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오초희의 성문 안.
“몸에 숯을 바르라.”
전사 조장이 아편에 취해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는 노예 전사들에게 명령했다.
“으으으으…….”
“완전 정신 나갔군.”
노예 전사들은 지급 받은 무기들을 움켜쥐고 욕망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성문을 뚫고 나갈 기세다.
“어서 발라. 아니 발라 줘라.”
어둠 속에 몸을 숨기려고 숯을 바르는 기발함까지 보이는 놈들이었다.
“조장들은 뒤에서 독려하고 궁수들은 후방에서 화살로 공격한다.”
“성문을 열어라.”
‘최대한 많이 죽여야 해.’
전사 조장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노예 병사와 자신들만 전장으로 내모는 오초희에게 조금씩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 * *
스르륵!
천천히 성문이 열렸다.
[성문이 열렸습니다요.]요즘 배트맨이 열심히 일한다. 손오공과 첫 번째 약탈 작전을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경계를 시작했고 야간 기습 중인 노예 전사들을 파악해서 내게 보고했다.
‘야습이군.’
예상했던 일이다.
“흑수말갈! 성문 앞 평지를 공격할 수 있게 투석기를 준비해라.”
“이 시간에 어찌…….”
“적의 성문이 열렸다. 야간 기습을 할 모양이다.”
내 말에 흑수말갈이 바짝 긴장했다.
“호박돌을 날려서 아주 묵사발 내겠습니다.”
묵사발 낼 필요 없다. 아마 오초희는 직접 나서지 않고 노예 병사들만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백성의 수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사내들이니 전사라면 전사지.’
물론 우리 전사들처럼 훈련된 전사들은 아니지만 수적 우세함은 어느 시대, 어느 전투에서든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만약…….’
오초희가 한꺼번에 노예 전사들을 이끌고 달려 나왔다면 전투의 양상은 완벽하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줄사다리를 만들어서라도 한번에 총공격했을 것이다.
지구전을 선택하고 자신의 병력을 하나로 뭉치지 못한 점은 오초희의 가장 큰 실책이다.
그렇게 만든 게 내 전략이었다. 20마리의 설인들을 전방에 배치했고 그 뒤에 백색 늑대들의 날카로운 이빨을 오초희에게 보여 준 것이다.
이제 시간은 내 편이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유리해진다.
‘하지만…….’
너무 오래 끌 수 없는 전쟁이다. 북쪽에서 팽창하는 광역필드와 맞서고 있는 레드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질 테니까.
‘일주일 안에 끝을 내야 하는데…….’
먹고 버틸 식량을 털기 위해 원숭이 도둑단을 만들었다. 그땐 오초희도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올 테니까.
“화염병과 뭉친 지푸라기를 준비해라. 투석기는 조명 지원만 한다.”
“조, 조명?”
흑수말갈이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지금은 밤이다. 밤에 공격해 온다면 우리는 적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니 불을 밝혀야지.”
물론 화염병을 날리고 지푸라기를 투석하기 때문에 노예 전사들의 피해 역시 상당할 것이다.
‘피해는 불가피하다. 최소한의 피해만 생각하자.’
[아주 천천히 나오고 있습니다요.]배트맨이 하늘에서 내게 초음파 소통을 시도했다.
“성문 쪽에서 적이 나오는 것이 보이나?”
나는 옆에 있는 전사 조장에게 물었다.
“잘 안 보입니다.”
내 눈에는 조금 열린 성문에서 노예 전사들이 나오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올빼미의 이능을 강탈했으니까.’
나는 야간에도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궁수는?”
“뒤에 대기시켰습니다.”
아르메가 바로 대답했다.
“그물을 준비해라. 잡을 수 있는 놈들은 잡는다.”
그때 내 옆에 있던 단단히가 짧게 대답하고 이달투드워프들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원숭이 바구니를 만들면서 포로를 획득하기 위해 그물까지 준비했다.
[폐하, 폐하!]그때 배트맨이 다시 나를 불렀다.
‘왜?’
[눈깔이 이상합니다요.] [침도 질질 흘립니다요.]나는 배트맨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 소리야?’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요.]나는 배트맨의 보고에 성벽에 바짝 붙어서 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노예 전사들을 눈여겨봤다.
“침을 흘리고 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성벽 뒤 투석기의 사거리를 벗어난 곳에 설치된 망루에선 오초희를 봤다.
‘저 망할 것이 무슨 짓을 한 거지?’
온몸에 숯 칠한 노예 전사들은 눈동자가 반쯤 풀려 침을 흘리고 있다.
야습은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인데 노예 전사들은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성벽 위에도 활을 든 암컷들이 숨어 있습니다요.]노예 전사들이 돌격하고 패했을 때 우리의 돌격을 저지하기 위해 숨긴 궁수다.
‘희생양이군.’
저 노예 전사들은 오초희의 화살받이일 뿐.
“진정 망할 년이군.”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었다. 아마 노예 전사들은 마약 성분에 취했을 것이다.
‘마약까지 개발했다면…….’
오초희의 명성은 높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주를 발견하고 명성 수치가 감소 됐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발소리를 죽이며 흑수말갈이 내게로 다가왔다.
“준비 다 됐습니다.”
오초희는 야습에 쓸 노예 전사들을 조금 열린 성문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내게 시간을 준 것이다.
‘전투 지휘가 형편없군. 경험이 부족해.’
나는 오초희가 은둔형 외톨이였다가 헌터로 각성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곳에 터를 잡고 이렇게 통솔하진 않을 테니까.
“손오공.”
손오공은 1차 도둑질을 끝내고 돌아온 상태다.
“성안으로 멀리 돌아 들어가 싹 털어와.”
끼끼!
손오공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든 바구니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도둑단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대로 털어와.”
손오공은 내게 대답하고 바로 원숭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갔고 1,000마리의 원숭이 중에 200마리 정도가 원숭이 바구니를 메고 있었다.
끼끼! 끼끼!
손오공의 외침에 원숭이들이 우회해서 빠르게 사라졌다.
‘한 번 훔칠 때마다 최소 5,000개다.’
옥수수 5,000개를 훔쳐올 수 있다. 이 작전의 핵심은 오초희가 손오공의 도둑질을 언제 파악하냐는 것이다.
아마 오늘 밤에는 모를 것 같다.
‘이곳에 신경이 팔렸으니까.’
* * *
성안 망루 위.
망루 쪽으로 여자 전사 하나가 성벽에서 급하게 뛰어와 섰다.
“다 내보냈습니다.”
땅속에서일어서의 진영과 이곳은 꽤 거리가 있기에 여전사의 외침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기어서 접근하라고 해. 다 죽어도 상관이 없으니까 한 놈이라도 더 죽이라고 해.”
오초희의 명령을 받은 여전사가 다시 급하게 성문 쪽으로 뛰어서 밖으로 나왔다.
“기어간다.”
야전사는 500여 명의 노예 전사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마약 때문에 이성을 잃은 노예 전사는 여전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눈빛을 보였다.
여전사는 답답한 마음에 노예 전사들이 보는 앞에서 엎드렸다.
“기어서 저기로 간다고.”
“으으으으!”
그때 완벽하게 이성을 잃은 노예 전사 하나가 여전사의 엉덩이를 보고 바로 달려들었다.
“뭐, 뭐야!”
퍽!
그 순간 노예 전사가 욕망에 타올라 여전사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흐흐흐!”
마약의 부작용일 것이다. 졸지에 여전사는 초점이 풀린 노예 전사들 앞에서 겁탈을 당했다.
수욱!
그때 다른 곳에 서 있던 전사 하나가 뒤에서 달려들어 여전사를 겁탈하는 노예 전사를 날카로운 창으로 찔러 죽였다.
“으으윽!”
쿵!
정말 제대로 통제가 안 되는 순간이었다.
“기어서 공격한다.”
“예…….”
그렇게 잠시의 혼란을 수습하고 오초희의 야습부대는 땅속에서일어서에게 은밀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배트맨과 땅속에서일어서가 지켜보고 있었다. 땅속에서일어서는 가소로워서 피식 웃어버렸다.
* * *
[기어오고 있습니다요.]내가 보는 것도 모르고 최대한 은밀하게 접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단단히. 포획 조는 준비가 끝났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중앙까지 올 동안 기다리면 되겠군.”
성벽 위에는 궁수들이 몸을 숨기고 있다.
‘노예 전사는 화살받이로 생각하니까.’
우리가 달려나가면 성벽 위에서 화살을 쏠 것이다. 노예 전사가 죽든 말든 그렇게 할 것이니 사거리를 벗어나 접근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기다려.”
나는 야간 투시경과 같은 눈으로 바짝 엎드려 천천히 기어오는 노예 전사들을 노려보고 있다.
“좀 더.”
내 지시에 흑수말갈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이다. 뛰어!”
투석기가 있는 곳은 이곳에서 한참 뒤에 있다.
“예, 알겠습니다.”
다다닥! 다다닥!
흑수말갈이 투석기 방향으로 쏜살같이 뛰어가 바로 외쳤다.
“투석기를 날려라.”
수우우웅! 수우우웅!
휘리릭!
쨍그랑! 쿠우웅! 쿵쿵!
화화화! 화화화!
성벽 앞에 화염이 솟아올랐고 성문 쪽으로 날린 뭉친 지푸라기들까지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추는 조명 역할을 했다.
“화염의 벽이 생겼군.”
“흑수말갈에게 화염병을 더 쏘라고 해.”
전사 조장이 흑수말갈을 향해 뛰었다.
“이제 포박의 시간이다.”
나는 나무 의자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리고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준비해 놓은 장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때려잡으러 가자.”
내 명령에 단단히와 30여 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럽게 화염병과 불이 붙은 지푸라기가 날아드는 것을 보고 마약에 취한 노예 전사를 통솔하던 여전사들은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