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45)
353화. 파도와 그림자 (4)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목천의 시간 속에서.
남궁환은 모용양을 향해 쇄도하던 공손수의 뒤를 쫓았고, 그대로 제왕검형의 강기를 내리그었다.
그러자 공손수 또한.
뒤를 돌아 남궁환을 마주했다.
손에 든 비수를 마주 내뻗었다.
“…으윽!”
허나 충돌의 순간, 공손수의 비수에 서린 강기가 대번에 흩어지며 미간이 찌푸려졌다.
물론, 남궁환의 예상대로였다.
“아야야, 역시 안 되겠다.”
허나 그다음은.
남궁환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휘리리릭.
다음 순간, 공손수의 손밖으로 빠져나온 비수가 허공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뭣?’
허나 동시에 남궁환은 직감했다.
빠져나온 게 아니라… 제왕검형의 충격이 채 몸 안에 스며들기 전, ‘스스로 손에서 놔버린 것’이다.
그러나 물론.
검을 손에서 놔버린다는 선택지는 검수인 남궁환으로선 생각조차 못 하고 있던 일이었다.
다른 모든 이유를 떠나.
이와 같은 접전 중에 병기를 포기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허나 공손수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서려 있었다.
“…하! 멍청한 년 같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슨 속셈이 있건, 그 전에 먼저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남궁환이 다시금 빈손이 된 공손수를 향해 검을 내뻗었다.
후우우웅.
이번에야말로.
정수리에서 사타구니에 이르기까지, 이 더러운 계집의 몸을 두 쪽으로 쪼개놓으려 했다. 허나.
후두둑.
“저는 검 하나만 쓰진 않거든요~ 옛날 일에 그렇게 길길이 화내시면서 정작 뭐에 당했는지는 잊어버리셨나요?”
다음 순간, 공손수가 소매를 휘둘렀다. 그 사이로 두 개의 쇠털 같은 암기가 쏘아졌다.
“…크으윽!”
카아아아앙.
실린 힘은 강하지 않았으나.
정확히 두 눈을 노리고 쏘아졌다.
고로 남궁환에게는 ‘몸으로 버틴다’는 선택지는 없었고, 황급히 검을 거두어 막아내야만 했다.
남궁환은 결국 이번에도.
공손수를 죽이는 데 실패했다.
후우우욱.
그리고 암기를 쳐낸 사이.
어느덧 공손수는 다시 거리를 벌리며 남궁환으로부터 일 장 가까이 멀어져 있었다.
‘…역시.’
일순 남궁환의 눈이 어두워졌다.
이 계집은… 분명 목천의 속도에 반응하고 있다. 아니, 아직까지는 ‘근접한 수준’에 불과했다.
본인이 깨닫지도 못한 사이.
힘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절정과 초절정의 경계.’
말인즉슨.
남궁세가의 적통인 자신조차.
위대한 가르침을 통해 간신히 성취한 경지를… 사파의 계집 따위가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지금 죽여놔야 한다.’
다시, 남궁환은 직감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이 계집에게 겪은 수모를 되갚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타아아앙.
이내 남궁환은 이를 악물었다.
움츠러드는 목천의 기세를 끌어올리며, 다시금 공손수를 맹추격하려 했다.
휘청.
허나 그때였다.
남궁환의 몸이 흔들렸다.
우우우웅, 왈칵.
극심한 현기증과 함께.
콧구멍에서 피가 쏟아졌다.
터엉, 우당탕.
“커어억―!”
이내 목천의 영역이 풀려버렸고, 균형을 잃어버린 남궁환의 몸이 볼썽사납게 땅을 굴렀다.
부르르르.
“허억! 이, 이게 무슨……!”
널브러진 남궁환이 경련했다.
목천의 힘은커녕 돌연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 것이다. 허나 사실 그 이유는 퍽 명백했다.
이미 앞선 싸움에서 목천의 영역을 두 번이나 사용한 남궁환의 심신은 한계에 달해있었으며.
진작에 의식을 잃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다만 분노와 고양감에 의해 억지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후욱.
“케헤헤! 갑자기 왜 드러눕고 지랄이냐? 슬슬 무덤으로 기어들어 가고 싶다 이거지?!”
다시 그때였다.
설상가상으로 마침내 지척까지 쫓아온 파진성의 검이 남궁환을 향해 지체없이 쏘아졌다.
터어엉.
“크으윽!”
남궁환이 허둥지둥 땅을 밀쳐냈다. 휘청, 두 발로 서자 몸이 흔들렸으나 물론 균형을 되찾을 여유조차 없었다.
후우우욱.
다시 파진성의 검이 용서 없이 파고들었다. 상대가 약해진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콰아아아아앙.
“…커어억!”
남궁환은 가까스로 막아냈다.
허나 검과 검이 충돌한 순간, 남궁환의 두 발이 훅 떠올랐다. 제자리에서 충격을 감당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탓이다.
후우욱, 부르르르.
“…젠장, 제기라아아아알―!!”
끈 떨어진 연처럼 비무대 위를 날아가며, 그제야 남궁환은 자신의 심신이 모두 걸레짝이 되었음을 이해했다.
허나 결단코.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크으아아아악―!”
남궁환은 악다구니를 내지르며 점차 멀어지려 하는 의식을 가까스로 붙들어 잡았다.
휘릭, 타아앙.
허공에서 몸을 가누었다. 두 발로 서서 균형을 회복한 뒤, 다시 저만치의 파진성을 마주했다.
“이 버러지가아아아―! 덤벼―!”
허나 그 순간.
남궁환은 파진성이 자신을 추격해오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제자리에 선 채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더 이상.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했다.
“케헤헤, 아무래도 좋은데 말야! 나한테 신경 쓰고 있을 여유가 있나 봐?”
“……?!”
휘리리릭, 타앙.
그 순간, 파진성이 비무대 위에 떨어져 있던 무언가를 발로 차올렸다.
타앙, 후욱.
오른손으로 낚아챈 뒤.
곧장 우측을 향해 집어 던졌다.
“쥐방울! 칼 챙겨라!”
그것은 물론.
조금 전 공손수가 손에서 놔버렸던 비수였다. 내던져진 비수가 빠르게 쏘아졌다.
후우욱.
비수가 향하는 방향을 따라.
남궁환의 시선이 함께 움직였다.
덥썩.
“네, 고마워요, 파 소협~”
그리고 다음 순간.
새가 먹이를 낚아채듯, 허공으로 날아오른 공손수가 손으로 비수를 회수했다.
타앙, 휘리릭.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손안에서 비수가 회전하며 강기를 품었고, 공손수의 몸이 대각선 아래를 향해 강하했다.
“…으윽!”
그 방향의 끝에는.
한 명의 인영이 서 있었다.
“아, 안 돼―!! 으아아아!!”
물론, 모용양이었다.
기함한 남궁환이 땅을 박찼다.
휘청, 우당탕.
“커헉!”
허나 다리가 풀린 남궁환은 채 한 발도 내딛지 못한 채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볼썽사납게 비무대 위를 나뒹굴었다.
“쯧, 안타깝네요. 이쯤 되니 꼭 우리가 더 악적 같네. 그렇다고 마교도를 안 죽일 수도 없고.”
“…으으으!”
“개인적인 원한은 없으니… 가급적 안 아프게 보내드릴게요. 그럼 잘 가요, 소저~”
훅, 비수가 휘둘러졌다.
모용양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황급히 검을 마주 내뻗었으나, 그녀 역시 자신이 공손수의 속도에 따라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타아앙, 콰아아아아앙.
* * *
허나 이번에도.
모용양의 목은 떨어지지 않았다.
타아앙, 콰아아아아앙.
궁지에 몰린 바로 그 순간.
돌연 의혈맹 측에서 몇 개의 인영이 동시에 날아올랐으며, 저마다의 강기를 앞세운 채 공손수를 향해 쇄도한 것이다.
“…어머나.”
타아앙.
그리고 ‘새로운 이’들의 난입을 눈치챈 순간, 공손수는 미련 없이 모용양의 마무리를 포기했다.
타앙.
반대 방향으로 땅을 박찼다.
핑그르르, 허공으로 솟아오른 공손수의 몸이 한 바퀴 구르며 일 장 뒤로 물러났다.
타아앙, 타아아앙.
“괜찮소, 모용 소저?!”
그리고 난입한 인영들이 하나둘 비무대 위로 착지하며 모용양을 감싸듯 일제히 둘러쌌다.
총 다섯 명의 젊은 사내였다.
또한 저마다의 무복이나 쥐고 있는 병기의 종류는 달랐으나 하나같이 절정의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와, 깜짝이야. 이분들은 또 누구신가요?”
“홋… 오호호홋! 호호홋!”
찰나의 순간, 또다시 극한의 위기에서 벗어난 모용양이 간드러진 웃음을 흘렸다.
“누구냐구요? 제 벗들이자 사형제들이죠. 당신네 사파 나부랭이들과는 다르게 우리에게는 위대한 재능들이 차고 넘치거든요!”
이내 의기양양하게 쏘아붙였다.
“사형제라구요? 차림새를 보아하니… 딱히 모용가의 식솔은 아닌 것 같은데요?”
“쯧, 생각이 짧군요? 꼭 핏줄이나 무공만이 전부는 아니죠. ‘같은 가르침’을 이었다면… 누구든 사형제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 그런 의미구나?”
이내 공손수도 마주 웃었다.
말인즉슨… 함께 마공을 통해 절정의 경지를 ‘주입받은’ 이들이란 의미임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질 않네.’
하아, 공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 변변찮은 별호조차 없던 모용양이 절정고수가 되었다면, 비슷한 수준의 후기지수들 또한 얼마든지 더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겠어요? 아무래도 우리 가가께서 많이 지치신 것 같으니… 지금은 사형제들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요.”
모용양이 어깨를 으쓱했다.
타아앙.
“케헤헤. 뭐가 이렇게 늘어났어?”
“그러게요. 절정고수가 무슨 찐빵도 아니고… 참 잘도 속 편하게 찍어낸다 싶네요~”
그리고 잠깐의 소강상태 속에서, 이내 파진성이 공손수의 옆으로 다가섰다.
저벅.
“아니, 아직이다. 송영영.”
한편, 새로운 적들이 비무대 위로 난입함과 동시에 이벽과 검존이 자리한 연합 측에서도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즉시 송영영이 나서려 했으나.
이벽이 얼른 그녀를 저지했다.
“왜 막아?”
“두 사람이라면 아직 괜찮다.”
“…….”
뚱한 얼굴이 이벽을 향했다.
“저러다 눈먼 강기에 맞아 죽으면 어떡할 건데? 짝퉁 고수라도 쪼개야 할 뚝배기가 너무 많잖아.”
“아니. 아니다, 제자야.”
허나 그때, 검존이 끼어들었다.
“네 벗들이 훌륭하게 시간을 잘 끌어주고 있지 않느냐? 무엇보다 내 눈에는… 두 사람 모두 딱히 위험에 처한 얼굴 같지는 않구나.”
“…….”
말마따나.
모용양을 포함해 도합 여섯 명의 절정고수를 마주하고도 파진성과 공손수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흥. 벗은 무슨.”
다시 송영영이 돌아섰다.
“허헛!”
그리고 검존이 수염을 쓸었다.
“저 아이가… 저렇게까지 다른 누군가에게 신경을 쓰는 것도 내게는 퍽 신기한 일이구먼. 낙검신룡, 자네를 포함해 저 아이들 모두 좋은 벗들이란 뜻이겠지?”
“…….”
“이 자리에서 자네들이 죽지만 않는다면, 향후 오십 년의 무림은 참으로 평화로울 게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허헛.”
이벽은 머쓱해졌다.
다시금 비무대를 향했다.
“잡스러운 사파의 연놈들이 하찮은 검을 믿고 으스대는 꼴이 더는 못 봐주겠구나!”
“나, 단목세가의 소가주 단목충이 남궁 소협을 대신해 네놈들을 단죄하겠다!”
모용양을 둘러싼 사내들이 마주한 공손수와 파진성을 향해 앞다투어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사실상 남궁환이 전력을 상실한 순간, 권왕의 눈에 들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앞다투어 비무대 위로 올라온 것이다.
우우웅.
이내 모용양을 포함해 총 여섯 자루나 되는 강기가 시뻘겋게 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 세상천지가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이 마당에 아직까지도 지들이 정파인 줄 아는 건 하나같이 똑같네요.”
“그러게 말이다. 케헤헤! 떼거지로 우르르 몰려나온 주제에 뭐가 저렇게 의기양양해?”
허나 그 앞에 마주 서고도.
두 사람은 웃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전혀 두려움이 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될 터였다.
허나 동시에.
고요한 흥분이 차올랐다.
앞서 남궁환과 모용양을 상대할 때에도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위기감이라곤 없는 싸움이었으며.
또한 승리보다는 ‘시간을 번다’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가급적 과감한 공격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허나 마침내.
사실상 전 무림 세력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준비됐어요, 파 소협? 이렇게나 무대를 깔아주는데… 기대에 저버리지는 않아야겠죠?”
“케헤헤. 걱정 마라, 쥐방울. 누구누구 덕에 몸은 충분히 풀었으니깐!”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내심 ‘바라고 있던’ 상황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마주 웃었다.
타아앙.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내 두 사람은 땅을 박찼다.
카아아아아아앙!
“…커억!”
“뭐, 뭣?!”
파도와 그림자가.
다시 적들을 향해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