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22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21화
“도, 도대체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카이란 회원님의 손상된 근육이 회복됩니다. 73%]“거, 걱정하지 마라! 손상된 근육이 회복되는 과정이다!”
“아니, 목소리 떨리고 있거든…… 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어버린 이 돌발 사태에, 로헨도 당황했다.
‘뭐지, 뭐야? 아니 난 그냥 단백질 보충제를 만들었을 뿐인데, 얘 왜 이러는 거니? 어? 나 뭔가 이상한 거 만들었나?’
“어라……?”
그러다 카이란의 온몸에서 일어나던 근육경련이 일순 잠잠해졌다.
카이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더니, 침대에서 일어섰다.
“오, 오오?”
탓! 탓!
그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어 본다. 몸이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
“신기하군요. 몸이 아주 멀쩡합니다.”
“흠?”
“조금 전까지 온몸에 있던 근육통과 뻐근함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카이란은 자신의 몸을 매만져보더니, 헉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근육이 아무래도 약간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젠 자기 몸을 만져보는 거로 그걸 알아차리는 거야?”
“저희 솔직해지죠. 세일럼도 그 정도는 이제 알 수 있지 않나요?”
“…….”
세일럼은 침묵하며 고개를 돌렸다.
“흐음…….”
[카이란 회원님의 근손상이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카이란 회원님의 근육량이 2% 증가하였습니다]“허어.”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효과다.
유산소라서 근손상이 아주 심한 건 아니었다지만.
이토록 즉각적으로 회복되다니.
‘나, 대체 뭘 만든 거지…….’
내가 만들어 놓은 것에 내가 두려움을 느끼다니,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또다시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냈군요, 로헨!”
“아, 음, 뭐, 그, 그렇지! 음!”
“허세 부리는 거 다 보이거든……요.”
젠장 어쩔 수 없잖아, 그렇다고 내가 만든 걸 ‘나도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겟슴다.’라고 말하면 불안해 할 거면서!
“……이게 네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마르두크라는 신의 기적일지도 모르겠군.”
“네?”
내 입에서 신의 기적이란 단어가 나온 것에 어지간히 놀랐는지 카이란이 뒤집어진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마르두크란 신은 나나 너의 생각보다 더, 근육과 친한 신일 지도 모르겠군.”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이란은 자신의 몸에 충만한 신성력을 느끼며 내 말에 수긍했다.
“신에 대해서 새로운 깨달음을 고찰하는 것도 좋지만.”
퍼억!
“우왓.”
“얼른 옷이나 입어. 벗은 남자 몸 보는 건 숭해.”
뚱한 표정으로 세일럼이 상탈한 카이란을 향해 새 사제복을 집어던졌다.
*
“수도원장님.”
“끄으윽…… 카이란…….”
완전히 회복한 카이란과 함께 우리는 캠벨 수도원장을 찾았다.
당연하지만 전에 없이 몸을 혹사시킨 여파로 수도원장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
“제가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고 했잖습니까.”
“끄응…….”
카이란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를 위로했고, 캠벨은 할 말이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래도…… 마르두크께선 나보다 자네를 선택하신 모양이로군…….”
“선택하시다니요. 주께선 모두를 평등하게 사랑하십니다. 저는 그저, 그분의 뜻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 깨달음을 얻었단 사실 자체가 마르두크님께 사랑받는다는 증거일세…… 끄윽…….”
“괜찮으십니까?”
“괜찮을 리가 없다. 운동이라곤 하지 않은 그런 연약한 몸으로 무리했으니 말이다.”
“오크…….”
“로헨이다. 이름 정돈 좀 똑바로 불러줬으면 좋겠군.”
“끄응…….”
레이시스트는 초장에 확실하게 잡아놔야지.
“이것도…… 마르두크께서 내게 내리신 시련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 근력 운동을 하고 근손상을 입고, 그 고통을 견뎌내며 성장하는 것 모두 시련과 극복의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캠벨에게도 단백질 쉐이크가 담겨있는, 나무 컵을 건네주었다.
“그렇다고 미련하게 고통을 빨리 멈출 방법이 있음에도 그걸 쓰지 않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뭐, 뭐……?”
“마셔라. 운명을 손에 넣어라.”
“뭐, 뭐라고? 그건 대체…… 뭐냐! 끄윽!”
순간 몸을 움찔했다 온 몸의 근육통에 캠벨이 신음했다.
“자, 지금도 고통스럽지 않나. 그 고통을 줄이고 근육을 회복해서 너희들의 신의 눈에 좋게 될 운명을 손에 쥐는 거다!”
“뭐냐 그게! 마치 혹세무민 하는 이교도의 유혹하는 것 같은 그런 말은!”
“굳이 말하자면, 근육의 유혹이란 것이다!”
“다, 다가오지 말게! 대체 뭔가 그 안에 든 하얗고 끈적끈적한 액체는! 도, 도와주게 카이란!”
“자아, 수도원장님. 마르두크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카이란 자네 정말! 으아아! 내게 다가오지 말란 말이다앗! 끄억! 모, 몸이…….”
캠벨 수도원장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지만, 근육통에 시달리는 몸을 움찔거리는 게 고작이었다.
“자아, 마셔라 회원님!”
“회원님은 또 뭐냐! 그만둬라 이 오크-크헙! 꿀꺽-.”
억지로 단백질 쉐이크를 마시게 된 캠벨은 못 먹을 걸 먹었단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말이다.
“……응?”
꿀꺽! 꿀꺽!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었는지, 계속해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 우우웃! 우오오옷?!”
꿈틀! 꿈틀꿈틀꿈틀!!
카이란과 똑같이 온몸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끄악! 뭐야 이 아픔은! 아악! 마르두크시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아!!”
물론 그만큼 휘몰아치는 근육통에 고통스러워했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뭐, 뭐지…… 갑자기,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그런데다 그동안 온 몸을 고통스럽게 했던 각종 근육통, 오십견, 허리통증 등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몸이 왜 이렇게 가볍지?”
캠벨은 자리에서 일어나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거운 다리는 가볍고, 욱신거리던 관절은 오히려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다…… 어찌, 어찌 이런 세상이 있을 수가…….”
“그것이 마르두크님의 은총입니다.”
카이란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이 우리에게 내려준 진정한 육체. 맑아진 정신. 마르두크님을 더 잘 섬길수 있는 육체인 겁니다.”
“카이란, 너는…… 이런 경험을 했던 거로군.”
그제야 캠벨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는 듯,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어째서 그런 일들을 해 왔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캠벨 원장님……!”
“너야말로, 선지자 에페소님의 재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러더니 그는 수도복을 입었다.
“따라와라. 너에게는 에페소님에 대한 진실을 알려줘야겠구나.”
“진실……이라뇨?”
카이란은 정말 모른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오크…… 아니, 로헨이라고 했지. 자네도 함께 오게. 자네라면 진실을 알게 되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네.”
“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를 신뢰하게 되는 신호인 것 같다.
거절할 이유는 없다. 흥미롭기도 하고. 같이 가 보자.
*
나와 카이란은 캠벨의 인도에 따라 수도원 안쪽으로 나아갔다.
“이럴 수가, 이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무릎이 아프지가 않다니…….”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건가 캠벨.”
겨우 계단을 내려오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감탄하다니, 내가 근심안으로 본 것보다 더 몸이 엉망이었군.
“자아, 여기일세.”
캠벨은 수도원장만이 휴대할 수 있는 커다란 열쇠로 계단의 끝에 나타난 문의 자물쇠를 열었다.
쿠르르르!
“이곳을 여는 곳도 15년 만이로군.”
그 안은 기대보단 넓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 냄새. 그 분위기 때문에 말이다.
“이건……!”
이 퀘퀘한 먼지, 땀, 금속의 향이 뒤섞인 냄새!
마치 오래된 헬스장에 들어선 느낌이야!
“그래, 에페소 님이 남기신 성유물들이다.”
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머신이잖아!’
처음 핏빛함성 부족에 있던 어머니 로흐나의 ‘아지트’의 물건들을 봤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스쿼트랙, 벤치, 심지어 원시적인 구조나마 스미스 머신, 레그 프레스, 케이블 크로스오버, 시티드 로우, 케이블 머신까지!
“이것들은……!”
“우리로선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에페소 께서 생전 가지고 계셨던 물건들이다. 성유물이지.”
그러며 그는 문득 벽에 걸려 있는 에페소의 초상화를 보았다.
“이 자세는?”
에페소의 초상화는 마치 하늘을 찬양하듯 양손을 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마치, 양손을 들어 올려 전면 대흉근와 이두근을 선보이는 자세처럼 보였다.
“저는 처음 봅니다. 에페소 님께서, 저렇게 몸을 펼친 모습은.”
“그러네. 아마 이 한 점이, 그분의 진짜 모습을 그린 마지막 한 장일 거라 생각한다.”
‘수도복으로 가리고 있지만, 저 몸은……!’
내 근심안은 모든 근육을 볼 수 있다. 설령 그것이 붓질로 표현한 근육일지라도 말이다.
그래, 저 그림 속의 근육.
저것은 분명 고도로 발달된 대단한 근육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내 수준에 이른 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으로, 저 정도까지 단련 해내다니. 대체 얼마나 뼈를 깎는 훈련을 했던 걸까.
“저는…… 몰랐습니다. 제가 아는 에페소 님은 언제나 인자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찌하여 이런……!”
“이것을 감춘 것은 에페소님 본인의 의지셨다.”
“에페소님의 의지요?”
“그분은 자신의 육체적인 강함을 통해서 난세를 해쳐왔다. 하지만, 그 육체적인 강함과 육체를 필요 이상으로 단련하는 것이 또 다른 분쟁을 낳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봉인할 필요를 느꼈던 거지.”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에 와선 과연 그것만이 이유일지, 나로서도 다시 의문이 드는구나.”
쿵!
“……!”
갑작스런 소리에 둘이 깜짝 놀라 돌아보자, 로헨이 케이블 머신을 건드렸다 케이블이 끊어진 것을 보았다.
“……미안하다. 계속해라.”
아잇, 머쓱해라.
“아니…… 뭐, 이제 더 계속할 것도 없네. 카이란.”
“네 수도원장님.”
“너는 앞으로 우리 마르두크 교단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고 싶으냐?”
“로헨에게서 배운 신체 단련법을 모두가 익히게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창조하신 육체를 더욱 아름답고 강하게 가꿔, 그분의 은총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며 카이란은 에페소의 초상화를 보았다.
“선지자 에페소께서도, 저의 길이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길을 그만두었지.”
“그것은…….”
“우리의 운동과 같다.”
쿠웅!
다시 한 번 소리가 났다.
이번엔 로헨이, 300년 묵은 30kg 덤벨을 들었다 내려놓으면서 난 말이다.
일부러 낸 거다.
“내가 이 무게를 들 수 있을지 없을지는 들어봐야만 안다. 내가 지금의 훈련 루틴을 감당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려면 조금 더 강한 훈련을 해 봐야 알아낼 수 있다.”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둘 앞에서 나는,
불끈!
[스킬 : 포징]사이드 체스트 자세를 취해보였다.
“그러니, 일단 해 보는 거다! 그렇게 해서 변화를 확인하고,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알아내라! 해 보지 않으면, 평생 모른다! 모른 채로 쇠락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스킬 : 포징의 효과로 상대가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으음…….”
내 말을 들은 캠벨은 잠시 근심하더니,
“……우리 마르두크 교단이 정체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이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도 있을 터.”
“원장님!”
“네가 믿는 바를 행하거라. 더는 말리지 않겠다. 네가 얼마나 새로운 물결을 불러올지 기대 되는구나.”
“……네! 알겠습니다!”
카이란은 감동으로 눈이 촉촉해지며 목소리 높여 답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될 즈음.
“그러면, 기왕 카이란의 말 대로 하기로 허락해준 김에, 이거 좀 써 봐도 되나?”
“…….”
둘은 뜬금없이 300년 전의 머신들을 가리키며, 눈을 반짝이는 오크를 뚱하니 바라보았다.
“……자네는 좀 사양이란 걸 알아야 할 것 같군.”
“나에게 제일 관계없는 말을 들먹여도 말이지.”
로헨의 근육에 대한 열망은 그 훈훈함도 오래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
“그 오크들이, 수도원으로 들어갔다구요?”
“예, ‘공작부인’ …….”
얇은 비단 커튼 너머의 ‘그녀’가 한 남자의 보고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그들은 뭘 하고 있다고 하죠?”
“아직 거기가지는 모릅니다. 아무래도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오크들이 뭘 하고 있는지를 알아오세요. 바남의 안보와 관련있는 일입니다.”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남자가 떠나가고,
“……무슨 일이 있었소, 부인?”
“아뇨, 아닙니다.”
‘공작부인’의 수려한 손이 살집있는 수염난 턱을 쓸어내렸다.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시와요.”
간드러지는 그 말에, ‘공작’의 눈이 감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