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22
22화 Chapter 11 – 해결사 김 대리! (1)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 금요일, 토요일 1박 2일로 MT를 가려고 하는데, 요즘 날씨도 따뜻하니 좋고, 일도 급한 거 없잖아. 다들 괜찮지?”
부장의 물음에 다들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밉상 박상현 과장이 제일 먼저 말했다.
“네, 좋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 아, 깜빡할 뻔했네. 다음 주에 MT 가려면 체력을 많이 비축해 둬야 하잖아. 그러니까 그때까지 회식은 하지 않는 걸로 합시다.”
불행 중 다행인 소식에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 오늘 마지막으로 하고 내일부터 MT 가는 날까지 회식을 쉬는 걸로.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회식입니다.”
“예.”
다들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한얼 부장은 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수고하고, 저녁에 봅시다. 회의 끝!”
부장이 나가자마자, 정훈은 기가 빠져 의자에 축 늘어졌다.
“으아.”
“아, 무슨 MT야?”
한준호 대리가 불만을 토로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현우 사원이 다가와 한 대리를 위로했다.
“대리님, 힘내세요. 가서 저희끼리라도 재밌게 놀면 되죠.”
“그게 힘드니까 이러지.”
과장급 이상의 직원이 나가고 정훈도 회의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회식이네요.”
“그러게. 여자 친구랑 남산 가기로 했는데 또 미뤄야겠다.”
“아, 저는 휴대폰 게임 해야 되는데…. 아, 그나저나 팀장님이랑 최 대리님, 기용 씨는 왜 안 들어온 거예요?”
“모르겠다. 내가 마지막에 사무실 나올 때는 엄청 심각한 표정이던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정도면 큰 문제 아니에요?”
“그런 것 같은데, 부장님이 저렇게 즐거워하시는 거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사무실로 돌아가자, 조승훈 팀장이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덕분에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오던 직원들도 입을 닫았다.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승훈 팀장은 전화를 끊고 기나긴 한숨을 푹 쉬었다. 조 팀장이 저 정도로 암울해하는 걸 보면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사무실을 나갔다. 최 대리와 진기용 사원 둘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도 없이 붙어 앉아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다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잠시 후, 화장실에 다녀온 밉상 박상현 과장은 눈치 없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둘에게 물었다.
“최 대리, 무슨 일이야?”
“예?”
“분위기 심각한데, 무슨 일이길래 이래?”
제 딴에는 조용히 묻는다고 말한 것 같았지만,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 전체의 귀에 들릴 정도였다.
상사의 물음에 최 대리는 어쩔 수 없이 사건을 설명했다.
『튜토리얼이 제일 쉬웠어요』라는 작품이 있다. 『재벌집 막내 손자』 작품이 등장하기 전까지 문스토피아에서 1위를 굳건히 지키던 엄청난 판타지 소설인데, 이 작가가 담당자인 최원석 대리가 몇 번 교정에서 실수를 하자, 해당 작가는 담당자 교체를 요구했다.
그래서 담당자는 진기용 사원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원래 이 작품은 히든라인이라는 플랫폼에서 한 달간 독점으로 전자책 판매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수인계 과정에서 최 대리의 실수로 해당 사실을 진기용 사원에게 전달하지 못했고, 진기용 사원은 당연히 4대 대기업 중 하나인 초콜릿페이지에 독점으로 전자책 출판을 한 것이다.
초콜릿페이지와 앙숙에 가깝던 히든라인은 노발대발하며 앞으로 푸른 하늘 출판사 작품에 이벤트는 일절 넣어 주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바람에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4대 대기업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무관의 제왕이라 불리며 전자책 플랫폼이면서 연재처를 함께 운영하는 히든라인이기에 푸른 하늘 출판사도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로 뛰고 있었다.
“쯧쯧, 잘 좀 하지!”
박 과장은 정말 얄밉게 최 대리를 탓하며 혀를 차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꼴불견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최 대리와 진기용의 잘못이 너무 큰 바람에 아무도 실드를 쳐 줄 수 없었다.
워낙 중대한 문제라서 회의에 참석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 걸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밝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갔던 부장의 호통 소리가 정훈이 있는 사무실까지 들려왔다. 언뜻 들린 말로는 욕설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았다.
띠리링.
사무실 내선 전화기의 벨 소리에 혜리가 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예. 임혜리입….”
-두 놈 들어오라고 해!
전화기 너머로 호통하는 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부장실에서 이곳까지 들리는 게, 굳이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최 대리와 진기용은 울상을 지으며 쭈뼛쭈뼛 부장실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집어 던지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화나서 씩씩거리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한 성깔 하는 장 부장이 제대로 폭발했다.
한참 뒤에야 조승훈 팀장과 둘은 넋이 나간 채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곧바로 둘은 시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조승훈 팀장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띠리링.
한준호 대리의 내선 전화기가 울렸다. 그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 잡았다가 한 번 미끄러져 놓친 다음에 다시 붙잡았다.
“네. 한준호 대리입니다.”
-김 대리랑 같이 들어와.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무슨 불똥이 자신에게 튀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별수 있나. 가서 그냥 깨지고 오는 수밖에.
“정훈 씨, 부장님이 같이 들어 오라시네.”
“저도요?”
한 대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둘은 빠릿빠릿하게 부장실로 이동했다. 노크 후 조심스레 들어간 부장실에서 장한얼 부장은 한 손으로 이마를 붙잡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앉게.”
부장은 깊은 한숨을 내뱉고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알고 있지?”
박 과장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예. 알고 있습니다.”
“한 대리, 김 대리, 자네들이 회사 주축인 건 알고 있지?”
“예.”
“자네들이 히든라인이랑 일도 많이 했고.”
“맞습니다.”
“오늘 저녁에 나랑 같이 가 줘야겠네.”
“물론입니다.”
“고맙네. 근데 우리 쪽에서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나도 최대한 생각해 볼 테니 머리 좀 싸매 줘. 최 대리나 진 사원은 꼴도 보기 싫고, 다른 사원 중에서 둘이 제일 믿을 만해서 부탁하는 거야.”
“감사합니다.”
“점심 먹고 출발하지. 자리가 길어질 테니까 퇴근 준비해서 나오고.”
“예.”
“가 봐.”
준호와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장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부장실에서 나왔다.
“하아.”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도 이렇다 할 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선에서 해결해야 했다.
자리에 돌아오자, 혜리에게서 칼 같은 속도로 메신저가 날아왔다.
[왜 부르신 거예요?]메신저로 설명하기도 애매하기에 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로 향했다. 한 대리는 이미 휴게실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셋이 함께 휴게실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정적만 흘렀다.
“어떡하시려고요?”
먼저 정적을 깬 건 혜리였다.
“그걸 알면 이렇게 답답하지 않겠지.”
“하아. 내가 생각해도 답이 없다. 아까 네가 들어가기 전부터 나라면 어떡할까 생각했는데, 아예 머릿속이 백지야. 아무것도 모르겠어.”
“저도요.”
히든라인에서 이벤트를 주지 않게 되면 최 대리와 진기용뿐만이 아니라, 푸른 하늘 출판사 소속 작가와 편집자 모두에게 문제다.
“회식은 취소되겠네.”
“네. 그나마 좋은 소식.”
“그래 봤자 며칠 뒤에 할걸요.”
“MT는 취소 안 될 듯.”
“맞아요.”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지만, 정훈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최 대리님이랑 팀장님은 같이 안 가요?”
“팀장님이랑 최 대리님, 진기용 씨는 작가한테 사과하고 양해 구하러 갔어. 아마 작품 집필 외에 모든 걸 출판사에 맡기는 스타일이라 다른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더라.”
“그나마 다행이죠. 그나저나 백 차장님은 이 타이밍을 어떻게 아시고 연차를 쓰셨나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한 대리님이랑 김 대리님만 고생하시게 생겼네요.”
“별수 없지. 우리 회사 사람인데. 가서 일들 하자.”
한 대리가 일어나 둘을 토닥이며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김 대리는 나머지 둘을 보내고 산기영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푸른 하늘 출판사의 3명은 3시간의 기다림 끝에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시 30분에 간다고 이야기를 해 뒀지만, 어찌나 뿔이 많이 났는지 바쁘다며 들여보내 주지 않다가 4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도 없이 15분이나 더 기다리고 난 후에야 2명의 직원이 들어왔다.
김명훈이라는 편집팀 팀장과 ‘김라라’라는 마케팅 담당자였다. 이곳에서는 팀장이 편집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진다. 말이 편집팀 팀장이지, 마케팅도 김명훈이 좌지우지한다고 보면 되는 수준이었다.
자주 히든라인과 일을 했던 한 대리와 김 대리는 둘의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장 부장은 첫 만남이기에 더욱 긴장을 한 상태였다.
“안녕하십니까.”
을의 입장이 된 푸른 하늘 출판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도 장 부장이 나이가 있기에 둘은 인사를 받아 주는 척만 하며 자리에 앉았다.
“좀 바빠서 늦었네요.”
“아이, 괜찮습니다.”
한 대리가 서글서글하게 말하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저희 측에서 100% 잘못한 일입니다. 그래서 직접 만나 뵙고 사과드리려고 부장님도 함께 오셨고요.”
“장한얼입니다.”
“네.”
어차피 악수는 받아 주지 않을 것 같기에 장한얼은 회사에서 가져온 음료수와 홍삼 박스를 손수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이런 것 주시면 안 되는데.”
“아, 다른 의미가 있어서 드리는 게 아니라 그냥 드리는 겁니다. 받아 주십시오.”
“예, 뭐.”
선물을 완강하게 거부하지 않는 걸 보면 아예 돌파구가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한 대리가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저희가 다음 작품들은 정말 잘나가는 작품들로 골라서 드리겠습니다. 이번 작품인 『튜토리얼이 제일 쉬웠어요』보다 더 좋은 작품들로 드리겠습니다.”
“됐어요. 그놈의 구두 약속. 이젠 지겹습니다. 튜토리얼, 그 작품도 그랬다가 넘어갔잖습니까?”
“원래 드리려고 했는데 저희 측에서 실수가 있어서….”
“됐습니다. 그쪽 변명이나 들으려고 회의실까지 모신 게 아닙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저희가 엄선해서….”
“하아. 이번에 저희가 준비해 놓은 게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김명훈 팀장이 김라라를 보며 턱짓을 하자, 그녀는 바로 준비한 듯한 이야기를 좔좔좔 쏟아 냈다.
“당장 다음 주에 화제의 선공개 작품, 요즘 뜨는 대박 작품, 히든라인의 깜짝 쿠폰, 더블 무료 이벤트까지 몰아 드리려고 준비해 뒀는데 모두 펑크가 났어요. 지금 당장 들어올 수 있는 작품도 없고요.”
“죄송합니다.”
장 부장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띠리리링.
그때, 갑자기 정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