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236
236회. 이 청개구리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갑자기 진지해진 청운검 남궁천의 태도에 연적하는 저도 모르게 바로 앉았다.
미리 오해하지 말라고 하는 걸 보니 좋은 소리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실수를 했나 보다.’
그는 철이 든 이후로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싸울 때는 욕설도 종종 들었지만, 그 사람들은 큰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상대는 남궁천.
남궁연 누님의 오라버니이자, 바른 생각과 소탈한 성격으로 가까이하고 싶은 형님이 아니던가!
당연히 그가 나무라면 무조건 사죄할 생각이다.
연적하는 생사대전을 앞둔 사람처럼 바짝 긴장한 얼굴로 남궁천의 입에 주목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뜻밖의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에 무백이를 만났었다. 네 와룡검이 숙부의 것이라며 돌려받았으면 하더라. 너와 사이가 껄끄러워 직접 말하기가 어렵다면서.”
“아!”
연적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심각한 일인 줄 알았는데 고작 칼 때문이었다니!
자기들도 한 자루씩 가지고 있으면서 왜 남의 칼에 눈독을 들이는지 모르겠다.
“이거요?”
연적하가 와룡검을 풀어 앞으로 내밀었다.
어차피 연씨 것을 빼앗은 것이라 별 애착도 없다.
수중에 돈이 없다면 모를까?
고작 이것 때문에 천 형님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다.
‘거참. 잘 만든 검이지만, 아쉬운 소리 해 가며 돌려 달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혹시 법보니 뭐니 하는 소문에 눈이 돌아간 것일까?
연적하가 와룡검을 불쑥 내밀자 남궁천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진짜 돌려주려고 그러느냐?”
“예, 형님께 맡길 테니 대신 전해 주세요. 이런 일로 만나면 영 어색할 것 같아서요.”
“내가 부탁받고 그런 말을 전했지만, 네가 계속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닌 말로 너도 연씨 아니더냐. 무백이가 들으면 섭섭하게 생각하겠지만, 외숙의 검이면 너에게도 소유권은 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궁연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적하야. 굳이 양보할 필요 없어. 유명교와 싸우려면 너에게도 저 검이 필요하잖아.”
“저는 새 검을 구하면 돼요. 그거 얼마나 한다고요. 은자 삼십 냥이면 쓸만한 검을 살 수 있는 것 같던데.”
“어이쿠! 무슨 소리야. 세상에 은자 삼십 냥짜리 법보가 어디 있다고.”
남궁천의 말에 연적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형님. 저거 법보 아니에요. 곤륜삼선이라는 도사들이 착각한 거예요.”
“헛! 법보가 아니라고?”
“예. 몇 해 전에 오봉산에서 연씨에게서 빼앗은 거예요. 검신에 쓰인 ‘와룡’이란 글은 와룡장 소속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들었어요. 와룡장 제자들은 한 자루씩 가지고 있을걸요?”
“그런데 곤륜삼선은 왜 저걸 법보라고 한 거지?”
“제가 저걸로 마물 때려잡는 걸 보고 법보인 줄 알았나 봐요. 어쩐지 그날도 한참 검에 눈독을 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랬구나.”
곤륜삼선에게 술법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고 있는 남궁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넌 법보도 없이 마물을 죽인 거야?”
“네.”
“곤륜삼선은 네가 순식간에 처리했다고 했어. 정말 법보 없이 그게 가능해? 천하십대고수들도 한 시진 가까이 싸우다가 달아났는데?”
“그게 되더라고요?”
그러자 남궁천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야. 분명 네가 모르는 작용을 했을 거야. 아버지도 한 시진 만에 겨우 죽일 수 있었다고. 그걸 순식간에 처리했으면 법보 맞아. 너 법보에 대해서 잘 모르지?”
“예.”
연적하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자 남궁천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거봐. 법보인지 아닌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냥 네가 쓰겠다고 해. 천하의 연적하가 쓰겠다는데 돌려 달라고 하겠어?”
“그래, 그건 오라버니 말이 맞아. 나도 네가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
“괜찮다니까요. 형님이 돌려주세요.”
연적하가 돌려주라 하고, 남궁천과 남궁연이 반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한참 옥신각신했지만 남궁천과 남궁연 남매는 끝내 연적하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내가 괜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구나. 미안하다. 남의 가정사에 오지랖을 부리면 안 되는데. 내가 죄인이다. 하아!”
남궁천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연적하가 그 귀한 법보를 포기한 게 자신의 탓만 같았다.
“형님, 정말 괜찮다니까요. 그리고 심 노인에게도 법보가 하나 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 급하면 그거라도 빌려서 쓰면 되니까요.”
“심 노인에게 법보가 있다고?”
“예.”
연적하는 구천노도 심통이 부양의 조원촌에서 겪은 일을 들려주었다.
“이야! 그런 기연이 있나. 앞으로는 술에 취한 노인이 길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겠는데?”
“그러게요. 저도 그 뒤로 유심히 보고 다니는데, 막상 찾으려니까 안 보이더라고요.”
“칠리하촌에 노인들이 자주 가는 주루가 있어. 그 근처를 서성이면 꽤 보일지도 몰라.”
두 남자의 철없는 대화에 남궁연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오라버니, 실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적하가 쓸 검이나 좀 알아봐 주세요. 이곳 사정은 오라버니가 더 잘 알고 계시잖아요.”
“어, 그래. 오늘부터 당장 알아보마. 아니, 급한 대로 일단 무백이 검이라도 내놓으라고 해야겠다. 와룡장 수준의 검을 갑자기 구하기도 어려우니까.”
“그것도 괜찮겠네요. 처음부터 무백 사제의 검과 맞바꾸는 것으로 하세요. 그 뒤에 천천히 더 좋은 검을 구하는 게 낫겠어요.”
연적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빙글빙글 웃었다.
자신의 일인 양 고민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려니 행복하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다.
***
칠리하촌.
동쪽 외곽의 작은 집.
신시 초(오후 3시).
연적하가 대문을 들어오자 마침 마당에서 금강저를 휘두르고 있던 구천노도 심통이 말했다.
“벌써 오십니까? 모처럼 만나셨으니 저녁까지 드시고 오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걸 왔어. 심 노인 혼자 먹게 할 수는 없잖아.”
“어이쿠!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밖에 나가면 후배들이 술대접한다고 와글와글 몰려듭니다. 그런데 검은 어디다 팔아 먹고 오신 겁니까? 돈도 많으신 분이.”
눈썰미가 예리한 심통은 금방 연적하에게 검이 없음을 알아보았다.
“무백 형이 돌려 달라고 해서 보냈어.”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심통이 황당한 얼굴로 연적하를 보았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입만 열면 법보에 대해 떠들었다.
와룡검에 대한 이야기도 꼭 나온다.
천지맹에 있는 세 번째 법보로, 무가지보(無價之寶)라 했다.
그런데 그 귀한 걸 보냈다고?
“천 형님을 만났는데, 무백 형이 와룡검을 돌려 달라고 했다나 봐. 그래서 천 형님에게 대신 전해 주라고 맡겼어.”
“아니, 공자님?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말씀이십니까?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와룡검을 그냥 돌려주다니요? 배다른 형제들도 참 뻔뻔하네요. 어떻게 그걸 돌려 달라고 한답니까?”
“째째해 보이기 싫어서 줬어. 그러니까 더 말하지 마. 나라고 속이 편한 줄 알아?”
사실 그게 연적하가 와룡검을 돌려준 진짜 이유였다.
남궁연 앞에서 좀스러운 남자로 보이고 싶지 않은 것 말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그게 어떤 물건인데. 돌려 주십니까?”
“어떤 물건인데?”
“와룡검은 천지맹에 있는 세 번째 법보잖습니까!”
“법보가 아닐 수도 있어.”
“아니긴요. 잘 생각해 보십쇼. 지금까지 공자님이 무엇으로 마물을 잡았는지를요.”
“와룡검?”
“예! 맞습니다. 이제 아셨습니까? 그럼 어서 가서 찾아오십시오. 공자님이 거북하면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
연적하는 선천적으로 귀가 얇은 사람이다.
남궁세가에 이어 심통까지도 법보라고 주장하니 왠지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남궁연 앞에서 사내답게 포기한 물건을 되찾아 올 수는 없었다.
“됐어. 정 필요하면 심 노인 걸 쓰지 뭐. 그거 빌려줄 거지?”
“무슨 말씀이신지?”
“금강저 말야. 급할 때 빌려 달라고.”
“송구합니다만 그건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왜?”
“금강저는 제 심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심장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습니까?”
“뭐? 심장? 이야! 이제 슬슬 본성이 나오는구나. 그깟 쇠막대기 하나 못 빌려준다고? 나한테?”
“그깟 쇠막대기가 왜 필요하십니까? 쇠막대기라면 대장간에 넘치도록 있는뎁쇼?”
“심 노인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좀스럽다.”
“공자님께서 위기에 몰리면 제가 목숨 걸고 구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금강저를 빌려 달라는 말씀만은 하지 마십쇼. 저에게도 몸에서 절대 떼 놓고 싶지 않은 물건이 하나 정도는 있습니다.”
“그게 금강저다?”
“예.”
“알았어. 내가 오늘 일 기억해 둘게.”
연적하가 분한 얼굴로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 서슬에 찔끔 놀란 심통이 다급히 말했다.
“공자님, 그러지 마시고 그냥 와룡검을 찾아오십쇼. 제가 남궁 공자를 만나고 오겠습니다.”
“냅 둬. 남자는 무조건 직진이야. 번복할 생각 없어.”
“그러다가 염라대왕 앞으로 직진할 수도 있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소문 안 나게 잘 처리하겠습니다.”
“됐으니까 그만 얘기해.”
“공자님, 동방에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뭔데?”
“청개구리가 살았는데, 이놈이 그렇게 엄마 말을 안 듣고 반대로 행동했답니다. 병들어 죽게 된 엄마는 청개구리가 하도 반대로만 행동하니까, 자기를 강가에 묻어 달라고 했답니다. 그럼 산에다가 묻어 줄 줄 알았던 거지요.”
“저런. 그런데 얘기하면서 이놈 저놈 하지 마. 나한테 욕하는 것같이 들리니까.”
“예, 그런데 엄마가 죽자 이 청개구리라는 놈, 아니, 청개구리가 정신이 번쩍 든 겁니다. 엄마 말을 안 듣고 반대로만 행동한 걸 후회한 거지요. 그래서 마지막 말은 들으려고 강가에 묻었답니다. 그 뒤로 비만 내리면 불어난 강물에 엄마 무덤이 쓸려 갈까 봐 슬프게 운답니다.”
“가슴이 찡하네.”
“공자님이 만약 이 청개구리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가에 묻으시겠습니까? 산에 묻으시겠습니까?”
“…….”
한참을 고민하던 연적하가 답했다.
“강가에 묻어 줄 거야.”
“예? 아니 왜요? 엄마는 산에 묻히기를 바랐다니까요. 하도 반대로만 행동하니까 강가에 묻으라 한 거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엄마가 그렇게 해 달라고 했으니까. 나중에 울지언정 말씀하신 대로 해 드려야지.”
답답한 소리에 심통이 양미간을 찌푸렸다.
“하아! 공자님은 진짜 청개구리네요. 왜 그렇게 주변 사람들 말을 안 들으십니까?”
“언제는 내가 남의 말에 잘 휘둘린다며 팔랑귀라고 놀리지 않았어?”
“그러면 와룡검을 찾아오셔야지요.”
“연 누님 앞에서 한 입으로 두말하고 싶지 않아. 남자는 직진이라고. 몇 번을 말해.”
답답해진 심통이 언성을 높였다.
“이런 젠장! 그러니 청개구리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번복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공자님에게는 누구보다도 법보가 필요합니다. 머리에 포상금이 걸려 있다지 않습니까!”
“괜찮다니까. 심 노인에게 금강저도 있는데 뭘 그렇게 걱정을 해.”
“절대 안 빌려 드린다니까요.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습니다.”
단호한 심통의 말에 연적하가 발끈해 소리쳤다.
“이런 좀스러운 늙은이 같으니라고! 두고 봐! 내가 오늘 일 절대 잊지 않는다!”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마치 싸움닭처럼 서로를 마주 보고 한참을 옥신각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