성만이 나올 뿐이었다.
제갈공은 천무공을 보며 말했다.
“이제 되었습니까?”
“……되었네.”
천무공이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그녀 또한 충격이 컸는지, 음성이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대답을 들은 제갈공이 고갤 돌렸다. 그 시선은 천휘를 향해 있었다.
제갈공은 구천회에 대해서 설명하는 와중에도 신경은 천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놀라기보다, 흥미를 보이는 건가.’
주변 반응과 명백히 갈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흥미와 관심이 가득 물든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아마 이걸 천극도 봤겠지.’
왜 주천극이 패배한 이후 모든 것을 순순히 밝히고 죽은 것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암중 세력이라더니, 대놓고 큰일만 벌이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럴 거면 그냥 모습을 드러내고 하는 게 낫겠어.”
천휘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 뒤, 제갈공을 응시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이 번뜩였다.
“그런데 그것들이 구천회가 한 짓이란 건 어떻게 알았어?”
무저갱과 같이 새까만 눈동자가 제갈공을 담아내며, 깊이 가라앉았다.
마치 그를 곧 삼켜 버릴 것만 같았다.
“철저한 곳이라면서.”
연이은 질문이 압박하듯 날카로웠다.
무공을 잃은 제갈공은 그 눈을 마주한 것만으로 순간 심장이 크게 덜컹거렸으나, 얼른 정신을 차렸다.
“내가 구천회에 들어간 그 날, 그들이 내게 알려 줬네.”
“뭐야, 그냥 협박이었나.”
천휘가 노려보던 눈길을 거뒀다.
“……바로 아는군.”
“그런 놈들의 습성이야 뻔하지.”
천휘가 코웃음을 쳤다.
혈교가 자주 하던 짓이었다.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강조하여 배신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럼 다시 하던 이야기나 하자고.”
천휘가 전보다 다소 가벼워진 말투로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지.”
그에 제갈공이 천휘를 보며 말했다.
이제 다른 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의 두 눈은 오직 천휘만을 향했다.
“구천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팔대세가가 담합해서 무림맹을 탈맹할 때였네.”
제갈공이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벌써 사십 년이나 지난 이야기였다.
당시 그는 제갈세가의 촉망받는 기재로 이제 막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갈가주였던 숙부로부터 무림맹에서 탈맹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본래 나 또한 제갈세가의 사람으로서 무림맹에서 나갈 생각이었으나, 주천극이 내게 찾아와 구천회에 대해 알려 주면서 마음이 바뀌었지.”
“왜 알려 준 거지?”
천휘가 곧장 물었다.
구천회는 암중 세력. 그곳에서 키워졌다는 자가 그 정체를 알렸다면 분명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손을 잡자더군.”
“손을 잡자?”
“당시 주천극은 구천회의 손으로부터 강호를 벗어나게 하고 싶어 했네.”
천휘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그럼 이 계획을 그때부터 준비해 왔다는 말이야?”
“그렇지.”
대수롭지 않은 제갈공의 대답에 천휘가 조금 질린다는 표정을 해 보였다.
“지독하네, 지독해.”
“군자의 복수는 십 년도 짧다네.”
“군자는 무슨.”
천휘가 핀잔을 주며, 말을 더했다.
“그래서 그렇게 긴 시간 기회를 노려 실행한 것이 이런 계획이란 말이지?”
“그러네.”
“오래 준비한 것치고는 별로인데.”
“이전까지는 성공적이었네.”
제갈공이 주변을 훑었다.
정확하게는 수뇌부 중 구파일방에 속한 이들을 한 명씩 쳐다봤다.
“팔대세가가 떠난 무림맹은 무림맹주였던 주천극보다 구파일방의 힘에 좌지우지되었다네. 한데 얼마 전까지 어떠했는가. 주천극이 모든 것을 집도하고, 결정을 내렸었네. 당시를 생각하면 놀라운 발전이지. 그리고.”
말을 잠시 멈춘 그가 움직였던 시선을 다시 맞은편의 천휘에게 고정했다.
“자네만 아니었으면, 이 계획은 성공했을 거야.”
제갈공이 드물게 감정을 섞어 그 말에 반박했다. 직후 대화를 경청하던 개방주에게 시선을 옮겨 말했다.
“자네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개방주는 계속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을 테고, 그것을 기회로 설검과 흑오까지 솎아 내며 구천회를 알려 주천극이 무림맹주 자리를 지금보다 더욱더 견고히 했을 걸세.”
그 말에 모두가 숨을 삼켰다.
확실히 천휘가 없었다면 제갈공의 말대로 모든 상황이 흘러갔을 터였다.
하나 경직된 그들과 다르게 천휘는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달싹였다.
“어찌 됐든 그렇게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서 하려 했던 게 그러니까…… 구천회랑 싸우려고 했던 거지?”
“따지고 보면, 그렇네.”
“그럼 너와 그놈은 고작 강호가 좋다는 이유로 그렇게까지 한 거야?”
천휘가 신기해하며, 묻자.
“그거면 충분한 이유이지 않나.”
대꾸한 제갈공이 입꼬리를 올렸다.
메마른 입술에 달라붙어 굳은 거무죽죽한 피가 쩍 갈라지며 떨어졌다.
추레한 모습이었지만, 지켜보던 모두는 그런 감상을 하기보단 그저 제갈공의 미소에 눈길을 빼앗길 뿐이었다.
그에게선 난생처음 보는 순수한 미소였기에.
하나 그것은 찰나였다.
그그그극―
돌연 뇌옥이 흔들린 탓이었다.
무슨 일인지 돌벽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돌가루와 먼지를 떨어트릴 정도였다.
갑자기 일어난 사태였다.
“무슨 일이…….”
점창파의 장로, 송백이 눈을 찌푸리면서 위를 바라볼 즈음이었다.
타다닥!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뇌옥을 지키는 수문 무사였다.
다급하게 달려온 수문 무사가 수뇌부를 발견한 즉시 다급하게 소리쳤다.
“스, 습격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