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14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14화
5. 만경의 사용법(1)
“여단장님?”
나는 노크와 함께 조심스레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미는 기사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무슨 일입니까?”
차가운 나의 물음에 그는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안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요.”
속으로 뜨끔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손에 끼워진 반지들을 보여 주며 답했다.
“아티팩트의 이상 여부 확인한 것뿐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기사는 별다른 의심 없이 방문을 닫고 물러났다.
그에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아공간을 열어 한 손 검을 꺼내 들었다.
[이스트로 아밍소드]재질: 미스릴+드래곤본
기능: 오러를 증폭해 방출한다.
특수 기능: 오러 저장
출력: 3.0
설명: 루카스 대공이 기연자를 위해 제작한 포스 소드.
오러를 저장할 수 있는 기관이 심어져 있어 충전을 통해 누구나 포스를 사용할 수 있다.
단 자체 저장된 오러를 통해 포스를 방출할 경우 지속 시간은 15초 정도로 매우 짧다.
마경을 통해 장비의 상세 설명을 본 나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역시 루카스 대공…….”
예상대로 그건 뱅가드의 주공격을 담당하는 포스 소드였다.
높은 출력도 출력이지만, 배터리처럼 미리 오러를 충전만 하면 누구나가 일시적(15초)으로 뱅가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오로지 기사만이 뱅가드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오러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뱅가드의 포스 장비는 기사의 오러를 증폭하는 것인데, 이 오러는 마력과 달리 인위적인 가공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포스 장비는 기사들의 전유물이 되어 그들의 몸값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오러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다니.
기사들이 알면 기겁할 뉴스였다.
물론, 방출 시간이 15초로 턱없이 짧지만, 잘만 분배해 사용하면 10회 이상 공격이 가능할 테니, 혁명이라 해도 이상할 것 없다.
이런 거면 꼭 아르시아만을 위한 장비라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 장비에도 오러를 담아 놓으면 만약의 상황에 처했을 때 큰 힘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루카스 대공의 기술에 목을 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군.’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기존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기에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꺼려 할 것 같은 기술이기도 했다.
이어서 나는 매직 스태프와 로브를 꺼내 살폈다.
설마 이 기능이 마법사 장비에도 붙어 있는 건가 싶었는데.
[특수 기능: 오러 저장]매직스태프와 매직로브에까지 해당 기능이 달려 있었다.
“헐…….”
* * *
로렌스 자작가를 대표하여 영지군을 이끌고 크로이센 제국 방면 전선에 배치된 지 2주째.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던 일촉즉발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지루한 대치만 계속됐다.
양국의 지도부는 연일 상대를 비난하는 성명을 미디어를 통해 내보내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이와 별개로 전선은 평화롭기만 했다.
덕분에 나는 영지에 있을 때보다 더욱 편하게 게임에 몰두할 수 있었다.
[LV.140]“역시 2인 파티로는 이 속도가 한계인가.”
하지만 모든 RPG게임이 그런 것처럼 크로니클 온라인도 시간이 지날수록 레벨업 속도가 더뎌졌다.
5서클을 달성한 이후, 이제 샐러맨더의 눈물은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레벨 130 이후부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나와 아르시아는 전형적인 전사+법사 2인 파티 공략법으로 사냥을 이어갔다.
돈을 떡칠한 덕분에 일반 2인 파티보단 레벨업 속도가 빠를진 몰라도 결코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었다.
“아니, 배부른 생각인가?”
아마 1서클 향상을 위해 평생을 시달리기도 하는 마법사들이 본다면 분명 겨우 그게 힘든 거냐고 욕을 할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수고 많으셨습니다.”
레벨 140 달성 후 게임을 종료한 나는 익숙하게 아르시아가 건넨 물잔을 집어 들며 내용물을 비웠다.
“음…….”
익숙하게 빈 잔을 건네받은 아르시아는 탁자에 잔을 올려 두고는 가만히 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항상 게임 후엔 사령부를 돌며 산책을 하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완전히 몸의 일부가 된 ‘만경’을 착용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강의 아르시아 / 오러 익스퍼트]종족: 호문클루스
나이: 1
소속: 라인하츠 왕국 로렌스 영지 평민
재능: 육체능력(최상), 오러(최상), 학습력(최상), 지적능력(중), 교감능력(중), 마력(하), 정령력(하)
특성: 근접 전투, 방어능력, 자동회복
관계: 호의적 / 절대복종
상태: 기분 좋음.
만경을 통해 바라보는 모든 것의 정보가 입력된다.
처음엔 어지럽고 눈이 아파 구토감이 밀려왔지만, 내 안전을 위해 억지라도 익숙해지고자 착용을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이젠 구토감과 어지러움이 많이 가신 상태다.
물론 착용 시간이 길어지면 머리가 아프지만, 그마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상당히 무식한 방법이지만, 만경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개냐?’
산책을 시작하자 아르시아의 상태가 ‘기분 좋음’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것을 보면 호문클루스도 감정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아 개성이 약한 것뿐이지, 좋고 싫음이란 게 분명 있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없지만 만경을 통해 수시로 상태가 바뀌는 것을 보면 마냥 인조인간이라고 막대할 순 없었다.
나와 아르시아가 복도를 거닐자 시녀들이 새파랗게 질려 자리를 피했고,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와 기사들은 부동자세를 취했다.
“호위는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따라오려는 기사들을 제지하며 여단 본부를 나섰다.
컨테이너를 쌓아 만들어진 가건물이 길게 줄지어서 선 모습은 나름 웅장하지만, 지방군의 특성상 군복이 가지각색이었기에 통일감이 부족했다.
나는 진지를 누비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는데, 빼어난 외모를 가진 아르시아로 인해 많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진지 외곽으로 빠지자 장애물 없이 넓게 펼쳐진 평야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론델은 소수의 나라가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어서인지, 원래부터 지구보다 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연 지형 하나하나가 거대한 것 같다.
그래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좋네.”
참고로 이 세상은 20개 국가 중 16개 국가가 봉건제로 운영되고 있을 만큼 부조리로 가득 차있으나, 자연에 대한 마음가짐만큼은 지구의 위정자들이 귀족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장담한다.
신이 실존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연의 고마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건진 몰라도, 대도시가 끼고 있는 강물조차 1급수를 유지할 만큼, 오염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정화 마법과 관련 기술은 국가의 기본적 소양처럼 취급되고 있으며, 전쟁이 발발해 주변이 초토화되더라도 종전 후엔 마법사들과 신관이 파견되어 자연 복구에 열을 올릴 만큼 열정적이다.
이건 자연보다 발전을 우선시하는 지구의 위정자들에게 꼭 심어 주고 싶은 사상이 아닐 수 없다.
[상태: 기분이 매우 좋음]빤히 평야를 바라보는 아르시아의 상태를 살핀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어…….”
그렇게 얼마나 산책을 이어갔을까.
이제 슬슬 거처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기사로 보이는 녹색 정복 차림의 남성이 우물쭈물하며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이 진지에서 녹색의 정복은 오티스 백작가문 소속임을 뜻했다.
나는 사단장이 부르는 건가 싶어 의문을 표했다.
“괜찮으시다면 함께 한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네?”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어 만경으로 그의 상태를 살폈더니, ‘난처함’과 ‘창피함’ 등 대사와 맞지 않는 감정이 떠올랐다.
그래서 주변은 잘 둘러보니, 한참 떨어진 장소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짓궂은 웃음을 흘리는 녹색 정복 차림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 뒤에 있는 사람들이 시켰군요?”
내 물음에 체구가 크지 않은 곱상한 외모의 기사는 크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나는 어울려줄 생각이 없는지라 고개를 내저으며 무시하려 했는데.
[알렌 로페즈 / 오러 유저]종족: 인간
나이: 20
소속: 라인하츠 왕국 오티스 영지 정규기사
재능: 마력(최상), 학습력(상), 지적능력(상), 기감(중), 육체능력(하), 오러(중), 교감능력(하), 정령력(하)
특성: 빠른 연산 처리
어딘가 이상한 그의 정보에 발걸음을 멈췄다.
“왜 기사를 하는 겁니까?”
무심코 흘러나온 물음.
그에 뜻을 오해한 기사 알렌 로페즈가 얼굴을 붉혔다.
“무, 무례를 저지른 것은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런 의미로 물은 게 아닌지라 난감함을 표했다.
단지 그의 재능과 특성이 기사가 아닌 마법사를 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어서 의아해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정보를 살폈지만, 호문클루스인 아르시아를 제외하고 상급 재능이 두 개 이상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최상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보기 힘든 특성까지 붙어 있었다.
그래서 왜 재능을 썩히며 다른 기사들의 꼬봉짓을 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미안하군요.”
굳이 연관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아르시아에게 가자고 턱짓을 한 나는 다시 느긋하게 이동했다.
“마법사가 되었다면 대성했을 겁니다.”
그래도 그를 지나치며 아쉬움에 한마디 해주었더니, 로페즈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거기 기사님들, 귀찮은 짓 하지 마세요.”
참고로 막사로 들어가기 전 주제넘은 짓을 한 기사들에게 한마디 해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