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45)
045 저주의 팔갑옷
“헬가아아아아아아!”
시뻘겋게 눈이 충혈된 채 한스가 달려온다.
얼굴 표정만으로 우열을 가린다면 나는 저놈에게 백 번 졌다.
그만큼 얼굴에서 풍기는 박력이 장난 아니었다.
궤멸당한 추적대 생존자라는 말에서 짐작은 했지만, 역시 어머니에게 원한이 큰 모양이다.
내 생각에 이번만큼은 어머니한테 원한 품을 이유가 없다 싶은데.
누군가한테 칼을 들이댈 때는 자기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게다가 1 대 다수였다.
원망을 하려면 어머니 쪽에서 해야지.
‘그나저나, 저놈 정말로 몸은 좋다.’
한스는 길드 직원에게 들은 것보다 크고 건장했다.
나와 비교하면 조금 작을지 몰라도, 어머니와는 비슷할 것 같다.
드러난 맨 팔뚝도 보통 사람의 허벅지를 땅땅하게 불려 놓은 것 같지만, 갑옷을 낀 쪽은 더하다.
한쪽 팔만 헐크가 된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인간의 몸이 저렇게 될 수도 있는 건가.’
팔이 짝짝이야.
게다가 들고 있는 철퇴가 엄청나다.
길이는 그리 길지 않은데, 보통 사람은 잡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을 만큼 굵었다.
저놈도 갑옷 낀 팔이 짝짝이로 크니 망정이지, 다른 손으로는 잡지 못했을 거다.
게다가 그 굵고 무거워 보이는 걸 가볍게 들고 뛴다.
괴력의 한스니 뭐니 해서 내 경우처럼 과장된 소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어쩌면 단순한 소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한스는 땅을 쿵쿵 울리며 내 근처로 달려오자, 갑옷팔을 크게 휘둘렀다.
“죽어라, 헬가아아!”
두꺼운 철퇴가 내 머리를 향해 떨어진다.
나는 재빨리 도끼에 바람을 두르며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쾅, 소리와 함께 공기가 사방으로 뻗는다.
철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바람이 움직였다.
“이놈!”
한스의 얼굴색이 대번 변했다.
하지만 내 표정도 만만치 않게 바뀌었을 거다.
맙소사.
‘내 바람을 튕겼어.’
항상 그렇듯이 나는 무기에 약간의 바람만을 둘렀다.
어릴 때야 나 자신의 힘만으로는 도끼를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바람을 다소 많이 둘렀지만, 어느 정도 큰 뒤에는 정말 소량의 바람만을 사용한다.
입술에 침 바르는 정도의 감각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바람 마법을 사용한다고 말하기에도 미심쩍을 정도의 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바람을 튕겨낸 놈은 없었다.
드래곤도 쉽게 잘라내는 바람이다.
진짜로, 설마하니 이걸 튕겨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둘 다 놀란 상태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한스였다.
전혀 예상 못 한 상황을 만났던 나와 달리, 한스는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동작에서 그런 걸 느꼈다.
한스가 철퇴를 손에서 놓으며 앞으로 쑥 갑옷팔을 뻗었다.
손가락 없는 갑옷팔이 내 목을 노리고 들어온다.
아, 이거 철퇴보다 강하다.
단순한 손이 아니야.
뭔가 다르다.
나는 어릴 때처럼 바람을 팔에 둘렀다.
순식간에 내 피부 주위로 공기가 몰려와 단단한 공기의 막을 형성했다.
바람으로 두른 손을 내밀어 놈의 갑옷팔을 잡는다.
힘을 주어 비틀자, 어깨에서 투둑 소리가 울렸다.
어깨가 뒤틀리면서 탈골한 것 같다.
“끄악!”
한스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는 어깨의 고통보다는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더 경악한 것 같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뜨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나야말로 묻고 싶다.
너, 조금 전에는 어떻게 내 바람을 튕겼어.
게다가 방금 나는 상당한 힘을 가했다.
분명 갑옷팔이 으스러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멀쩡하다.
보기에는 낡고 평범한 갑옷 조각인데 흠집 하나 나 있지 않았다.
‘갑옷팔이 이상한 건가.’
처음 도끼를 부딪쳤을 때는 철퇴 때문인가 생각했지만, 그 이후의 행동을 보면 분명 갑옷팔이다.
이놈의 갑옷팔에 뭔가 있다.
그렇다 해도 갑옷팔 이외의 몸은 평범한 것이다.
갑옷에 싸이지 않은 어깨가 탈골한 걸 보면 그렇겠지.
조금 더 힘을 모아 갑옷팔을 파괴해도 되지만, 그것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나는 자유로운 팔로 놈의 머리 꼭대기를 잡았다.
한스가 팔 한쪽을 휘둘러 나를 잡으려고 버둥거렸지만, 놈의 손은 헛되이 내 피부를 긁고 지나갈 뿐이다.
더 이상 괴력의 한스라고 불리던 사람은 없었다.
손가락 다섯 개로 놈의 머리를 움켜쥔 뒤 그대로 비튼다.
근육의 저항을 느끼고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자, 한스는 나와 부딪칠 때의 강함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쉽게 목이 돌아갔다.
등으로 얼굴이 돌아가면 이미 생명은 끝이다.
잠시 동안 허공과 내 몸을 긁던 한스의 한쪽 팔이 힘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우리 싸움을 근처 사람 몇 명이 숨죽여 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한스의 몸이 늘어지자 벼락같은 함성이 올랐다.
“괴력의 한스가 죽었다!”
“드래곤 학살자가 한스를 이겼다!”
“죽여라! 도적을 죽여라!”
와아아, 함성이 크게 일어나면서 누군가가 내 옆을 스쳐 도적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에게는 라파가 있다! 겁먹지 마라! 죽여어어어!”
늙은 장인이다.
그는 망치 두 개를 양손에 든 채 도적의 뒤통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겁먹지 마, 라고 말하지만, 지금 우리 편 중에서 겁내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내 눈앞에는 무기와는 전혀 다른 망치를 들고 사람을 덮치는 가죽 장인들과 눈이 시뻘게진 병사밖에 없으니까.
큰 천막에서 파울과 호위들이 뛰쳐나왔다.
그들도 안에서 싸웠던 모양이다.
칼에 피가 묻어 있었다.
“괴력의 한스 도적단에는 현상금이 붙어있다! 한 놈도 놓치지 마!”
무기가 허공을 날고 피가 튀는 가운데, 누군가가 외쳤다.
병사가 아니라 가죽 장인이었던 것 같다.
아마 늙은 장인.
한스와 함께 천막에서 나왔던 도적 몇 명이 나를 보고 뒷걸음질 친다.
나는 이미 죽은 게 확실한 한스의 머리를 놓았다.
이제 도망치는 것들을 잡아야지.
이변이 일어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축 늘어져 있던 한스 팔에서 갑옷이 쑥 빠졌다.
강력한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내 팔에 붙는다.
어라.
당황해서 팔을 흔들었지만 갑옷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끄트머리만 붙어있던 갑옷이 철커덕 기어올라 붙는다.
“어… 이거 뭐야.”
팔 위에 ‘ㅃ’자처럼 갑옷이 붙어있다.
내가 당황해서 다시 팔을 흔드는데, 파울이 내 앞으로 달려왔다.
“라파 씨!”
그가 멈칫하더니 내 얼굴과 팔, 팔갑옷을 번갈아 보았다.
“저, 뭐 하시는 건가요?”
파울이 묻는다.
“모,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아요.”
파울의 얼굴이 곤혹스러움이 스몄다.
그는 팔갑옷을 떼주려는 듯 팔을 내밀었다 허공에서 동작을 멈췄다.
“아… 저기….”
파울이 당황해서 말한다.
알아.
혹시라도 자신에게 달라붙을까 봐 갑자기 겁이 난 거겠지.
나도 안다.
나도 지금 굉장히 겁이 나 있으니까.
설마하니 이거 저주 아이템 같은 건 아니겠지.
갑자기 무섭다.
“어쩌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파울이 옆에 있는 호위에게 명령했다.
“자네, 라파 씨의 팔에서 저걸 떼어내게.”
호위가 침을 꿀꺽 삼킨다.
파울, 너도 나쁜 놈이구나.
자기가 싫은 걸 거부할 수 없는 부하에게 시키다니.
하지만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다.
울 것 같은 마음을 숨기면서 호위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부탁합니다. 좀 떼어주세요.”
호위가 다시 침을 삼키며 조심조심 내 팔에 손을 뻗었다.
팔갑옷을 살짝 건드린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자, 호위는 살짝 팔갑옷을 잡았다.
역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조금 마음을 놓은 듯 호위가 그걸 잡고 당긴다.
“….”
시늉만 하는 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파울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제대로 하게.”
파울의 말에 호위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이번에는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잡고 당겼다.
“….”
꿈쩍도 않는다.
아까 호위가 당겼을 때와 같다.
아마 내 힘이 강하다 보니 호위가 당겨도 아무 느낌 없었던 것 같… 그럴 리가 있나.
순간적으로 등에서 땀이 쭉쭉 흘렀다.
내 힘이 강해 누군가가 당겨도 꿈쩍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느낌조차 없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갑옷이 당겨지면 나도 느끼겠지.
한데 갑옷에서는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았다.
아무 느낌 없었어.
설마 팔이 마비된 건가 싶어, 나는 팔을 호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내 손을 직접 좀 당겨주세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호위도 알았던 모양이다.
가타부타 말없이 내 손을 잡고 쭉 당겼다.
하아아아아아아, 다행이다.
“괜찮아요. 됐습니다. 감촉도 느낌도 있네요.”
이번에는 해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지 파울도 갑옷을 당겨보았다.
역시 내 팔에서 떨어지지 않고 당겼다는 느낌도 없다.
팔을 붕붕 움직여도 큰 이상은 없었다.
평소처럼 잘 움직인다.
다만 갑옷이 붙어있을 뿐이다.
도적단과의 칼부림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말을 타고 도망친다! 잡아라!”
멀리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몸 움직이는 데는 별 무리 없으니 일단 도적부터 잡을까.
게다가 누군가한테 이 갑옷에 관해 물어본다고 하면 역시 도적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아까 천막에서 한스와 나왔던 도적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놈들이 한스의 측근인 것 같으니 뭔가 알겠지.
아주 조금 후회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스를 죽이지 않는 건데.
잡아서 생포해 넘길 걸 그랬다.
눈에 보이는 도적들은 도끼로 찍어 죽이면서 외곽으로 나가자 몇 놈이 말을 타고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중 한 놈이 아까 천막에서 한스 뒤에 나왔던 도적이었다.
몸에 바람을 둘러 속도를 높인다.
한달음에 달려가 놈의 옆에 도착하자, 나는 몸을 옆으로 비틀며 도적의 얼굴을 후려쳤다.
너무 강하지 않게 살짝.
도적의 몸이 붕 떠올라 바닥에 떨어졌다.
말은 달리던 기세 그대로, 아무도 태우지 않은 채 혼자 달려가 버렸다.
“어….”
나는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널브러진 도적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이 피투성이다.
죽었네.
숨이 붙었는지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목이 꺾어져 뼈가 튀어나와 있으니 확실하게 죽었다.
나는 도적을 쳤던 팔을 내려다보았다.
갑옷이 붙어있는 팔은 여전히 내 것인데, 아무래도 평소의 나와는 다른 것 같다.
“큰일 났다.”
아무래도 몇 단계 정도 파워업해버린 모양이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멀리 도망쳐 점처럼 보이는 도적의 뒤를 죽어라 쫓는다.
내 평생 이렇게 열심히 달려본 건 처음인 것 같다.
그야말로 바람처럼 달려가, 나는 도적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이번에는 갑옷이 붙지 않은 왼손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오른손보다는 익숙지 않아 도적은 거칠게 당겨져 바닥을 굴렀지만, 나도 모르게 죽이는 건 면했다.
살아있었다.
갑옷은 붙어있는 팔에만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
‘진짜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도적에게 다가갔다.
도적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
눈물을 쭉쭉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도적 앞에 팔을 내밀었다.
“이 갑옷은 뭐야.”
“으으으… 헤… 헬가….”
나를 보자 도적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며 머리를 흔들었다.
“…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이 남자도 나를 어머니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추적대의 생존자인가.
나는 다시 물었다.
“대답해. 이 갑옷은 뭐야. 어디서 났어?”
남자는 눈을 깜박거리더니 눈물 콧물로 얼룩진 채 입을 열었다.
“… 그, 그건… 무덤에서….”
“무덤?”
“… 네… 네… 무덤에서 발견했다고 들었습니다….”
“누구의 무덤인데?”
“몰라요. 원래 주인은 한스가 죽여버렸어요.”
도적단이 된 뒤 우연히 옛 동료를 만났다고 한다.
팔을 다치는 바람에 용병을 그만둔 사람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이 갑옷 덕분이라고 자랑했단다.
낡은 무덤에서 발견한 갑옷을 끼자 꿈쩍도 하지 않던 팔이 움직이게 됐다고.
게다가 그 남자는 힘이 장사가 되어 있었다.
한스는 그에게 술을 잔뜩 먹인 뒤 취해 잠이 들자 죽이고 이 갑옷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이 갑옷은 어떻게 하면 벗을 수 있지?”
내 말에 도적은 머리를 붕붕 저었다.
“모, 모릅니다. 한스는 한 번도 갑옷을 몸에서 떼지 않았어요.”
“….”
아무래도 이건 벗을 수 없는 모양이다.
무덤에서 발견해, 주인은 두 명 다 비명횡사, 거기에 나는 힘이 너무 세서 곤란해 죽겠는데 더 강해졌다.
아무래도 진짜 저주의 아이템인 것 같다.
주인의 불행을 부르는.
‘어쩌지.’
진짜로 큰일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