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78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78화
60. 모험의 시대(1)
나는 이 던전의 난이도를 묻는 국정원 요원에게 오히려 반문했다.
“오우거가 어느 수준인지 알고 계십니까?”
“조금은 압니다. 오크는 개인화기로도 처치할 수 있지만, 오우거는 전차나 전투 헬기를 사용해야 한다고요. 일전에 독지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올 때, 120㎜ 활강포를 10대나 맞고도 전차 3대를 고철로 만든 오우거도 있었다 하더군요.”
“그런 오우거의 전투력을 1이라 한다면 데스나이트는 10, 엘더 데스나이트는 100, 방금 잡은 케르베로스는 1,000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 그렇습니까?”
“아, 물론 오우거와 케르베로스의 전투력 차이가 천 배정도 난다고 해서 오우거 천 마리면 케르베로스 1마리와 비등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우거가 떼로 덤벼도 케르베로스는 못 잡으니까요.”
전투력 1과 10의 차이가 단순히 10배의 인원을 모은다고 해서 메꿔지는 게 아니란 뜻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전에선 전투력이 1보다 겨우 2할 정도 높은 1.2인 사람이 전투력 1의 두 명을 처치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
“그럼 대충 이 던전의 난이도가 이해됐겠군요.”
“치,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나는 국정원 요원의 어깨를 두드리곤 잔뜩 쫄아 있는 이근석 소령을 바라보았다.
오늘 파티원들을 위험에 빠뜨린 죄가 있어서인지, 단순히 겁을 먹은 건지, 슬그머니 시선을 내리깔며 내 눈을 피했다.
어깨를 으쓱인 나는 케르베로스가 죽으면서 남긴 아이템을 살폈다.
마석은 아무리 크다고 한들 마석.
처치한 몬스터가 강한 만큼 그에 걸맞은 마력이 깃들어 있을 뿐, 드래곤하트처럼 특별한 마력결정을 토하지는 않았다.
다만 녀석이 떨군 가죽과 팔뚝만 한 송곳니는 드래곤 소재에 비견된다 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래서 나는 마석을 국정원 요원에게 선물로 던져 주고, 가죽과 송곳니를 챙겼다.
“괜찮은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검을 살폈다.
그 검은 매직 아이템이었는데, 매직아이템의 드랍률이 0.1% 수준임을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마검 기간테스]-케르베로스의 송곳니에 소량의 아다만티움을 섞어 가공했다.
-모든 종류의 기운을 오러블레이드 형태로 가공, 방출할 수 있다.
-검날의 크기를 최대 5미터까지 키울 수 있다.
-암속성의 소재로 빛속성의 적에게 추가 피해를 준다.
마검이란 거창한 명칭이 이해가 되는 꽤나 좋은 검이다.
굳이 따지면 나와 아르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성검과 비슷한 효과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아르시아가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한 물건이지만, 이미 그녀는 이것보다 좋은 검을 100자루 단위로 가지고 있기에 나는 거리낌 없이 그 검을 이근석 소령에게 건넸다.
“주시는 겁니까?”
“오러마스터 수준의 공격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검이네요. 론델에서 성검이라 불리는 물건과 동등한 수준의 무기입니다. 이걸 이용하면 실험팀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지겠죠. 잘 쓰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감격했다.
소재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전부 한국 측에 뿌린 나는 거대한 문을 올려 보았다.
안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케르베로스만 하더라도 문제인데, 이건 누가 봐도 클리어하라고 만든 게 아니다.
물론, 나와 동료들이라면 얼마든지 클리어할 수 있지만, 이 던전을 이용할 사람은 이근석 소령과 같은 기프트 사용자 또는 론델에서 온 수행자와 용병들일 것이다.
그런 이들이 오러마스터급의 데스나이트, 그랜드마스터급의 엘더 데스나이트, 준 드래곤급의 케르베로스를 뚫는다?
한 10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혹시 접근하지 말라고 만든 공간에 억지로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닐까?”
다크 스퀘어의 추측.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여신이 나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니, 충분히 개입을 예상했을 터이다.
“뭐, 이곳만 특별한 건지, 아니면 다른 던전들도 그런 건지는 차차 확인해 보면 되겠지.”
나는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들어갑시다.”
그러자 거대한 문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과연 안쪽은 또 얼마나 가관일까 싶어 궁금해질 지경이다.
친절하게 울려 퍼지는 알림이 꼭 게임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고, 곧 어둠에 물들어 있던 보스룸이 밝아졌다.
[보스룸에 입장하셨습니다.]그리고 우린 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크 도플갱어가 등장합니다. 아크 도플갱어가 공략팀을 복제합니다.]* * *
상급 천족 미엘.
그녀는 론델의 천계 소속으로 천왕 헤리엘이 아드리안 일행에게 목숨을 잃게 되면서 조사를 위해 지상에 강림하게 된 인물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해야 할지.
강림한 마왕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서 조심히 조사를 이어가던 그녀는 그대로 론델과 지구의 세계 통합에 휘말리게 되었다.
다행히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지구의 등장으로 인해 그녀는 천계에서 들들 볶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등등.
천왕들의 등쌀에 떠밀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이런 명령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직접 지구로 향해 그 세계를 살펴보고 천왕 강림의 기회를 잡아라.]어쩌겠는가.
천왕이 까라면 까야지.
그녀는 고작 상급 천족이었고, 천왕들의 명령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지구에 숨어들었다.
미엘은 8서클 이상 9서클 이하의 힘을 가진 천족.
마음만 먹으면 공간 이동으로 단숨에 론델에서 지구로 향할 수 있으나, 아드리안에게 걸릴까 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이미 아드리안이 9서클의 규격을 벗어난 괴물이란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을 했기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먼저 골로간 천왕 헤리엘의 뒤를 따르게 되리라.
“오! 또래의 여자가 또 있잖아?”
“어허, 또래라니, 겉모습만 어려 보이는 100살 넘은 할망구가.”
“종족 차이로 나이의 기준이 다른 것뿐 할머니는 아니지! 인간 기준으로 따지면 나는 20살 정도라고!”
그래서 미엘은 지구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론델 국가들의 파견인력에 숨어들었다.
사람 몇 명만 세뇌시키면 돼서, 잠입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상한 여자들과 어울리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강력한 정령의 힘을 품은 여우 수인과 영혼과 신체의 균형이 묘하게 어긋나 있는 인간.
두 여자는 파견인력 집결 당시부터 엉겨 붙더니 이후엔 어딜 가든 자신을 따라왔다.
할 일이 많은 미엘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 왜 자꾸 따라오는 건데요!?”
“너한테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껴서.”
“맞아, 맞아.”
“동질감이라고요?”
“내 이름은 마리냥, 얘는 버그.”
이어진 것은 어째서인지 자기소개였다.
그에 성실한 미엘도 자신의 이름을 대야 했다.
“미엘입니다. 그래서 동질감이라뇨?”
“너도 그거잖아?”
“네?”
“체이스 왕국 소속이 아니면서 몰래 지구에 밀항한 사람.”
정확하겐 텔레포트를 이용해 지구에 도착했으니, 밀항이라 표현하는 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우수인 마리냥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당혹스럽게도 자신의 상황을 알아채고 말을 걸어온 거였으니 말이다.
만약 마리냥과 버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면 은밀한 황동이 어려워지리라.
그래서 미엘은 여차하면 둘을 처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가문의 영애인지는 몰라도 생김새가 너무 귀족스러워서 말이야. 심지어 막강한 신성마법을 익히고 있는 것 같으니 빼박이지. 실은 우리도 같은 신세거든.”
“…….”
“우리도 밀항 동료야.”
마리냥과 버그의 이야기에 미엘은 황당함을 표했다.
이제 보니 두 사람도 몰래 지구로 넘어온 것 아니겠는가.
이유도 황당했다.
“지구에 신기한 게 많다고 해서 모험해 보려고 왔어. 너도 그런 거지?”
모험을 하기 위해 왔다니, 철부지 아가씨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미엘은 똥 씹은 표정으로 두 여자를 빤히 바라보며 어찌 처리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뜩 마리냥과 버그의 모습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보았던가요?”
“아마 방송기(TV)에서 봤을걸?”
“방송기?”
“아드리안 때문에 잠깐 연예계 활동을 했거든. 나름 유명했으니 익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미엘은 그 자리에 굳고 말았다.
이유는 두 사람이 연예계 활동을 해서가 아닌, ‘아드리안’이란 이름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아드리안? 로렌스 공왕 말입니까?”
“응, 친구거든.”
엘리시아 연합국의 최고장로와 로렌스 공국의 백작이란 지위보다 아드리안의 친구가 더 끗발이 좋은 시대다.
그래서 버그와 마리냥은 자랑하듯 턱을 치켜들었고, 미엘은 순간 전의를 상실했다.
이들을 잘못 건드리면 엿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게 뻔했으니까.
“안녕히 계세요.”
미엘은 얼렁뚱땅 두 사람에게서 도망치려 했지만, 버그와 마리냥은 그런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 다녔다.
* * *
도플갱어.
복제 능력을 가진 악령계 몬스터다.
오러마스터와 7서클 대마법사의 능력도 완벽하게 복제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 몬스터다.
그런 도플갱어의 상위호환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가 바로 ‘아크 도플갱어’다.
아크 도플갱어는 오러마스터나 7서클까지의 능력치가 복제 한계인 기존 도플갱어의 약점을 보완한 완성형이다.
더불어 이성이 없는 일반형과 다르게 생각을 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분석력을 가져서 상대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제, 젠장!”
“위험해!”
-콰아아앙! 쾅! 콰앙!
덕분에 아크 도플갱어와 전투가 시작되자 일행은 아비규환에 빠지고 말았다.
자신들과 같은 능력에 천왕과 마왕들은 고전을 거듭했고, 그 안에 나와 아르시아의 복사체 역시 존재를 하니 까딱하면 골로 갈 수도 있었다.
함께 던전 탐색에 나선 국정원 요원들과 이근석 소령은 완전히 바람 앞에 촛불 신세였다.
공격의 파편이 하나 튀기라도 하면 악 소리 내뱉지 못하고 사망이니 말이다.
“아드리안! 뭐해!?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맞아, 우리 죽겠어! 살려줘라!”
형세는 우리 쪽이 불리했다.
이유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적의 공격을 방어만 하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그건 아르시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수하가 된 마왕과 천왕들만 갈려 나가고 있었다.
“알았어. 보채지 마.”
그래서 나는 피식 실소를 흘리며 손을 눈앞에 들어 올리며 무언가를 붙잡듯 움켜쥐었다.
-우뚝.
그러자 일행을 공격하던 아크 도플갱어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뭐, 뭐야?”
일행들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어떤 능력이라도 완벽하게 복제한다는 아크 도플갱어가 꼼짝도 못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르시아!”
“네!”
겉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녀석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아르시아에게 공격을 부탁했고, 그녀의 검격에 모든 도플갱어가 조각났다.
이걸로 전투 끝.
나는 벙찐 표정의 일행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능력까지 완벽하게 복제하긴 힘들었나 봐.”
아크 도플갱어는 마왕과 천왕조차 애먹일 정도의 힘을 보였지만, 신족인 나와 아르시아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
녀석들의 복제 능력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신족으로 거듭한 우린 창조주의 권능 일부를 흡수했다.
이것까지 복제한다면 피조물 주제에 선을 넘는 거다.
나는 왜 진작 해치우지 않았냐며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천왕과 마왕들의 모습에 짓궂은 미소를 흘리며 답했다.
“그냥.”
“저런…….”
“인성 보소.”
그렇게 부하들의 야유를 한 몸의 받은 나는 보스룸 중앙에 나타난 상자로 시선을 옮겼다.
대체 무얼 숨겨뒀기에 이리도 공을 들였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