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68
167화. 오늘부터 공부한다전체 강사 회의가 끝난 후, 백수룡은 곧바로 관주실에 찾아가 노군상을 만났다.
“백 선생과 이렇게 마주 앉은 것도 오랜만이로군.”
“일이 바빠 그간 격조했습니다.”
“허허. 백 선생이 바쁜 것이 내게도 좋은 일이라네. 얼굴을 자주 보기 힘들어서 아쉽긴 해도 말일세.”
“…….”
백수룡은 부드러운 웃음을 짓는 노군상의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기도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원래 이 정도로 강했나. 아니면…… 최근에 성취가 있었던 건가.’
역천신공이 7성에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일까.
가까이 마주 앉은 노군상의 기도가 새삼 강렬하게 다가왔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압박감이 굉장했다.
‘지금 내가 노군상과 싸운다면…….’
그 순간, 노군상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자네. 이제는 나를 가늠해 보는군?”
“아, 무심코 그만. 죄송합니다.”
“괜찮네. 자네의 무공이 이토록 고강해지다니. 실로 청룡학관의 홍복이야.”
노군상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 그 목소리가 매우 진지했다.
“우선 악인곡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겠나? 온갖 소문을 들었네만, 자네에게 직접 듣고 싶군.”
“예. 우선 적호방의 일부터 말씀드리면…….”
응당 관주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었다.
백수룡은 적호방부터 시작해서 악인곡, 혈수귀옹, 그리고 구음마녀와 싸운 것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물론, 전부 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혈교와 관한 이야기는 전부 뺐고, 구음마녀와 관련된 이야기도 빙정에 관련된 부분은 모조리 생략했다.
그럼에도 노군상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허! 구음마녀까지 쓰러뜨렸단 말인가? 그건 떠도는 소문으로도 듣지 못했거늘!”
노군상은 이야기 도중에 몇 번이나 감탄하더니, 이야기가 끝났을 때엔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군. 자네 손에 백발마수, 혈수귀옹, 구음마녀. 무림공적 중 셋이 쓰러졌다는 말이 아닌가?”
“음.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아니, 이 사람이 지금!”
그렇게 엄청난 공적을 세워 놓고, 정작 본인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라니!
노군상은 시큰둥해하는 백수룡의 모습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무림 초출이나 다름없는 자네가 악인곡을 무너뜨리고 무림공적 셋을 쓰러뜨렸는데도 이렇게 담담하단 말인가? 이거야 원, 청룡신협이라는 별호가 실로 과하지 않구나.”
“과찬이십니다.”
오히려 백수룡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노군상의 칭찬에 억지로 웃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
‘명성을 날리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데 말이지.’
무림에서 이름을 떨친다는 건, 다시 말해 적이 많아진다는 말과 같았다.
즉, 앞으로 성가신 일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슬슬 혈교에서 날 주시할지도 모르겠어.’
백수룡은 앞으로는 눈에 띄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노군상에게도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구음마녀의 관한 이야기는 관주님께만 말씀드린 겁니다. 제 학생들과 관주님 이외에는 아무도 몰랐으면 합니다.”
“무림맹에도 보고하지 않았단 말인가? 어째서?”
노군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수룡은 미리 생각해 둔 대로 대답했다.
“……여민 학생의 개인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무림맹에서 자세히 조사하겠다고 그 아이에게 이것저것 캐묻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미 충분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백수룡 본인이 더 이상 유명세를 떨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노군상은 이제 감탄을 넘어 감격한 표정이었다.
“허. 학생을 위해 부풀려도 모자랄 공을 줄이다니……. 내 이번에 자네를 다시 보게 되었네. 실력에 비해서 인성은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거늘.”
“예, 뭐…… 예에?”
방금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백수룡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노군상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암! 내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 가겠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하지 않을 것이야!”
‘뭘 또 무덤까지…….’
어쨌든 노군상의 반응이 좋아 다행이었다.
초반에 살짝 긴장감이 흐르던 분위기가 완전히 부드럽게 풀렸다.
“허허. 이제 보니 내 앞에 있는 사내는 청룡학관의 강사가 아니라 무림의 떠오르는 신진고수였군.”
“크흠. 자꾸 그렇게 띄워 주시면 민망합니다. 솔직히 운이 많이 좋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강사 일은 때려치우고 무림에 나가 협객이 되는 것이 어떤가?”
노군상의 농담에, 백수룡은 생각만 해도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찬바람 맞으면서 자는 건 이제 질색입니다.”
“푸헐헐헐! 자네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두 사람은 한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하지만 백수룡을 진짜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그는 분위기가 무르익길 기다리다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관주님. 올해 바뀌었다는 천무제 규정 말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려 주시겠습니까?”
나중에 정리되어 문서로 공지가 나오겠지만, 백수룡은 조금이라도 빨리 그 내용에 대해서 듣고 싶었다.
알아야 미리 대비할 것이 아닌가.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군. 어쩐지 바로 관주실로 찾아오더라니.”
“하하……. 겸사겸사요.”
노군상이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하나씩 알려 줌세. 우선 교양평가는 말 그대로 무인이 가져야 할 교양에 대한 평가네.”
“교양이라면…….”
“무공 수련에 밀려 등한시되었던 시서예화(詩書藝畵)를 포함, 무림사와 기초학문을 점검할 것이네. 매 학기 두 번씩 필기시험을 치러 평균점이 합격점을 넘지 못하면 천무제에 참가하지 못할 게야.”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무공을 가르치는 학관에서 굳이…….”
백수룡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노군상이 단호히 대답했다.
“우리는 단순히 무공만 가르치는 학관이 아닐세. 정파 무림의 동량을 키워 내는 곳이지. 교양은 곧 인성일세.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고수를 키워 낸다면 무림의 화가 될 수 있음이야. 오대학관의 기치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겸비한 고수를 길러내는 것. 우리는 정파가 아닌가.”
그 순간, 백수룡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죄송한데 저는 사파 출신인데요.’
하지만 절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죠. 정파는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하죠. 교양수업을 통한 인성 함양. 알겠습니다.”
“걱정 말게. 최소한의 상식과 약간의 노력만 하면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일 테니.”
노군상은 교양평가 시험이 세 가지 평가 항목 중에 가장 쉬울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수룡은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그 녀석들한테 최소한을 기대할 수 있을지…….”
“누굴 말하는 건가?”
“아닙니다. 두 번째는 뭡니까?”
노군상은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본 후에 말을 이었다.
“둘째, 교우활동평가는 평소 수업 태도, 교내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반영해 연말에 점수를 매길 것이네. 평소에 인망을 쌓아 두는 것이 중요하겠지. 이 역시 일정 점수 이하는 천무제에 참가할 수 없네.”
백수룡은 작게 탄식했다.
‘수업 태도?’
물어볼 것도 없었다. 애초에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보충반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백룡장의 망나니들이 저희 말고 다른 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는 꼴을 본 적이 없었다.
망나니들답게 교우 관계가 엉망이었다. 누가 그 녀석들과 같이 놀려고 하겠는가 말이다.
‘망했구나. 망했어.’
백수룡의 흐린 눈을 본 노군상이 쯧쯧 혀를 찼다.
“자네 표정이 점점 나빠지는군. 어쨌든 마지막 남은 협의평가에 대해서도 알려줌세.”
“예…….”
“이건 실습수업과 연계가 돼 있네. 학관 밖에서 어떤 협행을 하느냐, 그에 따라 매겨지는 점수일세.”
처음으로 백수룡은 표정이 밝아졌다.
“예를 들면…… 악인곡에서 악인들과 싸우고 온 것도 포함이 됩니까?”
“그렇지. 자네의 학생들은 이미 큰 점수를 벌었지. 협의평가에 반영될 걸세.”
적어도 세 가지 평가 중 하나는 걱정할 것 없어 보였다.
‘실습은 앞으로도 종종 나갈 테니 말이지. 협의평가 점수는 넘치도록 벌 수 있다.’
문제는 역시 교양평가와 교우활동평가였다.
어떻게든 그 두 가지 평가에서도 최소점수는 확보해 놔야 한다.
“올해는 이 세 가지 평가를 종합한 후, 기준을 전부 충족하는 학생들에게만 천무제에 참가할 자격이 생길 걸세.”
“…….”
백수룡의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오대학관의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조건이다.
청룡학관에만 딱히 불리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학관의 천재들도 다 이렇게 망나니일 리는 없잖아?’
백수룡은 절로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꾹 눌러 넣었다.
여기서 약한 소리를 해 봐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에 바뀐 규칙에 적응하고 빠르게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노군상이 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더 궁금한 게 있나?”
“없습니다.”
고개를 든 백수룡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마침 잘됐네요. 안 그래도 다들 정신수양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역시! 자네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군.”
* * *
“……비상사태다.”
백수룡의 표정은 심각했다. 불과 몇 시진 전 노군상과 이야기할 때와는 딴판이었다.
그는 백룡장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제자들을 소집해 천무제의 바뀐 규정에 대해 알려 주었다.
“갑자기 교양시험이요?”
“교우활동평가는 뭐예요? 나 친구 없는데…….”
“나도나도.”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망나니 제자들은 멀뚱히 백수룡을 바라볼 뿐이었다.
유일하게 천무제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거상웅만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확실히 최근 천무제에서 사고가 많이 나긴 했죠. 무조건 무공이 강한 순으로 뽑다 보니……. 인성이 모난 놈들이 모이기도 했고요.”
거상웅은 인성 모나기로는 어디 내놔도 꿇리지 않는 후배들을 둘러보았다.
“선생님. 저희 큰일 난 것 같은데요?”
“……우선 필기시험부터 한번 보자.”
백수룡은 준비해 온 시험지를 제자들에게 나눠 줬다.
작년에 치렀다는 학년별 기초교양 필기시험이었다. 과목은 작문, 무공 이론, 무림사 등이었다.
“이 정도야 뭐.”
“쉽다, 쉬워.”
“선생님. 저희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다들 코웃음을 치며 시험지를 슥슥 풀기에, 백수룡도 조금은 기대했다.
반 시진도 걸리지 않아 모두가 시험지를 제출했다.
백수룡은 모두의 시험지에 있는 공통질문 하나를 읽어보았다.
“어디 보자. 고수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묻는 간단한 질문이었는데, 답변들이 아주 가관이었다.
“돈, 가문, 근육?”
시험지에서 고개를 든 백수룡이 제자들을 노려보자, 하나같이 그의 시선을 피했다.
“에라이 똥멍청이들아!”
빠바바박!
백수룡은 시험지를 말아 제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 솜씨가 전광석화 같아 아무도 피하지 못했다.
“커헉!”
“꾸엑!”
백수룡은 개구리처럼 축 늘어진 제자들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말아 쥔 시험지에 수많은 빗금이 그어져 있었다.
“너희한테 기대를 했던 내가 바보지.”
확실했다. 이 망나니 놈들은 살면서 공부라는 걸 해 본 역사가 없는 것이 틀림없었다.
무공의 천재가 다른 부분에서 천재라는 법은 없었다.
오히려 무공의 천재이기에, 다른 부분은 소홀해도 다들 그동안 넘어가 주었으리라.
‘나도 조금 반성해야겠군.’
노군상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지나치게 무공에만 매몰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성격이 편협해지고 외골수가 된다.
사파의 무인들이 대체로 안하무인이고 주화입마를 자주 겪은 이유도 어느 정도는 여기에 있었다.
“차라리 잘됐다. 어차피 한동안은 부상 치료하느라 무공 수련도 빡세게 못할 테니. 남는 시간을 활용하면 되겠어.”
“예?”
“무슨…….”
백수룡은 차라리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 녀석들은 이미 튼튼한 그릇을 갖췄다.
여기에 정신수양까지 갖추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무공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부터 다 함께 모여서 공부한다.”
제자들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차라리 무공 수련이 낫겠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