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56)
056 리라의 혼담
식인 개미로 온통 난리가 났을 때, 리라는 저택 안 자신의 방에 숨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마수가 성벽 안에 들어와 있다니, 처음에는 이제야말로 자신의 진가를 보일 때라고 생각했었다.
불마법으로 모두 태워버리겠다고.
그래서 시종의 만류를 뿌리치고 저택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멀리에서 식인개미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는….
그 당시의 두려움과 수치가 몰려와, 리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거대한 마수가 사람을 물어 던지는 모습을 보자, 그 자리에서 허리가 빠졌다.
시종이 그녀를 일으켰을 때 바닥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소변으로 웅덩이가 되어 있었다.
시종은 눈치채지 못한 척했지만 몰랐을 리가 없다.
그 이후 리라는 쭉 저택의 자기 방에 틀어박힌 채다.
드래곤 토벌에 따라갔을 당시는 그녀가 보았을 때 이미 드래곤은 모두 죽은 뒤였다.
그래서 마수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몰랐다.
드래곤이 제일 강하다고 들었으니 식인개미 따위는 우습게 생각했는데.
‘어쩌지.’
단순히 무서웠던 것뿐이 아니다.
자신이 매우 특별한 인간이라는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마법사는 매우 귀한 존재다.
어린 시절 그녀의 가정교사로 붙은 여성 마법사가 그렇게 말했다.
어떤 가문에서도 마법사의 핏줄은 기뻐하며 소중히 받는다고.
우리나라의 왕족은 마법사 혈통이다.
왕족의 혈통이 이어진 공작가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라 최대의 가문 둘이 최강의 마법사 혈통인 거다.
그 때문에 마법과 관련 없는 일반 가문에서조차 마법사 혈통은 보석처럼 가문을 장식하는 귀한 액세서리라고 한다.
하지만 마법사 소질을 가진 사람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강력한 마법사는 더욱 희귀해지고,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중위 마법사조차 지금은 드물다.
그러니 약간의 소질을 가진 마법사라도 마법사 가문에게는 매우 귀한 거라고, 겨우 석 달 남짓 그녀를 가르쳤던 여성 마법사가 말했다.
[그래서 나도 마법사 가문과 혼인할 수 있었죠.]그렇게 말하며 웃는 교사의 표정은 어린 리라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하지만.’
그날 리라는 보았다.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매우 아름다운 여자가 물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있었다.
자신은 겨우 불을 일으켜 근처로 움직이는 게 고작인데, 평민 따위가.
질투에 이어 머리를 친 것은 의심이다.
어쩌면 어릴 적 들었던 말이 잘못된 건 아닐까.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한 말이 정말인 것은 아닌가.
정말로 고위 마법사 가문에서는 리라 따위 눈에도 차지 않아 하는 건.
자신의 성격이 사교계에서 소문 거리가 된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마법사 피를 가진 자신의 가치는 일반 귀족 여성과 다르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나이가 몇 살 많아진 것으로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아버지가 권하는 혼처의 수준은 어느새 낮아져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떨어진 마법사 가문과 혼담이 오갔지만, 지금은 일반 가문과의 이야기밖에 오지 않는다.
오라버니는 몇 번이나 너의 가치는 높지 않다, 이대로 가면 몇 년 뒤에는 흠집 있는 곳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얌전히 있으라고 위협하는 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이라면.
‘어, 어쩌지.’
이제라도 아버지가 권하는 집안에 시집가는 것이 나을까.
하지만 지금 혼인할 만한 상대는 예전 혼담의 남자들보다 질이 떨어졌다.
같은 작위라 해도 격식이 떨어지는 집안이거나, 마법사가 아닌 일반 귀족 가문이거나, 어쨌든 이전보다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정도 낮아졌다.
그런 사람과 혼인하면 사교계의 비웃음을 한 몸에 받을 게 뻔하다.
게다가 이전에 혼담이 오가던 상대는 대부분 이미 다른 여성과 혼인했다.
연회에 나가면 다른 여자와 부부가 된 이전 혼담 상대들을 보게 된다.
한참 떨어진 남자와 결혼한 자신을 본다면, 그들은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쉽게 수긍해주지 않았다.
리라가 한숨만 푹푹 쉬는데, 시종이 왔다.
“아가씨, 백작님이 부르십니다.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니 지금 응접실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알았어.”
리라는 침을 삼켰다.
아버지가 그녀를 응접실로 부르는 경우는 대부분 혼담 이야기다.
‘이번엔… 이번엔 다소 떨어지는 가문이라도 거절하지 말아야지.’
물을 조종하던 마법사의 모습을 떠올리고, 리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굴욕적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이제 적당히 타협하는 수밖에.
불쾌해지는 마음을 가라앉힌 뒤 리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가 기다리는 응접실에 도착하자, 안에 있던 시종까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무슨 일일까.
왠지 아버지의 표정이 엄하다.
‘이번에도 내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셔서 저러는 건가.’
리라는 작게 한숨 쉬었다.
자신이 매번 너무 떼쓰고 난감하게 굴었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아버지가 권하는 대로 시집가야 한다고 알고 있다.
리라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조금 낮췄다.
“아버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
아버지는 무거운 표정으로 그녀를 잠시 보다 입을 열었다.
“너의 상대를 결정했다.”
“… 예.”
어느 가문일까.
지난번에는 아슬아슬하게 백작위의 아들이었다.
이번에는 어쩌면 남작이나 기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아버지의 말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직 상대의 허락을 얻은 게 아니다.”
“….”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다.
상대의 허락도 없이 무슨 혼담일까.
리라가 무심코 고개를 들자, 아버지의 얼굴이 조금 더 험해졌다.
반론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번만큼은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네가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
“아버님…?”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부르자, 굳은 얼굴로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라파라고, 이 도시를 구한 영웅의 이야기는 듣고 있을 것이다. 너는 그 사람에게 보낸다.”
“네?”
너무 기막힌 이야기에 입이 벌어졌다.
라파라고 하면, 그 야만인 아닌가.
가문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한데 뭐라고? 그 남자한테 보내? 그것도 자신이 마음을 끌어, 유혹해야 한다고?
“아, 아버님, 그게 무슨….”
리라가 한 발 앞으로 나가자, 아버지가 무서운 얼굴로 쏘아보았다.
“만일 네가 이번에도 싫다고 거절하면 이 가문에서 축출한다.”
축출이라고 하면, 절연한다는 뜻이다.
후처나 수도원에 보내는 것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내쫓는다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리라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식인개미를 퇴치한 직후 도시는 큰 환호성에 휩싸여 있었다.
사람들은 살아남은 것을 기뻐했다.
마수의 습격을 성벽 내부에 받은 것치고는 파괴된 건물도 그리 많지 않았다.
내 활약도 물론 있었지만, 병사와 모험가 그리고 평민이 모두 힘을 합해 지상에 올라온 개미를 막은 덕분이다.
도시는 약간의 상처를 입었지만 건재했고, 원래라면 죽었을 수많은 사람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죽은 자도 한두 명에 그치지는 않았다.
기적처럼 많은 수의 사람이 살아남았지만, 죽은 이도 많다.
가쁨으로 들뜨는 도시 일부는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 슬픔에 가라앉았다.
도시 밖 평민 묘지에 수없이 많은 구덩이가 생기고 구멍마다 사람이 들어가 묻혔다.
사망자를 묻고 나면 그 뒤에는 산 사람의 시간이 이어진다.
죽은 사람한테는 더 이상 필요 없어도 육신이 숨 쉬는 자에게는 먹을 것과 잘 곳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건물을 수리하고 잔해를 치웠다.
무너진 건물은 여기저기에 많지만 그중 가장 큰 곳이 내가 마지막에 뚫은 분화구다.
그 자리는 굉장히 번화한 곳이었기 때문에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집과 일터를 잃었다.
미안해요.
설마 그렇게 크게 구멍이 날 줄은 몰랐다.
반 이하, 솔직히 1/10 정도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힘을 사용하는 일은 항상 가감이 어렵다.
혹시 변상하라고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식인개미를 퇴치한 공과 건물 부순 것의 저울질에서 압도적으로 전자가 우세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반대였다면 배상해야 했어, 분명히.
옆에서 걷던 타티아나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잔해를 치우던 중 시체가 나온 모양이다.
허름한 옷을 입은 여자가 울부짖으며 달려들고 있었다.
한 사람이 울면 가족을 잃은 누군가가 다시 눈물짓는다.
여자 근처에 있던 몇 명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시체가 바닥에 놓이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던 타티아나가 문득 중얼거렸다.
“스승님이었다면….”
어깨가 조금 내려간다.
“이 도시에 온 게 스승님이었으면 식인개미한테 습격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
“스승님은 처음에 굴을 발견하자마자 알았을 거예요. 어쩌면 이 도시에 발 디뎠을 때 곧바로 아셨겠죠. 그래, 분명히 그러셨을 거예요. 그리고 대책을 세우셨을 테죠. 개미가 도시를 습격하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말한 타티아나의 어깨가 더욱 늘어졌다.
“… 나도 그 숲에 갔을 때 안 좋은 게 있다는 건 알았는데, 어째서 이 도시에 왔을 때는 몰랐을까요. 스승님이었으면 알아차리셨을 텐데.”
그렇군.
타티아나는 일이 모두 끝난 이후 상당히 우울해했다.
나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
사람이 죽고 먹히고, 그런 걸 처음 겪으면 누구나 힘들다.
지식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보고 느끼는 건 전혀 다르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도와줄 문제가 아니다.
결국엔 혼자 극복하고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랐던 모양이다.
타티아나는 스승이라면 구할 수 있는 사람을 자신이라서 죽게 했다고 자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충격이 그런 쪽으로 나타난 걸 수도 있다.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며 능숙한 척하지만, 사람의 접촉 없이 자라온 그녀는 감정 처리에 능숙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나이가 많은 마녀라고 생각했을 때는 깨닫지 못했어도, 실제 나이를 알고 보면 그녀가 여기저기에서 매우 어설프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녀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너는 잘했어. 네 스승님이 대단한 건 사실이겠지만 너보다 더 잘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고마워요.”
타티아나가 힘없이 웃었다.
내 말이 가슴에 스며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쩌면 위로하기 위한 빈말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한 말인데, 흠.’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
타티아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스승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이 넓은 도시 밑, 그보다 더 넓게 퍼져 있는 개미굴을 억제할 방법은 없다.
너무 넓은 거야.
지하에 거대한 도시, 그것도 수십 층짜리가 생긴 느낌이었다.
내가 직접 돌아다녀 봐서 알지만, 개미굴은 정말로 복잡하고 넓다.
지금은 개미구멍을 병사들이 모두 지키고 있어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영주 명령으로 조사단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훗날 어딘가에 쓰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비상시의 탈출구라든가 은밀하게 곡식이나 귀중품을 숨기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단단한 문을 여기저기에 설치하고 통로를 조금만 손보면 그런 용도로는 완벽할 거다.
나라면 분명히 그렇게 해.
아무튼 요지는 그만큼 넓은 곳에서 우글대는 식인개미를 죽이거나 도망치게 할 방법은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녀의 스승이 정말로 대단한 마녀라 해도.
내가 그렇게 설명하자 타티아나가 입술을 곤두세웠다.
“우리 스승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거든요. 내가 숲에서 사는 동안 한 번도 마수가 집 근처로 온 적이 없어요. 코앞에서 만나도 쉽게 물리치셨구. 분명 뭔가 대책을 생각해 내셨을 거예요.”
약간 삐친 것 같다.
“하지만 네가 살던 오두막이 아무리 커봐야 이 도시만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냐. 지하에 뭔가 있었던 것도 아닐 테고. 그 정도의 범위라면 둘러싸고 뭔가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내 말에, 타티아나는 자기 스승이 얼마나 대단한 마녀인지 길게 길게 열의를 다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스승님은 어쩌구저쩌구.
솔직히 믿을 수 없네.
그녀가 말하는 대로라면 영화나 만화 속 전설의 대마녀다.
그런 인간이 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가만히 들어보면 그녀가 실제로 보고 겪은 게 아니라, 아이가 잠자기 전에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모두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 거야.
동화나 아동용 문학 전집 같은 거.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타티아나가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가 현실과 섞여 굳어진 게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종종 현실과 공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현혹의 도르테니 뭐니 할 정도로 타인의 생각에 간섭하는 성질의 마녀다.
스승한테 그럴 의도는 없었을지 몰라도, 그녀의 이야기는 어린 타티아나의 정신을 파고든 게 아닐까.
사람 많은 곳에서 살았다면 공상이 공상으로 끝났을 테지만, 타티아나 주변에는 마녀와 이야기를 꾸며내 들려주는 음유시인밖에 없었다.
그래, 나라도 현실과 공상이 구분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착각한다.
전생도, 사회 경험도 전혀 없는 어린 아이라면 그게 현실이라고 믿었을 거야.
아무도 없는 숲, 어린 여자애가 늙은 마녀의 이야기에 황홀한 공상을 하는 모습이 떠올라 왠지 조금 불쌍해졌다.
타티아나도, 그녀의 스승도.
열변을 토하는 동안 기분이 조금 맑아진 모양이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가빠진 숨을 멈추고 어깨를 으쓱했다.
“뭐, 나는 스승님이 아니니까 그만큼 대단한 일은 하나도 못 하지만요. 하지만 그건 다른 마녀도 같아요. 우리 스승님만큼 대단한 마녀는 이 세상에 없죠.”
“그래, 그래.”
내가 가볍게 말하며 웃자, 타티아나는 정색하고 입을 열었다.
“진짜예요. 우리 스승님은.”
말하던 그녀의 입이 닫혔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영주님의 아들 파울이 걸어오고 있었다.
타티아나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샜다.
파울은 식인개미의 습격 이후 나와 타티아나를 찾아오는 일이 늘어났다.
“저 사람 불편하네.”
타티아나가 작게 중얼거린다.
나도 그렇다.
하아.
처음 거절한 이후로는 다시 초대하지 않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 같다.
도시의 위기를 구한 우리한테 감사하고 싶다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게 눈에 보였다.
제발 그만해 줘.
어머니 일이 있는데 귀족이랑 관계되다니, 생각만 해도 무섭다.
잘못해서 어머니가 죽인 여자의 가문 사람과 맞닥뜨리기라도 해봐.
그날로 모두 죽이고 마의숲행이 된다.
기왕 이 세상에 나왔는데 좋은 건 하나도 즐기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진짜 그런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 갑자기 오한이 났다.
이 도시를 뜰까도 생각했지만, 모처럼 사람들과 친해져 받아들여졌는데 이 과정을 다른 곳에서 또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귀찮아졌다.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날 보고 괴물 취급할 때마다 나도 상처받는다.
가슴 한구석이 조금 아픈 거야.
어머니는 여자니까 더 마음 아팠겠지 생각하면 더 우울하고.
‘하아.’
내 얼굴을 보고 헬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제법 있을 테고 분명 파울도 그중 한 명일 거다.
그런데 왜 자꾸만 다가오는 거야.
너나 네 가문은 나한테 다가올수록 다른 곳과 적대 관계에 설 확률이 높아진다.
귀족으로서 그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게 아닐까.
알고 있지?
귀족인데 설마 내가 아는 걸 모를 리 없겠지?
한데 왜 자꾸 다가와.
속으로 한숨을 백만 번 정도 흘리는데 파울이 내 앞에 와 섰다.
“안녕하세요, 라파 씨, 그리고 타티아나 양.”
파울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