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18
217화. 아니었나 보군요이른 아침.
남궁세가의 대연무장.
평소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내지르는 기합으로 가득한 이곳에, 오늘은 사대학관의 신입 강사들이 학관별로 도열했다.
꿀꺽.
꿀꺽.
잔뜩 긴장한 신입 강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 대부분이 좋은 가문 출신의 내로라하는 고수였지만, 천하제일세가의 위용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남궁가주님 앞에서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시게.”
“어깨를 펴라! 백호학관의 일원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 줘라!”
“……백수룡. 하품하지 마라.”
신입 강사들의 정면에는 각 학관에서 함께 온 인솔 강사들이 똑바로 행동하도록 주의를 시켰다.
그리고 뒤쪽으로는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창천검대가 서릿발 같은 위엄을 뽐내며 도열해 있었다.
신입 강사 연수에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연수 교육을 수석으로 수료한 강사는 모두 일타강사가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최소한 이번 신입 강사 연수의 결과로, 학관으로 돌아갈 때의 그들에 대한 평가가 바뀌어 있을 것은 확실했다.
“가주님께서 나오십니다!”
그때 창천검대의 대주가 내공을 담아 외치자, 창천검대의 무인들이 동시에 발을 굴렀다.
쿠웅!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발 구름에 연무장이 무겁게 진동했다.
다소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고요해지며, 모두의 시선이 단상 위로 향했다.
저벅저벅.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천이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양옆 한 걸음 뒤로 헌앙한 청년과 노인이 따라왔는데, 신입 강사 중에서는 남궁가주보다 그들을 보고 더 놀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창천검왕!’
‘만박자!’
남궁가주의 왼쪽의 헌앙한 청년은 그 유명한 창천검왕이었고.
오른편에 선 키가 크고 마른, 그리고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노인은 무공 이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는 만박자였다.
“대남궁세가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무림의 대선배님이신 창천검왕 님을 뵙습니다!”
“무림의 대선배님이신 만박자 님을 뵙습니다!”
사대학관의 인솔 강사들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예의를 갖추자, 신입 강사들이 똑같이 따라 했다.
신입 강사들을 죽 둘러본 남궁천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갑네. 나는 이번 신입 강사 연수를 총괄하게 될 남궁천이라 하네.”
철혈검(鐵血劍) 남궁천.
남궁세가의 현 가주로, 부친인 창천검왕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 그 역시 초절정의 고수였다.
세간에는 남궁천의 무공이 십존의 말석에는 충분히 들 수 있을 거라 말하는 자들도 있었다.
“내 이야기가 길어져 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 본론만 말하겠네.”
별다른 기세를 일으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신입 강사들 중 남궁천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내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여러분은 남궁세가에서 이레(칠 일) 동안 신입 강사 연수 교육을 받게 될 것이네. 교육은 크게 이론과 실기로 나뉘어 있고, 내 옆에 계신 두 분의 대사부께서 각각 총괄해 주실 것이네.”
가주보다 한 걸음씩 뒤에 서 있던 창천검왕과 만박자가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창천검왕이다. 몇몇은 구면이군.”
“클클. 반갑다 애송이들아. 노부가 만박자다.”
그 순간, 신입 강사 전원이 포권을 취하며 예를 취했다.
““대사부님을 뵙습니다!””
두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남궁가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또한 오대학관에서 최소 십 년 이상 강의를 하고 은퇴하신 선배들이, 두 분을 도와 조교로서 교육을 진행해 주실 것이네.”
척척척.
단상 아래로 십여 명의 조교가 앞으로 나섰다. 하나같이 풍기는 기도가 강렬했다.
“저분은……!”
“유운검 대협!”
“빙월선자!”
조교들의 면면을 확인한 신입 강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절정고수 이하가 없군.’
백수룡도 조교들의 수준에 작게 감탄했다.
가볍게 생각하고 왔는데, 어쩌면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해 봤자 귀한 교육 시간을 빼앗을 뿐이겠지. 부디 연수에서 많은 것을 얻고 돌아가길 바라겠네.”
짧게 할 말을 마친 남궁천이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단상에서 내려가기 직전, 남궁천의 시선은 백수룡에게 잠시 머물렀다.
“…….”
하지만 워낙 찰나였던 터라 그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당사자들 외에는.
그렇게 남궁세가주가 내려가고, 단상 위에는 창천검왕과 만박자만 남았다.
창천검왕이 한 걸음 물러나며 만박자에게 말했다.
“먼저 하시오. 오전은 이론 교육이니.”
“알겠습니다.”
창천검왕의 양보로 만박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신입 강사들을 둘러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소개했지만, 노부는 만박자라 한다. 무공 이론에 관해서는 천하제일이라 자부하지.”
십존의 일원인 창천검왕을 옆에 두고도 천하제일을 논하다니.
무공 이론에 대한 만박자의 자부심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는 말이었다.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너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겠다.”
수준을 알아야겠다는 말에 신입 강사 중 일부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오대학관 입사 시험을 통과한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아무리 만박자가 이론으로는 천하제일이라지만, 수준 운운하는 것이 고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 반응을 지켜본 만박자가 코웃음을 쳤다.
“시건방진 애송이들. 각자 적당한 거리를 벌리고 자리에 앉도록 해라.”
신입 강사들은 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만박자가 시키는 대로 했다.
잠시 후, 조교들이 붓과 벼루, 먹, 그리고 서책을 하나씩 가져다주었다.
마치 향시를 치르는 서생들이 된 모양새였다.
“지금 나누어 준 것은 무공 비급이다.”
만박자가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그가 강사들 사이로 걸어 다니며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마공 비급이지.”
“!!”
“이 마공에 적힌 구결을 그대로 익히면 주화입마에 걸려 광증에 걸리거나, 몸의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는다.”
신입 강사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앞에 놓인 서책을 바라봤다. 서책의 겉면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비급을 읽고 주화입마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구결을 찾아내라. 총 여섯 개다.”
“무슨……!”
“이 자리에서 말입니까?”
“마공을 읽는 것만으로도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박자의 요구가 얼마나 황당한지 깨달은 신입 강사들이,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항의를 하고 나섰다.
만박자는 그들의 불만을 간단히 묵살했다.
“하기 싫다면 돌아가라. 이런 저급한 마공에 홀릴 정도라면, 학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도 없다.”
“…….”
“두 시진 주마. 그 안에 찾지 못한 녀석은 앞으로 내 강의를 들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쫓아내겠다.”
만박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클클클 웃었다.
그 뒤에 서 있던 창천검왕은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반면, 신입 강사들은 공황에 빠졌다.
‘겨우 두 시진?’
‘비급을 제대로 해석하는 데도 모자란 시간인데…….’
‘마공이라니! 이런 미친 시험이 어딨어!’
만박자는 신입 강사들에게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시작해라.”
풀지 못하면 쫓겨난다!
신입 강사들 전원이 마공 비급에 고개를 파묻었다.
* * *
“클클클.”
만박자는 마공 비급을 읽으며 끙끙대는 신입 강사들 사이를 걸으며 괴소를 흘렸다.
‘이놈들아. 지금까지는 인생이 참 쉬웠지?’
기초라고는 했지만, 사실 초장부터 신입 강사들의 기를 죽이려고 낸 시험이었다.
단언컨대, 두 시진 안에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강사는 단 한 명도 없으리라.
‘풀 수 있다면 이미 일타강사라 불려도 되는 수준이지.’
이런 햇병아리들에게 그런 수준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단지 콧대를 한번 눌러서, 앞으로 얌전하게 교육을 따라오게 하려는 목적이 컸다.
만박자의 시선은 신입 강사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몇 명을 향했다.
‘사마영. 당백호. 백수룡.’
오대학관에서 올해 가장 기대하는 신입들이라 했다.
과연 셋 다 무재가 뛰어나 보였지만, 이론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만박자는 코웃음을 쳤다.
‘이론이 부족한 강사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천재들은 이론이 아닌 직관으로 무공을 익힌다.
남들은 설명을 듣고 몇 번이나 연습해야 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보고 슥 따라 한다.
쉽게 말해 재능이라는 것이다.
‘망할 놈의 재능.’
만박자도 천하제일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무재를 타고나지 못했고, 천하의 그 많은 무공을 섭렵하고도 절정고수에 머물렀다.
때문에, 그는 재능만 믿고 이론이 부족한 강사들을 경멸했다.
‘배우는 입장이라면 자신의 재능을 믿고 강해지면 된다. 하지만 가르치는 자들이 그래선 안 돼.’
세상에는 재능을 가진 자들보다, 재능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훨씬 더 많다.
만박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학생들에겐 재능이 빛나는 스승보다, 단단한 이론을 통해 길을 제시해 줄 스승이 필요하다.
‘너희가 평소 재능만 믿고 이론 공부를 게을리했다면, 이 자리에서 톡톡히 개망신을 당할 것이다.’
만박자는 특히 요주의 인물 세 명을 자세히 살폈다.
“끄으응…….”
백호학관의 당백호는 머리를 벅벅 긁고 있었다. 비급을 해석하는 초반부터 막힌 듯했다.
‘저 녀석은 글렀군.’
반면, 주작학관의 사마영은 시험을 시작한 지 반 시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비급의 절반 이상을 독파했다.
‘호오. 저 여아는 기대해 봐도 좋겠군.’
책을 펴는 자세만 봐도 안다.
평소에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고, 또 얼마나 진심으로 했는지.
천무학관에서도 수재 소리를 듣던 아이라더니, 과연 문무가 모두 출중한 듯했다.
고개를 끄덕인 만박자는 마지막으로 청룡학관의 백수룡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으응? 저리 대충대충 본다고?’
백수룡은 비급을 펼쳐 놓고 대충 훑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붓으로 비급에 첨삭을 했다.
만박자는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감히……!’
저 비급은 저렇게 본다고 알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신입 강사들에겐 알려 주지 않았지만, 비급에 적힌 건 지금은 사라진 혈교의 무공.
그 어느 문파의 무공과도 연성 방법이 다르고, 심지어 마공이기에 상리를 벗어난 구절이 여러 곳이었다.
단순히 무공 비급을 많이 봤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종류가 아니란 의미다.
‘건방진 놈. 내 본보기로 너에게 본때를 보여 주리라!’
그때였다.
백수룡이 고개를 들더니, 마침 자신을 보고 있는 만박자와 눈이 마주쳤다.
“다 풀었으면 제출해도 됩니까?”
“건방진 놈…….”
“예?”
쳐다봤다고 저러는 건가?
백수룡이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만박자가 겨우 화를 삭이며 말했다.
“어디 제출해 보거라. 이 자리에서 바로 평가해 주마.”
“예.”
백수룡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급을 가져와 건넸다.
만박자는 그 자리에서 비급을 휘리릭 넘겨 가며 읽었다.
“한번 보자. 얼마나 잘났는지…….”
사실 볼 것도 없었다.
반 시진 만에 여섯 구절을 모두 찾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 보나 마나 대충 감으로 찍었을…….
“으음?”
“…….”
“호오.”
“…….”
“제법이군.”
“…….”
“대, 대체 어떻게?”
“…….”
“이럴 수가…….”
“…….”
“허억!”
“왜 그러시오?”
만박자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자 창천검왕이 빠르게 다가왔다.
“이걸 어떻게……!”
비급을 바라보는 만박자의 턱이 빠지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처음 한두 개는 운이 좋아서 맞출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세 개, 네 개를 넘어간 순간부터 운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어떻게 전부 찾아낸 것이냐?”
그 말에 창천검왕과 조교들은 물론이고, 시험을 풀던 신입 강사들마저 전부 고개를 들고 백수룡을 바라봤다.
“벌써 다 해석했다고?”
“어떻게?”
“괴물인가…….”
다들 괴물이라도 보는 눈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그중 사마영만 이를 악물고 다시 문제 풀이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어진 백수룡의 한마디에, 그녀는 그만 붓을 놓치고 말았다.
“여섯이 아니라 일곱입니다.”
“뭐라?”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바라보는 만박자에게, 백수룡은 그가 아직 펼쳐보지 않은 비급의 뒷장을 펼치며 말했다.
“잘못된 구절 말입니다. 하나가 더 있더라고요.”
“뭐엇!”
“이런, 숨겨진 문제가 아니었나 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