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Chapter 76 – 주인도 잘 찾아 주는 김 대리!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그래, 다들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봐.”
장 부장은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배웅하고, 조 팀장은 택시를 불러 집에 귀가시켰다.
박 과장까지 귀가시키고 나자, 후배들이 정훈에게 물었다.
“대리님, 택시 잡을까요?”
“아니, 됐어. 난 지하철 타고 갈게.”
“네.”
“먼저 간다. 다들 내일 봐.”
“예, 들어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정훈은 후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지하철 역사로 내려갔다.
현재 시간은 11시 40분. 아슬아슬하지만, 막차를 탈 수 있는 시간이다. 환승하지 않는 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서둘러 탑승구로 들어가자, 때를 맞춰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자, 딱 손잡이 옆에 자리가 남아 있었다.
한쪽은 사람이 있더라도, 반대쪽은 공간의 여유가 있어서 정훈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리다.
정훈은 기분 좋게 자리에 착석했고, 지하철은 왕십리를 향해 출발했다.
취기도 꽤나 올랐고, 워낙 지치기도 해서 그는 휴대폰도 하지 않고 멍하니 벽면에 붙어 있는 광고만 쳐다보다가 왕십리역에 도착했다.
막차 시간대라 그런지, 늘 붐비는 왕십리역 안에는 사람이 적었다.
출입구 단말기에 1,350원을 찍고 역사 밖으로 나오자,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술집이 많은 이곳은 밤이 되어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사이를 지나 집으로 향하는데, 바닥의 무언가가 정훈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
휴대폰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걸 잃어버렸다거나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누가 잃어버렸나 보네.’
꽤 피곤해서 그냥 지나칠 법도 했지만, 잃어버린 누군가는 분명 애타게 휴대폰을 찾고 있을 테니, 차마 무시하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정훈은 휴대폰을 주워 들었다. 비밀번호로 잠겨 있지 않아, 바로 화면이 켜졌다. 휴대폰에는 몇 개의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몇 통이 와 있었다.
아마 잃어버린 사람이 지인의 휴대폰을 통해서 전화를 걸어 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지나가다가 벨 소리를 듣고 주워 볼 법도 하지만, 휴대폰의 상단 바에 진동 모드가 되어 있는 걸 보니 다른 사람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
휴대폰에는 그 유명한 탑 배우 송수빈과 2017년을 불태웠던 가수인 유진성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의외인 투샷이었지만, 요즘은 연예인에 신경 쓸 겨를도 없고, 딱히 관심도 없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정훈은 이미 집 근처까지 와 버려서 다시 경찰서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귀찮았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장본인도 경찰을 통하는 것보다는 직접 전달해 주는 게 더 수월할 테니, 정훈은 휴대폰의 단축번호 1번을 꾸욱 눌렀다.
휴대폰에 찍힌 이름을 보니, 정말 연예인의 휴대폰을 주운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30초 정도 수신음이 들린 뒤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오빠. 휴대폰 찾았어?
TV로 보던 목소리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송수빈의 느낌이 어느 정도 나고 있었다. 젊은 친구들이라면 열광할지도 모르지만, 정훈은 연예인에 슬슬 무뎌질 나이였다.
“휴대폰을 주웠거든요. 일단 단축번호 1번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아, 그러셨구나.
전화를 하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갑자기 조금 다운된 것같이 들리는 건 기분 탓인지, 진짜인지는 헷갈렸다.
“혹시 송수빈 씨세요?”
-…….
“어쨌든 여자 친구분 맞으시죠?”
-어, 그게….
당황하는 걸 보니, 여자 친구는 맞는데, 그 사실이 공개되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정훈은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었기에 점점 답답해졌다.
“아니셔도 상관없는데, 어쨌든 휴대폰 주인분한테 휴대폰 어떻게 받으실지 좀 여쭤봐 주시겠어요? 아니면 경찰서에 맡길게요.”
-아니에요. 경찰서에 맡기지 말고 가지고 계시면, 저희가 가지러 갈게요. 혹시나 다른 분한테 절대 휴대폰 넘겨주시면 안 돼요!
“예, 그러면 언제 어떻게 받으실래요?”
-저기… 지금 받으러 가면 안 되겠죠?
여자의 마음은 다급해 보였지만,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만나서 넘겨주는 것까지 생각하면 2시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술까지 마셔서 아침에 출근하기도 힘든데, 잠까지 부족하면 내일 회사에서는 거의 좀비가 되든지, 아예 지각을 하든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무조건 오늘 필요하신 건 아니죠?”
-예, 그건 그런데….
“다른 분한테 보여 주거나 휴대폰 염탐 안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제가 오늘 너무 피곤해서 좀 쉬고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내일 언제쯤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지금 번호에 제 휴대폰으로 주소 찍어 드릴 테니까 오전 9시 이후에는 언제든 오셔도 돼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여자가 부탁한다는 말은 휴대폰의 내용에 관한 걸 유출하지 말아 달라는 것. 본의 아니게 연예계의 비밀을 알아 버렸다.
“예, 들어가세요.”
-네!
정훈은 휴대폰을 잘 챙겨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길에 정훈은 송수빈의 번호로 회사의 위치를 찍어 주었다.
어제는 피곤하고 술에 취해서 휴대폰도 가방에 넣어 둔 채 건들지도 않았지만, 막상 제정신이 되다 보니, 궁금증이 마구 솟구쳤다.
휴대폰의 주인은 아마도 가수 유진성. 분명히 수많은 연예인들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연예인끼리는 어떤 대화를 할까, 누구의 번호가 있을까, 어떤 비밀 사진들이 있을까 궁금했다.
지금 여기서 정훈이 본다고 해도 알아볼 사람은 없고, 그 사람들도 그가 봤다는 사실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송수빈과 통화했던 내용이 머리에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차라리 기억이라도 안 났으면 보겠는데. 우씨.’
차마 양심상 휴대폰을 볼 수가 없어서 그대로 가방에 고이 모셔 두었다.
혹시나 자신만 몰랐던 건가 싶어서 인터넷에 ‘송수빈, 유진성’을 검색해 보았지만, 열애나 연애에 관한 기사와 글은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이 휴대폰 도스패치에 넘기면 돈 엄청 주는 거 아니야?’
보통 연예인도 아니고, 요즘 가장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둘이다. 순간적으로 욕구가 피어올랐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고개를 저어 훌훌 털어 냈다.
2명은 물론 그의 주변인들까지 타격을 입을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돈에 욕심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정훈이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에 가는 사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예,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제 휴대폰 잃어버렸던 사람입니다. 답례도 할 겸, 점심 식사라도 대접할까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 해서요.
“네. 그러면 여기로 오시려고요?”
-물론입니다. 몇 시쯤에 가면 될까요?
“회사가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거든요. 그때 맞춰서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근처에 차 대고 기다릴 테니까 혹시 나오시면 이 번호로 전화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예. 그러면 그때 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번엔 목소리만 듣고도 직감이 왔다. 확실히 유진성이다. 목소리가 굵고 중후한, 흔치 않은 목소리라서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 걸려 온 번호의 주인은 매니저나 두 번째 휴대폰이 아닐까 싶다.
매너 없이 본인이 안 오고 매니저나 타인이 대신 받으러 오지만 않으면 좋을 것 같다. 이 김에 연예인 얼굴도 한번 보고.
휴대폰을 잃어버린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깍듯하게 나오니 정훈 입장에서는 귀찮던 감정도 사라지는 듯했다.
덕분에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
“예, 지금 나왔거든요. 주차장에 계시나요?”
-네. 3 주차장이라는 곳이거든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차종이랑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밴이고요. 3890입니다.
“알겠습니다.”
정훈은 전화를 끊고 바로 3 주차장으로 향했다. 직접 앞으로 오지 못하고 차에서 기다리는 것에 대해 몇 번이나 사과를 했기에 정훈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일반인들이 알아볼까 봐 얼굴도 못 들고 다닐 테니 엄청 불편하겠어. 나는 저런 거 못 할 것 같아.’
3 주차장에 가자, 커다란 밴은 단 한 대만 주차되어 있어 이목을 끌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회사 차이겠거니 하며 지나쳤지만, 정훈은 그 차로 다가갔다.
창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며 유진성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 휴대폰….”
“네, 맞습니다. 죄송한데 제가 나가면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아서… 타고 이동하시겠어요?”
“그러죠.”
정훈은 의심 없이 차에 올라타며 그에게 바로 휴대폰을 건넸다. 앞자리에는 매니저만이 혼자 타고 있었고, 유진성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유진성 씨 맞으시죠?”
“네. 하하하. 다행히 알아봐 주시는 분이네요.”
“유명하시니까요.”
“식사는 예약해 둔 곳 있는데, 한정식 괜찮으세요?”
“좋죠.”
***
“아, 출판부에 계시는구나.”
유진성은 정훈의 명함을 보며 감탄했다.
“저도 책 정말 좋아하거든요.”
“하하. 그렇군요.”
그는 명함을 품에 있는 지갑에 넣으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걱정 많이 했거든요. 기자들한테 넘어가거나 인터넷에 유출되면 둘 다 큰일이라서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휴대폰으로 송수빈 씨한테 전화 걸 때 말고는 건들지도 않았어요.”
“아,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혹시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유진성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나 정훈은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아니에요.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하하. 정훈 씨같이 착한 분이 주워 주셔서 다행입니다.”
그는 말을 하며 속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스윽 내밀었다.
“큰 건 아니지만, 사례비입니다.”
딱 봐도 두툼해 보이는 게, 한두 푼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걸 받으려고 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유진성은 기어코 정훈의 앞까지 봉투를 밀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도스패치에 넘기기만 해도 수백만 원은 받으실 수 있었을 텐데 저한테 돌려주신 게 감사해서 드리는 겁니다. 받아 주세요.”
솔직히 욕심이 났다. 못해도 돈 100만 원은 될 것 같았다. 정훈 같은 월급쟁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돈을 눈앞에서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왠지 봉투의 두께를 보면 감사에 대한 사례보다는 입막음에 대한 비용이 더 커 보였다.
“그런 걸로 생각하시면 제가 좀 서운한데요.”
그제야 유진성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봉투를 다시 자신에게 끌어왔다.
“죄송합니다.”
유진성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순수한 마음이었던 걸 그저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실수를 알고 바로 사과하는 모습에 정훈도 조금 상했던 기분이 금세 풀렸다.
“괜찮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고마움뿐이었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정훈은 더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보다 중요한 자신의 신념이 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정훈에게 호감이 느껴졌다.
단순히 휴대폰을 찾아 줬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저랑 나중에 술 한잔 하셔도 괜찮으실까요?”
그러나 정훈은 휴대폰을 찾아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로 생각하고 거절했다.
“오늘 먹는 점심으로도 충분해요. 이 정도면 사례 충분히 하신 거예요. 하핫.”
“아니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정훈 씨랑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서요.”
“저랑요?”
의외의 말에 정훈은 놀람과 의문이 생겼다. 완벽한 유진성에 비해 평범하디평범한 자신이 무슨 매력 요소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유진성은 확고하게 말했다.
“예. 정훈 씨랑 더 친해져서 이런저런 대화도 나눠 보고 싶어졌어요. 괜찮으실까요?”
“좋죠. 저는 연예인이랑 같이 밥 먹는 건데.”
“그러면 연락드릴게요. 명함에 있는 번호로 메시지 드릴 테니까, 번호 저장해 주세요. 아까 전화했던 건 매니저 휴대폰이거든요.”
“그래요. 그러면 혹시 친구들한테 자랑하게 사진 한 장 찍어 주실 수 있나요?”
정훈도 역시 사람은 사람이었다. 유진성은 흔쾌하게 수락했다.
“물론이죠.”
둘은 식사하다 말고 카메라를 높이 들어 셀프 카메라로 한 장을 찍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드시죠. 식겠습니다.”
“네,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