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15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15화
49. 공왕은 해결사(4)
“경호원들! 뭐하나!”
리카르도가 발악하듯 경호원을 찾았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외침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빠악!
“컥!”
그에 리카르도는 의문을 표할 틈도 없이 아드리안의 주먹질에 맞고 날아가 집무실 출입문에 부딪혔다.
“미, 미친! 한 나라의 지도자란 사람이 다른 나라의 정치인을 치다니, 제정신입니까?”
뺨을 타고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
절로 욕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하, 대통령을 납치한 건 제정신이고?”
자신이 언제 이런 취급을 받아 보았겠는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아드리안의 행동은 리카르도에게 기이하게 다가왔고, 이는 분노와 더불어 ‘두려움’이란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덕분에 리카르도의 여유롭던 태도는 사라지고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다급하게 집무실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더니.
-휘이이잉!
전혀 생각지도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 이게 무슨?”
당연히 집무실을 나서면 저택 내부의 복도가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리카르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깎아지듯 아득한 높이를 자랑하는 협곡이었다.
바람이 뺨을 간질이고 습기 가득한 흙내음이 후각을 자극한다.
리카르도는 귀신에 홀린 듯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덩그러니 떠 있는 익숙한 문과 그 안으로 집무실의 실내가 보였다.
“이곳이라면 네가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관심 가져줄 사람은 없을 거야.”
이어서 아드리안이 문밖으로 발을 내딛자 집무실과 협곡을 잇던 문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잠깐만요. 공왕 전하, 우리 대화로 풀죠?”
리카르도는 이미 한 대 얻어맞은 뺨이 부은 건지 표정이 어색하게 느껴졌음에도 억지로 웃어 보이며 그렇게 제안했다.
“일단 맞아.”
그러나 아드리안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마치 오늘 나는 너를 패 죽이기 위해 방문했다는 것처럼 오로지 주먹을 휘둘러 올 뿐이었다.
-빡! 빠악!
“아아악! 그만!”
더구나 비리비리하게 생긴 주제에 어찌나 힘이 세고, 속도가 빠른지 리카르도 오르데인이 초급기사 수준의 검사임에도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아드리안의 주먹질에 앞니가 빠진 채 붕 날아가 요란하게 바닥을 뒹군 리카르도가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아아악! 젠장! 이 미친놈아!”
예상치 못한 샌드백 신세에 정신줄을 놓았을까?
리카르도는 아드리안에게 삿대질을 하며 악을 썼다.
“당신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이 나라는 민주주의 공화국이야! 법 위에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감히 법을 무시한 행사가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고상한 척 내뱉던 존댓말이 사라지자, 아드리안은 씩 웃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뭐?”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감히 공화국의 최고의원을 납치 및 폭행을 하고도 무사할 리가…….”
“증거 있어?”
“그게 무슨?”
“내가 널 팼다는 증거.”
리카르도는 이게 뭔 개소리냐며 황당했으나.
이내 아드리안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도를 파악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건가? 그냥 잡아떼겠다고?”
“역시 정치인이라 그런지 머리가 잘 돌아가네.”
즉, 이즈라엘 대통령이 사라진 사건에서 가장 큰 의심을 받는 게 리카르도지만, 그가 잡아떼고 있는 상황을 역지사지로 느껴보란 의미였다.
리카르도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이 일이 잡아뗀다고 무마될 리가 없잖나!”
그럼에도 아드리안의 대답은 더없이 심플했다.
“무마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러는 거 아니겠냐?”
“…….”
“나도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사람이야. 무턱대고 당신을 납치해 폭행할 만큼 대책 없진 않다는 뜻이지.”
자신만만한 아드리안의 태도에서 정말 이 사태를 무마할 수 있단 자신감이 느껴졌다.
무슨 꿍꿍인지는 몰라도, 허풍 같진 않았다.
“있을 수 없어.”
충동적 행동 같아 보여도 그 모든 행동이 계산된 것이라 평가를 받는 인물이 눈앞의 아드리안이다.
그러고 보니, 언론을 이용한 여론전에서 자신이 일방적으로 밀렸던 것이 떠올랐다.
덕분에 리카르도는 다시금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말이 많았군.”
아드리안이 다시 주먹을 들어 올리자, 리칼르도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지금 당신은 착각하고 있어! 나는 대통령 실종 사건과 연관이 없어! 정말이야! 믿어줘!”
“대통령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려야 덜 맞을 텐데, 거짓말을 하는 거 보니 더 맞고 싶은가 봐?”
“이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당신이 어떻게 아는데!?”
실소를 흘린 아드리안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마치 지금까진 장난이었다는 듯이.
“다 아는 수가 있어.”
* * *
프리우스 공화국 리카르도 오르데인 최고의원 저택의 집무실.
“허어어억!”
멍하니 앉아 있던 리카르도가 헛바람을 삼키더니, 억눌린 신음과 함께 옆으로 털썩 쓰러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소를 흘렸으나, 이런 나와 별개로 다과를 내오던 고용인들이 기겁하며 그에게 달려왔다.
“의원님!”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거기에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뱅가드 무장의 경호원이 들어서자 더욱 요란스레 시끄러워졌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호들갑을 떨어대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찻잔을 들어 올리며 여유를 부렸고.
잠시 후, 눈에 핏발이 선 리카르도가 나를 보더니 덜덜 떨며 경호원들을 내 쪽으로 밀었다.
“저자가 나를 고문했어.”
“네?”
“고문을 당했다고! 뭐하는 거야! 얼른 체포하지 않고!”
그러나 리카르도의 지시에도 부하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뭇거릴 뿐이었다.
“의원님, 일단 진정하세요.”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체포하라고!”
그런 부하들의 반응에 리카르도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당장 나란 존재가 너무 큰 공포로 다가온 모양이다.
하지만 이어진 집사의 발언만큼은 흘러 들을 수 없던지 리카르도의 움직임이 멈췄다.
“고문이라니요. 공왕 전하와는 방금 처음 만나신 게 아닙니까?”
“뭐?”
리카르도는 낯선 곳에 끌려가 고문 수준의 폭행을 당했을 터이다.
당연히 고용주가 사라졌으면 저택은 난리가 났어야 정상인데.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네? 제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습니까?”
고용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의문을 표할 뿐이었다.
나는 리카르도의 바보 같은 표정에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결정타를 날렸다.
“의원께서 피곤하신 것 같소? 잠시 꿈이라도 꾼 모양이군.”
“꿈?”
그렇다.
그가 방금까지 무엇을 경험했던 모든 게 현실이 아니었단 뜻이다.
눈치가 빠른 리카르도의 표정이 굳어졌다.
“증거가 없을 거라는 게 이 뜻이었나? 전부 환상 마법이어서?”
맞다.
정확하겐 마법이 아닌, 정령을 이용했지만.
나는 그런 리카르도를 마치 정신병자 대하듯 피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의원에겐 휴식이 필요해 보이니 면담은 다음에 갖도록 합시다.”
“누구 마음대로!”
리카르도는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고용인들이 기겁하며 그를 말렸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리카르도가 허공에 대고 외쳤다.
“천공요새! 내 저택에 정신계 마법이 발현한 흔적을 찾아!”
그에 프리우스 공화국의 천공요새가 반응했지만, 애초에 들킬 거였으면 진작에 반응해 보호 대상을 지키기 위해 공격을 해왔을 것이다.
[캐스팅 및 아티팩트에 의한 정신계 마법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무, 무슨?”
나는 유유히 집무실을 벗어나며 말했다.
“나중에 다시 오죠. 그때 찬찬히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는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집무실 밖에는 웬일로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오귀스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어서 집무실의 문이 닫히고, 나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길고 긴 저택의 복도를 거닐었다.
“재밌네, 이런 식으로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것도.”
그런 나를 향해 최상급 정신계 정령술사 오귀스트가 물었다.
“죽이지 않으실 겁니까?”
“녀석을 심판하는 건 대통령의 몫이니까요.”
“그렇군요.”
“이즈라엘 대통령의 위치는 파악했어요?”
그는 정숙한 복장이 불편한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
“남부 오슬레이만 섬 미궁 안에 이즈라엘 대통령과 안센 원수를 던져 넣었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 미궁이 있던가요?”
미궁은 현실에서 분리된 일종의 다차원이라 볼 수 있다.
지금은 멸종한 신화시대 거인족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인데, 사람들을 숨기거나 가둬 놓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미궁은 브링엄 제국 영구동토에 위치한 곳이 유명하다.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드래곤랜드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큼 위험한 금지다.
“브링엄 제국의 미궁과 달리 노력에 비해 수익성이 매우 낮은 데다가 내부가 넓고 길까지 복잡해서 초행이라면 빠져나오는데, 빠르게는 2~3개월부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답니다.”
“그래요?”
브링엄 제국의 미궁과 달리 얻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했다.
이거 뜻하지 않게 미궁 탐색을 하게 생겼다.
그나마 만경 덕에 길을 헤맬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 * *
현재 프리우스 공화국의 대통령 이즈라엘과 방위군 사령관 안센 원수는 큰 위기에 빠져있다.
그 위기란 미궁에 내던져져서 팔자에도 없던 탐험을 하게 되어서가 아닌, 더없이 특별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맙소사…….’
미궁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누워있는 거대한 동체.
세상의 어둠을 몸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은 외형.
바로 이야기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인 드래곤과 떡하니 마주한 것이다.
결코, 드레이크 같은 아룡과 헷갈린 게 아니다.
검은색 비늘이 온몸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동체는 그런 것들과 차원이 다른 규모를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배를 바닥에 붙인 상태에서 머리의 높이만 족히 70~80미터는 되어 보이고,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는 가볍게 300미터를 넘길 것 같았다.
거대 아룡인 바실리스크나 히드라도 비교가 되지 않을 크기였다.
그리고 7서클의 대마법사인 이즈라엘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바다를 마주한 것과 같은 무한한 마력을.
“위,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저는 프리우스 공화국의 대통령 이즈라엘 오스카 프리우스라고 합니다.”
정말 재수도 없지.
이즈라엘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게 이 상황을 놓고 만들어진 속담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미궁에 드래곤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당혹스러우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이즈라엘 대통령과 안센 원수에게 향해 있던 드래곤의 핏빛 안광이 번뜩였다.
[이 미궁은 종종 쉼터로 이용할 뿐이라 외부에 알려졌을 리 만무할 터인데, 어찌 알고 나를 찾아온 것이지?]보통 블랙드래곤 하면 이야기 속에선 악룡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눈앞의 존재에게선 짧은 대화만으로도 깊은 교양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위대한 존재를 뵙게 된 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이 미궁은 인간들의 발길이 끊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하하, 실은 적대 세력에게 납치를 당해 이곳에 버려진 상태입니다.”
이즈라엘은 괜히 말을 돌려서 해봤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 사실대로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았다.
[여전히 같은 종족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군. 하여간 인간이란…….]“송구합니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흐른다.
적군의 칼이 목에 닿은 상태라도 이렇게 긴장되진 않을 것이다.
이즈라엘은 표정을 알 수 없는 드래곤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쉬시는 데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최대한 상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물러나려 했으나.
[잠깐.]역시 쉽사리 보내 줄 리가 없었다.
[내가 살생을 즐기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 쉼터까지 들통난 마당에 너흴 살려 보낼 리가 없지 않나.]드래곤의 둥지 위치를 안다고 해도 상식이 있는 인간이라면 감히 쳐들어올 생각을 못 하겠지만, 인간에겐 종종 일반상식으로 통용되지 않는 아둔한 자들이 있다.
그런 귀찮은 파리 떼가 달려들 수도 있는 만큼, 이들이 함구할 것을 믿고 그냥 보내는 것보다 제거하는 편이 여러모로 깔끔했다.
당연히 이즈라엘 대통령과 안센 원수의 낯빛은 사색이 되었다.
“이래 보여도 인간 세계에서 나름 강대국인 나라의 지도자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사망한다면 조사가 진행될 게 분명합니다.”
자신을 죽이는 게 더 귀찮을 것이란 이야기.
다행스럽게도 드래곤에겐 나름대로 먹히는 어필이었다.
“반드시 함구하겠습니다. 바라신다면 마나의 맹세까지 해 보이죠.”
“그럼 저만 처리하시면 되겠군요. 이 젊은 청년은 그냥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안센 원수가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며 말하자 이즈라엘은 다급해졌다.
“위, 위대한 존재시라면 사람의 기억을 지우는 것쯤은 가능하지 않으신지요.”
[가능하긴 하지. 하지만 뇌는 변수가 많은 영역이라 어떤 식으로 회복될지 알 수 없다.]아직 그가 죽어선 안 되지만,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안센 원수는 이즈라엘 대통령이라도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 했는데…….
-삐이이이!
[응?]예고 없이 머리 위에서 울려 퍼진 소리에 모두가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곧 그 소리를 내지른 것이 검은 독수리임을 확인하자 두 눈이 크게 뜨였다.
그건 이즈라엘의 기억 속에 있는 누군가의 독수리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