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3
13화 Chapter 6 – 커피도 잘 끓이는 김 대리!
“예, 작가님 안녕하세요.”
-완전 대박이에요!
수화기 너머로 왕글이 작가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대박이라는 건 글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방금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정훈은 아직 무슨 일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예?”
-어젯밤에 표지랑 제목 바꾸고 나서, 방금 확인했는데 지금 선호작 수랑 조회 수가 2배 가까이 늘었어요!
“아, 정말요?”
김 대리는 곧바로 컴퓨터로 문스토피아에 접속했다.
-예. 이번 주 안에 선호작 수가 1천을 돌파할 것 같아요! 조회 수도 쭉쭉 늘어나는 걸 보면, 골든베스트 진입도 어렵지 않을 것 같고요.
정훈도 왕글이 작가의 작품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 300을 밑돌던 선호작 수는 500을 넘어섰고, 최신 화 조회 수는 이전보다 2배로 늘어나 있었다.
“와, 엄청 올랐네요. 축하드려요!”
-아니에요. 다 김 대리님 덕분이에요. 표지와 제목을 바꿨던 게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닙니다. 작가님이 잘 쓰셔서 그렇죠. 조만간 문스토피아 배너도 들어갈 예정이니까 골든베스트 진입은 확실할 겁니다.”
-하하하핫. 정말 감사합니다. 맞다, 저 몇 분 전에 출판 제의 쪽지도 받았어요!
“아, 정말요?”
정훈은 기쁨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다. 계약은 이미 완료되었으니 다른 곳에 뺏기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과 다른 편집자들도 이 작품이 뜰 거라고 예상하고 쪽지를 보냈을 테니,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인다는 기쁨이다.
“어디서 왔어요?”
-에이플러스에서 왔어요. 거기도 유명한 곳이죠?
“예. 유명하죠. 그래도 저희 푸른 하늘 출판사에는 안 됩니다. 하하핫.”
-당연하죠. 푸른 하늘이 짱이죠!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요. 방금 일어났어요. 이제 식사하려고요. 아, 제가 김 대리님 식사 시간을 방해했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었어요.”
-그러면 다행이고요. 어쨌든 저도 점심 먹어야겠네요. 또 연락드릴게요.
“네. 맛있게 드세요!”
-예, 들어가세요.
기분 좋게 전화를 끊었다. 그가 방향을 잡아 주고, 그것을 따른 작가가 승승장구할 때, 편집자는 카타르시스와 같은 기쁨을 느낀다.
“뭐, 잘되었나 봐요?”
어느새 옆에 앉아 있는 혜리가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며 물었다.
“언제 왔어?”
“방금요. 그때 만난 작가님?”
“응. 왕글이 작가님. 이번에 표지랑 제목 동시에 바꿨는데 하루 만에 반응이 확 좋아졌다고 그러네.”
“뭘로 바꿨는데요?”
“원래 『내 잘생김 무한』이었는데 『신이 나를 만들 때』라고 바꿨어. 요새 그 유행하는 앱 있잖아.”
혜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들어 봤어요. 거기서 따온 거예요?”
“응. 역시 웹소설은 유행을 따라가야 되나 봐.”
“맞아요. 로맨스 쪽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현대 로맨스는 다 죽고, 로맨스 판타지만 흥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로맨스를 좋아해서 아쉽다는 말을 덧붙이며 혜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 근데 우리 오늘 뭔가 빠진 것 같지 않아요?”
“뭐?”
“모르겠어요. 점심시간에 해야 할 무언가를 빠뜨린 것 같은데.”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한 대리가 들어왔다. 그의 자리로 향하는 한준호 대리의 손에는 별다방 마크가 그려져 있는 커피 잔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둘은 동시에 “아!” 하는 탄성을 냈다.
“커피!”
“커피를 안 먹었네요!”
혜리가 먼저 일어나며 엄지로 몸 뒤에 있는 휴게실을 가리켰다.
“제가 타 올게요.”
“아니야, 같이 가자.”
“그래요.”
정훈도 그녀의 뒤를 따라 휴게실로 향했다. 점심시간답게 휴게실에는 많은 직원들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기도 했다.
“김 대리님은 믹스죠?”
혜리가 종이컵 2개를 꺼내며 물었다. 정훈은 고개를 저으며 혜리가 든 종이컵을 빼앗아 들었다.
“응. 역시 식사 후에는 달달한 믹스지.”
“이열~ 뭘 좀 아시네!”
혜리가 손을 쫙 펴고 정훈을 향해 뻗었다. 그는 혜리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인스턴트커피 2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진하게죠?”
“그렇지.”
“앉아 계세요. 금방 타 갈게요.”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벽 옆에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잡았다. 창가 자리가 좋긴 하지만, 이미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왕글이 작가가 새로 올린 편을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혜리가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엄청 맛있을 거예요.”
혜리의 호언장담에 정훈은 바로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댔다. 그러나 그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쓴데?”
“쓰다고요?”
혜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정훈의 잔을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무언가가 잘못 들어갔나 싶어 살펴봤지만, 이상 없는 멀쩡한 커피였다.
“하하하하핫, 장난이야.”
“네?”
“하나도 안 써. 엄청 맛있네.”
“아, 놀라라. 진짜인 줄 알았잖아요!”
혜리는 주먹으로 정훈의 팔뚝을 약하게 쳤다. 퍽 소리가 나지는 않고 콩! 소리가 날 정도로 약한 주먹.
“맞다. 혜리 씨, 드립 커피 좋아해?”
“못 먹어요.”
“아, 못 먹어?”
김 대리가 아쉬움이 무던히 묻어 나오게 묻자, 혜리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없어서 못 먹죠. 엄청 좋아해요.”
‘좋아해요.’라는 말이 정훈의 귓가를 간질였다. 저항성이 낮은 남자였다면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잘됐다. 그러면 내가 내일 가져와서 커피 내려 줄게.”
“김 대리님, 커피 내릴 줄도 알아요?”
“그럼!”
정훈은 가슴을 앞으로 뻗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엄청 잘 내리지!”
“와, 어디서 배웠어요? 취업하기 전에 카페 알바 했었어요?”
“아니, 나 군대에 있을 때 후임이 바리스타였거든. 한번은 그놈이 커피 내리는 걸 부대로 가져온 적이 있어서 그때 배웠지.”
“이야, 군대에서 별의별 걸 다 배우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때 그 후임은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낸다. 지금은 경리단길에서 카페를 하는데, 얼마 전에 좋은 원두가 들어왔다며 정훈에게 선물로 보내 줬다. 아마도 정훈이 설 선물로 참치 세트를 보내 준 답례가 아닐까 싶다.
어찌 되었든, 혜리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해 준 점에 대해 후임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고맙다, 진원아.’
***
“어, 김 대리가 커피를 탄다고?”
“예. 드립 커피입니다. 오랜만이라 자신은 없으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하하하하. 듬뿍 기대하지.”
정훈은 넉살을 떨며 가져온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손으로 직접 갈았다. 전문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전역 이후 취미로 잠깐 만들었던 것이기에 제일 싼 기본 장비들이었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이 조금 녹록했다.
“도와 드릴까요?”
옆에서 구경하던 안정수 사원이 물었지만, 그래도 직접 만들어 준다고 이야기한 게 있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됐어.”
그렇게 그라인더를 박박 돌리며 원두를 가루로 만들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모이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고 휴게실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물론 휴게실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되었을 테지만,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싶다는 조승훈 팀장의 의견에 따라 이곳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었다.
최소 10인분은 될 것 같기에 한참 동안 원두를 갈아 가루로 만들었다. 그 후에 커피 드리퍼에 필터 역할을 하는 거름종이를 올린 뒤, 따뜻한 물을 부어 필터가 커피 드리퍼에 붙도록 했다.
복잡한 과정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간단하기에, 오랜만에 하는 드립 커피였지만 헷갈리지는 않았다.
그 후, 필터 위에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 가루를 올리고, 뜨거운 물이 담긴 드립 커피 전용 주전자인 드립 포트로 조심스럽게 물을 따랐다.
처음은 커피 가루가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조금만 붓고 30초를 기다린다. 그 후에 주전자로 조심스럽게 물을 부었다. 물을 부을 때는 물줄기가 일자가 되도록 한다.
그러면 필터를 통해 커피 가루는 남고, 원두 향이 우러난 커피가 드립 서버, 커피를 담는 주전자로 떨어진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커피의 맛을 결정한다.
“전문가 같아요.”
“오, 김 대리 멋있는데?”
혜리와 최원석 대리가 감탄하며 정훈을 치켜세우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는 게 느껴졌다.
완성된 커피를 각각의 잔에 따라 조승훈 팀장부터 말단 사원인 진기용에게까지 골고루 나눠 주었다.
“흐음, 향 좋네.”
조승훈은 커피 향을 깊게 들이마신 뒤, 가장 먼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오, 맛있는데?”
조 팀장의 뒤를 따라 백진우 차장과 박상현 과장도 커피를 마셨다. 둘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정훈을 쳐다보았다.
“우와, 이거 장난 아니네?”
“아메리카노 같은데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낫다.”
표정을 보니 다행히 커피가 잘 내려진 것 같다. 쓸데없이 솔직한 최원석 대리도 옆에서 엄지를 치켜세우는 걸 보면 확실하다.
뿌듯해진 정훈은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드립 커피의 특징인 적당한 산미가 입 안을 감돌고, 깔끔하게 넘어갔다.
‘잘 우러났네.’
그제야 마음이 편해진 정훈은 편하게 말했다.
“원두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이 시큼한 맛을 산미라고 하는 거지?”
“네, 맞아요. 한 대리님, 잘 아시네요?”
“당연하지. 내가 커피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때, 조승훈 팀장이 커피를 한 잔 비우고 정훈에게 건넸다.
“잘 마셨어. 혹시 커피 좀 남았나?”
“예. 더 드릴까요?”
“그럼 좋지. 맛있네.”
커피를 잔에 가득 부어 조승훈 팀장에게 건네는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쪽 사무실로 자주 오지 않는 장한얼 부장이 깜짝 등장을 했다. 자신들이 너무 시끄럽게 굴었나, 걱정하는 사원들을 달래기라도 하듯, 장 부장은 편하게 사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다들 식사는 했나? 모여서 즐겁게 있는 게 보기 좋네.”
그때, 옆에 있던 한준호 대리가 정훈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신호를 알아챈 정훈은 바로 부장에게 말을 붙였다.
“부장님도 커피 한 잔 드시겠어요?”
“웬 커피? 사 온 거야?”
“아니요. 김정훈 대리가 직접 내리고 있습니다. 방금 먹어 봤는데 맛이 아주 좋습니다.”
조승훈 팀장이 잔을 들어 올리며 정훈을 대신해 대답했다.
정훈은 미소를 지으며 새 커피 잔에 커피를 따라 공손히 부장에게 건넸다.
“오, 고마워. 잘 마실게.”
“아닙니다. 더 있으니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부장은 잔을 들어 올리며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바로 잔을 입에 갖다 댔다. 한 모금을 마신 그는 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김 대리! 이거 자네가 직접 내린 거라고?”
“예.”
혹시 문제라도 있을까 싶어서 김정훈은 불안한 눈빛으로 장 부장을 쳐다보았다. 안 그래도 한준호 대리와 함께 출판부에서 커피 애호가로 유명한 장 부장이기에 혹시나 한 소리 들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장 부장은 화색을 띠며 말했다.
“아니, 김 대리! 자네. 이런 재주가 있었어?”
“네?”
“이거 산미도 그렇고 아주 명품이야! 자네, 지금 당장 나가서 카페 차려도 되겠어! 하하하하하하! 아주 맛있어.”
장 부장은 그 뜨거운 드립 커피를 한 모금에 원샷하고 잔을 내밀었다. 정훈은 밝게 웃으며 그 잔을 받아 들고, 커피를 꾹꾹 눌러 담아 건넸다.
“아주 좋아. 김 대리, 가면 갈수록 호감이구먼! 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