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06
205화. 가르침을 내리겠다남궁수의 검법을 알아본 거상웅이 소리쳤다.
“천뢰검법이다! 다들 흩어져! 뭉쳐 있으면 전부 뇌기에 감전당한다!”
천뢰검법(天雷劍法).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이나 제왕검형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 위력은 결코 앞선 무공들에 못지않은 신공절학.
하지만 익히는 것조차 매우 고통스러운 뇌기를 다루는 무공이라, 남궁세가 내에서도 익힌 사람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독고준이 아니라 거상웅이 머리인가.”
남궁수는 학생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거상웅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적의 숫자가 많을 땐, 머리부터 노리는 것이 정석.”
마치 강의를 하듯, 남궁수의 목소리는 학생들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의 걸음에는 여유가 넘쳤고, 반면 학생들은 주춤주춤 물러나기만 했다.
“반대로 말하면, 너희는 우두머리를 지켜야겠지.”
한순간, 남궁수의 신형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죽 늘어났다.
실로 경탄스러운 신법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남궁수의 검이 거상웅의 어깨에 거의 닿았을 때까지도.
까앙!
남궁수는 자신의 검을 막아 낸 두 자루의 검을 보았다.
독고준과 위지천이 이를 악물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법이군.”
남궁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그가 가볍게 손을 털자, 두 자루 검이 뒤로 튕겨 나갔다.
남궁수가 다른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머지도 분발하도록.”
“넓게 흩어져서 포위해! 냉혈수라마왕 한 명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어!”
“도발인가.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건가.”
남궁수는 자신을 포위한 학생들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동시에 그의 눈은 서늘하게 빛났다.
“어디. 그 녀석에게 얼마나 잘 배웠는지 볼까.”
괜히 이 우습지도 않은 사천왕 놀이에 응한 것이 아니었다.
남궁수는 전날 백수룡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네가 가르친 학생들을 나더러 시험하라고?
-한번 해 봐. 뭔가 가르치고 싶으면 가르쳐도 되고.
-자신만만하군.
-왜냐면, 그 녀석들이 올해 천무제 우승의 주축이 될 거거든.
천무제 우승의 주축?
그 말을 듣는 순간 남궁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예전처럼 백수룡을 비웃거나 조롱하지는 않았다.
‘인정할 건 인정하지.’
백수룡은 온 이후로 청룡학관은 변화하고 있었다. 일타강사인 자신도 그동안 못했던 일. 분명 인정받고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천무제는 그리 만만한 행사가 아니다.’
찬물을 뿌리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 들뜨지 않도록 현실을 명확히 인식시켜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남궁수는 백수룡의 제안을 승낙했다.
-좋다. 나도 시험관으로 참여하지.
팔방(八方)을 점한 여덟 명의 학생이 남궁수의 가면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그 기세가 제법 날카로웠다.
하지만 천무제에 나서기엔, 아직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지금부터 가르침을 내리도록 하지.”
가장 먼저 날아든 것은 여민이 던진 암기였다. 전신 요혈을 노리는 암기의 숫자는 정확히 스물둘. 남궁수는 뛰어난 안법으로 모든 암기의 속도와 각도를 파악했다.
휘리릭!
남궁수는 몸을 회전시키며 바람을 일으켰다.
백의무복이 바람에 크게 펄럭였다.
스물두 개의 암기가 자석처럼 그의 검에 달라붙었다가, 폭발하듯 다시 사방으로 뿌려졌다.
파바바박!
암기는 여민이 날렸을 때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학생들에게 날아갔다.
“피해!”
“으허억!”
학생들은 대부분의 암기를 쳐 내거나 피했지만, 그 한 수로 인해 촘촘했던 대열은 완전히 흐트러졌다.
남궁수는 깃털처럼 가벼운 보법으로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우선 둘.”
남궁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청룡쌍걸을 향해 검을 뻗었다.
학생회 선도부로 유명한 쌍둥이.
냉정하게 말해 둘 다 무공에 큰 자질은 없으나, 둘이 함께 펼지는 합격술은 제법 봐줄 만했다.
“타핫!”
“타핫!”
청룡쌍걸이 좌우에서 동시에 달려들었다.
포승줄이 뱀처럼 움직여 남궁수의 검을 옭아매고, 육모방망이가 검을 때렸다.
남궁수는 쌍둥이의 합격진에 대해 짧게 평했다.
“미숙하다.”
서걱!
육모방망이와 포승줄이 단숨에 베여 나갔다.
남궁수는 놀란 표정으로 물러나는 쌍둥이의 가운데로 선선히 움직였다.
“서로에게 의존하는 버릇을 버리고, 각자의 무공에 더 정진하도록.”
짧은 가르침.
쌍둥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남궁수의 검이 그들의 마혈을 찍었다.
털썩.
털썩.
등 뒤에서 쌍둥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남궁수는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아직 가르침을 줘야 할 학생들이 많았다.
남궁수가 호명했다.
“다음.”
“흐라아아압!”
쩌렁쩌렁한 고함과 함께 야수혁이 거대한 몸으로 돌진했다. 땅을 울리는 기세가 사람이 아닌 곰이나 호랑이를 연상시켰다.
남궁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타고난 신체 능력. 더불어 뛰어난 외공으로 단련했군. 단련된 신체가 매우 뛰어나 보인다. 하지만…….”
푹!
남궁수는 바닥에 검을 꽂았다. 그 의미를 눈치챈 야수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검객이 검을 놓고 체술로 자신과 싸우겠다고?
자존심이 상한 야수혁이 주먹을 휘두르며 사자후를 터트렸다.
“죽어라!”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 그리고 도발에 쉽게 걸려드는 점은 감점 요인이다.”
그 순간, 야수혁은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기분을 느꼈다.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지는 파악하지도 못했다.
어느 순간 몸이 허공에 붕 뜨더니, 야수혁의 거구가 바닥에 메다 꽂혔다.
콰아아아앙!!!
바닥에 금이 갈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상체를 들썩이는 야수혁의 입에서 피가 쿨럭쿨럭 터져 나왔다.
“상대와 자신의 역량 차이를 가늠하는 법을 배워라. 네 몸은 남들보다 튼튼할 뿐이지, 금강불괴가 아니다.”
“끄으윽…….”
내상이 심한지, 야수혁은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를 지나친 남궁수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다음.”
수십 종의 암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왔다.
남궁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조잡하군.”
남궁수가 일으킨 검풍에 암기가 모조리 휘말려 떨어졌다.
하지만 남궁수의 시선이 암기로 향했을 때, 그의 왼편으로 다가온 여민이 쌍장을 앞으로 내밀며 기습을 가했다.
쩌저저적!
그녀의 손바닥에 새하얀 서리가 맺혀 있었다.
남궁수도 손바닥을 마주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치치직, 하고 뇌기가 흘렀다.
퍼어엉!
손바닥과 손바닥이 부딪친 순간, 비명과 함께 여민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꺄악!”
남궁수의 장력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간 것이다. 뇌기에 감전된 듯, 여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믿을 것은 보법과 암기뿐인가? 빙공은 아직 어설프군.”
“으으…….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그래요!”
“변명하는 자리가 아닐 텐데. 감점.”
“치사해!”
남궁수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서 강맹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학생회장. 다음은 너인가?”
쐐애액!
머리 위에서 독고준의 강검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남궁수의 입가에 처음으로 흡족한 미소가 맺혔다. 그가 검을 마주 휘두르며 말했다.
“독고구검이 제법 태를 갖췄군.”
쩌어엉!!!
일검에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독고준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검을 든 손아귀가 저릿한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반면, 남궁수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훌륭하다. 하지만 아직 보완할 구석이 보이는군. 예를 들어 방금 전에는…….”
남궁수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독고준이 정면에서 시선을 끄는 사이, 뒤에서 유령처럼 다가온 위지천이 그의 목덜미를 노렸다.
위지천의 억누른 살기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놀랍군.”
남궁수는 작게 감탄했다. 동시에, 그의 검에 맺힌 천뢰기가 더욱 새하얗게 백열했다.
까가가강!
남궁수와 위지천이 검이 연달아 부딪쳤다.
순식간에 수세에 몰린 위지천의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반면, 남궁수는 여전히 숨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위지천. 너는 분명 네 나이에 보기 드문 성취를 이뤘다.”
“숙여, 위지천!”
위지천이 고개를 숙이자, 그 위로 헌원강이 날린 도기가 날아왔다.
하지만 남궁수는 검을 휘둘러 가볍게 도기를 소멸시켰다.
헌원강이 아쉽다는 듯 발을 굴렀다.
“쳇! 비장의 한 수였는데.”
“조잡했다.”
“으아악! 저 인간 재수 없어!”
남궁수의 시선이 위지천과 그 너머의 헌원강, 그리고 다시 달려오는 독고준을 스윽 훑었다.
“천무학관에는 너희들 못지않은 재능들이 있다. 그중 극히 일부만이 용봉이라 불리지.”
위지천, 헌원강, 독고준이 남궁수를 둘러싸고 공격을 쏟아냈다.
하지만 남궁수는 여유롭게 보법을 밟으며 모두의 공격을 막고, 피하고, 반격했다.
그는 마치 유유자적하게 산보를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이 정도가 너희의 한계인가?”
“큭……!”
“젠장!”
학생들에게 남궁수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여덟 명을 상대로도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압도하는 강함.
하지만 거리를 두고 남궁수의 신위를 지켜본 거상웅은 다른 의미에서 놀랐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우리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
그는 남궁수의 약점을 찾기 위해 일부러 싸움에 끼지 않았다.
하지만 남궁수는 약점을 드러내기는커녕, 학생들의 허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싸우고 있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했다는 의미였다.
‘끝내려면 진작 끝낼 수 있었어. 이건 완전히 우리를 가지고 노는 거야.’
거상웅의 판단은 그러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은연중에 그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전의를 상실한 학생들의 공격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한심하군.”
갑자기 남궁수가 공격을 멈췄다.
가면 아래로 드러난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겨우 이 정도 실력으로 오만하게 굴었던 너희들도, 너희를 데리고 천무제에서 우승하겠다고 장담한 그 허풍쟁이도 한심해.”
“……뭐?”
“지금 뭐라고 했어요?”
그 순간, 패배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던 학생들의 눈빛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방금 남궁수가 ‘허풍쟁이’라고 부른 사람이 바로 백수룡이었기 때문이다.
헌원강이 앞으로 나서며 따지고 들었다.
“우리 실력을 탓하는 건 상관없는데, 왜 백수룡 선생님을 끌어들여요?”
남궁수는 헌원강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학생들을 둘러봤다.
거상웅, 여민, 위지천, 야수혁, 그리고 다시 헌원강.
백수룡의 애제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이 그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독고준의 눈빛도 곱지 않았다.
“그 녀석이 호언장담하기에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너희는 여전히 실패작이로군.”
“뭐라고?”
“저 인간이 진짜!”
“선생님! 말씀이 심하시군요!”
“…….”
학생들이 눈에 다시 독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떨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은연중에 패배를 인정했던 마음속으로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남궁수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도발을 계속했다.
“억울한가? 그럼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실력으로 증명해라. 너희가 실패작이 아니라는 것을.”
퉤!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은 헌원강이 성큼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 자식 얼굴에 한 방 먹여 줘야겠어.”
“동감이다.”
“당신은 옛날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남궁수는 자신을 향해 다시금 전의를 불태우는 학생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
한편으로는 씁쓸해 보이는 미소였지만, 그 사실을 깨달은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