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일은 원래 이렇게 힘들게 배워야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법이지.’
점점 더 나는 사악해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 톱질 시범을 보여 줬다.
“이제 제대로 할 수 있겠지?”
“예!”
이번에는 제대로 시범을 보였고, 가로 60센티미터, 세로 90센티미터, 두께 4센티미터 정도의 나무 판이 만들어졌다.
“이 모양대로 5개 잘라.”
“예, 알겠습니다!”
겁을 먹은 이달투드워프1이 바로 대답했다.
“어휴, 덥다…….”
톱질을 하니 자연스럽게 몸에 땀이 났고, 내가 덥다고 하자 이달투드워프2가 내게 잘 보이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바짝 달라붙어서 입으로 후, 후, 바람을 불었다.
‘아이, 씨!’
입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야!”
“예?”
이달투드워프2가 내 외침에 나를 보고 멀뚱거렸다.
“입냄새 때문에 코가 썩겠다.”
“저…….”
“왜?”
“저…… 대가리 박을까요?”
“당연한 걸 뭘 또 물어봐? 어서 박아!”
이달투드워프2가 바로 대가리를 박았다.
‘흐음…… 부채를 만들어 볼까?’
나는 나무 판을 만들다가 남은 나무토막을 만지작거리다 손재주 스킬을 이용해서 뚝딱 부채를 만들었다.
-나무 부채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제는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닌데 민망하게 메시지가 떴다.
-나무 부채(하급)
나무로 만든 부채.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공격력 : 1
톱을 제작할 때는 상급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나무 부채는 재료도 재료고, 복잡한 구조가 아니다 보니 하급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말이 부채지, 나무를 그냥 부채 모양으로 자른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부쳐!”
나는 멀뚱거리며 보고 있는 이달투드워프3에게 내가 만든 나무 부채를 툭 던졌다.
“……예?”
이놈들은 종족적인 특성 때문인지 늑대발톱, 아니, 큰바위보다 더 말을 못 알아먹는다. 괴로울 정도로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일일이 하나하나 설명하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
한마디로 이달투드워프들은 단순하고 무식하다.
지식을 활용하지 못하니 단순 작업만을 시키는 게 마음이 편하다.
‘제기랄, 죄다 돌대가리들이잖아!’
그냥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 주는 것이 항상 빠르다.
“이렇게 하라고!”
쉬웅! 쉬웅!
“……오, 시원합니다.”
시범을 보여 주느라 이달투드워프3에게 부채질을 해 줬는데, 시원하단다.
“……어이가 없네.”
“예?”
“이게 시범을 보여주니까 즐기고 있네? 너도 쟤 옆으로 가서 대가리 박아!”
내 명령에 이달투드워프3이 영문도 모른 채 바로 땅에 대가리를 박았다.
“이달투드워프2! 일어나!”
“옙!”
이달투드워프2가 바로 발딱 일어났다.
제대로 군기가 잡힌 것 같다.
그리고 나에 대한 불만보다는 앞으로 잘하겠다는 듯이 눈빛이 의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부쳐!”
“예!”
“뭐해? 다시 대가리 박고 싶어? 여기서 평생 머리 박고 살래?”
“아닙니다! 일합니다, 일합니다!”
이달투드워프2는 이달투드워프3을 보고 배운 게 있는지 나무 부채를 들고 파닥파닥 부채질을 시작했고, 나머지 이달투드워프들은 바짝 긴장해 일을 시작했다.
“네 임무는 앞으로 부채질이다.”
“예, 알겠습니다!”
“나를 따라다니면서 부채질을 해. 어휴, 덥다. 이제 진짜 더워졌네…….”
신록이 푸르고 햇볕이 따가운 게 초여름으로 진입한 것 같다.
“예, 덥습니다!”
나는 동굴 입구가 잘 보이는 그늘로 걸어가서 엉덩이를 깔고 앉았고, 이달투드워프2는 나를 따라다니면서 부채질을 했다.
‘놈들은 지금 뭐 하고 있냐?’
옵저버인 배트맨에게 초음파로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없다.
‘야! 뭐하고 있냐고!’
-아, 죄송합니다요. 이달투 놈들은 지금 공터에 모여 있습니다요.
‘모여서 뭐 하는데?’
-으음…… 졸고 있는 놈도 있고, 모여서 이야기 하는 놈들도 있습니다요.
회의를 하는 모양이다.
이달투 놈들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내가 동굴 입구를 사흘째 봉쇄하고 있으니 밤에 나와서 먹을 것을 구하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식량 비축 같은 것은 생각도 못 할 놈들이니까.’
이달투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족에서도 식량은 잘 저장하지 않는다.
그 말은 이제 슬슬 배고픔을 참지 못할 시점이 온다는 것이고, 놈들이 동굴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칠 것이다.
‘옵저버들보고 조심하라고 해.’
-예?
‘괜히 놈들에게 가까이 갔다가 잡혀서 뜯어 먹히지 말라고.
입구를 틀어막고 있으니 쫄쫄 굶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달투 놈들은 동굴 안에서 먹을 것을 찾을 수밖에 없다.
동굴 안에는 내가 심어 놓은 박쥐들밖에 없다.
그리고 모닥불을 피울 나무토막들도 바닥이 날 거다. 나는 그때를 노리고 있다.
-예, 알겠습니다요.
‘이제 대갈통에 쥐가 좀 날 거다.’
사악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 * *
동굴의 넓은 공터에서는 배트맨이 말한 것처럼 무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이달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리고 동굴 공터 중앙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 이달투가 고심에 찬 얼굴로 골똘히 뭔가 생각하고 있었다.
‘좀 이상해!’
늙은 이달투는 동굴 입구에서 돌을 던지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서는 여유롭게 동굴을 빠져나간 땅속에서일어서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키 큰 놈의 새끼가 벌써 여덟이나 끌고 갔습니다.”
옆에 있던 이달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여덟이나?”
“예. 그리고 죽인 놈은 더 많습니다.”
땅속에서일어서가 작전을 바꾸고 이달투의 동굴을 공략한 지 사흘이 지났다. 그리고 꽤 많은 이달투들은 잠도 자지 못하고 똥개 훈련을 하듯 땅속에서일어서가 동굴로 들어서면 뛰어나가야 했다.
“얼마나 죽었지?”
“적어도 서른 명은 죽은 것 같습니다.”
“으음…… 미치겠군.”
“그런데 이상합니다. 잡혀간 놈들이 미쳤는지 우리를 공격합니다.”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다.”
“정말 이상합니다. 큰어금니!”
이달투들은 자신들의 두목을 큰어금니라고 불렀다.
“그리고 먹을 것도 떨어졌습니다.”
“망할!”
아무리 동굴에서 생활하는 이달투들이라고 땅을 파먹고 사는 게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동굴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땅속에서일어서가 동굴 입구를 틀어막고 있기에 나갈 수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조약돌이 날아와 쓰러지고, 결국 잡히거나 죽게 된다는 것을 이달투들은 이제 알고 있었다.
“그 망할 놈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렇습니다. 미치겠습니다.”
“일단 동굴에 사는 날개 쥐들이나 잡아. 어떻게든 새끼들과 여자들을 먹여야 한다.”
“예.”
두목 이달투에게 명령을 받은 이달투가 고개를 돌렸다.
“날개 쥐들을 잡아서 먹는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이달투들이 어슬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을 못 잤는지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힘도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날개 쥐들이 왜 하나도 안 보이지?”
이달투들은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었던 날개 쥐들을 찾았다.
“그러게, 없어…….”
“날개 쥐 새끼들이 다 어디로 간 거야?”
“진짜 먹을 것이 없어. 이제 어떻게 해? 이러다간 다 죽을 거야.”
그때 배가 고파서 신경이 날카로운 이달투 하나가 작은 동굴에서 새끼들을 돌보고 있는 여자를 봤다.
“……있어.”
“뭐가?”
“먹을 게 있다고!”
“뭐?”
날카로운 시선으로 여자를 보고 있는 이달투를 보고 다른 이달투들이 놀랐다.
“저걸 먹으면 돼.”
퍼어억!
“크악!”
그때 뒤에서 이달투의 두목이 여자들을 잡아먹겠다는 이달투를 몽둥이로 후려 갈겼다.
퍽퍽! 퍽퍽!
그리고 쓰러진 놈을 죽이려는지 미친 듯이 몽둥이질을 했다.
“캑!”
결국 여자를 잡아먹겠다던 이달투가 죽었다.
“쥐 같은 새끼! 짝을 잡아먹겠다고 생각하는 놈은 내 손에 죽는다!”
두목 이달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나머지 이달투들도 두목 이달투가 한 말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달투들은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르게 동족을 잡아먹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현생인류 여자들도 동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때, 잡혀 온 여자가 아무렇지 않은 듯 두목 이달투에게 걸어왔다.
“어떡하지? 배가 고파서 젖이 안 나온다.”
그녀의 품에는 이달투와 조금은 다른 모습의 새끼를 안고 있었다.
“……미안하다.”
“애들이 배고파한다.”
“날개쥐라도 잡아 오겠다.”
“나는 괜찮다. 하지만 애들이 불쌍하다.”
“알았다.”
두목 이달투는 축 늘어져 있는 새끼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망할 새끼!”
큰어금니는 동굴 입구를 봉쇄한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분노를 뿜어냈다. 그리고 여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달투의 동굴에 모여 있는 여자들은 두 종류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여자들과 잔뜩 겁을 먹고 이달투의 눈치를 보고 있는 여자들로 나눠져 있었다.
“저…… 동굴사람들이 무섭지 않나요?”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으로 산발이 된 여자가 겁먹은 눈으로 이달투의 두목에게 말했던 여자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무섭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 무서워.”
“왜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니까. 아니, 부족 사람들보다 저들이 더 잘해 주니까.”
여자의 말에 며칠 전에 잡혀 온 여자들이 멍해졌다.
“……잘해 준다고요?”
“그래, 부족 남자들이랑 똑같아. 아니, 난 오히려 저들이 더 좋아. 먹을 것이 생기면 새끼들과 우리부터 먹이거든.”
“그, 그래도 동굴사람이고, 짐승이잖아요.”
“그게 어때서? 우리한테 잘해 주면 최고지.”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동굴사람들은 우리를 때리지는 않는다. 망할 놈이 괜히 동굴을 들쑤셔서 우리 새끼들만 굶고 있다.”
여자의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
* * *
동굴 밖에선 내게 테이밍을 당한 이달투드워프들이 내 주변에 모여서 사각 나무 방패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나는 지금 손수 늑대 가죽을 벗기고 있다.
‘민첩이 너무 달리네…….’
그에 반해 생명력이 높아서 그런지 방어력은 그럭저럭 쓸 만했다. 딱 그 정도다. 그리고 딴딴해 보였다.
전투에서는 속도를 중시하는 전격전보다는 방패를 들고 적들의 돌격을 버텨 내는 병과에 알맞은 놈들이었다.
‘진짜 이달투드워프 같네…….’
지난 어비스에서 본 이달투드워프는 무식할 정도로 힘이 셌다. 그들은 거대한 도끼와 묵직한 방패를 들고 기마대의 돌격도 버티는 우직한 종족이었다.
‘종특을 최대한 이끌어 내야겠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좋지만 전투에서는 강한 부분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 전투에서는 효율적이다. 약점을 보완한 부대는 그저 평범한 부대다.
하지만 강점을 강화한 다양한 병과로 모인 부대는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부대의 전투력이 달라진다.
다만 이 부대도 한계가 있다. 지휘관이 무능하다면 이도 저도 안 되는 무능한 부대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유능한 지휘관만 있다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부대가 된다는 뜻도 된다.
-발골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내 이달투드워프들에게 유니폼이라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에 늑대 가죽을 벗기고 있다. 가죽을 벗기면 늑대는 그 자체로 식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