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714
714회. 이제 내가 참신이라는 것을 믿겠느냐?
사방이 해골 기병들투성이였다.
어찌나 그 숫자가 많은지 청명하던 하늘이 한순간 어두컴컴해질 정도였다.
연적하는 광명진천이 전장을 하늘로 선택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하늘이니 망정이지 만약 땅이었다면 해골 기병에 의해 모든 게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쿠드드드-.
해골 기병들이 지척에 이르자 사기(死氣)는 더욱 짙어져 아찔한 현기증까지 났다.
숫자에는 숫자다.
연적하는 최대한 영기를 끌어 올려 소요종의 천산검영(千山劍影)을 펼쳤다.
고오오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검의 화신(化身)’이 하늘 위에 떠올랐다.
이윽고 ‘검의 화신’들은 소나기처럼 해골 기병들 위로 떨어져 내렸다.
쏴아아아-.
푸스스스-!
‘검의 화신’에 직격당한 해골 기병들은 시커먼 안개로 변해 흩날렸다.
한순간 연적하의 정면으로 쇄도하던 해골 기병들이 소멸했다.
그러나 사라진 해골 기병의 빈자리는 이내 뒤에 밀려오는 해골 기병들로 채워졌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숫자였다.
‘오냐! 누가 이기나 해보자!’
독이 오른 연적하는 쉬지 않고 천산검영을 펼쳤다.
이렇게 많은 ‘검의 화신’을 만들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아무리 ‘검의 화신’을 퍼부 어도 해골 기병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연적하와 해골 기병들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것은 ‘검의 화신’보다 해골 기병의 숫자가 더 많아서 생긴 일이었다.
물량으로 밀어붙이던 연적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결과였다.
‘천산검영’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검의 화신’은 양보다 질에 치중한 검공이다.
그에 반해 ‘아빌 하마드(죽음의 기사)’는 대규모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주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천산검영의 한계가 드러났다.
연적하도 그 차이를 곧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군대를 상대로 하는 무공이 없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강호는 물론 종문에서도 대규모 전투에 참전할 일은 없었으니까.
연적하는 광명진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광명진천은 개인도 강하지만 대규모 전투에도 최적화된 존재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연적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해골 기병들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해골의 얼굴에 뻥 뚫린 구멍이 선명하게 보이자 연적하는 입을 쩍 벌렸다.
뼈만 남은 해골이 말을 타고, 창칼을 휘두르다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비슷한 이야기도 들어 본 적이 없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죽음의 기운과 해골 기병들…….
문득 연적하는 자신에게도 다수의 악귀를 물리칠 수법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무당파의 공진검(空塵劍)이다.
다만 저 해골 기병들 속에서 어떻게 십팔 초식을 펼치는가 하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그것 외에 다른 수는 없었다.
연적하는 다시 한번 천산검영의 검공으로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재빨리 공진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해골 기병들이 다시 벌 떼처럼 밀려들었다.
츠츠츠츠-.
연적하는 해골 기병을 신경 쓰지 않고 공진검에 집중했다.
일초, 이초, 삼초…….
공진검의 검무는 화려했지만 딱히 위력이 느껴질 수준은 아니었다.
광명진천은 ‘오브라나의 막(膜)’ 안에서 가볍게 눈을 찌푸렸다.
천산검영의 검공은 대단했지만 수량에 있어 아빌 하마드’를 막지 못했다.
그런데 천산검영의 검공 대신에 선택한 게 저 우스꽝스러운 검무라니?
종문의 검공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지만 저런 건 또 처음 본다.
아무리 봐도 저건 그저 검무(劍舞)에 불과했다.
저것으로 천족 최고의 주법 중 하나인 ‘아빌 하마드’를 상대하겠다는 걸까?
그가 비정상이라는 것은 알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저럴 줄이야.
‘네놈이야말로 무슨 헛짓거리냐.’
속으로 상대를 비난하던 광명진천의 눈이 번쩍 떠졌다.
놈의 어리석음을 비난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최고신에게 도전한 놈을 저 땅바닥에 처박을 기회였다.
그는 ‘아빌 하마드’와 연계된 압살(壓殺)의 주법을 떠올렸다.
압살은 아빌 하마드’와 달리 무형의 기운이기에 막아 낼 수도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상대는 ‘죽음의 기사’들에 한눈을 팔다가 피떡이 되곤 했다.
광명진천은 쉬지 않고 외우던 ‘아빌 하마드’의 주문을 잠시 멈췄다.
저런 검무에 ‘죽음의 기사’들이 당할 리가 없으니 압살의 주법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아하츠 코아하르! 마레트!(태산의 힘이여! 죽여라)!”
그가 압살의 주법을 시전할 즈음, 연적하의 공진검도 끝을 향해 달려 가고 있었다.
시커먼 해골 기병들이 연적하의 코 앞까지 밀려와 창과 칼을 휘두를 때, 마침내 연적하는 공진검 십팔초식의 검무를 완성했다.
천둔검이 연적하의 머리 위에서 호선을 그리다가 수직으로 뚝 떨어졌다.
쿠우웅-.
한순간 천둔검의 검 끝에서 묵직한 폭음이 들려왔다.
이윽고 마치 폭풍처럼 거칠고 세찬 파동이 천지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푸스스슥- 푸슥-.
새까맣게 몰려왔던 죽음의 기사들이 한순간 재가 되어 흩날렸다.
‘죽음의 기사’들에 가려 어둑어둑하던 하늘이 다시 제 빛깔을 되찾았다.
연적하의 시선이 광명진천을 향했다.
그동안 해골 기병들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그가 선명하게 보였다.
연적하와 파르스름한 막에 둘러싸인 광명진천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광명진천의 손가락이 자신에게 향한 걸 보니 또 뭔가 하려는 모양이다.
순간 연적하는 기이한 느낌에 급히 위쪽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힘에는 힘이다.
그건 거의 본능에 가까운 판단이었다.
연적하는 천둔검을 머리 위로 날리며 소리쳤다.
“커져라!”
쑤우우욱-!
삼 척(약 90센티)에 불과하던 천둔검이 본래의 거대한 크기로 돌아갔다.
천둔검이 솟구쳐 오른 하늘에서 기이한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쿠쿠쿠쿵-!
검결지로 천둔검을 조종하고 있던 연적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공할 힘이 천둔검을 누르고 있었다.
‘천둔검 본래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태산만큼이나 거대해진 천둔검을 오히려 찍어 누르는 힘이라니!
소요종에서 천애불문비의 생령을 얻지 못했다면 버티지 못했으리라.
연적하는 이를 악물고 버티었다.
다행히 천둔검에 전해지는 힘이 조금씩 경감되는 게 느껴졌다.
천둔검이 저 미지의 힘을 극복해 내는 모양이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땀이 눈으로 흘러 들어올 즈음 검결지가 가벼워졌
뭔지 모르지만 마침내 이긴 모양이다.
은은하게 울리던 우렛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연적하는 힐끔 얼굴을 들어 천둔검을 보았다.
계속된 폭발음에 은근 걱정했는데 다행히 천둔검의 크기는 여전했다.
‘네가 삼천의 신이라고? 어디 너도 맛 좀 봐라!’
연적하는 머리 위에 빳빳하게 세우고 있던 검결지를 아래로 내렸다.
거대한 천둔검이 섬전처럼 광명진천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쓰아아아-.
검보다 풍압이 먼저 광명진천에게 닿았다.
그때 광명진천의 상태는 썩 좋지 못했다.
압살의 주법으로 천둔검을 상대하느라 영기를 태반이나 소모한 뒤였다.
설상가상으로 천둔검에 압살의 주법이 깨지면서 충격까지 받았다.
주문의 힘은 막강하지만 그게 실패할 경우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금 광명진천도 그랬다.
겉보기에는 멀쩡했지만 그의 정신은 꽤나 위태로운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삼천의 신’답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브라나의 막(膜)’으로 부족하다 느낀 그는 즉시 세 쌍의 날개로 자신을 감쌌다.
그 순간 도끼처럼 떨어져 내린 천둔검이 파르스름한 막을 찍었다.
꽈광-!
천둔검의 힘에 ‘오브라나의 막’이 폭발했다.
이윽고 천둔검이 세 쌍의 날개에 닿았다.
가가각!
두 쌍의 날개가 잘려 나가고 마지막 한 쌍의 날개가 천둔검을 막아 냈다.
뒤이어 날개 사이로 광명진천의 손이 불쑥 튀어나와 천둔검을 잡았다.
“헤사하데 마하르(소멸하라)!”
쩌저적-!
천둔검의 검신에 굵은 금이 가는가 싶더니 이내 가루로 변해 흘러내렸다.
연이어 광명진천은 한 쌍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최후의 주법을 사용했다.
“바라하트 디나미스(디나미스여 현신하라)!”
디나미스는 광명진천의 신명(神名)이다.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광명진천은 디나미스라는 신으로 변했다.
그것은 광명진천이 가진 최고이자 최후의 패였다.
디나미스로 변한 광명진천은 더 이상 천족이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이 장(약 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과 신비한 다섯 쌍의 날개.
누가 봐도 그것은 신의 모습이었다.
디나미스가 다섯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말했다.
“연적하, 네가 기어코 나를 현신하게 만드는구나. 이제 내가 참신이라는 것을 믿겠느냐?”
연적하는 황망한 얼굴로 눈만 끔뻑였다.
솔직히 자신이 봐도 저 모습은 더 이상 천족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검은 눈동자는 횃불처럼 타올랐고, 백옥 같은 얼굴에서는 광채가 났다.
광명진천은 똑바로 쳐다보기가 송구할 정도로 기품이 흘러넘쳤다.
그것이 신격(神格)에서 나오는 것 임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젠장! 메누아가 나를 속인 건가?’
누구라도 지금의 저 모습을 보고 천족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신이 아니고서는 저런 기세를 풍길 수가 없다.
저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나면서부터 가진 신의 격(格)이다.
하지만 끝내 연적하는 광명진천을 신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방금까지 죽일 듯 싸운 상대를 신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 설사 그가 신이라 해도 결과는 같다.
그가 자신을 부정했으니 자신도 그를 부정할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믿으면 없던 일로 해 줄 거야? 그런 거 아니잖아?”
연적하의 불경스러운 태도에 디나미스는 실로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면 천족들조차 엎드려 경배하거늘 한낱 인간이 저렇게 나오다니?
역시 저놈은 이 세계에 존재하면 안 되는 해충이다.
분노한 디나미스의 입에서 마치 천둥이라도 치듯 우렁우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적하. 너에게 신벌을 내리겠다. 너는 죽어서도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다. 엘하임 티모리아(신벌)!”
디나미스의 선언과 동시에 구름속에서 묵직한 우렛소리가 울렸다.
쿠르르릉- 쿠쿵-!
연적하는 급히 광명진천에게 소멸당해 사라진 천둔검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런 연적하를 무덤덤한 얼굴로 내려다보던 디나미스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 벼락이 떨어졌다.
꽈광-!
이전에 광천사 베레드나, 광명진천이 쓰던 주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것은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단 한 번의 벼락에 연적하가 들고 있던 천둔검이 터져 나갔다.
“윽!”
연적하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핏물이 배어 나왔다.
폭발의 여파로 운종술까지 깨지자, 그의 몸이 빠르게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