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75
374화. 조장들 (2)
백수룡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순간, 두 제자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선생님!””
머리로는 백수룡이 어떤 기습에도 쉽게 당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대화 중에 정면에서 하는 기습?
그 정도는 백수룡에게 일상적인 일에 불과했다. 실제로 매일 자신들이 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낯선 뒷모습의 상대가 백수룡을 향해 출수하는 순간, 두 제자는 얼마 전 백수룡이 지나가듯 했던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혈교에서 날 노리고 살수를 파견한 것 같더라. 혹시 모르니 너희도 조심해라. 조금이라도 수상한 녀석이 보이면 내게 바로 얘기하고.
백수룡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한 말이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가슴 깊이 새겨둘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저 자식이!’
‘혈교의 살수!’
괴한을 향해 쇄도하는 두 소년의 머리칼이 바람에 미친 듯이 휘날렸다.
그 순간 괴한의 주먹이 백수룡의 가슴을 찔렀고, 백수룡도 동시에 손을 뻗었다.
파바바박!
괴한의 주먹은 빠르고 직선적이었다. 일타일타를 짧게 끊어치는데, 공격이 하나같이 급소만을 노렸다.
그러나 백수룡은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한손만으로 모든 공격을 쳐 냈다.
여유가 남는지 고개를 돌려 달려오는 헌원강과 위지천을 바라보기까지 했다. 그의 표정에 의아해하는 기색이 어렸다.
‘역시 우리 선생님이야!’
‘살수 따위한테 당할 리 없지!’
달려가던 헌원강과 위지천도 조금은 안심했다.
하지만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살수들은 독이나 암기,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니까.
‘간다!’
‘네!’
두 소년은 빠르게 눈빛을 주고받았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합공을 해 봤기에 전음도 필요 없었다. 둘은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쾅! 바닥이 움푹 패이고, 그들의 신형이 한 번 더 가속했다.
“음?”
그제야 그들의 접근을 눈치챈 살수(?)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야차와 같은 기세로 달려오는 두 소년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무, 무슨…….”
휘이익!
좌우로 흩어진 헌원강과 위지천이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과 동시에, 흑도와 검혼이 벼락처럼 뽑혀 나왔다. 찰나에 이루어진 완벽한 합공이었다.
‘조원들하고도 이렇게 합이 잘 맞으면 얼마나 좋냐고!’
‘조원들이 원강 선배 반의반만 따라 할 수 있어도…….’
그 짧은 순간에 헌원강과 위지천은 같은 생각을 했다.
어느새 흑도의 칼날이 상대의 목젖을 겨누고, 검혼의 칼 끝은 상대의 가슴에 가볍게 닿아 있었다.
“하, 항복!”
살수는 두 손바닥이 보이도록 위로 들어 올렸다.
헌원강과 위지천은 비로소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살수의 얼굴이 묘하게 낯이 익었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얼굴은 분명…….
“……육조 조장 아냐?”
“목형우 선배님?”
그는 함께 백수룡의 수업을 듣는 육조의 조장, 목형우였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이것 좀 치우고 대화로 풀면 안 될까?”
목형우는 까끌까끌한 턱수염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헌원강과 위지천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니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한숨을 내쉰 백수룡은 흑룡편으로 제자들의 무기를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제자들의 정수리를 한 대씩 쥐어박았다.
따악! 따악!
“아니, 그게, 선생님한테 뭣 좀 물어보려고 왔다가…….”
“갑자기 누가 공격하길래 살수인 줄 알고요…….”
백수룡은 정수리를 감싸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 두 녀석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대체 어느 정신 나간 살수가 연무장 한복판에서 기습을 해?”
“…….”
“…….”
늦은 시간에 이 녀석들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조별 모의전에서 둘만 졌으니까.’
승부욕이라면 제자들 중에서도 첫째를 다투는 녀석들이니 오죽 분했을까.
게다가 둘 다 집단전에서 많은 무인을 이끄는 경험은 처음이다 보니, 마음처럼 되지 않아 답답한 것도 많을 것이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
어느 정도는 일부러 의도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벌써 도와달라며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
“일단 내 사무실로 가자.”
백수룡은 제자들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목형우 학생. 자네도 그냥 가지 말고 따라오고.”
“예. 알겠습니다.”
어정쩡하게 서 있던 목형우도 세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 * *
이 학기부터 정식 강사로 전환되면서, 백수룡은 새로운 사무실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이곳에 강사가 아닌 학생들이 찾아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지저분해…….”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아요?”
온갖 서류들이 너저분하면서도 묘하게 규칙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주인만 알아볼 수 있는 어떤 규칙이 있는 듯했다.
삭막한 사무실 안에 장식이라고는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신월빙백무 그림이 유일했는데, 풍월화공이 보면 돼지우리에 자기 작품을 걸어 놓았다며 뒷목을 잡았을 것이다.
“대충 거기 앉아라.”
손님용 탁상을 대충 슥슥 치운 백수룡은 학생들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세 학생이 어색한 간격을 두고 나눠 앉았다.
백수룡이 차를 끓이는 동안, 위지천이 목형우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선배님.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하하. 살수라고 오해했으면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그런데 선배님은 왜 선생님이랑 싸우고 계셨어요?”
“……무공을 좀 봐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었거든.”
목형우가 멋쩍게 수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의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 무복 밖으로 드러난 팔뚝이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다.
“알다시피 우리 조는 약체잖아? 손 놓고 있다가는 꼴찌를 못 면하겠더라고.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선생님을 찾아갔지. 나름 조장인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아…….”
사정은 좀 다르지만, 두 사람과 비슷한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헌원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근데 선배는 모의전 때는 창을 쓰시지 않았나? 아까는 권법을 쓰던데.”
“군대에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배웠지. 아까 창을 쓰지 않은 이유는…….”
“전체적으로 몸 쓰는 법을 보기 위해선 권각을 보는 게 제일 낫지. 자, 마셔라.”
백수룡이 쟁반에 차와 주전부리를 조금씩 내어 왔다.
학생들 앞에 마주 앉은 그가 목형우에게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쁘지 않은 실력이었다.”
“……감사합니다!”
긴장해 있던 목형우가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 모습을 보며 백수룡은 그의 특이한 이력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서른이라는 나이.
청룡학관 학생들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나이에, 무공은 군대에서 익힌 것이 전부. 사문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어. 어정쩡해.”
밝아졌던 표정이 순간 굳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백수룡만 알아볼 수 있는 미세한 변화였다.
“하하.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하는데……. 부족한 모양입니다.”
“정말 부족한 게 노력이라고 생각하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 백수룡의 질문에, 잠시 말이 없던 목형우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재능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말입니다.”
“흐음.”
제법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백수룡은 같은 질문에 화를 내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놈들도 많이 보았다.
그에 비하면, 목형우는 자신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지.’
궁금한 것이 몇 가지 더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이 있을 때 물어볼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인 백수룡이 말했다.
“자네는 잠깐 기다려.”
“예.”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헌원강과 위지천을 바라봤다.
“그래서, 너희는 왜 온 건데?”
“조별 과제 때문에요…….”
둘은 처음에는 목형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하더니, 나중에는 잔뜩 흥분해서 과제에 협조하지 않는 조원들을 비난했다.
“차라리 그 자식들 빼고 혼자 하는 게 낫겠다니까요!”
“동감이에요. 전부 저한테 시키려고 하는데, 그게 어떻게 조별 과제예요?”
둘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백수룡이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많아 보였다.
“흐음…….”
하지만 백수룡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딱히 조언해 줄 말이 없었다.
과거 혈교에서는 철저한 상명하복이 기본이었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
위지천이 조원의 목을 친다고 해도 아무런 불평도 할 수 없었다.
싫으면 조장보다 더 강해져서 조장의 목을 베든가.
당연히, 정파 오대학관 중 하나인 청룡학관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백수룡이 낮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하여튼 정파 애송이들은 곱게 자라서 문제라니까.”
“네……?”
“무슨 그런 사파 같은 말이 다 있어요?”
사실 제자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백수룡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백수룡이 직접 학생들을 불러다가 몇 마디만 해도, 누가 감히 농땡이를 부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건 최악의 방법이지.’
당장은 학생들이 백수룡의 권위에 굴복해 협조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제자들이 직접 해결하도록 둬야 한다. 그러면서 부딪치고 성장하는 것이니까.
도움을 준다고 해도 조언 정도만…….
“풉!”
가만히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목형우가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자 헌원강이 인상을 찌푸리며 목형우를 노려봤다.
“지금 우리 상황이 웃겨?”
“그, 이런 말 하면 조금 미안한데, 너희 혹시 조별 과제 처음이냐?”
헌원강과 위지천은 우중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룡학관의 학생들 중에서 한 손에 꼽는 고수들이 고작 조별 과제 하나에 쩔쩔매다니. 목형우의 입꼬리가 씰룩일 수밖에 없었다.
‘이거 봐라?’
백수룡이 두 제자와 목형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다른 학생들보다 두 배는 되는 연륜에, 조직사회 경험이 풍부한 목형우.
반면 무공은 또래에서 적수가 없을 만큼 강하지만, 백룡장 밖에서는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두 녀석.
“목형우 학생. 자네는 조장을 맡아 본 경험이 많은가?”
“지난 사 년 동안……. 한 일고여덟 번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여덟 번이라고?!”
“대, 대단해요…….”
헌원강은 그 숫자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위지천은 목형우에게 존경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별것 아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 학년 때부터 조장을 도맡아 했거든.”
목형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수염을 긁적였다.
하지만 이어진 백수룡의 말에, 그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침 잘됐군. 위지천. 헌원강. 너희는 목형우한테 조장의 역할에 대해 배워라.”
“예?”
“대신 목형우는 이 둘한테 지도 대련을 부탁하고.”
“……예에?”
놀란 눈으로 되묻는 목형우에게, 백수룡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이러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으니,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겠지. 주고받는 거다.”
백수룡은 찻잔에 남은 차를 호로록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알다시피 나는 공사가 다망하다. 학생이 찾아온다고 일일이 개인 지도를 해 줄 시간은 없어.”
그건 목형우도 알고 있었다.
오늘도 백수룡에게 거절당할 것을 각오하며 찾아온 것이었고, 잠시라도 손을 섞어 준 게 영광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녀석들한테 지도 대련을 부탁하라고? 겨우 조장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 주고?’
목형우가 생각하기에 그건 헌원강과 위지천이 일방적으로 손해였다.
뛰어난 고수에게 받는 지도 대련은, 무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다. 그 상대가 학생들 중에서 첫손에 꼽는 위지천과 헌원강이라면, 목형우에게는 기연이나 다름이 없었다.
반면, 그가 둘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조언 정도가 전부였다.
“나는 도움이 별로 안 될 것 같은데…….”
하지만 그건 목형우만의 생각이었다.
두 후배는 동아줄이라도 발견한 얼굴로 목형우를 돌아봤다.
“선배님!”
“선배!”
사 년 동안 여덟 번이나 조장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목형우를 바라보는 두 소년의 눈은 은거고수를 만난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목 선배. 우리한테 조원 놈들을 휘어잡는 비법 좀 가르쳐 줘!”
“어? 정말 그래도 돼……? 겨우 이런 거로……?”
“당연하지!”
“물론이죠!”
목형우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